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5화. A급 차원종 말렉(유한성 시점)
pixi 2020-07-21 2
-여…..여기는 어디야??-
구속구를 찬 말렉은 당황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어미 말렉과 함께 있었는데 검은 붕대의 남자가 나타난 뒤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은 성체로 성장한 체 구속구를 끼고 지금 이 장소에 서 있었다.
“저 말렉…..개조 당한 건가??”
아무리 A급 차원종급의 위상력을 가진 검은 붕대의 남자라해도, 성체인 A급 차원종 말렉을 저렇게 구속구까지 씌워서 자신의 맘대로 부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유체인 말렉이 개조당한 것이 분명했다.
“시련이고 나발이고 유체인 차원종을 강제로 개조해서 내보내다니…게다가 다른 차원종들도, 대부분 ‘전사’ 차원종이 아니잖아….”
말렉의 주변에서 나타나는 차원종들도, 전부 차원문에서 나오자마자 클로저를 보고는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전사’ 차원종이었다면 클로저든 뭐든 인간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들었겠지만,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전사’차원종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쿠우우우!!! 이 버러지 같은 것들! 도망치는 녀석들은 전부 죽여버리겠다! 가서 싸워라!!-
도끼를 땅에 내리치며 포효하는 저 B급 차원종 트룹만이 ‘전사’ 차원종인 것 같았다. 녀석은 차원문에서 나오자마자 클로저들을 보며 곧바로 적의를 드러냈고, 다른 차원종들을 위협하며 싸움을 부추기고 있었다.
“지금부터 검은양팀은 시간의 광장에 출현한 차원종을 전부 소탕합니다. 모두 전투 준비!”
차원종들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 검은양팀의 리더로 보이는 클로저의 외침과 함께 전투가 시작됬다. 2개의 마창이 하늘에서 떨어진 뒤, 곧바로 저번에 봤던 세하라는 클로저의 위상집속검에 스케빈저들이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사….살려줘!!!!-
-도망쳐!!!!-
‘전사’ 차원종이 아닌 스케빈저들에게 클로저에 대한 적의는 조금도 없었다. 저항할 생각도 못하고 도망치다가 쓸려나가는 스케빈저들을 보자 트룹은 혀를 차며 도끼를 들어올렸다.
-이런 쓸모없는 것들…..날 따라라! 싸우지 않는 것들은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트룹이 전투에 나서며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지만, 차분하게 공격을 막아낸 클로저의 반격에 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트룹의 협박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우왕자왕하던 스케빈저들은 무릎을 꿇은 트룹을 보고는 완전히 겁을 먹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력장!!!”
-끼아악!!-
-모..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클로저가 생성한 중력장에 납작 깔린 스케빈저들을 비명을 질러댔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 뿐이었다. 총탄과 단검들이 깔려있는 스케빈저들에게 내리꽃혔고 스케빈저들을 그대로 숨을 거뒀다.
-크아악!! 나에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백발의 노련해 보이는 클로저가 단신으로 말렉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몰아붙이고 있었다. 말하는 것을 보니 태어난 지 한달이나 됬을까 싶은 말렉에게 전투경험이 있을리 없었다. 그저 마구잡이로 팔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백발의 클로저는 차분히 말렉의 공격을 피하며 주먹을 꽃아넣었고 말렉은 공격을 전부 허용하다가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이건…..학살이잖아….”
저 클로저들에게는 들리지 않겠지. 그저 광분한 차원종들의 괴성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들리고 있었다. 스케빈저들의 살려달라는 비명, 고통스러워하는 말렉의 절규, 전부 재대로 들리고 있었다. 재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는 차원종들을 쓰러트리는 클로저들의 모습은, 내게는 소탕이 아닌, 학살로 보였다.
-키이익……키이이익…..-
내 등뒤에 숨은 스케빈저가 덜덜덜 떨며 내 옷깃을 움켜잡았다. 눈 앞에서 같은 스케빈저들이 학살당하고 있는 지금, 녀석은 눈과 귀를 막은 채 덜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이…인간들은 왜 우리를 죽이는거냐….? 저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거냐…?-
“너희의 말은….저들에게는 들리지 않으니까”
차원종과 인간의 오랜 악연, 차원종들의 비명을 듣지 못하는 저들에게 잘못은 없었다. 고위급 차원종이나 인간의 말을 할 수 있었으며, 정신계 클로저들이 있다 해도 항상 차원종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클로저들에게 내부차원으로 들어온 차원종들은 자신의 세계를 침략하려는 적이었고, 차원종의 비명이 괴성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저들은 그저 자신의 적을 벨 뿐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싸울 수 밖에 없는거냐….? 죽지 않으려면 죽일 수 밖에 없는거냐?-
스케빈저의 말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차원종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그것도 상시 차원종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마 이 차원에는 나밖에 없겠지. 서로의 말이 들리지 않고, 오랜 기간 악연을 쌓은 적이라면, 죽고 죽일 수 밖에 없다고…….
“아니, 서로 죽이지 않아도 돼.”
나는 말했다. 서로 죽이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인간들이 우리를 죽이려 하면…..-
“내가 지켜줄게.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차원종이라면, 내가 지켜주겠어”
다시는, 아무 의미 없이 생명이 희생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인간인지, 차원종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난 그저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생명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킨다. 그것이 차원종이든 인간이든, 무고한 생명이라면 전부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금방 다녀올게”
나는 스케빈저를 안심시킨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여기서 클로저들을 막아선다면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무고한 생명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기 싫어서 카운터를 그만 둔 것이었다. 눈앞에서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차원종이 학살당하는 것을 구경만 하면서 평범한 삶을 누릴 마음은 없었다.
“끝이다!!!”
쓰러진 말렉에게 클로저가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거대한 버스가 말렉에게 내리꽃히기 직전, 나는 몸을 날려 버스를 걷어차 날려버렸다.
콰아앙!!!
“무..무슨 짓을…”
당황해하는 클로저들을 막아선 다음 말렉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상처는 크지 않았다.
-이….인간이 어째서…-
“네가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걸 아니까. 그렇지? 너는 그저 어미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인거지?”
-쿠우우…..돌아가고 싶다….하지만 돌아갈 수가 없다….-
내 말에 말렉은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나는 그런 말렉의 몸을 쓰다듬어주며 안심시켰다.
“걱정마. 내가 돌려보내줄 테니까. 잠시 쉬고 있어”
-하지만 너는 인간인데……나를 왜….-
말렉은 말을 잇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나는 정신을 잃은 말렉을 뒤로 하고, 클로저들의 앞에 마주섰다.
“당신의 뒤에 있는 건 A급 차원종이에요! 지금 대체 무슨 짓을!!”
“이것들아…..상대를 좀 봐가면서 해라. 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
그래, A급 차원종이지. 인류의 적, 한 개채만으로 도시 1개는 박살낼 수 있는 A급 차원종이지만…..
“A급 차원종이고 나발이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잖아!!!”
내 말에 클로저들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저 녀석들은 차원종의 말을 들을 수 없겠지. 하지만 저 백발의 노련한 클로저라면….
“그랬던 거군. 어쩐지 이상했어. A급 차원종 말렉 치고는 터무니없이 약하더군. 지금은 수습 클로저정도밖에 안되는 내가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말렉을 혼자 상대했던, 제이라는 클로저는 어느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일이 쉽게 풀리나….싶었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내버려 둔다면 이 도시를 파괴할 수도, 후에 진짜 A급 차원종으로 돌아와서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다. 후환은 미리 제거해 두는 것이 좋아”
“만약 강제로 개조된 것이라면, 오히려 기회입니다. 저 녀석을 저대로 보낼 수는 없어요. 분명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겁니다. 우리의 적으로…”
오히려 지금이 A급 차원종인 말렉을 토벌할 절호의 기회라며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저들의 눈을 보면 단순히 A급 차원종을 처치하는 업적을 위해서 저러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이후에 커다란 위협이 될 A급 차원종을 저지하기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싸우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너희들을 막을거야. 설사 차원종이라 해도, 싸우고 싶지 않아하는 녀석들을 학살하는 건 두고 볼 수 없거든”
그렇다해도 나 역시 마음가짐에 변화는 없었다. 언젠가 적으로 되돌아 온다면, 그때 쓰러트리면 된다. 미래에 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죽여야 한다는 것에 찬성할 수는 없었다.
나는 주먹을 들어올리며 자세를 다잡았다. 검은양 팀 클로저들도 위상력을 끌어올리며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의 난 위상력에 대응하기 위한 장비가 없다. 다른 클로저라면 몰라도, 저 이슬비라는 캐스터타입 클로저를 상대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눈 앞의 신원불명자를 구속합니다. 목숨은 빼앗지 않도록….주의해주세요.”
“나도 너희들의 목숨을 빼앗을 생각이 없으니….적당히 하다가 물러나주기를 바라”
콰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