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 시즌 1 에필로그. 움직이기 시작한 존재들
pixi 2020-08-17 1
“이…이럴수가…..이것은……”
신논현역의 빌딩 꼭대기, 그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칼바크 턱스는 주저앉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것은 기적이다…..저 힘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구원이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막기 위할 힘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칼바크 턱스는 검은양팀을 선택해 그들에게 시련을 내리고, 재앙을 막기 위한 힘을 건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 필요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기적, 저 힘이라면…..
“진실을 알고 거대한 재앙 앞에 인류는 한낮 하루살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한발 앞서 그 재앙을 막아서는 거대한 방패가 존재할 줄은 모르고 있었다. 어째서 나는 이토록 어리석은 것인가. 관리국이라는 조직, 아직 3명밖에 ** 못했지만 카운터라는 그 강대한 힘. 저들이 버티고 있는 한, 인류가 멸절할 일은 없으리나…..”
그렇다. 멀리서 관찰했을 뿐임에도, 그 강대한 힘을 온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정도로 그들은 강했다. 만약 전력을 꺼낸 그들이라면 앞에 마주서는 것 조차 불가능할 것 같았다. S급 차원종이든 무엇이든, 그들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하지만….저 아이만큼은 위험하다.”
칼바크 턱스의 시선이 유한성에게로 향했다. 지친 몸을 이끌며 돌아가고 있는 유한성, 오늘 전투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지만…
“위상력 없이 순수 인간의 몸으로 A급 클로저에 버금가는 강함, 그리고 모든 차원종과 위상능력자의 카운터라고 할 수 있는, 위상력을 봉인하는 그의 검. 너무나도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오늘 본,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떠올리며 말했다.
“한낮 D급 차원종에 불과했던 스케빈저를 S급 차원종으로 만들어버리는 그의 힘…..저것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만약 그의 힘이 차원종들에게 넘어간다면….그 거대한 방패가 있다 하더라도 인류는 절멸할 수 있다. 너무나도 위험하다….”
만약 저 힘이 자신이 모시는 신 애쉬와 더스트에게, 혹은 다른 고위급 차원종에게 넘어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그 자체만으로 강한 S급 차원종이 저 힘으로 한단계 더 강해진다면….
“저 아이를 지켜야 한다. 그들에게 힘이 넘어가지 않도록…내 목숨을 바쳐 저 아이를 지키리라”
신논현역 근처 한 골목, 홍시영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지켜보려 했던 그녀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봐버렸다. 그녀는 당장 트레이너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아, 트레이너씨? 왜 연락했는지는 알고 있겠죠?”
“나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소. 아직도 믿을 수가 없지만….위상력이 없는, 초인의 등장이라니. 그것도 상당히 강해보이더군”
트레이너 또한 뻐꾸기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수습요원들 뿐이라고는 해도 위상력도 없는 인간이 클로저들을 제압하다니. 그 또한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래요. 전대미문의 사건이죠. 위상력 없이 준 A급 클로저에 필적할 정도의 강함이라니…..게다가 D급 차원종이 S급 차원종이 되었다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다니. 너무 많은 걸 봐버려서 머리가 아플 정도에요”
홍시영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지만, 그런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뻐꾸기로 그것을 지켜보던 트레이너는 무뚝뚝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내게 연락한 것은, 용건이 있기 때문 아니오? 무슨 용건인지는 알 것 같다만”
“맞아요. 가능한가요?”
홍시영의 말에 트레이너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만약 저들이 보여준 저 능력이 전부라면 가능할 것이오. 하지만 저들은 민간인이요. 그것도 아마 앞으로 유니온의 주시를 받을 이들을 납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세요. 저 아이들을 손에 넣는다면…..아아, 내가 직접 저 아이들을 해부하고 연구하고 싶어 미쳐버릴 지경이에요. 만약 저 아이들의 힘을 내 손에 넣는다면 겨우 벌쳐스의 사장 따위가 아니라 이 세계를 손에 쥘 수도 있으니까!”
콰아앙!!!!
관리국의 주력함 중 하나인 ‘알파’의 갑판에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었다. 알파의 지휘실에 있던 관리자는 한숨을 쉬었다.
“찾아올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군. 이렇게 과격하게 나올 줄이야…”
가만히 있으면 함을 다 때려부수고 자신에게 찾아올 것이 뻔하니, 관리자는 몸을 일으켜 지휘실에서 나와 갑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관리자의 예상대로
“발푸르기스!!!”
“아이기스 전개!!”
콰아앙ㅡㅡㅡ!!!!!!
카운터 ‘화이트 드래곤’과 ‘나이트’가 격돌하고 있었다. 5체의 수호룡을 거느린 화이트 드래곤의 폭격을 견디지 못한 아이기스의 결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대로 막는 것만으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 나이트는 마창 미스틸테인에 위상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슬슬 중재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그쯤하게. 둘 다 무기를 거두도록”
“관리자님! 여기계시면 안됩니다! 어서 대피를!!”
“여기 있으면 안되는 건 내가 아니라 자네일세. 어서 자리를 비키시게나.”
“하지만….”
“아직 ‘전능의 영약’의 조정도 끝나지 않았는데, 아이기스와 미스틸테인만으로 화이트 드래곤을 상대할 셈인가? 아무일 없을 테니 자네는 어서 지휘실로 가 함내인원들을 지휘해주게. 나는 저자와 할 말이 있으니”
“……알겠습니다.”
나이트는 아이기스의 결계를 거둔 뒤 화이트 드래곤을 노려보고는 그대로 갑판에서 떠났다. 이제 갑판 위에 남은 것은 화이트 드래곤과 관리자 뿐이었다.
“자네도 그 수호룡들 좀 거두어 주지 않겠는가?”
“우리 아가들이 너를 물어뜯고 싶다고 난리여서 말이야. 널 죽이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다는데?”
크기만 족히 10m, 뱀의 형상에 거대한 날개를 펼친 수호룡들이 포효했다. 화이트 드래곤의 손짓만 있다면 당장 달려들어 자신의 사지를 찢어버릴 것이지만, 관리자는 한숨을 쉬며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일 뿐이었다.
“내게 할 말은….역시 카운터 제로, 유한성에 대한 처분 때문이겠지?”
“관리국 물건을 내부차원으로 유출한 레이 레펜하르트에게 아무런 징계도 주지 않는 것 까지는 넘어갈 수 있어. 하지만 유한성을 목격한 이들, 힘을 받은 그 차원종까지 포함해 내부차원의 모든 존재들에게 개입을 금지한다. 이건 대체 뭐하는 짓이지?”
화이트 드래곤은 갑판으로 내려온 뒤 관리자에게 쏘아붙이듯 물었다. 카운터 지크프리트, 힐데가 내부차원으로 향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모자라서, 갑자기 관리국 전체에 내부차원에 대한 개입을 완전금지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적어도 힘을 받은 그 차원종과 유한성은 관리국에서 보호를 하든 회수를 하든 해야 한다고! 관리국의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그 아이의 힘이 이 세계에 개입한다면…아니 벌써 개입이 일어났지. 그걸 그냥 내버려둔다면 세계 변곡률이 ** 듯이 올라갈 거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닐텐데?”
“잘 알지. 그렇기에 개입을 금지하는 것이라네”
관리자의 말에 분노한 화이트 드래곤의 위상력에 수호룡들이 잔뜩 겁을 먹으며 움츠러들었다.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위상력이 갑판을 뒤흔들고 있었지만 관리자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 이 세계는 그들과 싸울 준비가 되있지 않아. 관리국만으로는 그들을 견제할 수 있을 뿐, 그들이 작정하고 쳐들어온다면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잘 알지. 그래서 그 빌어먹을 이름없는 놈도 살려둔거고. 하지만 그게 지금 이거하고 무슨 상관인데?”
“지금 존재하는 군주급 차원종들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이대로 이 세계가 흘러간다면 멸망을 막을 수 없다네. 그렇기에 난 약간의 변화를 줘보려고 하네.”
“…..뭐?”
관리자의 말에 화이트 드래곤의 위상력이 잦아들었다.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오는 상황에 화이트 드래곤은 관리자의 멱살을 쥐며 물었다.
“설마…..벌써 그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아직은, 하지만 곧일세. 자네에게 막심한 피해를 입고 물러났던 ‘세피라’도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고, ‘세계의 어머니’도 병력을 모으고 있어. 그렇기에 이 세계는 변화해야 한다네. 어떤 방향으로든 말이야”
“후우….”
화이트 드래곤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분출되는 위상력을 거둔 뒤 관리자의 멱살을 놓았다. 만약 관리자의 말이 맞다면, 이 세계가 아무런 변화도 없이 흘러갔다가는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니까.
“걱정말게. 멸망해버린 자네의 세계와는 다르게, 지금의 우리는 어느정도 준비가 되어있어. 자네를 포함해서 우리 관리국의 총전력이라면 그들 중 하나 정도는 막을 수 있을걸세”
“아니, 그들 중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연이어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할거야. 이건 일종의 땅따먹기 게임이니까.”
화이트 드래곤은 한숨을 쉰 뒤 수호룡들을 거두었다. 박살나버린 갑판을 뒤로 한 채 화이트 드래곤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내가 관리국의 명령을 받을 몸은 아니라는 거 알잖아? 세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당신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어”
“난 자네를 막을 힘이 없다네. 마음대로 하게나”
멀어지는 화이트 드래곤을 본 관리자는 다시 지휘실로 돌아왔다. 지휘실에서는 카운터 나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관리자님. 이제 어떻하실 생각이십니까?”
“함 알파는 지금부터 군주급 차원종 달로스와 접선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전 세계의 그와 비슷하다면 군주급 차원종 중에 가장 말이 통하는 상대일 테니 말이야”
관리자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화이트 드래곤에게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들이 벌써 몸을 움직인 다는 것은 그에게도 골치아픈 일이었다. 그동안은 세계변곡률을 낮추기 위해 분쟁을 조절할 뿐 최대한 개입을 금지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