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 시즌 1 완결. 차원종과 함께 집으로

pixi 2020-08-14 3

한성군, 정신이 드나요?”

 

파이누나..?”

 

분명 내 기억은 파이누나가 힐데를 막아서기 위해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 까지였는데, 어느새 힐데는 온데간데 사라졌고 파이 누나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싸움이 커질 것 같아서 잠시 한성의 시간을 멈춰놨었습니다. 물론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고 힐데도 물러났으니 안심하세요.”

 

그렇구나….고마워 누나

 

아닙니다. 아마 힐데도 당신을 해칠 생각은 없었을 거에요. 아마 힐데의 목표는 저 아이였겠죠. 그리고 저 또한….”

 

파이 누나가 내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힐데처럼 무조건 죽이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죽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 망설일 생각도 없어요. 그러니까 잘 대답해야 할 겁니다. 저 아이에게 왜 클리포트 인자를 넘겼는지…”

 

파이 누나는 진심이었다. 지금 정신을 차린 것은 나 뿐이었고, 프레이의 시간은 여전히 멈춰있었다. 게다가 힐데와는 다르게 파이 누나라면, 저항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프레이에게 인자를 넘기느라 휴면상태에 들어간 클리포트 인자를 각성시킬 수도 없었고, 그대로 시간이 멈춰진 채 프레이가 죽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다.

 

나는…..”

 

잘못 대답했다가는 프레이가 죽는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대체 뭐라고 말해야 파이 누나를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민하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을 솔직하지 못한 것을 제일 싫어하는 파이 누나가 안다면 대답을 듣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잘 모르겠어

 

?”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잘 모르겠다고. 대체 왜 이 위험한 힘을 프레이에게 주었던 걸까? 분명 검은양 팀을 막고, 검은 붕대의 남자를 견제하고, 말렉을 구출하는 것 이 3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날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프레이를 믿고 이 힘을 넘긴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당신을 지켜보면서, 당신이 이 아이에게 힘을 건냈어야 했을 이유는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힘이 부족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으니까요. 애초에 한성 당신은…….오늘 당신의 힘의 30%도 사용하지 않았잖아요?”

 

파이 누나의 말이 맞았다. 만약 내가 전력을 다했다면, 클리포트 인자를 각성시키고 검의 출력을 100%까지 끌어올리고 제 1식이 아니라 제 3식까지 기술을 사용했다면, 프레이가 S급 차원종으로 각성했던 상황까지 포함해서 모든 상황을 나 혼자 간단하게 종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검은양팀을 상대할 때도 잠깐 검의 출력을 10%로 활성화 시켰을 뿐 거의 비활성화 상태로 상대했으며, 애초에 클리포트 인자를 각성시키면 될 것을 프레이에게 넘기면서 휴면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나도 모르겠어. 왜 프레이에게 힘을 넘겼던 것인지…..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그건 제가 원하는 대답이 아닙니다만

 

알아. 왜 프레이에게 힘을 넘겼는지, 클리포트 인자라는 힘을 왜 한낮 D급 차원종에게 줄 필요가 있었는지는 나도 설명 못해. 나도 모르니까. 누나 말처럼 내가 전력을 다 했다면 프레이에게 힘을 줄 필요도 없이 나 혼자 다 해결할 수 있었어. 나도 그걸 알고 있었으면서 프레이에게 힘을 넘겨줬어. 하지만 난 그걸 후회하지는 않아. 난 프레이를 믿으니까. 프레이라면 이 위험한 힘이라고 해도 옮바르게 쓸 수 있을거라고 믿으니까.”

 

대체 뭣 때문에….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 아이를 믿고 그 위험한 힘을 넘긴거죠? 그 힘이 그렇게 가벼운 힘이 아니라는 것을 알텐데!”

 

내 말에 파이 누나는 검을 더욱 내 목을 향해 들이밀었다. 날 바라보는 누나의 시선이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카운터로써 싸울 때도, 여기서 처음 프레이를 만났을 때도 목숨을 걸면서까지 싸워본 적은 없어. 항상 이길 수 있는 싸움인지, 이길 수 없는 싸움인지 판단하고 싸웠지. 프레이를 구할 때도, 말렉을 구하려 할 때도 그랬어. 그냥 구할 수 있으니까 구하는 거지,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생각은 1번도 해본 적 없어.”

 

남을 위해 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은 단 1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구할 수 있었기에 구했고, 싸울만 했기에 싸웠다.

 

하지만 프레이는 겨우 D급 차원종인 스케빈저야. 인간을 보고도 덤벼들기는커녕 무서워서 기절해버리는, 그런 차원종. 그런 주제에 날 위해 목숨을 걸었어. 아니, 죽으려고 했어. 사실 나에게는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고, 프레이가 뭘 하든 내게는 조금도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프레이는 그 약한 몸으로 날 구해주겠답시고 죽을 게 뻔한 상대에게 뛰어들었다고. 그날 처음 본 날 위해서 말이야

 

어쩌면 나는 힘을 주기를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상황을 따져가면 싸우는 나와는 달리 목숨을 걸고 날 지키려고 했던 프레이에게 그 마음에 걸맞는 힘을 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힘을 준거야. 이 위험한 힘이라 해도 옮바르게 써줄거라고 믿었으니까. 겁나 약한 D급 차원종인 겁쟁이 스케빈저 주제에 고통받는 다른 차원종들을 위해 싸우려고 하고, 목숨을 내던져서 날 구하려고 했던 프레이를 믿으니까!”

 

“…..괴변이군요.”

 

내 진심이 담긴 말에, 파이 누나는 괴변일 뿐이라고 답했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오면서, 믿었던 이한테 뒷통수를 맞는 상황을 한두번 격어본 것이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변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요. 그렇기에 전, 그저 믿을 수 있다는 말로는 넘어가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마왕으로써 각성 직전까지 갔다가 당신을 위해 그 문턱에서 돌아온 이 소녀라면, 지금 당장 손을 써야할 필요는 없겠죠.”

 

파이 누나가 프레이에게 멈췄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했다. 마치 죽은 것처럼 꼼짝않고 누워있던 프레이가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프레이!!”

 

우읍우읍! 숨 막힌다 한성!”

 

깨어난 프레이를 보자 기쁜 마음에 와락 껴안고 말았다. 프레이는 숨이 막힌다며 켁켁거리더니 파이 누나를 보고 다시 얼어붙었다.

 

….한성, 이 사람도 위험하다……”

 

걱정마세요. 당신을 해칠 생각은 없으니

 

파이 누나는 웃으며 프레이의 앞에 앉았다. 그러자 프레이도 조금은 경계를 풀었는지 꽉 잡고 있던 내 옷자락을 놓으며 파이와 눈을 맞췄다.

 

생각보다 더 맑은 눈을 가진 아이로군요.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 한성이 무슨 말 했냐아?”

 

프레이의 말에 파이누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너무 귀엽다고 말하더군요.”

흐냐아악!!”

 

누나!!”

 

나하고 프레이 둘 다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고는 파이 누나는 싱긋 웃더니 몸을 일으켰다.

 

당신이 믿고 있는 이 아이는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한성, 당신이 옆에서 이 아이가 엇나가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파이 누나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아마 시간을 잠시 멈춘 뒤 그대로 외부차원으로 돌아간 것이겠지.

 

그 여자, 사라졌다!”

 

그것보다, 우리 아직 할 일이 남았잖아. 그렇지?”

 

나는 두리번거리는 프레이를 대리고 도로 한복판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는 말렉이 쌕쌕거리며 잠들어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강제 폭주로 그렇게 날뛰었으니, 잠이 올만도 했다.

 

말렉…..말렉!!!”

 

-쿠우!!! ….여긴, 난 죽은거야?-

 

죽기는, 네 폭주장치를 프레이가 부쉈어. 고마워 하라고

 

내 말에 말렉이 프레이를 보더니,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이 인간이….그 스케빈저냐??-

 

그렇다. 왜 그러냐?”

 

-차원종이 인간이 됬다아…-

 

말렉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인 채 프레이에게 엎드렸다.

 

에에? 왜 그러냐아??”

 

-….조금 기억난다. 내가 폭주해서…..스케빈저들 죽였다. 네 동포들 죽였다……미안하다.-

 

폭주했을 때의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있던 말렉은, 자신들이 프레이의 동족을 학살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프레이에게 엎드린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레이는 그런 말렉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네가 원해서 폭주한 것이 아니니까…..그리고 그렇게 치자면 나도 잘못한 것이 있다.”

 

-쿠우?-

 

나도 동족을 잃어서…..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래서 너를 상처입히고, 한성도 상처입혔다. 하지만 한성이 날 포기하지 않아줘서 돌아올 수 있었고, 너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둘 다 한성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프레이의 말에 말렉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겸연쩍어서 머리를 긁적이며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쿠우우….궁금하다. 시간의 광장에서부터 계속 궁금했다.-

 

말렉이 눈을 끔뻑이며 내게 물었다.

 

-넌 인간인데….어째서 차원종인 나를 도와주는거냐?-

 

“…….넌 내가 미워?”

 

-쿠우?-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자 말렉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싫어? 날 죽이고 싶거나, 증오하거나 그래?”

 

-쿠우우! 안 그런다! 넌 생명의 은인이다!-

 

그러면….내가 널 구해주기 전에는, 그랬어?‘

 

내 질문에, 말렉은 잠시 고민하더니…….답했다.

 

-쿠우우….아니다.-

 

? 난 인간인데?”

 

-….나한테 아무것도 않했다. 그런데 왜 내가 널 증오하고, 미워해야 하나?-

 

말렉의 말에 나는 싱긋 웃었다. 말렉의 순수한 말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답했다.

 

맞아. 우리는 싸운 적도,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은 적도 없어. 그렇기에 서로 차원종이라는 이유로, 인간이라는 이유로 증오하고 싸워야 할 필요도 없는거야. 우리는 둘 다 그저 하나의 생명일 뿐이니까

 

하나의 생명일 뿐이니까. 그저 차원종과 인간이라는 이유로 서로 문답무용으로 죽이고 죽여야 할 필요는 없었다. 말렉은 내게 있어 인류의 적 차원종이 아닌, 그저 하나의 생명인 차원종이었고, 하나의 생명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없었을 뿐이다.

 

만약 너가 전사 차원종이었다면, 난 망설임 없이 널 베었을 거야. 전사로써 내부차원에 온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되찾아야 할 것이 있기에 싸우는 거니까. 클로저들도 마찬가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싸우는 거니까 난 전사 차원종과 클로저들의 싸움에는 개입하지 않아. 하지만 그 상대가 민간인이라면, 너처럼 전사가 아닌 차원종이라면, 난 언제나 개입해서 차원종과 인간 모두 지킬거야. 난 그러기로 결심했으니까

 

싸우기 위해 각오한 자들이 아닌, 그저 강제로 끌려와서, 혹은 어쩔 수 없이 휘말려서 죽어야 한다는 것은 볼 수 없었다. 그것을 보고싶지 않아 카운터의 자리에서 도망쳤었는데, 이곳에 와서 또 그것을 봐**다면, 차라리 이 두손으로 막으리라 결심했다.

 

-쿠우우…..넌 멋진 인간이다. 차원종이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써 감사를 표한다.-

 

별 말씀을, 슬슬 가봐야 할 시간이야. 클로저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떠나라고

 

나는 말렉의 근처에 있었던 칼바크 턱스의 가방을 들어올렸다. 다행히 처음에 싸우기 전에 미리 가방 하나를 숨겨놨던 탓에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우우웅!!!

 

칼바크의 가방을 작동시키자 차원문이 열렸다. 차원문 속으로 들어간 말렉은 이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됬다. 그리고…..

 

프레이, 넌 어떻게 하고 싶어?”

?”

 

혹시 너가 있던 곳으로…..돌아가고 싶어?”

 

프레이는 원래 차원종이다. 원래 있었던 곳이 있었을 것이고, 그곳에서 잘 살다가 이쪽으로 강제로 끌려온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프레이가 다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싫다! 난 한성이랑 있을거다!”

 

프레이가 내게 안기며 말했다.

 

진짜로? 안 돌아가도 돼?”

이 몸으로 어떻게 돌아가냐? 그리고 난 한성이 좋다! 한성이랑 있고 싶다!”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프레이가 가버리면 어떻게하나…..했었는데, 내 곁에 있어준다고 해서 고마웠다. 나도 프레이를 꼭 안으며 말했다.

 

그래, 돌아가자….우리의 집으로

 

환하게 웃는 프레이의 손을 잡으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 나 혼자만이 아닌, 차원종 프레이와 함께






이렇게 시즌 1이 완결이 되었습니다. 아마 3일 뒤에 시즌1 에필로그 1화가 나온 뒤 9월 초에나 다시 쓰게 되지 않을 까 싶네요.

카운터라는 장편소설은 검은양팀의 스토리를 따라가되 저만의 세계관을 끼얹어 각색한 소설이니만큼 시즌 또한 검은양팀이 밟았던 스토리의 지역들을 따라 구성하려고 합니다. 즉 시즌1이 강남 CGV의 내용이었다면, 시즌 2는 구로역의 내용이겠군요. 이때부터 인게임 스토리에서 군단장급 차원종인 애쉬와 더스트가 등장하는 만큼, 카운터 소설에서도 본격적으로 관리국의 정체 및 아직 등장하지 않은 카운터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사실 시즌1은 프롤로그고, 시즌 2부터 본편 시작이라고 봐주셔도 될 것 같네요 ㅎㅎ.


이때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많은 관심부탁드리며 글 마치겠습니다.

2024-10-24 23:35:4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