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시즌1] 은하 단편 모음집

Forgetter 2020-07-24 7

은하의 시즌1 스토리(쓰레기섬, 강남CGV, 국제공항, 플레인게이트 심층)의 스포일러 및 날조

분량 뒤죽박죽

 

 

 

 






 

1. 은하 & 희망

 

살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은 은하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하였다. 이에 대해 은하의 표정은 상상 이상으로 무덤덤하였다. 은하와 희망 중 누가 더 솔직하냐, 라고 물어본다면 그나마 희망이 조금 더 솔직하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만큼 희망은, 은하의 앞에서는 자신의 깊은 속내까지 필요 이상을 잘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희망은 모르겠지만, 은하도 그러하였다.

 

희망이 비둘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은하 씨는...정말 저의 생명의 은인이에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럼 오래오래 살아요. 나도 오래오래 살 테니까.”

하하...적어도 100살 이상으로는 살아야겠군요.”

그거 좋네요. 처음과 달리 많이 좋아졌어요.”

 

은하의 뜻밖의 말에 희망이 되물었다.

 

처음...이라뇨?”

처음 봤을 때,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둥...자기만은 괜찮다는 둥...그런 시답잖은 소리들 했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군요.”

그래요. 부끄러워하세요. 실컷 부끄러워하세요. 그건 충분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 거예요.”

 

살고 싶었으면서, 괜히 숨기기나 하고. 도와줄 사람이 있는데도, 자신만은 괜찮다며 극구 사양을 하고...그렇기에 설득하는 데도 꽤 오래 걸렸다. 시작이 조금 어려웠을 뿐, 희망은 그래도 어색하게나마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천천히 잘 걸어가고 있었다.

 

은하가 팔짱을 꼈다. 어쩐지 이럴 때만 혼내는 어투가 저절로 나온다.

 

그러니 솔직해진 희망 형씨가 훨씬 보기 좋다는 거예요.”

은하 씨가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참 다행이네요.”

그리고, 이제 내 눈치 ** 말아요. 나는 형씨에게 은인이라는 식의 간드러지는 말 들을 위인은 아니니까.”

 

누누이 하는 은하의 변명이지만, 본래 자신의 일을 하는 겸사겸사 했던 일이라고. 희망은 이에 대해 풉, 답지 않게 웃음을 먼저 터트렸다.

 

제가 보기에는 은하 씨도 조금 솔직해지셔야 할 거 같아요.”

나는 이 정도 선이 적당해요. 오히려 형씨가 너무 솔직해지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모습이 마냥 싫지는 않다. 요즘의 희망은 오히려 적당한 농도 은하에게 할 줄도 알았다. 누가 보면 아주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죽마고우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희망이 말했다.

 

그럼 저는 앞으로 누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까요? 캐롤리엘 씨? 정도연 씨? 그게 아니면...신이라고 하는 존재에 감사를 드려야 할까요?”

마지막은 좀 많이 아닌 것 같아요, 형씨.”

하하, 그런 가요?”

“...”

 

저도 모르게 얼굴이 바짝- 굳어진 탓에 은하는 뺨을 이리저리 매만졌다. 그것이 마치 마사지 하는 것처럼 보여서 희망은 약간은 좀 생뚱맞은 행동을 하고 있는 화면 너머의 은하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은하는 희망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채 영 딴 생각이었다.

 

‘...그 골치 아픈 외안경 때문에...’

 

희망과의 대화가 즐거운 탓에 잊고 있었지만 자신을 전우치, 라고 일컬었던 섬의 관리자를 추적해야 하는 일을 해야 했다. 그게 현재 은하가 하고 있는 최고로 중요한 사업이었으니까.

 

살고 싶다며 자신에게 부르짖으며 부탁한 희망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자신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는 게 조금 씁쓸하였다.

 

예배 장소를 수색하기 위해서는 곧 희망과의 통신은 종료해야만 했다. 일을 하러 가**다는 은하의 말에 희망은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비둘기의 통신을 끊기 직전, 은하는 다급하다는 듯이 희망에게 말을 걸었다.

 

“...잠간, 한 가지만 더 말할게요, 형씨.”

...? 무슨 일이죠, 은하 씨?”

 

은하는 심호흡을 한 번 가볍게 했다. 다행이도 평상시의 은하와 다를 바 없는 목소리가 나갔다. 미세한 떨림이 있어도, 이 정도의 거리라면 단순한 통신 기기의 에러로만 느껴질 것이다.

 

지금의 형씨는 적어도 그 신이라는 존재에게 감사를 느낄 필요는 없어요.”

“...”

지금 이렇게 형씨가 살아갈 수 있는 건, 희망 형씨 본인의 의지에요. 그러니까...”

 

, 말은 되게 멋지게 꺼냈는데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그런 은하의 상태를 알아준 건지, 희망은 눈치 빠르게 말을 끊어냈다.

 

, 알겠어요. 명심할게요, 은하 씨. 그래도...조금 섭섭하네요.”

뭐가 말이죠?”

제가 보기에는 은하 씨의 공이 가장 큰 거 같은데...”

“...그 말, 어디 서로 얼굴 마주보고도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나 두고 보자고요.”

 

다음에 만날 때의 기약이다. 그것도 이렇게 비둘기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게 될 순간의 기약. 얼마나 먼 미래의 모습일까. 아니, 가까운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병원에서의 면회를 통해서라도 그 기약이 지켜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은하의 다분히 희망적인 제안에 희망은,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희망이 미소를 지었다.

 

, 알겠어요. 은하 씨를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네요.”

“...연습할 건 아니고.”

 

은하가 작게 푸념했다. 오늘따라 세상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2. 은하 & 김철수(feat. 미래)

 

이봐요, 아저씨.”

나 말인가?”

 

어디 얌전히 길 가던 선량한 시민을 위협하기 위해 불러 세운 건 아니고, 단순히 은하가 팀원을 부른 것이다. 은하와 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총구 손질을 하고 있던 철수가 은하의 부름에 냉큼 다가왔다. 철수가 다가오자 기름때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정말 이 자가 그쪽 세계에 있다는 걸 은하가 직감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은하는 아주 솔직하게 물었다.

 

아저씨는 그 종교 단체를 증오해요?”

그렇다.”

그럼 기억을 잃기 전의 아저씨도?”

“...”

 

이에 대해서 철수는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걸까, 그것이 아니라면...은하는 후자의 경우도 조금 염두에 두고 있다.

 

확실하게 선 그어요. 그렇게 애매하게 행동하고 나중에 모르는 척, 뒤통수나 치지 말고.”

 

그런 사람을 이쪽 바닥에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보았어요. 은하의 설명에 철수가 되물었다.

 

이른바 생생한 경험담이라는 거군.”

그렇죠. 실제로 총도 겨눈 사람도 적지 않았어요.”

난 너에게 절대 총을 겨눌 생각이 없다.”

알아요. 지금의 아저씨는 그렇겠죠.”

 

은하가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정말로 기억을 잃어버린 걸까? 기억을 잃어버린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걸까? 전우치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몇 번이나 대면한 은하로서는 아주 당연하게 든 생각이다. 여러 정황을 보았을 때, 기억을 잃었다는 것은 거의 확정된 사실로 보인다.

 

그럼 여기서 두 번째 문제에 직면된다. 만약, 아주 만약에 김철수가 기억을 되찾아 김철수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인격이 되돌아온다면? 그 때에도, 김철수는 자신들과 함께 있어줄 만한 위인인 것인가.

 

이러한 점은 은하뿐 아니라 철수 본인도 잘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은하에 대해 대강 들은 게 있다. 쓰레기섬의 어느 리더와 친하게 지냈었다고. 친해진 이의 그러한 처우에 대해 분노를 하고 있는 건 당연하다고도 생각했다.

 

조금만 더 하다가는 무언가 크게 어그러질 것 같은 일촉**의 상황에서, 무척이나 뜻밖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철수, 은하, 뭐 하고 있어?”

“...”

“...”

 

미래였다. 지금 막 임무에서 돌아왔는지 미래의 손에는 낫이 들려 있는 상태였다. 도저히 섞일 것 같지 않은 이 두 명을 그나마 섞어주고 이어주고도 있는 존재. 미래의 천진난만한 눈빛에 은하는 철수의 등 언저리를 쿡- 찔렀다. 방금 전 이야기는 이따가 마저 마무리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은 미래에게 태연히 거짓말도 한다. 두 가지 일을 재빠르고,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은하의 행동에서 철수는 프로의 모습을 보았다.

 

팀원들 간 결속 도모회 중이야.”

김철수랑 은하는 사이가 안 좋아?”

안 좋은 건 아닌데, 더 친해져도 괜찮잖아.”

그건 맞아. 친해지면 좋아.”

 

미래가 빙긋 웃었다. 뜻밖의 점이라고 한다면, 철수에게는 오묘하게 경계가 심한 반면, 미래에게는 은하도 못 당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조금 서로 간의 벽이 허물었던 시점에 철수는 은하에게 미래를 좋아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은하의 대답은 당연하지.’ 로 끝났다. 이러한 추신과 함께.

 

미래라는 아이는 보석, 보물과도 같은 존재니까.

 

이런 낯간지러운 표현을 미래 본인이 아닌 그나마 김철수가 들어서 다행이라고 미래의 은하는 생각했다. 그러한 은하의 말에 철수는 아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일단 이건 조금 먼 날의 일이니, 당장의 일을 우선적으로 확인하도록 하자. 은하의 어줍잖은 변명에도 미래는 순순히 믿어주었다. 오히려 그 즉석에서 지어낸,

 

나도 같이 할래. 그 결속 도모회라는 거.”

 

결속회라는 거에 강한 의지 또한 표명했다. 은하는 약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프로페셔널하게 표정 관리를 곧바로 했다.

 

“...진짜?”

 

이렇게 미래의 참여 의사를 묻는 은하는 실로 당황한 눈치이다. 그 말에 미래는 도저히 두 사람 다 거부할 수 없는 자신의 의지를 내세웠다.

 

. 나도 김철수, 그리고 은하와 더 친해지고 싶으니까.”

“...”

“...”

 

은하가 훗날 철수에게 묘사하는 보물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일까? 철수는 왜 은하가 미래를 좋아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와 더불어 자신을 그렇게 한없이 경계하는 까닭도.

 

자신과 미래는 엄연히 다른 세상의 인간이다. 아니, 전자를 인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기나 할까. 철수는 쓰게 자조했다.

 

은하가 즉석에서, 즉흥으로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후에는 제법 결속 도모회라는 이름다운 모임을 몇 번이나 가진 후, 은하와 철수의 사이는 표면적으로는 좋아졌다.

 

...아직도 은하는, 철수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다.






 

 

 

 

 

3. 은하에게 아버지란 사람은 (1)

 

우리 아버지, 내가 봐도 참 독특한 사람이었어요.”

 

따님 되시는 분에게 은혜성 씨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수현의 간곡한 부탁에 꺼낸 첫 어두가 참으로 이상하였다. 은하는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척 드물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아마 클로저가 되지 않았으면, 천체관측자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은하가 추억해내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 모습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낮의 하늘이 아닌, 항상 밤하늘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하는 아버지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아닌, 그저 별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천체관측자까지는 무리 일려나? 은하는 자신이 수현에게 말한 말 중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애초에 아버지 은혜성 씨는 전문적인 망원경 등을 사서 보는 걸 즐기신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으레 흔한 별 구경이라는 인식이 잡혀있을지도 모르는 별자리 찾기, 같은 행동 등도 은하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저 들판에 누워, 별을 올려다보는 것을 많이 좋아하셨던 것뿐이었다. 하도 밤하늘을 올려다보아서 한때 천체 관측자를 꿈을 꾸었나, 라고 주변에서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아버지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은하가 보기에는 영 아니었다.

 

아버지는, 그냥 반짝이는 별을 보는 것이 좋았던 것뿐이었다.

 

“...어쨌든, 어렸을 적 나를 데리고 집 뒤에 있는 동산에 자주 올라가셨어요. 높이가 어린 아이가 올라가기 좀 벅찼던 곳이긴 했는데...그래도 나를 끈질기게 이끌고 올라가셨어요. 그리고 어린 저에게 별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그 별을 보는 방법이라는 건 자세히 일컫기에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은하의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중심축 중 하나가 되었던 것은 분명하였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본래부터 자신도 우연하게도 아버지와 취미가 같았던 것일까. 은하 또한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아버지가 클로저 일을 쉬는 날의 밤은, 은하에게 있어서 가장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했다. 딱히 기념일 같은 건 아니었지만, 일상에서 잠시 숨을 트일 수 있을 정도로 깜짝 선물과도 같은 그런 것이었다.

 

은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쓸데없는 정보 하나가 떠오른 까닭이었다.

 

어쩌면 아버지가 내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도 이미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은하. 상당히 독특한 이름이다. 이름 자체가 은하인 것은 흔할 수도 있지만 성은 은, 이름이 하()인 사람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독특한 외자 이름에 대해 은하 본인도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한 번 물어보니, 이유가 어린 아이가 들어도 상당히 어처구니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네 이름을 처음에는 은하(銀河)’ 그대로 지으려고 했단다. 그런데...‘은은하라니...무언가 발음이 영 부드러운 건 아니잖아? 그래서 그냥 은하가 좋겠다 싶었지.

-아버지, 그렇다면 은하라는 이름을 포기할 수도 있었잖아. 왜 그렇게 은하라는 이름을 딸에게 붙여주려고 고집을 부린 거야?

-클로저 은혜성의 딸 은하! 어때? 멋지지 않아?

-하나도 안 멋져...

 

그냥 아버지의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고집, 이라고 치부하겠다. 그래서 이런 독특한 이름 때문에 어떤 사람과 처음 만날 때마다 이름에 대해 두 번 이상은 되풀이해,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나중에 가서는 귀찮아져서 미리 정보를 흘려주는 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은하예요. 은은하가 아니고, 은하예요.

 

귀찮고, 하나도 멋지지도 않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만약 진실로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애초에 별을 보는 것도, 자신의 독특한 외자 이름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현은 일단 다 제쳐두고 한 가지를 물어보았다.

 

은하 씨는...아버지 은혜성 씨를 좋아하시나요?”

 

은하의 대답은 단칼에 나왔다.

 

좋아하죠, 당연히. 아버지인데.”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럼 거기서 또 뭘 더 물어보려는 거죠?”

아버지이기에 좋아할 수도 있지만, 비슷한 의미로 아버지이기에 서운했다...그런 것도 있을 수도 있잖아요?”

“...”

 

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은하 특유의 사람을 노려보는 듯한 표정으로 도리어 수현을 향해 날카롭게 반문하였다.

 

“...형씨, 그거 왠지 본인 경험담 같은데요?”

, 그렇게 들리나요?”

 

심히 당황한 얼굴의 상대방을 보니 은하는 별로 좋은 일을 한 것 같지 않아, 곧장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그래봐야 언제나의 무표정이지만 분위기를 더는 밑바닥으로만 떨구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어떤 문장이 가장 효율적일까? 상대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주면서도, 나의 속내는 미묘히 숨기는 그런 대답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 당연한 이야기인 하네요. 어떤 사람은 좋아해도, 또 어떤 사람은 싫어하기 마련이니.”

 

예컨대 그 전우치라는 도사는 절대로 좋아질 수가 없는 것처럼. 참고로 미래는 좋다. 미래 옆에 붙어 다니는 전직 도사였을지도 모르는 거대한 남자는 아직 잘 가늠이 안 가지만.

 

지금 은하의 앞에 있는 수현은 은하가 지금 수도 없이 만났던 이들 중에서 라는 감정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감정 하나가 있다고 무턱대고 이런 속내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날은 하필 타이밍이 좋았다. 마침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덕에 아버지에 대해 아주 오랜만에 좋았던 추억 등을 많이 회상할 수 있었고...그렇게 좋았던 것만을 꺼내다보니 이제는 싫어했던 것만이 덩그러니 남아,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클로저 은혜성 씨는..., 많이 좋아했어요. 그렇게도 되고 싶었고요.”

 

동경(憧憬). 이런 단어로 표현하면 그나마 적합하려나? 운이 좋게도, 은하의 위상력과 혜성의 위상력은 성질이 비슷했다. 그러나...

 

“...하지만 나는 결국,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위상력의 성질이 비슷할 뿐, 마냥 똑같게는 싸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체력 단련을 해도, 은하의 몸은 클로저 은혜성의 체질과는 판이하게 달랐기에.

 

그 사실에 좌절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지금은 그거, 이겨냈어요, 라고 가볍게 농담으로라도 할 수 없는 정도라는 것만 알아두도록 하자.

 

대화는 거기에서 중단되었다. 은하는 이제 어느 정도의 정보는 알았으니 됐죠? 라는 얼굴로 그 자리를 떠났다. 마침 테러리스트들의 진압을 해달라는 지시도 내려와서 자리를 떠나기에는 딱 안성맞춤이었다. 은하는 목에 매고 있는 머플러를, 조금 깊숙하게 끌어올렸다. 마음이 어느 정도 고요한 물처럼 평온해지기 전까지는, 다른 이들에게 행여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중단된 이 이야기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추후에 다시 이어지게 된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클로저스 글을 썼습니다. 오랜만에 써서 예전만큼의 글이 나올지 걱정이 되네요.

은하 시즌1 스토리를 보면서 떠올랐던 스토리안(3)입니다만, 각자 분량도 짧고 730일에 은하의 신규 에픽 스토리(+해결사)가 나옴으로 이때 만든 플롯이 서로 충돌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모음집 형식으로 올려봅니다.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10-24 23:35:3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