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10화. 말렉구출작전(3). 검은양VS유한성 그 두번째
pixi 2020-08-01 2
“궁니르!!!!!!”
“유성검!!!!”
미스틸테인과 세하의 결전기가 동시에 날아들었지만, 별로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17년 가까이 굳어있던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면서 내 움직임은 더욱 더 빨리지고 있었다. 나는 살짝 몸을 틀어 이세하의 유성검을 피한 뒤 미스틸테인의 궁니르를 검으로 쳐냈다.
“이렇게 쉽게???”
“말도 안돼!”
기껏해야 수습클로저들, 전투경험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공격의 궤도가 훤히 보이는 데 맞을 이유도, 막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카아앙!!!
“아저씨는….좀 골치 아프네요!”
허를 찌르듯 날아든 제이의 주먹을 간신히 검집으로 막아낸 나는 소리쳤다. 다른 수습 클로저들과는 달리, 은퇴한 몸이라 해도 엄연히 베테랑 클로져였던 제이. 그 움직임은 확연히 달랐다. 내가 공격을 막고 피하는 동안 생기는 절묘한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해오고 있었다. 다른 검은양 팀 전원을 상대하는 것 보다 저 아저씨를 상대하는 것이 더 성가셔…!
“너야 말로…..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전투센스, 정말 정체가 궁금하군”
“죄송하지만, 못 알려드리겠네요. 나름 사정이 있어서!”
카아앙!!!
말하는 사이 이세하와 서유리의 검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말하는 사이에 공격하기 있기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초에 1대 5의 싸움에서 정정당당을 따질 수는 없겠지…. 나는 서유리와 이세하의 검을 쳐냈지만, 다시한번 그 틈을 절묘하게 찔러오는 제이의 공격을 막느라 자세가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지금이야!!!”
투카앙!!!!!!!
이슬비의 결전기-레일 캐논이 날아들었다. 어쩐지 전투에 참여하지를 않더니, 이 틈을 노리고 있던건가…..?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미 레일 캐논은 내 눈앞에 도달해있었다. 저걸 직격으로 맞는다면……
“**…..출력 10% 개방!”
[출력 10%. 브레이커 타입 레플리카. 개방]
평범한 한손검의 모양이었던 내 검에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출력 10%,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하아압!!!!”
파창!!!!!!!!!!
개방된 검을 휘두르자, 검에 닿은 레일 캐논이 마치 유리가 깨지듯 산산조각나면서 흩어졌다.
“뭐……?”
“대체…..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막혔다던가 그런 개념이 아니라, 정말로 산산조각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전기를 쓴 이슬비도, 다른 검은양 클로저들도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직 제이만을 제외하고…
“역시….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 예상이 맞았던건가…”
제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만약 그의 생각이 맞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제이 아저씨! 아저씨가 말한대로 위상스캔을 해봤는데…..이거 아무래도 고장난 것 맞죠???”
때마침 검은양팀의 통신기로 송은이 경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떨리는 듯한 송은이 경정의 목소리, 언제나 기운찬 목소리로 말했던 그녀였지만, 지금만큼은 마치 겁먹은 것처럼 목소리가 떨려왔다.
“누나! 저 녀석의 위상등급이 대체 어떻길래 그래요? 누나!”
방금 전 이슬비의 결전기를 산산조각 내버린 유한성의 모습에, 분명 터무니없이 강한 위상등급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검은양팀 클로저들은 긴장한 채 귀를 귀울였다. 하지만 송은이 경정의 목소리가 떨리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저 녀석…..위상력이 전혀 스캔이 안돼…”
“네???”
“그니까, 저 녀석은 위상능력자가 아니라고!!!!!!”
혼자서 수습 클로저라고 해도, 5명의 클로저들을 혼자 상대하고 있으며, 아무리 못해도 A급 클로저는 되보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 눈앞의 남자가 위상능력자가 아니다….?
“누나….기계가 고장난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기계는 정상이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요! 위상능력자도 아닌데 어떻게…”
“그만해라 세하야.”
제이는 흥분한 세하를 진정시킨 뒤, 유한성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유한성도 들어올렸던 검을 잠시 거뒀다.
“이거는 A급 차원종의 출현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겠군….”
제이는 차분히 숨을 고른 뒤, 유한성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힘은……순수한 신체능력인거냐?”
“설마 위상스캔까지 해서 조사할 줄은 몰랐는데…..아저씨 말이 맞아. 난 위상능력자가 아니야”
유한성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자신은 위상능력자가 아니라고.
“거짓말하지마! 위상능력자가 아니라면 위상공격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맞아. 그래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얻어 터지기만 했잖아”
이세하의 말에 유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간의 광장에서의 첫 전투에서는, 그저 클로저들의 모든 공격을 정면으로 맞으면서 버틸 수 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달라, 비록 내 진짜 검은 아니지만, 이 검은 위상능력자들의 카운터거든..”
푸른 빛을 발하고 있는 유한성의 검. 그 검의 이름은..
“이 검의 이름은 브레이커, 능력은 검에 닿는 모든 ‘이능’의 힘을 무시 및 파괴한다. 위상력도 예외는 아니야”
“그렇다면 그 검을 쓴다면 위상능력도….”
“맞아. 그래서 말했잖아. 위상능력자가 아니라고. 다만….”
유한성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평범한 인간도 아니지”
“이거….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일의 스케일이 커지는 군…”
A급 차원종의 출현보다 훨씬 더 큰, 위상능력자에 준 하는 초인의 등장에 제이는 몸을 긴장시켰다. 이 일이 단순히 A급 차원종의 출현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새로운 초인이라니…..
“리더, 먼저가. 난 이 녀석의 정체를 밝혀야겠어”
제이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자젤과의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울프팩팀의 리더인 서지수를 포함해 대다수가 감시를 당하거나 아예 사라져버렸다. 자신은 그 전투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무언가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감시를 당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만약 이 녀석이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리더”
제이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이슬비는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 아저씨가 이렇게까지 진지해진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몸을 경직시킨 채 살기를 내뿜고 있는 제이 아저씨의 모습은, 진자하다 못해 무섭다고 느껴졌다.
“미안하지만, 보낼 수 없다고 말했을텐데?”
“지금부터는 적당히 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거다. 나도 적당히 할 생각은 없으니까”
제이는 살기를 내뿜으며 유한성에게 다가갔다. 명백히 죽이겠다는 의지를 내뿜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세하를 비롯한 모두가 겁을 먹으며 뒷걸음질 쳤지만, 유한성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제이를 향해 검을 들어올렸다.
“그쪽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적당히 할 생각은 없어. 목숨을 건 춤을….시작해보자고”
맞부딫히는 살기에 제이와 유한성을 제외한 모두는 다가갈 수도 없었다. 세하, 슬비, 유리, 미스틸테인, 모두 아직 어린 아이였다. 차원종이면 몰라도,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착하게만 보였던 제이는 명백히 유한성을 죽일 기세로 위상력을 끌어올리고 있었고, 유한성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로 검을 검집에 넣은 뒤 자세를 다잡았다.
쿠웅!!!!
“제 1식”
먼저 몸을 움직인 것은 제이였다. 순식간에 유한성의 코앞까지 뛰어들어 주먹을 휘둘렀지만, 유한성은 이미 몸을 굽힌 채 발도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유한성은 제이의 품안으로 파고드며 검을 빼들었다.
제 1식-일점
죽는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의 눈에서 망설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 곧장 검을 빼들며, 자신의 몸은 두동강 날것이라고 제이는 생각했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맞부딫힌 일격, 자신의 일격은 실패했고, 그의 일격은 성공했다. 그뿐이었다.
완벽하게 제이의 품안에 파고든 유한성의 검집에서 빼든 검을 휘두르기 직전,
-키아아아아악!!!!!!!!!!!!!!!!!!!!!!!!!!!!!!!-
“뭐….뭐야!!”
갑자기 들려오는 괴성, 말렉의 포효소리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훨씬 더 끔직한…..괴물의 목소리.
제이를 향해 쇄도하던 칼날이 멈췄다. 유한성은 곧장 검집에 검을 꽃아넣은 채 거리를 벌렸다. 영문을 모를 상황에, 김유정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다들 들리니??? 다들 대답해!!”
“유정언니???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이 괴성은??”
“현 시간부로 말렉 토벌 작전을 종료야. 지시 지점까지 철수해!”
“그게 무슨소리에요? 말렉 토벌 작전이 종료라니…..아직 저희는 할 수 있어요!”
김유정의 말에 이슬비가 그럴 순 없다며 소리쳤다. 갑자기 철수라니, 말렉을 토벌하지 못하면 이 도시는…..!
“신논현역에 신종 차원종 출몰, 위상등급은…..S급이야!”
“예??? S급 차원종이요?????”
“A급 차원종인 말렉이 있는 장소에서, 방금 전 갑자기 S급 차원종에 해당하는 위상력이 측정되었어. 차원문은 열리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작전은 취소야! 당장 후퇴해!!”
S급 차원종의 출몰이라는 김유정의 말에,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설마 프레이???”
유한성도 마찬가지였다. 검은양 클로저들을 막아서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 괴성, S급 차원종의 출몰…..설마 클리포트 인자가 활성화된건가???
“이런 *장!!”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곧바로 신논현역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검은양 팀 녀석들이 뭐라고 소리치는 것이 들렸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프레이가…..설마………
‘그들이 오기 전에 먼저 처리해야 돼. 그러라고 그 검을 준거니까’
레이 형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제발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랬는데,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