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3화>
AI미스틱 2020-10-02 0
《 새로운 팀, 그리고 악마 》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피드백과 조언은 항상 환영입니다.
사실은 저도 어느정도 문제를 직감하고 있습니다. 너무 길어지는 상황 설명과 묘사, 그리고 원작에 얽매이는듯한 설정.
둘 모두 벗어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캐릭터 개인의 감정 묘사는 어떻게 해서든 넣고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더 발전하겠습니다.
“구로, 인가요?”
“그래. 차원종이 다수 출현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아직 피로가 다 가시지는 않았겠지만, 가능하다면 지금 출발해줬으면 좋겠어.”
말렉 토벌이 실패로 끝난지 며칠이 지난 때 즈음의 일이었다.
위상력 억제기가 실린 기차가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차원종이 나타났다는 것은 역시 예의 그 남자가 관련되어 있다고밖에 할 수 없었기에 쌓여있는 피로를 뒤로한 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이동할때는 저기 오토바이 보이지?”
“...반쯤 죽은 것처럼 보이는데요.”
“...선우란 요원님이야. 저 요원님을 통해 이동하면 돼. 일단 한번에 이동하기는 힘들 것 같으니 차례대로 이동할거고.”
아무리 봐도 오토바이일 뿐인데,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아오르는 것은 기분탓일까.
처음으로 가게될 사람은 아무래도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전적이 있었던 제이였다. 상황이 급박한지라 구로역에 가자마자 굴려질 가능성도 있었기에 스스로 자처해서 나섰는데, 그 이전에 아마 그가 기력이 다해 쓰러지지 않기를 빌 뿐이었다.
심상치않은 오토바이의 배기음이 들려오고, 광기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저 요원분, 괜찮은건 맞죠?”
“괜찮아. ...을거야, 아마도...”
김유정마저 제대로 확신하지 못하는 사이 준비가 끝났는지, 타이어가 타오르는듯한 소음과 함께 순식간에 시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상식을 뛰어넘은 속도에 천천히 멀어지는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아까 느껴진 소름이 무엇을 의미한건지 이해한 내가 고개를 돌렸다.
“오토바이, 최대 속력을 좀 넘은 것 같은데요...”
“...괜찮을거야, 아마...”
그 애매한 답변에 한숨을 내쉬며 소영의 포장마차에 들어가니, 그녀는 튀김을 내어주며 물었다.
“한창 학교를 다닐 나이에 이런 일에 휘말리다니, 안타깝네.”
“학교인가요.”
전쟁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학교를 다녔었다. ─뭐, 누구든 그럴 터였다.
하지만 찾아온 전쟁은 그 빌어먹을 정도로 편안하고 평화로웠던 일상을 한순간에 부숴버린 채 다가와, 온 세상을 붉은 비로 물들였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괴물 덩어리. 그게 얼마나 큰 두려움이었는지 사람들은 알고있을 것이다.
“...글세요.”
이제와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옛 이야기였다.
수 년동안 그런 최악의 실험을 당하다보면, 이제 떠올라야할 행복조차도 잊어버리기 마련이었다.
“살아있더라도... ...”
“...살아있더라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심코 본심이 튀어나오려던걸 억누른 채,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막 도착한 선우란이 이리 오라는 듯 손짓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요원이라고는 나 혼자였다.
마치 각오하라는듯한 사악한 웃음과 지옥에서 건너온듯한 오토바이, 헥사부사의 면모를 보고있자면 구역질이 올라올듯한 기분이었다.
“컴 온... 내 헥사부사가 널 기다리고 있었다고!”
“...저 그냥 날아가도 되나요?”
“늦으면 어떻게 해? 자, 한밤중을 날아다니는 괴도처럼 달려보자고!”
마치 번개같은 굉음과 함께 헥사부사가 출발했으니, **오는 공기저항에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꽉 붙잡지 않으면 날아가버린다!”
“그럼 조금 천천히...”
“끼야~하!”
이 사람, 전혀 사람 말을 듣지 않아.
입 안에서 절로 욕설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무언가가 욕설 대신 튀어나올 것만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가면 갈수록 험해지는 운전과 빨라지는 헥사부사의 속력은 그야말로 번개. 빗방울보다 빠르게 나아가 옷자락조차 채 젖지 않은 채 구로역 인근으로 접근했다.
“...뭐야, 이것들은.”
“편하게 가는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가는길에 이상한것도 처리하겠네요.”
도로를 가르듯 줄지어있는 검은 갑피의 차원종들.
제각각의 색을 가지고있던 그간의 수많은 차원종과는 달리, 흑색으로 일관된 모습을 하고있는 그 모습은 보기가 역겨울 지경이었다.
“헥사부사가 망가지는걸 보고싶진 않으시죠?”
“...하...”
내 질문에 선우란은 운전대를 잡은 팔을 바들거리면서 반응했다.
“이깟 잔챙이들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헥사부사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린 순간, 헥사부사가 용암이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폭주기관차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요동치는 헥사부사의 진동과 폭주하는 선우란의 모습을 보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자니 천천히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선우란이 광기서린 웃음소리를 내었으니, 그것은 이제 곧 찾아올 재앙을 암시하고 있었다.
“으...으아아아아...!!”
콰아앙!
기이한 폭발음과 함께 풍경이 순식간에 변화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그 풍경을 바라보기에는 눈이 빠져버릴것만 같은 압력에 끝내 감을 수 밖에 없었고, 정면에 다가오는 태풍같은 바람이 끝나고 나서야, 선우란이 말했다.
“...신기록, 갱신... 수고했어.”
“...네...?”
“그리고... 허리를 너무 붙잡지는 마...”
그제서야 내가 선우란의 허리를 꽉 잡고있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당황하며 손을 떼자니, 그 모습을 보며 선우란이 약간,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그럼, 굿바이. ...다음에 왔을 땐... 조금 더 빠르게 달려보자...”
“조...조금 더 빨리, 인가요...”
사양하고싶은 마음에 손사래를 친 채 자리를 떴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구로역에 온 것인지, 먼저 도착해있었던 김유정은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겨우 왔구나.”
“네. ...여기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은가보네요.”
팀원이 단 한명도 없었고, 그것은 모두 출격을 나간 상태라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었다.
김유정 역시,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는 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자료를 다시금 바라본 김유정이 이윽고 말했다.
“구로역 인근에 있는 대로야. 난민들이 지금 급히 대피중이고. 서둘러 가줄 수 있어? 조금 멀지만...”
“...빠르게 가보도록 할게요.”
조금 멀다는 말에 무심코 선우란을 바라보았지만, 사악한 악마의 웃음이 나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눈을 돌려버렸다.
위치를 제공받은 이후, 구로역에서 그다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한 나는 그대로 하늘에 날아올라 작전구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연민이 생기는군.”
부산에서 해충의 파도와 맞섰을 당시, 사람들은 늦게 왔다는 이유만으로 클로저를 원망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떼지어서, 누가 넘어지고, 누가 밟히고의 여부없이 서로 살기위해 도망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저 멀리서 다가오고있는데도 불구하고, 힘없는 자들에게 있어 차원종이란 그정도로 두렵고, 무서운 괴물이라는 것이겠지.
십자로 나 있는 ‘초’라는 이름이 붙어도 좋을 무게의 창을 들어올렸다.
십자의 창은 그대로 갈라지더니, 안에 새로운 십자가를 만들어내었다.
천천히 흘러들어가는 위상력은 검은 색이 되어 그 십자가를 채우기 시작했고, 날의 선명함과는 다른, 불길한 흑색을 담은 창은, 무자비한 폭력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 그럼 일좀 해볼까.”
몰려오는 차원종의 숫자는 고작해봐야 스물 남짓. 여파없이 처리하기에는 적당한 숫자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른 차원종이 가까이 다가섰을 때 창을 들어올리고, 반으로 갈라진 차원종 너머로 공포스러운 창날을 불러일으켰다.
하늘에 수놓아진 검은색의 구체가 총탄처럼 허공을 휘젓고, 동시에 검게 물들어버린 창이 전장을 흔들었다. 괴물에게 내어주는 관은 클 필요도 없었다. 단지, 이 작은 창에 깃든 십자가 하나면 충분했다.
사선으로 베어내는 순간, 퍼져나가는 검은 파장이 차원종의 육신을 분쇄하고, 그 여린 갑옷을 짓이기니, 갑옷도, 무기도, 심지어는 마지막으로 자랑할 그 몸뚱이도, 믿을만한게 아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해방감이었다. 괴물을 찢어버린다는 감각, 그 감각이 온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피로 더럽혀지는 기분. 피로 온 전신을 적시고, 피로써 길을 닦아내는 이 기분.
─콰드득!
창을 그대로 던져버리자, 창대 끝에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갑피가 우그러지며 근육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아름다운 장경이었다. 전쟁 시절에는 이보다 더한 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보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후...”
왠지 모르게 스며드는 감각. 분명 느껴선 안될 희열일텐데도 불구하고. 자신에겐 없었을 희열일텐데도 불구하고, 이런 감각은 가라앉을줄을 몰랐다.
“...정신 상담을 받아봐야하나.”
망가지는 기분이었다. 토가 나올것만 같았다.
자신이 이정도로 변했다는 생각에,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그 빌어먹을 실험실에서, 도대체 무엇을 당했으면 이런 있어선 안될 희열까지 느낀단 말인가. 죽음을 내비치면서 희열을 느끼는건 해서는 안되는 일일텐데.
고개를 저으며 제정신을 차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손은 아직도 살육을 갈망하고 있었다.
없을 심장이 두근대는 것만 같았고, 차갑게 식었을 피가 끓어오르는 감각이었다.
기억이 뒤흔들리는 기분. 자신이 누구인지, 또 무엇이었는지조차 잃어버릴것만 같은 충격이었다.
이를 바득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으니,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난민도, 클로저도, 차원종도 아닌 무언가였을 고깃덩이들과 괴물의 잔재들 뿐이었다.
작전구역에서 돌아온 나를 반긴 것은, 갈색 계열로 깔맞춤한 듯한 훤칠한 키의 남성이었다.
포커페이스인 듯, 미소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다가온 그는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어서오세요, 클로저분. 저는 벌처스의 김시환이라고 합니다.”
“...벌처스의 사람이 구로에는 웬일로...”
“물론 장사를 하려고 왔죠. 뭐, 그 외에도 다른 일이 있지만요. 클로저분께서는 지금 막 작전에서 돌아오신 모양이신데, 잠시 제가 그 무기좀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평범한 사람은 들지도 못할 창을 건네주니, 그는 조금 드는 듯 싶더니 이윽고 손을 빼며 땅바닥에 떨어트렸다.
그걸 차마 떨어지게 놔둘 수는 없었기에 손으로 붙잡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들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이니, 저를 조금 따라와주시겠습니까?”
무기 손질을 해주겠다고 하는 그 말에 다른 의도가 숨어있을지도 모르지만, 우선 믿어보자는 생각에 그를 따라가니,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춘 그는 자신의 연장이 있는 곳에 서서는 물었다.
“자, 손님. 그럼 몇가지만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무기는 벌처스에서 특수 제작한 병기겠지요?”
“그런데요.”
“딱딱하게 구시긴. ...벌처스의 특수 제작 병기는 일단 위상능력자의 위상력을 받아들여도 큰 문제가 없게 만들어졌지만, 손님같은 경우는 특수한 경우라서요. 한기남 씨를 통해 전해들었거든요. 웬만한 벌처스제도 쉽게 부서지고 만다고요. 그 무기도, 빠르게 닳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정비를 받는게 좋을거에요.”
“정비료를 받을 것 같은 기분인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특수 제작 병기는 무료 A/S기간이 있으니까요. 자, 이 위에 조금 와주시겠습니까? 여러모로 살펴봐야하니, 그 시간동안 다른걸 하셔도 되고요.”
그의 요청대로 창을 둔 채, 아까 전부터 생각해두었던 상담을 위해 김유정을 찾아갔다.
그녀는 잠시동안 내 이야기를 듣는가 싶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런 일이... ...그런 일이라면 정도연씨에게 가보시는게 좋아. 그러고보니 하은이는 분명 정밀 검사를 받지 않았지? 이 참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구나.”
“...정밀검사인가요.”
“그래. 차원종과 가장 근접해서 맞서 싸우는 직업인 클로저인 이상, 어떤 이상이 발생할지도 모르니까.”
“알았어요. 한 번 받아볼게요.”
사실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 영문모를 인간에 의해 바뀌어버린 육체가, 어떤 식으로 변화했을지.
김유정이 한 쪽을 가리키니, 그쪽에서는 마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든 여성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분이 정도연씨. 얼른 가보렴.”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정도연에게 가니, 그녀는 끼던 팔짱을 풀며 물었다.
“정밀검사를 받으러 온건가요?”
“네, 그리고 그 외에... 정신 상담도 겸해서요.”
“그렇군요. 우선 정밀검사부터 해야할 것 같으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혈액 채취부터 시작한다는 말에 팔을 내미니, 팔을 붙잡은 그녀는 잠시 놀란 듯 싶었다.
이윽고 피를 채취한 그녀는 처음부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당신, 살아있는 인간이긴 한건가요?”
“네?”
피가 나오지 않게 누르고 있자니 그리 물어온 정도연은, 샘플을 한 차례 보고서는 되물었다.
“시체처럼 차가운 몸, 그리고 피의 상태. 하나같이 살아있는 사람의 구조가 아니에요.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어보이네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건.”
“지부로 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지금 구로의 상태를 봐서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겠죠. 당신은 따로 저와 검사를 해봐야할 것 같네요.”
“지금 당장의 일부터 수습하는게 먼저에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세포 일부를 채취하게 해주세요. 그것도 의외로 몸상태의 변화를 일으켰을지도 모르니까.”
그녀가 원하는대로, 세포 일부를 제공해준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그 낌새를 눈치챘는지, 정도연은 충분하다며 말했다.
“우선 김시환씨에게 가서 맡겨뒀던 장비의 상태를 점검해두시는게 좋아요. 무기가 없다는건 클로저에겐 큰 약점이니까요.”
“...알았어요.”
왠지 모를 감정이 있었다. 두 손이 떨리는 그런 감정이.
그걸 꿰뚫어본 듯한 그녀의 말은 짜증이 날 정도였지만, 확실히 무기없이 싸우는건 힘들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대로 발걸음을 김시환에게 향하자, 그는 마침 잘 왔다면서 말했다.
“손님의 무기는 잘 살펴봤습니다. 이래저래 둘러본다고 용을 쓰긴 했지만, 우선 임시적인 상태 점검은 끝났으니, 작전구역에 한 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겠네요. 저도 한번 확인해보고싶은 것이 있으니까요.”
“...뭐 이리 확인하고싶은게 많은건지.”
“...정확하지 않은 상태로 멋대로 만져버리면 무기 자체가 파손될 위험이 있으니까요. 번거로운건 알겠지만, 지금 해야할 일도 급하지 않을까요?”
저 아래를 내려다보니, 김유정이 돌아온 팀원에게 다시금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한심하게도 완벽히 들어맞는 말인지라, 짜증이 남에도 불구하고 무기를 든 채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김유정에게 다시 돌아오자, 그녀는 좋은 타이밍이라며 말했다.
“건물 옥상에 차원종이 다수 등장했어. 이번 일은 너와 슬비에게 맡기고 싶은데, 괜찮겠지?”
“...네.”
“그래,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해줘.”
슬비에게 고개를 돌리니 그녀는 잘 부탁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채 그대로 하늘을 활공했고, 그 뒤를 따라가듯 공중으로 떠오른 나는 이 짜증을 서둘러 풀고싶은 마음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구로의 타워 크레인들이 설치되어있는 옥상 위에 내려앉으니, 그곳에는 차원종들이 옹기종기모여 마치 수다를 나누는 듯 싶었다.
괴물 따위가 사람이 사는 곳 위에 줄지어 늘어져앉아 모여있는걸 보니, 속에서부터 깊은 헛구역질이 나오는 것 같았다.
무기를 훙, 휘두르며 앞으로 나서자니 그 뒤를 따라 내려온 슬비가 당황한 듯, 쫓아오기 시작했다.
가장 정면에 있는 차원종을 반으로 갈라내고, 검은 탄환이 무리지어있던 괴물의 숨통을 끊어낸다. 소리를 가르는 듯한 흉흉함에 차원종마저 물러서고,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개방된 창은 그 검은 위상력을 뽐내었다.
핑글, 하고 회전하자 바닥에 긁힌 창으로부터 위협적인 원형의 칼날이 재빠르게 나아가 남아있던 차원종을 섬멸했다.
마침 옆에서도 차원종 처리가 끝난 듯 싶어 다가가니, 그녀는 두 손에 뒨 나이프로 차원종을 난도질 해놓은 상태였다.
피가 살짝 튀어오른 얼굴은 겉에서 보기에는 섬뜩했을 정도였다.
칼을 뽑은 채, 자리에서 일어난 슬비는 고개를 흔들더니 이윽고 내게 물었다.
“거기는 끝났어?”
“진작에. ...돌아가자.”
작전은 이미 끝났고, 더 이상 남을 이유는 없었다.
내가 그리 말하자, 슬비는 주먹을 강하게 쥐더니 말했다.
“...물어** 않는구나.”
“뭐를?”
“...내가 왜, 이런 식으로 해놨는지.”
확실히, 차원종의 모습은 잔혹하게 찢겨있었다.
여기저기 칼상이 나 있었고, 죽은 이상 그 칼상이 메워지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그게 왜 질문해야할 이유가 되는거지?”
지옥을 겪었다면 안다. 차원종이라는 괴물을.
괴물에 의해 잃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괴물을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힘을 가져서, 복수할 기회가 되었는데. 하지 말아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어?”
“...너는...”
“싸울 힘과, 복수할 힘을 가졌다면 둘 중 무엇을 선택해도 좋잖아?”
선택을 하는건 언제나 본인의 몫이다. 누가 옆에서 무어라 한들,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분노와 복수심은 가라앉을 리가 없었다.
온통 적으로 둘러쌓인 전쟁에 비해 소란스러운 일상이었을 터인 그녀가 얼마나 괴로운 마음을 가지고, 그런 일을 겪어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복수심을 가지게 만들 것이라면. 그 복수의 대상이 차원종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거지.”
그리 말하며 후드를 고쳐썼다.
그러자 슬피는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숨을 내쉼과 함께 늘어지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돌아가자.”
이윽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순간.
“길을 잃은 어린 양이 이곳까지 왔구나.”
“...!!”
처음 듣는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슬비는 칼날을 빼어든 채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창을 고쳐잡은 채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보니, 그곳에는 검은 붕대로 둘둘 감아, 기이한 눈만이 보이는 인간이 있었다.
점잖은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외형이 인간답지 않았기에 웃으며 물어봤다.
“요즘은 괴물놀이가 유행인가?”
그 질문에 그는 코웃음을 치고서는 말했다.
“어리석은 양이 한 마리 더 나타날줄이야. ...내가 친히 그 길을 인도하리라.”
“...칼바크 턱스...”
“저 남자가?”
그녀의 말에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최소한 인간의 꼬라지는 하고있으리라 믿었는데, 저건 아무리 봐도 괴물이 아닌가.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으려니, 그는 갑작스레 방출하던 위상력을 거두어들인 채 말했다.
“...아무래도, 나중으로 시간을 미루어야 할 것 같구나.”
“어딜 도망가려고!”
“서두르지 마라, 어린 양이여... 다음에 다시 만나자꾸나.”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하며 차원문을 열고 사라지는 그를 보고있자니, 차원문이라는게 인간이 열 수 있는건가 싶어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
“...차원종...?”
그러나, 그 말은 허공을 메아리쳤다.
칼바크 턱스는 이미 저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였고, 남은 것은 정적과 두 클로저 뿐이었다.
두 나이프를 다시 집어넣은 채, 입을 꾹 다문 슬비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자리를 떠난 다음에야 나는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작전구역에서, 김유정은 내게 칼바크 턱스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한 뒤, 화제를 바꾸었다.
“...네 무기에 대해 말할게 있다면서 김시환씨가 찾던데, 가 보렴.”
“...지금 구로의 상황은...”
“지금은 소강상태지. 한동안은 안정적일 것 같아. ...칼바크 턱스, 그 남자가 또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차원종이 갑자기 또 나타난다면 그 때 부르겠노라는 말을 들은 뒤, 그대로 김시환을 찾았다.
그는 뭔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맞이했다.
“이야, 손님. 마침 잘 찾아오셨네요.”
“무기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네~ 물론이죠. 자, 그럼 여기 이걸 봐주시겠어요?”
김시환이 내밀어준 모니터에는, 기이한 통계가 나와있었다.
여러 가지 숫자는 물론이요, 도표까지 사용하여 이리저리 만들어져있는 그 복잡한 자료에 내가 고개를 기울이자니, 그는 역시 어려웠다며 말했다.
“파란색은 기본적인 클로저들이 사용하는 무기의 최대 위상력 축적치. 그리고 이 붉은색이, 한계치입니다.”
“...검은색은...”
“손님의 무기죠. 역시 벌처스 특별제라 그런지, 일반적인 보급품이나 제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축적치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드래그를 내리니, 그곳에는 또다른,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도표가 눈에 보였다.
눈에 띄게 변화하는 그래프의 수치를 보고있자니, 김시환은 맨 위의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현재 검은양 팀에서 가장 위상력 수치가 높은 이세하 님의 그래프에요. 보시다시피 검에 위상력을 두를 때, 혹은 발포할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10% 내외를 왔다갔다하죠. 위험수치인 70%를 넘은 경우도 그다지 없고요. 탓에 무기에도 정비할게 크게는 없고요.”
“...제 그래프는...”
“맨 아래의 것이 손님의 그래프입니다. ...보이시나요? 높은 그래프의 수치가.”
유일하게 그중에서 가장 높은 그래프를 유지한 채, 아주 약한 미동만을 보이고 있었다.
“한계치... 그러니까, 무기가 버틸 수 있는 상한에 아주 근접해있어요. 다르게 말하자면 이건 무기가 손님의 위상력을 더 이상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다는 이야기기도 하고요.”
“...하고싶으신 말이 뭔가요?”
“네, 뭐...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손님, 정말로... 사람인건가요?”
“무슨─”
“위상력은 총 세 종류로 나뉜다고 하더군요. 차원종이 사용하는 제 1위상력. 그리고 클로저들이 사용하는 제 2위상력. ...마지막으론 그 두 개의 위상력을 동시에 담은 제 3위상력이라는게 존재하죠. 벌처스의 병기는 위상력이 잘 유통되게 만들어져있지만, 그건 어디까지가 클로저... 인간에 한해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다르게 말하자면, 벌처스의 특별제인데도 불구하고 빠르게 빠지지 않는 위상력을 가진 당신은, 인간이라고 보기에 도저히 믿을 수가 없거든요.”
“협박, 인가요?”
“그럴리가요. 단지 손님에 대해 알고싶을 뿐이니, 너무 염두에 두지는 마시죠. 하지만 확실히 손님의 위상력 출력은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아무리 강남에서부터 계속해서 싸웠다지만, 고작해봐야 열 번 남짓한 전투속에서 이정도로 높은 출력을 내는건, 제가 아는 선상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거든요. 무기도 그런 출력에 견디지 못하는 것 같고요. 아마 그 창도... 얼마 가지 않아 부러질 우려가 있어요.”
날카로워진 눈매에 조금은 진지해졌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자면 높은 출력과 쉽게 빠지지 않는 위상력 때문에 무기가 쉽게 망가진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무기를 몇 번이고 계속 만들수는 없죠. 그도 그럴게, 특별제니까요. ...그래서, 제가 손님의 무기를 조금 손봐야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무기를 어떤 식으로 손보려고 하시는거죠?”
“위상력이 자연스럽게 빠지지 않는다면, 인위적으로라도 빠지게 만들어야죠. 뭐, 물리적인 영향을 드러내겠지만 그것보단 지금 당장의 전력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뭘 또 개조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위상력 때문에 부러지게 둘 수는 없었던 내가 창을 넘겨주니, 그는 여전히 무거운 창을 작업대 위에 올리며 연장을 집어들었다.
“조금 시간이 걸릴거에요.”
“네에.”
할 것이 없다 해도 마땅히 서서 지켜볼 것도 없었기에 돌아다니던 중, 한 켠에 자리잡은 편의점이 문득 눈에 띄었다.
“이런 곳에 편의점? 장사가 되기는 하는건가?”
사람이 없을거란 기본 전제를 깔고 다가가니, 존재감이 하도 없어 마치 배경처럼 보였던 남자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알바생인가 싶어 보았더니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온게 알바생이라 치기에는 조금 몰골이었으나, 제대로 유니폼을 입고있는걸 보면 딱히 알바생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으...응?”
그 관상을 보면서 한동안 서있으니, 그는 그제서야 시선을 인식한 듯 고개를 들었다.
“어, 어서와... 뭐 살 거 있니...?”
“...편의점... 운영하고 있는건 맞아요?”
“이, 일단은... 클로저들 외의 사람은 거의 안 오지만...”
“그렇겠네요. 이렇게 차원종이 득실거리는 곳에 평범한 민간인이 온다면 그게 더 문제겠지만. ...생각해보니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거죠? 민간인이잖아요?”
그는 멋쩍은 듯 옆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그, 그게... 여기가 조금 위험해도 수당이 높았거든. 최근에는 꽤 안전했었고.”
“최근까지는, 이겠지만.”
“그... 그렇지... 거기에 클로저들이 지켜주는 곳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해서...”
“그렇군요. ...여기 편의점, 캔커피는 파나요?”
“커, 커피라면 많아. ...커피는 몸에 안좋은데...”
“수면시간도 제대로 안 지키는 사람에게 몸에 안좋다는 이야기를 듣는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요?”
“그, 그건... 그렇지만...”
한숨을 내쉬며 캔커피를 내려두고 음료수를 집어들었다.
사실 맛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했기에 그러는 걸지도 몰랐다.
“알고있으니까 그렇게 너무 쳐다**는 말아주세요. 뒷통수가 뚫릴 것 같으니까요.”
“그, 그래... 그건 그렇고, 너도 혹시 클로저야...?”
“네, 그렇죠.”
“그렇구나... 그럼 세하랑도 아는 사이고...?”
“아는 사이인가요?”
“고, 고등학교 동창이야. 가끔 게임으로 얘기도 해봤고... 만약 알고있으면 이 게임기, 대신 돌려줬으면 해.”
게임기를 건네받은 뒤, 왜 굳이 나에게 주었을까 라고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 뒤 물었다.
“세이브 데이터 덮었어요?”
“...몰랐어...”
전혀 몰랐다는 듯 고개를 저은 그의 모습에 나 역시 고개를 저었다.
“뭐, 전해주기는 할게요. ─마침 저쪽에서도 제게 볼일이 있는 것 같으니.”
“그, 그래... 가는 길 조심하고, 힘 내...”
힘빠지는 응원을 들으며 나를 열렬히 찾는 김유정에게 돌아가니, 그녀는 방금 전에 도착한 자료라 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큰 일이야. 위상력 억제기를 실은 기차가 오던 중에 폭파되었어.”
“위상력 억제기를 실은 기차라면, 우리와 교대하기로 한 팀이 있는 그 열차인가요?”
“그래. 이제는 누구의 소행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성가시게 하는군요, 그 남자는.”
항상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끼어들어서 귀찮은 일을 만들어내는 남자였다.
“계속 집착하는 남자만큼 매력없는 사람도 없는데.”
그리 중얼거리니, 한참 송은이 경정과 연락하던 김유정은 긴급 사태라면서 말을 이었다.
“시가지에 차원종이 발생했어. ...지금 당장 출발해줘.”
“알겠어요. ...아, 그리고 이거...”
“응? 이건 게임기...”
“세하의 친구가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대신 전해주세요.”
“...뭔가 불길하지만, 알겠어. 지금 이대로 출발해줘.”
무기가 없어서 살짝 불안하기는 했지만, 무기가 없다해서 미룰 시간은 크게 없었다.
급한대로 보급형 무기를 손에 쥔 채 시가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보급형 무기를 오랜만에 손에 쥐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온 전신을 급습하는 것이, 무언가가 응어리가 지는 기분이었다.
무언가를 갈망하는, 목이 메마른듯한 그 감각.
오랜만에 도취해버리고싶었다. ─무언가에 심취하고 싶었다. 그 감각에.
─인간마저 베어넘기며, 그 피를 뒤집어쓰던 살육의 충동에.
작전구역에서 실시간으로 발송되고 있는 전투화면.
그곳에 있는 것은 고등학생도 채 되지 못한 듯이 보이는 새하얀 머리의 아이였으나, 그 잔혹함은 눈뜨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 것은 아니었다.
“...이건, 말 그대로 악마로군.”
악마. 그렇게 말한다면 조금은 이해가 될까?
피를 뒤집어쓰면서 웃음을 짓는 그 기이함. 반으로 갈라내면서, 소재따위는 눈꼽만큼도 신경쓰지 않는 그 잔혹함.
반으로 나눌지, 으깨어버릴지. 혹은 부러트릴지. 고민하는 듯한 약간의 지체를 제외한다면, 아주 잠시의 시간도 두지 않은 채 전장을 휘젓는 괴물.
“전쟁 이후로 처음인가. 저런 악마는.”
차원전쟁 당시, 위상력에 늦게 눈을 뜬 이들은 뒤늦게나마 전쟁에 참여해, 자신들의 복수를 감행했다.
물론 그 중 대다수는 죽어버려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리석다고밖에 말할 수 없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충동이었다. 소중했던 것, 지켜야 했던 것, 그리고 눈 앞에 있던 것 모든 것을 빼앗은 고아들에게 있어, 그런 충동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유주 요원, 지금 뭘 보고있는건가요?”
“단순한 전투. 늘상 일어나는 한 지부의 차원종 사태지.”
“그렇군요. ─구로인가요? 예의 그 검은양 팀이 있다는...”
“너도 아는거야?”
“알고있죠. 전 울프팩 팀의 팀원도 있다고 하던걸요. 거기에 최근 특B급 차원종 말렉을 토벌하기도 했고요. 이미 내부에서는 이름이 자자한 팀이라고요.”
“이름이 자자하다라.”
썩 좋은 일은 아니겠지. 이름이 잘 알려질수록, 그만큼 경계되는 대상이니까.
차원전쟁 당시, 가장 유명했던 울프팩 팀의 결말을 생각해본다면 유니온 내부에서 이름이 자자한건 자랑할만한게 아니었다.
“근데 이 아이는?”
“임시로 검은양 팀에서 맡게된 클로저라더군.”
“그렇군요. 유주 요원이 눈에 들일 만한 인재라면 우리 팀에 넣고싶은데, 상부에 어떻게 신청이 안되려나요.”
“...계속 그런식으로 다른 팀 인재를 탐내니까 아직도 관리요원으로 있는거야.”
“뭘요. 특수작전관리요원에서 강등당한 당신보다는 여기에 남은 제가 더 현명한게 아닐까요?”
서로 말못할 옛 이야기를 들먹이며 잘남을 논하고 있자니, 푸쉬, 하며 상단부가 분리된 건블레이드에서 열기가 새어나왔다.
무심코 집중하다보니 위상력이 집중되어버린 듯 싶었다.
가열된 건블레이드가 냉각되기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가까이 다가온 뻐꾸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출력형으로 개조하긴 했지만, 정말 그 건블레이드, 정상적이긴 한건가요?”
“리미트를 4단계에 걸쳐서 걸어놨으니 어느정도 조절은 되겠지.”
단지, 너무 열이 가해지면 이런 식으로 식혀줘야할 뿐.
냉각 시스템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어지간해서는 해결이 안되는 열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상하단부가 분리되어 열이 식혀져야만 했다.
“그럼, 다음 작전구역으로 가볼까.”
“네, 서둘러 일을 끝내는게 당신은 물론이고 제게도 좋은 일일테니까요.”
무언가 눈치를 보는 듯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이 모두 식은 건블레이드가 결합되고, 상태를 점검한 다음 새로 나타난 차원종 구역을 향해 하늘로 날아올랐으니 쿠릉, 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하얀 구름에 푸른 빛이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