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2화. 시간의 광장으로
pixi 2020-07-20 2
-키….키에엑-
“이제야 정신 차린거야?”
-키에에엑!!!??-
정신을 차린 스케빈저에게 말을 걸자 스케빈저가 기겁을 하며 침대 밑으로 숨었다. 저 녀석, 집으로 오는 동안 결국 장바구니 안에서 기절해버리더니, 일어나자 마자 또 숨는거냐…..
“일단 이거라도 먹어. 먹어야 정신을 차릴 거 아니야”
나는 깍아놓은 사과를 먹으면서 스케빈저에게도 한 조각 건냈다. 스케빈저는 처음에는 경계를 하더니, 결국 꼬물꼬물 나와서 사과를 건네받고는 구석에 앉아서 쩝쩝거렸다. 다행히 인간세계의 음식도 먹을 수 있는 모양이다.
-어…어째서 나를 살려준거냐?-
“그러면 냅두면 죽을게 뻔히 보이는 데 그냥 두고와? 난 그렇게 인정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서”
-넌….인간이지 않냐. 인간이 어째서 차원종을 살려주는 거냐??-
스케빈저의 말에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차원종, 즉 이차원의 존재들. 카운터였을 때에도, 지금 지구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지금에도 이 세계를 침략하려는 차원종들은 엄연한 적이다. 하지만
“난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죽이는 거,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해”
-키엑?-
내 말에 스케빈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에 나는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
“서로 인간이라는 이유로, 차원종이라는 이유로 서로 죽고 죽이는 거, 난 진짜 싫었거든. 만약 싸워야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굳이 싸울 필요가 없는데도 서로 죽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널 도와준거야. 넌 강제로 끌려온 것 뿐인데 차원종이라는 이유만으로 클로저에게 죽어야 한다는 게 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스케빈저는 내 말에 한동안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어색한 분위기, 내가 뭔가 말 실수를 한건가 싶었는데, 차원종이 갑자기 나를 향해 소리쳤다.
-바보다!!!!-
“에??”
-차원종인 나와 너는 적이다! 너와 나는 서로 죽고 죽이는 게 당연한 것이다. 적이니까. 그러니까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죽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너는 바보다!-
스케빈저는 화가 난 듯 내게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확실히 만약 내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 녀석이 날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대 차원종 무기도 없이 차원종을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까. 지금이라도 나를 공격하려는 기세로 씩씩거리는 녀석을 보며 나는 말했다.
“그러면 너도 바보네”
-뭐…?-
“너도 날 공격할 생각이 없잖아? 만약 공격했으면 진작에 공격했겠지. 하지만 너는 공격하지 않았잖아. 아까 클로저가 사라졌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러니까 너도 바**”
-우으…..으아앙!!-
내 말에 대답하지 못하던 스케빈저는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재대로 보이지도 않는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며 스케빈저는 말했다.
-히끅…나는 싸움이 무섭다. 왜 인간을 죽여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런 나한테 다들 바보라고 했다. 나는 싸울 자격이 없다고…..나를 배척했다. 그런데 너는 다르다. 난 차원종인데도 구해줬다. 서로 죽일 필요가 없다고 말해줬다. 넌 정말 착한 인간이다….히끅-
“너도 착한 차원종이야. 평범한 인간인 나를 공격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우는 스케빈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 내가 평범한 인간은 아니지만…..굳이 말해서 좋을 것은 없으니 말하지는 말자.
-훌쩍….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거냐? 날 평생 숨기고 살 거냐?-
“그건 아무래도 힘들겠지…..혹시 올 때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해?”
-잘 모르겠다. 우리 무리 앞에 갑자기 차원문이 생겼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에 와있었다.-
스케빈저의 말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 스케빈저가 타고 온 차원문은, 아마 차원종이 아닌 인간이 연 차원문일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D급 차원종은 총알받이, 시선끌기용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전사’인 차원종이 전투에 투입되지 아무 차원종이나 마구잡이로 투입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갑자기 차원문이라니, 그렇다는 건 어떤 인간이 이쪽에서 아무좌표나 찍은 뒤 차원문을 열어 외부차원의 차원종을 불러들였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 인간을 찾으면, 내부차원에서 외부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키에엑? 무슨 소리냐?-
“아니야. 너를 돌려보낼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
나는 스케빈저를 토닥인 뒤 스마트폰을 켰다. 폰에서는 계속해서 차원종 경고 알림이 뜨고 있었다. 계속해서 마구잡이로 차원종을 소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넌 잠깐 여기에 있어. 나 혼자 다녀올 곳이 있으니까”
나는 스케빈저를 방에 둔 뒤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차원종과 인간은 적이라지만, 인간으로 따지자면 엄연히 ‘민간인’인 차원종들을 마구잡이로 불러내 희생시키다니…..
차원종 경보가 울리는 곳은 시간의 광장이라는 곳이었다.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각오하는 게 좋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