어비스의 주인 <5화> : 배려

AI미스틱 2020-10-13 0

*설정이나 컨셉, 혹은 오류가 있는 경우 지적해주십시오.*

*늘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이 출현한 어비스라는 존재.


그 존재에 대해 리르가 조사하며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밀려나오는 차원종들을 유주와 하얀이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갈수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보통 차원종의 경우강할수록 더 큰 규모의 차원문을 필요로 한다.


넘어올 때 걸리는 차원압력에 저항하기 위해그만큼의 대가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분명히 S급 차원종에 버금갈 힘을 가지고 있을 그것은힘에 맞지 않는 차원문의 크기를 열고다녔다.

 

도대체그런 괴물이 어떻게...”

 

그런 큰 힘을 가진 채로 무턱대고 넘어오면 차원압력에 부서질게 분명한데도그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힘을 휘둘렀다.


어쩌면이미 이 내부차원에 익숙해져 있는걸지도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자고개를 저어 헤저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며존재해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할!”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검은 괴물들과그것을 통솔하는 또다른 지성체.


그것은 이미 차원종과 대립하고있는 인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큰 적이었다.


적의 적그것을 믿어도 되는걸까그래믿는다고 치면 그들이 배신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아니그 이전의 문제다.

 

그들이 선택한 전쟁.


그들이 선택한 싸움.


그들만의 내전 속에무엇이 끼어들어있는가!


인간그리고 생명수없이 많고헤아릴 수 없이 뒤얽힌 인류의 모든 것.


쌓아올린 문명쌓아올린 지식쌓아올린 제도그 모든 것!


일어나서는 안될 싸움과 전쟁의 터가 되기 위해서 지구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피와 상처만이 남는 싸움을 위해 그들이 이곳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상처가 남아있는데그 상처를 터트릴 폭약이 다가오고 있었다.

 

철컥하며 건블레이드가 장전되었다.


떠나야할 장소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가지 못하는 강남에서다른 이상사태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유주 요원.”


“...리르클로저들의 상태는 어떻지?”


대부분 아직 의식이 없습니다.”

 

클로저들이 깨어나야지만 떠날 수 있는 장소였다.


일전의 그 얼음 때문에 위상력 억제기 하나가 망가져버렸기에현재 쏟아져나오는 것은 어비스라 임시로 칭해지는 검은 괴물이 아닌차원종이었다.

 

어비스라는 것에 대해서는?”


김유정 관리요원이 기록한 것 외에는 자료가 없습니다상부에서도 모르는 눈치인 것 같았고요요원님께 그 외의 접촉은...”


없었어위상력 억제기는?”


따로 이상사태가 없는 이상내일 도착할 듯 싶네요.”

 

벌처스에서 급히 공수해온거라 가동 기간 자체는 설치된 것에 비해서 뒤떨어지지만작동 기간 사이에는 아마 교체가 가능하겠지.


하지만그보다 더 열받는 점이 있었다.

 

놀아나는 기분이야.”

 

스스로를 주인이라 밝힌 그녀라면힘을 조절해 검은 괴물들만 얼릴 수 있었을 터였다.


허나그것은 그리하지 않았다.


주변 건물조차 얼려버린 채무자비하게 힘을 퍼트렸다.


그것이 어딘가에 설치되어있을 위상력 억제기를 노린 것이라면이라는 상상을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난간을 잡고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빠득!

 

“...다시출동해야할 것 같네요.”


특경대는?”


“...예의 주인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여러모로 성가시게 하고 있었다.


옆에 비스듬히 세워져있던 건블레이드를 붙잡은 뒤하얀을 깨웠다.

 

?”

 

벤치 위에 누워서 자고있던 하얀이 고개를 들며 일어섰다.


축 늘어진 그 모습은 아직 만족스러울만큼의 수면을 취하지 못한 듯 싶었지만사태가 문제였다.

 

하얀 요원님예의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그 녀석이구나.”


무기를 챙겨주세요.”

 

리르의 말에하얀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벌처스에서 나온 직원이 길다란 케이스를 들고선 다가오고 있었다.

 

특수 주문한 무기가 완성됐습니다이번엔 부디 조심히 다뤄주시길.”


그럴만한 상대라면.”

 

일전에도그 전에도.


상당히 괜찮은 제품을 받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망가졌던걸 생각해보면벌처스를 계속해서 믿어야할지 의문이었다.


한 손에 쥔 채가볍게 들어올린 그것은외날검. ‘라 불리는 무기였다.


이번 무기는 차원종 중에서도 가장 희귀하다 여겨지는 기갑종’, 그것도 S급 차원종의 금속 잔재를 깎고 연마해 만든 무기였다.


칼날이 예리하게 비치며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순간한번에 휙 휘둘렀다.


휘둘러진 궤적에는 열기가 남은 듯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가자.”

 

마침 뻐꾸기에서 좌표가 전송되었는지유주가 말한 채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 뒤를 따르듯 하얀이 한 발을 박차며 하늘 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째서일까.’

 

허공을 날아가는 유주의 뒷모습이 불안해보였다.


일전에는 태산같이 무겁게 자리잡아 믿을만한 동료였다면지금은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돌탑과도 같았다.


홍수에도 끄떡없던 그가마치 자그마한 시냇물에도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게하얀마저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


건물을 밟으며 계속해서 나아가다보니 문득 유주가 입을 열었다.

 

보인다.”

 

과연멀리 있지는 않았다.


저 멀리서 빛을 반짝이며 스스로를 과시하는 얼음.


그 앞에 바리케이드를 친 채 경계하고 있는 특경대의 모습까지.


건물에서 떨어져내려 지상에 안착하니특경대의 신재영 경감이 경례 자세를 취했다.

 

오셨습니까요원님.”


아직까지 진입은 하지 않았군요.”


갑자기 얼어붙었기에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곳에 부하를 투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럴거였다면 더 멀리서 바리케이드를 쳤어야지.


이 정도 거리야고작해봐야 100m도 채 안되는 거리.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얼려버릴만한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표출하는데서 그친 것은 오라는 초대장에 가까웠다.

 

진입하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요원님.”

 

열린 바리케이드를 넘어서남아있는 100m의 도로를 밟고있자니 그 새에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여기저기에서 비치면서 걸어다니던 사람들도.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카페에 앉아서 핸드폰을 쳐다보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진 채망가진 거리만이 남았다.


차 하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


불 하나 들어오지 않는 전봇대.

 

그리고있어서는 안될 적의 형상까지.

 

바삭.


얼음을 지그시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까마귀 소리마저 사라진 도로는마치 위에 대신 포장한 듯 얼음판이 깔려 있었다.


그 얼음판의 너머에앉아있는 인간이 있었다.

 

마치 여왕같군.”

 

여왕어쩌면 그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당당하게 앉아있는 그 자리는얼음으로 쌓아올린 커다란 왕좌.


왕에게로 향하는 알현실의 복도.


그리고 기사처럼 자리를 지키는 전봇대의 고지식함.


마지막으로그러한 왕에게 창칼을 겨누는 반역자’.

 

그래서이번엔 또 뭘 가지고 온거지끈적이는 검은 액체냐아니면 질척이는 진흙이냐?”


둘 다라고 해도 될까요?”

 

비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답했다.


일전과 똑같은 외투를 입은 채당당하게 앉아있는 그녀는 무릎 위에 검은 무언가를 얹고 있었다.


그것은 슬라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형체였다.


주르륵 흘러내리며일정한 형태조차 없었지만오직 그녀의 위에서는 검고 둥근 형태를 유지했다.


쓰다듬듯 올린 손을 내리자그제서야 반 액체처럼 주르륵 흘러내린 그것은 땅바닥에 철푸덕주저앉았다.

 

쩌어억...

 

그런 의미일까.


늘어나며 무언가를 뻗는다.


마치 녹아가는 인간이 살기 위해 손을 뻗는 듯한 그 행위에역겨움을 참을 수 없었다.

 

...”


역겨운걸 보여드려서 죄송해요이 분은 말도 제대로 못하는 분인지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 ?”


예에이 분은 제 선배거든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그녀가 앉아있던 옥좌는 마치 부서지듯 허물어졌다.


콰드득콰득.


그런 소리와 함께 주저앉은 옥좌에서 발을 옮겨세련되게 만들어져있는 계단을 내려온 그녀가 물었다.

 

싸울건가요?”

 

철컥.

 

그것에 대한 대답은 그것 뿐이었다.


단 하나의 총구그 하나면 충분했다.

 

닥-쳐.”

 

!


집속된 위상력의 탄환이 음속을 뛰어넘으며그 충격을 알렸다.


퍼어엉!!


그러나그것이 닿을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설화의 눈 앞에서 와해되듯 사라진 그것은마치 둥근 구체의 방어막에 부딪힌 것 마냥 와해되어 힘을 흩뿌렸다.

 

“...아직더 시간을 드려야하는건가요?”


시간따윈 필요없어이렇게 되는건... 이미 예정되어있던 일이니까.”

 

후웅하며 건블레이드를 휘두르자그 사이로 푸른 전기가 일었다.


그러자 한숨을 내쉰 설화는 붉은 눈동자를 드려내며 말했다.

 

나서지 마세요.”

 

그 말과 함께예의주시하고 있던 검은 액체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말을 할 수 없다며?”


지성이 없는건 아니니까요.”

 

콰드득콰득.


땅에서부터 솟아올라오는하나의 봉.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갈라져 나선으로 회전하더니끝에는 만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멈춰섰다.


혹은... 마법봉.


뭐라고 불러도 애매한 형상을 띈 그것을 표현할 것은, DNA에 가까운 형체였다.


정확히는 이중나선형으로 이루어져있는 에 가까운 무언가.


그것을 휘두르는 무기로는 차마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혼자서 둘을 상대하려고?”

 

하얀은 알고 있었다.


이미 유주가상부에 3단계 리미터 해제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그 열을 견디지 못해 한동안 과부하가 되겠지만틈을 노린 한방이라면 그 누구에게조차 지지 않는 살상병기였다.


오히려 주포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위력을 내뿜는 공격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그 틈을 만드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하얀의 몫이었다.

 

하얀.”


내가


혼자서 할게.”


“...?”

 

그가 자신에 비해 전투능력이 뒤떨어진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모든 기교와 전투스타일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근접전에서는 자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근접전만으로 싸운다면그녀는 유주를 1분도 채 주지 않고 이길 자신이 있었다.


나서려던 순간 제지당한 하얀이 당황한 채 반론했다.

 

유주...”


하얀은 싸우지 않을거야.”

 

의견조차 묻지 않고합의조차 하지 않은 채 통보하듯 유주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설화가 고개를 기울였다.

 

두 분이 동시에 덤비셔도... 상관없는데요.”


유주나도...”


알아하지만...”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서로가 화력전으로 간다면 유주가 압도적으로 불리할 터였다.


허면 미약하게나마 그 차이를 좁혀야만 하는데도.

 

뭘 보고 있는거야?’

 

하지만 다음의 말은 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한건유주의 눈동자는 하얀이 아닌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설화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확실히 인간의 형체를 가지고 있었다변화한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힘의 크기가 위협이라는걸까. ...둘이라면 괜찮았다아니괜찮을 것이다.

 

무기.

 

주인이라는 특S급 개체가 손에 쥔 한 자루의... ‘무기’.


그것을 바라보자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추어버린 것 같았다.


서려있는 냉기는 살의조차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미 몸에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을 것만 같은 그 형태와 무기에무심코 몸이 물러났다.

 

저건... 도대체...”

 

어깨를 붙잡았다.


부르르 떨리는 어깨를 붙잡은 것은일종의 자기보호 본능에 가까웠다.


두 눈동자로 응시하던 것을 무기에서 설화로 바꾸자그녀는 무기를 살짝 흔들며 말했다.

 

둘이 아니면 순식간에 얼어버릴거라고요?”


알고있어그럼둘이라고 해서 막을 수 있다는 보장 있나?”


없죠두 분 다 얼려서제 성에 장식시켜드릴수도 있는데어떤가요?”


미안하지만 사양하지누구의 장식품이 되는건 취향에 없어서.”


아쉽네요전 마음에 드는건 장식으로 만드는 취향이 있는지...!”

 

순간적으로 겨누는 무기.


동시에 격발하는 건블레이드.

 

콰과각!

 

폭음과기이한 음색이 함께 들려왔다.


순간의 폭음에 놀라 감은 눈을 뜨자서로가 겨눈 무기 사이의 공간에 커다란 얼음이 생겨나 있었다.


폭발마저 얼려버린걸까? ...이론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그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었다.

 

“‘수정철포’... 전 이렇게 부르고 있거든요.”


니 기술명따위 알고싶지도 않아!”

 

감을 거두고 한 손을 뻗자그 손에서 터져나오는 전격이 얼음을 쳐부순 채 나아갔다.


그것을 손바닥으로 막아내자막힌 곳으로부터 번개줄기가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닿기 직전에 이르렀다.


닿으려던 순간 손을 빼자평범한 얼음처럼 부서져 쏟아져내렸다.

 

유주역시 나도...”


아니.”


어째서!”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왜인지 모를 이유로 전쟁에 끌려가변변찮은 활약도심지어는 사람을 지키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울고있던 어린 아이가 이제는 아니었다.


하염없이 울면서유주가누군가가 찾아주기를 바라던 어린애가 아니었다.


자신도 클로저인데도 불구하고어린애처럼 대하는 유주가왠지 모르게 미웠다.


하지만그런 자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그저 안된다는 말을 남긴 유주는 다시금 건블레이드를 챙겨들었다.


이번에는 정면승부를 하려는 듯앞으로 뛰어나가 검을 휘둘렀고그것을 가볍게 피한 설화가 창끝을 겨누자순간적인 기지로 건블레이드를 깎아올려 궤적을 틀었다.


콰가각!


이번에도 들리는 특이한 소리.


건물에 붙어버린 얼음덩이는 그 크기가 몇 미터나 되는지 모를 정도였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한 번 그어내릴 때 하나뿐인 목숨을 건다.

 

카강!

 

이번에는 색다른 음색이 울려퍼졌다.


갈라져있는 두 개의 창끝.


정확히 유주를 바라보고 있는 그 칼날 끝을 가로막든 세워진 여린 칼날 하나는, ‘수정철포라 이름지어진 공격을 아름답게 절단했다.


콰드드득!!


반으로 베여 날아간 그것은 땅에 닿은 순간 어마어마한 얼음으로 개화해 피어올랐다.

 

하얀!”


나도... 나도 클로저라고!”

 

터엉!


발로 적의 무기를 차 올리자부러뜨릴 심산이었음에도 멀쩡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예쁘군요.”

 

핑글하고 돌며 검을 휘두르려던 찰나눈 앞에 보인 것은 마치 목숨을 거두어 가는듯한 손바닥.


그리고 그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푸른 빛의 번개.


콰과광!


한기마저 담은 채 날아간 번개는 또다른 건물의 내부에 얼음의 흔적을 남겼다.


몸을 숙여 진입해심장을 꿰뚫을 일격을 날렸다.


얇은 외투따위로 막을만큼 만만한 무기는 아니었다.


B급 차원종은 물론이요 A급 차원종그것도 기갑종의 갑피마저 종이처럼 잘라내는 무기.


그것이 그녀가 쥐고있는 검이었으니까.

 

하지만 닿지 않아요.”

 

카각!


순간 잘못보았나 싶었다.


외투까지 닿지도 못한 채 막혀버린 그것은얼음


찔러넣어졌어야할 곳에 자리잡은 그 얼음은절반정도 파묻힌 채 검을 붙잡았다.


필시 목숨을 빼앗아야했을 일격이.

 

...”

 

하지만 그정도로 S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괴물에게 닿을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직 전력조차 비치지 않은게마지막 생애가 되길 바라며

 

퍼엉!

 

커다란 폭음그리고 솟아오르는 자색’ 불꽃. 자홍색에 가까운 불꽃이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며땅바닥을 포장한 얼음마저 녹여낸다.


앞에 자욱하게 낀 검은 폭발의 잔재를 걷어내자조금 멀리 밀려나있던 그녀는 살짝 베여잇는 외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폭발의 끝까지 칼을 밀어넣었는데그것이 아슬아슬하게 닿은 것이겠지.


다음에 올 공격에 긴장하며 있자니아까 전 날려보낸 무기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쾌한 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이빨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감히그 분께서 주신 옷을...”


위험한걸.”

 

오싹거림이 도가 지나쳤다.


살의라기 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그 절규는인간의 언어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


울려퍼지는 아음에 귀를 틀어막자니스스로 숨을 내쉬며 진정한 설화는 핏줄이 보일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쥔 채 말했다.

 

그래요그렇겠죠... 당신을당신들을 상대하는데 적당히 끝내려고 한 내가 나빴던 거에요...”

 

중얼거림이 너무 커이곳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윽고 분노를 가라앉힌 듯고개를 드니 그곳에는 얼굴의 끝자락에 얼음기가 살짝 끼어있는 주인이 보이고 있었다.

 

다음에 만날땐...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거에요...”


옷 수선이라면 이쪽에서 해줄 수 있는데.”


...”

 

대꾸도 할 필요 없다는 듯큰 동작으로 뒤돌아버린 그녀는 무기조차 내팽겨쳐버린 채 차원문을 열고 사라졌다.


역시너무나도 작았다.


동시에 뒤에서도 차원문의 소리가 들렸다.

 

그 검은것도 돌아간건가.”


“....”

 

마지막으로 그녀가 버리고 간 무기.

 

평범한 얼음이야.”

 

원래 평범한 얼음인건지아니면 그녀에게만 반응하는 특수한 무장인건지.


집어올리자 확실히 열기에 이끌려 녹기 시작한 것이 평범한 얼음에 불과했다.


땅바닥에 버리자얇은 부분부터 깨어져버린 그것을 내버려둔 채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모르게 등에 차오른 땀이 찝찝했고온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열기가 뜨거웠다.

 

충성안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라졌습니다이젠 평범한 얼음이더군요.”


그렇군요. ...이곳에서도 육안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만확실히 강적이었나보군요.”


“...그래요짜증날 정도의 강적...”

 

우리의 힘으론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강적.


그게 가장 짜증나는 부분이었다.


신재영 경감과 이야기가 끝나자저 멀리서 하늘을 활공하며 다가오는 뻐꾸기가 눈에 비쳤다.

 

무사하셨군요두 분 모두.”


그래. ...보고있었어?”


일단은 보고 있었습니다여전히 무시무시하더군요.”


정보는?”


기록되었습니다.그 중 하나는 이미 기록이 되어있는 개체입니다.”


기록이 되어있는?”


검은양 팀의 김유정 관리요원이 등록한 개체로, B급 차원종으로 기록되어있더군요.”

 

그렇게 평가절하될 괴물은 아니었다.


선배라 불리던 것과그 말을 한 당사자가 주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아마... 같은 주인급의 개체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B급 차원종으로 기록할 수 있는건가?”


우선 해당 자료를 열람한 결과당시 자료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지금 와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요.”


S급 개체가 둘... 어떻게 생각하지?”


아무래도 상부에 보고해서 등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땅히 증명해주실 분이...”

 

S급 차원종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전투만으로는 모자랐다.


확실히 봐주고있다는 기분이 들지만그것만으로는 압도적으로 모자랐다.


적어도 그 강함을 증명해줄 수 있을 정도의 강자나 분석가가 없다면.

 

연줄이 하나 있긴 합니다.”


연줄누군데.”


지금은 은퇴하셔서 일단 일반인이시긴 하지만...”


은퇴한 클로저전쟁 시기의 클로저라면 딱히...”

 

전쟁 시절에 있었던 사람이야하얀도유주도 모두 같았다.


그 와중에 또 전쟁 시절의 클로저라니.


당시 상황만 아니었으면 A급은 커녕 B조차 아슬아슬할 사람이 꽤 있는걸로 알고 있었다.

 

믿을만한 사람입니다.”

 

리르의 그런 강한 믿음에 마침 누군가가 떠올랐는지하얀이 말했다.

 

설마 그 사람?”


.”

 

차원 전쟁의 영웅전 울프팩 팀의 일원.


코드명칭 드래곤


하얀의 스승이자 은인인 사람이다.

2024-10-24 23:35:5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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