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13화. 두 카운터의 만남.
pixi 2020-08-09 2
“그만둬!! 클리포트의 마왕은 카운터 ‘화이트 드래곤’이 전부 토벌했잖아! 더 이상 클리포트 인자 때문에 깨어나게 될 마왕은 없다고!”
“네 말대로 클리포트의 마왕들은 전부 토벌됬지. 그 대가로 내가 관리국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고….하지만 이 꼬맹이가 클리포트 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마왕으로 변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텐데?”
“그건….”
힐데의 말이 맞았다. 실제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프레이가 이성을 잃으면서 S급 차원종…..클리포트의 마왕으로 각성하기 직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하지만 그 아이는 이겨냈다고!! 절망 속에서도 내 목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와줬다고!!”
프레이는 돌아왔다. 클리포트 인자를 넘겨주면서도 프레이는 마왕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고, 프레이가 잠시 정신을 잃고 마왕으로 각성하기 직전까지 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시 돌아왔다. 끝까지 프레이를 포기하지 않은 나를 위해 프레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돌아와줬다. 그런데……이제 와서 다시 프레이를 잃어야 한다고?
“그러니까…..프레이는 절대로 넘겨줄 수 없어!”
나는 검을 쥐고 몸을 일으켰다. 다리를 절며 다가가는 나를 보며 힐데가 코웃음을 쳤다.
“어처구니가 없군, 겨우 이 녀석을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거냐?”
“목숨은 아까 전부터 계속 걸어왔어. 겨우 지켜냈는데, 이제와서 포기할 순 없어”
“크큭. 좋은 핑계거리 하나 생겼군. 안 그래도 눈엣가시였던 널 처리할 수 있는 핑계 말이다.”
힐데는 밟고 있던 프레이를 놓아준 뒤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자세를 다 잡았지만
콰앙!!!!
“크아악!!!”
“미안하지만 적당히 놀아줄 생각은 없어서 말이야.”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힐데에게 붙잡혀 그대로 바닥에 내리꽃혔다. 입에서 피맛이 나며 초점이 흔들렸다.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카운터 제로로써 전력을 다 한다고 해도, 카운터 NO.4인 지크프리트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물론 그녀도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만신창이인 나와 그녀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한성을 괴롭히지 마!!!!!!”
바로 그때, 프레이가 위상검을 휘두르며 힐데에게 달려들었다. 등 뒤에서 달려든 기습이었지만, 힐데는 여유롭게 날 붙잡은 채로 나머지 한 손으로 그녀의 검, 그람을 꺼내들어 프레이의 공격을 막아냈다.
“으아아!!!!”
카가가각!!!!!!!!
프레이가 위상력을 끌어올리며 힘을 가하자 두 검 사이에서 불꽃이 튀기며 점점 힐데가 밀리기 시작했다. 힐데가 차츰 밀리고 있다는 걸 안 프레이는 계속해서 위상력을 끌어올리며 힘을 집중시켰고, 그렇게 힐데를 밀어내는가 싶었지만
캉!!
“….!!!”
어느새 날 붙잡고 있던 손을 푼 뒤 그녀의 또다른 검, 발뭉을 꺼내들어 프레이의 위상검을 쳐 날려버렸다. 프레이의 손에서 벗어난 위상검은 빛을 잃으며 사라졌고, 당황한 프레이를 걷어차 벽으로 날려버린 힐데는 그대로 두 검을 던져 프레이의 양 손에 꽃아넣었다.
“꺄아아악!!!!!!!!!!!”
“프레이!!!!!!!!!!”
“꽤나 번거롭게 하는 녀석이지만, 결국 끝이군. 너나, 저 녀석이나 말이다.”
프레이는 양손에 꽃힌 검이 그대로 벽에 깊게 박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이미 프레이의 발에 명치를 짓밟혀 숨도 재대로 못 쉬고 있는 상황, 이제 진짜로….끝인가?
“저 아이가 네 목소리를 듣고 돌아왔다고 했나? 그렇다면 궁금하군. 너의 숨통을 끊는다면, 저 아이가 다시 마왕으로 되돌아갈지 아닐지 말이야”
“크으으윽….”
절규하며 소리치는 프레이를 뒤로 하며 힐데가 날 밟고 있던 발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발이 향하고 있는 것은 내 목…….
“그만둬!!!! 한성 안돼!!!!!!!!!!”
“끝이다”
힐데의 말이 내 목을 짓밟고, 그렇게 죽는가 싶었다. 바로 그때
찰칵.
“……응??”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프레이의 옆에 기대어 있었다. 프레이도 양손에 꽃혀있던 검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내게 기댄 채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적당히 하시죠. 아무리 클리포트 인자와 관련된 문제라고 해도, 같은 카운터를 살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모습의 여성이 서 있었다. 검은 단발머리, 단정하게 차려입은 정장, 그리고 무엇보다 청안과 홍안의 오드아이는…..
“시간의 마녀…..파이 윈체스터 누나???”
“오랜만입니다. 한성군. 만나서 반갑지만,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힐데의 앞을 막아선 것은, 카운터명 시간의 마녀, 파이 윈체스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