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프롤로그

pixi 2020-07-18 2

‘S급 차원종 아자젤이 토벌된 후 사령관을 잃은 차원종세력은 와해되어 인류는 클로저들과 함께 반격에 나섰고, 결국 차원전쟁은 지구를 지켜낸 인류의 승리로 종결되었다.’ 



........가 모두에게 알려진 역사이다. 차원전쟁이 결국 지구를 지켜낸 인류의 승리로 종결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S 차원종 아자젤의 토벌이 원인이 아니었다.

 


차원전쟁 당시,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차원에서의 전투. S급 차원종들이 현차원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관리국의 절대방어선이 있었기에 대다수의 S급 차원종들이 현차원으로 넘어가지 못한 것이었다

차원전쟁 당시 S급 차원종 헤카톤케일이 현차원으로 넘어간 것 만으로 유럽지부가 전멸했었으니, 만약 코드네임 노네임의 군단에 속한 S급 차원종이 전부 현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에 성공했다면 차원전쟁은 결코 인류의 승리로 끝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한 개체 한 개체로도 현차원에 괴멸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S급 차원종들을 저지하기 위해, 관리국에서는 클로저가 아닌 단 7명의 카운터를 운용한다. 현차원뿐만이 아니라 여러 다차원에서 모집한 카운터들은 11명이 대 S급 차원종 전력이며, 특히 카운터 화이트 드래곤은 군주급 차원종과도 11이 가능한 관리국 최강의 전력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력 또한 현차원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S급 차원종의 토벌작전에서 수많은 병기들로 카운터를 지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차원으로 넘어간 차원종의 사령관 아자젤마저 토벌된 지금, 코드네임 노네임은 직접 군단을 지휘해 현차원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에 관리국 또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카운터를 그만둘거냐?”

 

곧 전장이 될 장소, 어딘지 모를 이차원 속 공간을 바라보고 있던 내게 레이 형이 갑작스럽게 물었다. 누구에게도 카운터를 그만둘 거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만, 레이 형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해 형. 나도 평범한 삶을 한 번 살아보고 싶어서…”

 

한성아. 솔직하게 말해도 돼

 

아니야, 진짜라니까?? 나도 한 번 학교도 다녀보고 싶어. 이미 늦었지만, 언젠가는 꼭 그 수능공부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고. 매일 검만 휘두르다 보니 펜도 한 번 잡아보고 싶다니까?”

 

“…..뭐 네 말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어쨌든 그만두는 건 그만두는 거고. 이번 총력전은 진짜 위험할거야…..아마 이때까지 있던 전투보다 훨씬 더. 그니까 마음 다 정리하고 와. 알았지?”

알겠어. 고마워 형

 

레이 형은 씩 웃으며 말한 뒤 순식간에 사라졌다. ‘뇌신이라는 이명을 가진 형이니 아마 벌써 저 뒤의 우리의 기함인 델타에 도착했겠지. 그나저나….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라니…..너무 진부하잖아……”

 

너무 진부한 말이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도 웃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나랑 가장 친한 카운터인 레이 형이다. 아마 진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 알겠지. 아마 진짜 이유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캐묻지 않고 넘어간 것이겠지….?

 

난 더 이상 내 손에 피를 뭍히고 싶지 않아……미안해 형. 이런 약한 녀석이라고….”

 

나는 곧 전장이 될 장소, 어딘지 모를 이차원 속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 널부러져 있는 차원종들의 시체를, 불타버린 그들의 터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녀석들도 우리의 적이었던 걸까….?

 

관리국은 이차원에서 차원종들의 현차원 친입을 저지하는 조직이다. 그렇기에 관리국의 전투는 대부분 이차원에서 일어나며, 이는 곧 전장은 차원종들의 서식지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공간도 원래는 평범한 차원종들이 서식하고 있던 곳이었지만, 마지막 총력전을 앞두고 각종 병기의 설치를 위해 원래 서식하던 차원종들을 싸그리 쓸어버린 다음 요새화 시키고 있던 것이다.

 

후우우…..”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손을 계속해서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양심의 가책인 건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차원종들 마처 무참하게 살육한 것에 대한 죄책감인건가? 손의 떨림은 멈출 줄을 몰랐다.

 

절대방어선을 침범해오는 S급 차원종들을 배는 데 있어서 주저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들을 명백히 현차원을 침략하기 위해 덤벼들었으며, 나 또한 그런 녀석들을 베는 것을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크아아아아아!!!!!!!!!!!!!!!!!!!!!!!!-

 

“…….!!!!”

 

카아앙!!!!!!

 

땅 속에 몸을 숨기는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던 것인지,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온 차원종은 괴성을 지르며 내게 들고 있던 도끼를 휘둘렀지만, 곧바로 뽑아든 나의 검에 녀석의 검은 무기력하게 튕겨져 나갔다.

 

-어째서…..어째서 우리의 터전을….형제들을 죽인거냐!!!!-

 

약하다. 기껏해야 A급 차원종은 될까? 도끼를 휘두르는 것이 너무나도 느려 한숨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녀석을 곧바로 베지 못했다. 땅에서 튀어나오자 마자 저 몸을 두동강 낼 수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 이순간에도 녀석의 절규에 떨리는 손으로 도끼를 받아내고 있었다.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무엇을!!!-

 

녀석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검으로 녀석을 두동강 내버렸다. 더 이상 녀석의 절규를 들었다가는 이 손의 떨림이 멈추질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일까…..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의 적은 차원종이다. 그렇기에 나는 절대방어선을 사수하여 인류를 지키기 위해 차원종들을 베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 같은 차원종이 아닌 인 차원종이 있으며 동시에 그저 평범한 차원종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인 차원종과 평범한 차원종을 구분할 수 있음에도, 구분하지 않고 모조리 베어 죽인다. 그것이 관리국의 원칙이며, 카운터로써의 역할이니까…..

 

이게…..옮은 것이겠지….?”

 

나는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며, 델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총력전, 군주급 차원종인 코드네임 노네임과 그 휘하 20개체의 S급 차원종. 그리고 관리국의 7인의 카운터 전원을 포함한 총전력이 격돌한 결과, 양측 모두 괴멸적인 피해를 입으며 총력전은 마무리 되었다. 20개체의 S급 차원종은 모두 전멸, 군주급 차원종인 코드네임 노네임도 막심한 피해를 입었으나, 관리국 측도 기함 델타를 포함 대부분의 병력을 잃고 7명의 카운터 중 유한성, 이명 제로가 심각한 부상을 입어 전투능력을 상실하였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그는 즉시 생명유지를 위해 냉동수면에 들어갔으며, 이후 치료를 위해 현차원으로 이송되었다.

 

 

 

여기까지가 제 선임 카운터 제로유한성의 이야기입니까? 이 이후는 없어요? 18년이 지났는데??”

 

, 냉동수면상태로 현차원으로 이송된 뒤에는 전혀 연락두절이야. 살아있는 건지….** 있는건지.”

 

카운터 화이트 드래곤은 옆에 있던 다른 카운터인 뇌신을 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뇌신은 그 시선을 무시한 채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18년이면 슬슬 깨어나서 돌아다닐 때가 됬는데……보고싶네. 한성아

2024-10-24 23:35: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