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14화. 격돌, 시간의 마녀 파이 윈체스터VS지크프리트 힐데
pixi 2020-08-10 2
“시간의 마녀….네가 대체 왜 이곳에 있는거지? 네 녀석은 지금 자리를 비웠다고 들었는데?”
“자리를 비웠다는 건 맞습니다. 휴가 중이었으니까요. 그저 옛추억을 쫒아 이곳에 들렸다가 우연히 마주쳤을 뿐입니다.”
파이 윈체스터는 프레이에게서 뽑아낸 두 검을 힐데에게 던졌다. 힐데는 그 검을 받아들며 곧바로 파이에게 겨누었다.
“하, 우연히라…..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모처럼의 휴가여서 보고싶은 얼굴이 있어 들린 것 뿐이라니까요. 저처럼 오래살다보면 소중한 이들의 얼굴도 까먹게 되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찰칵.
“당신에게 굳이 자세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필요성은 못 느껴서요. 그냥 말이 된다고 해 주시죠”
“빌어먹을…..”
시간을 멈춰, 힐데의 등 뒤에 나타난 파이 윈체스터는 힐데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힐데는 곧바로 대응하려고 했지만, 이미 바닥에서 솟아난 얼음기둥에 의해 두 손이 구속되어 있는 상태였다.
“내가 이까짓 얼음을 못 부술 것 같나?”
콰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힐데의 양손을 구속하고 있던 얼음기둥이 박살났다. 파이는 한숨을 쉬며 다시 시간을 멈추려고 했지만
“클리포트 인자, 개방!!”
투카앙!!!!
힐데가 클리포트 인자를 개방하면서, 파이가 멈춘 시간의 결계가 유리창처럼 깨져버렸다. 힘을 개방한 채 다가오는 힐데를 보며 파이 윈체스터도 검을 들어올렸다.
“정말 이러실 생각입니까?”
“너야말로 참견하지 말라고. 이건 내 일이니까!!”
콰아앙!!!
힐데의 이검과 파이의 사검이 맞부딫혔다. 클리포트 인자를 개방한 힐데에게 더 이상 시간정지는 통하지 않았고, 순수한 힘의 대결이라면 S급인 파이가 SS급인 힐데를 넘어설 수 없었다.
카아앙!!!!
“크으윽….”
주고받는 검격속에서 파이는 천천히 힐데에게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힐데가 휘두른 검에 뒤로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힐데는 밀려난 파이를 바라보며 검을 겨누며 말했다.
“너랑 싸울 마음은 없으니까 거기서 구경이나 하라고. 이건 내 일이야”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서요. 구경만 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니면 적당히 할 생각을 버리던가, 그렇게 대충 하면서 날 이길 수 있다 생각하는건가?”
“안 그래도 슬슬 재대로 해보려던 참이었습니다!”
더 이상 시간정지가 통하지 않자, 파이는 자기자신에게 시간가속을 걸었다. 모든 행동이 본래 걸려야 할 시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간가속, 뛰어서 5분이 걸리는 거리를 1분만에, 검을 휘두는데 걸리는 시간을 1초에서 1초도 안되는 시간으로 가속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다.
투카앙!!!!!!!!!!!!!
밀려났던 파이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힐데에게 검을 휘둘렀다. 힐데는 곧바로 검으로 파이의 공격을 막은 뒤 반격했지만, 이미 파이는 시야에서 사라져있었다.
카앙!! 카앙!!! 카아앙!!!
“크으윽…”
등 뒤에서의 공격을 막아내면 다시 옆에서 공격이 들어오고, 그 공격을 막아내면 또다시 반대편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전부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공격해오는 파이에게 힐데는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었다.
투카앙!!
“후우….역시 NO.2인가? 그 능력은 정말 치트키라니까…”
“이 능력덕분에 위상력도 높지 않은 제가 NO.2의 자리에 위치할 수 있는 거니까요.”
파이의 연속되는 공격에 결국 자세가 무너진 힐데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지금의 상태에서는 파이를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클리포트 인자를 보유한 적대개체를 확인, 카운터 지크프리트의 권한으로 테크레벨 5를 요청한다.”
[내부차원에서 클리포트 인자를 지닌 S급 차원종이 기록되었다. 카운터 지크프리트의 요청을 수락한다.]
기계음성과 함께 차원문이 열리며 테크레벨 5, 레긴과 파프니르가 강하하였다. 장비는 강하하자마자 힐데의 앞에 떨어짐과 동시에, 두 쌍의 기계날개를 펼치며 힐데에게 장착되었다. 그리고….
[제 1 운명구속구 그람…..해제]
“설마 당신….!!”
[제 2 숙명구속구 발뭉…..해제]
“설마 지금 진심으로….저와 싸우겠다는 생각이신가요?”
“그러니까 말했잖아. 참견하지 말라고”
[클리포트 타입: 지크프리트. 활성화]
투콰앙ㅡㅡㅡ!!!
힐데의 모든 봉인이 풀리며, 카운터 지크프리트로써의 모습을 드러냈다. 두쌍의 날개에 달린 양자부스터가 굉음을 뿜어내며 힐데는 순식간에 파이에게 날아들었다. 시간가속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파이는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했고, 가까스로 검을 들어올렸지만 구속이 해제된 그람과 발뭉 두 검과 정면으로 맞부딫힌 파이는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튕겨져 날아갔다.
“일어나지 마. 이 이상 하면 다치니까”
힐데는 쓰러져있는 파이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파이는 쓰러진 몸을 일으켜세우며 다시 힐데의 앞에 마주섰다.
“죄송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서요. 마왕으로써의 유혹을 극복하고 돌아온 아이를 가능성만으로 제거하려는 당신을 그냥 구경만 할 순 없습니다.”
만약 그녀도 전력으로 싸운다면, 두 카운터가 전력으로 맞부딫힌다면 도시 하나쯤은 우습게 소멸시킬 정도의 전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힐데는 먼저 전력을 개방해, 기선제압을 한 것이었다. 날 막으려면 그정도의 각오는 하라고….그리고
“얼음의 사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설마 진짜로 싸우려는 건가? 이 도시에서?-
파이의 말에 얼음의 사검은 응답했다. 클로저시절 들고있던 사검과는 달리, 카운터 파이 윈체스터의 손에 들린 얼음의 사검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S급 차원종에 필적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힘을 도시에서 사용한다니, 얼음의 사검은 파이에게 다시 한 번 물었지만 파이는 확고했다.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얕보이고는 살 수 없어서요. 제 능력은 이 일대의 시간을 고정하는 데 사용해야 하니,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마음껏 날뛰시죠”
-네 뜻이 그렇다면…..어울려주도록 하지!-
콰아앙ㅡㅡㅡ!!!!
굉음과 함께 주변 일대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몸의 군데군데에 서리가 얼은, 짙은 흑발이었던 머릿결이 눈처럼 하얀 백발로 변한 파이 윈체스터였다.
“너 역시 물러날 생각은 없다는 건가…”
“걱정마시죠. 이 일대의 시간은 고정시켜놨습니다. 여기서 무슨 짓을 하든 강남은 제가 고정시킨 시간대로 돌아갈 테니 걱정 마시고 덤비시죠”
파이는 사검의 능력을 이용해 거대한 얼음의 검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족히 10M는 될듯한 거대한 사검은 공중에 뜬 채 수많은 작은 얼음의 칼날들을 내뿜고 있었고, 얼음의 칼날로 두쌍의 날개를 만들어낸 파이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힐데 또한 양자 부스터에서 굉음이 일며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그렇게 두 카운터는 공중에서 힘을 끌어올리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둘 중 하나가 행동을 개시하는 순간, 그대로 카운터간의 목숨을 건 전쟁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먼저 행동하지 않고 서로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렇게 적막만이 흐르던 분위기를 깬 것은 힐데였다.
“…..됐다.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힐데는 혀를 차며 레긴과 파프니르를 거두어들였다. 양자부스터의 굉음이 멎으며 힐데는 땅으로 내려왔고, 파이 또한 미소를 지으며 얼음의 칼날을 거두었다.
“잘 생각하셨어요. 저희 둘이 부딫힌다면 단순히 시말서로 끝나진 않으니까요”
“다음은 없어, 만약 저 소녀가 조금이라도 마왕으로 각성할 낌새를 보인다면, 그때는 너라고 해도 넘어가지 않을거다”
“만약 이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제가 당신을 막아서는 일은 없으리라고 장담하죠”
파이의 말을 들은 힐데는 테크레벨 5를 거두어들여 차원문으로 내보낸 뒤, 본래의 복장으로 돌아왔다.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인 힐데는 유한성과 프레이를 한 번 힐끔 보고는, 그대로 걸어가더니 곧 모습이 보이지 않게됬다.
-저녀석…..쫄은 건가?-
“철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만약 거기서 그대로 맞붙었다면, 아무리 저라고 해도 아무런 피해 없이 승부를 내진 못했을 겁니다. 아마도 관리국은 동시에 두 카운터를 잃었겠죠….지금은 한번 참아준 힐데에게 고마워해야 되는 겁니다.”
파이는 얼음의 사검에게 핀잔을 주며 한숨을 쉬었다. 개방했던 사검의 힘을 거두어들이자 다시 본래 흑발의 모습으로 돌아온 파이는 멈춰있는 유한성과 프레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싸움이 커질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주변 일대의 시간을 고정시킴과 동시에 유한성과 프레이의 시간 또한 멈춰놨던 것이었다.
“한성….대체 이 아이가 뭐라고 그 위험한 힘을 건네준 건가요….”
파이는 멈춰있는 한성과 프레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클리포트 인자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잘 몰랐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게 해주며 자신의 시간조작능력에까지 간섭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힘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유한성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힘을 건넸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 위험한 힘을 한낮 D급 차원종에게 주다니….파이는 유한성과 프레이의 시간을 풀어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