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파이] 얼음에 잠긴 초신성[下 Part 4]

PlaylMaker 2020-05-31 2



검은색 자동차가 이세하의 집 앞에서 멈췄다.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아직도 우중충했다.

여기 오기 전, 사냥터 지기의 두 사람은 세하의 상태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논해봤지만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일단 귀가시키기로 한다.
당장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을 해결할만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차 안은 적막만이 감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할 거리가 남은 눈치였지만 쉽사리 꺼내지 못했다.
세하는 잠깐 바깥을 내다보더니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으음.... 이세하 요원님. 귀가하시기 전에 저와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잔 하시겠습니까?"

"......"

"아무래도 단 음식이라도 드신다면 마음을 치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테니까요. 강요는... 드리진 않겠습니다만 되도록 그리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저는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그렇게까지 신경 안 쓰셔도 되니까요..."

성심껏 내민 손을 이세하는 잡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했다고 해서 반응마저 차가운 건 아니었다.
이세하는 이 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걱정을 끼친 데에 대한 일종의 결과였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이 많이 서툴렀을 뿐이다.

조수석에 타고 있는 루나는 줄곧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 그녀의 성격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세하가 특별히 어려웠던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이 상황은 너무 낯설고 또, 어려웠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기억은 누구라도 있지만, 실의에 빠져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건 아직 익숙지 않다.

"이세하 요원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릴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부탁을 한 번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루나...."

"그때, 호프만을 막지 못한 저희의 책임도 있어요. 일이 이렇게 된 이유에는 사냥터지기 팀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부디 선생님이 요원님을 돕게 해주세요. 장례식에서의 모습을 보시고 정말 걱정 많이 하셨으니까요."

그럼에도 지금은 루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자신을 비롯한 2분대 아이들의 멘토역을 해왔던 파이라면 분명히 이 시점의 이세하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군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루나의 생각은 달랐다.

비탄에 잠긴 마음을 제때 다잡지 못하면 결국 감정이 마모되어 본인을 향한 칼날로 돌아온다.
적을 향한 적당한 분노와 증오는 개인의 발전에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되지만 그것이 돌고 돌아 자신을 향하게 되면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인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차라리 당사자를 다소 불편하게 하더라도 걱정해주고 조언해주는 편이 낫다. 루나는 이세하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었다.

"그럼.... 30분만....있을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머님께는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파이는 루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이세하를 데리고 밖으로 향한다.
무언가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일이 잘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모든 재앙의 시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터졌다. 아직도 루나는 빠져나가는 둘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파이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서 사람이 별로 없는 카페로 안내한다. 이미 지리 파악은 완료한 후였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가로등으로 파이의 은은한 미소가 비쳐졌으나 세하는 그걸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그녀가 인도하는 길로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


"아주 물고 빨고 지X이 났네. 이 아줌마."

"아......"

나타와 바이올렛은 앨리스로부터 공유받은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
둘의 관계는 환자와 간병인이라기 보다는 엄마와 아들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헤어졌던 자식을 다시 만난 것처럼 극진히 보살피는 모습이 이질감을 자아낸다.

도저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가 없는 현상이라는 걸 짐작하게 했다.

"이걸 보고서도 그대로 내버려뒀다고? 아예 **이라도 찍지그래? 유니온은 이런 장르에 ***라도 있나?"

"나타......"

"눈을 봐! 반쯤 맛이 나가 있잖아."

분명 여러 번 돌려 봤을 터인 앨리스마저 처음 보는 광경인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마치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인지조차 못 한 장면을 본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이런 행위를 보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니..."

"씨...뭐래는거야. 전에 범생이가 여러 번 이야기했었다며! 이제 그 아줌마가 없으니까 검은양하고 기 싸움이라도 하는 거냐?"

"그런...."

평소라면 나타의 과격한 발언에 태클을 걸었을 바이올렛조차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주위의 대화에 전혀 신경 쓸 여력조차 없을 만큼 영상 속의 내용은 자극적이고 **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적이고 금단의 영역으로 분류되는 그들의 관계가 여과 없이 보이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성적인 부분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단 티나를 근처에 대기시켰고 이슬비 요원이 합류할 예정에 있소."

"이봐, 나도 같이 보내."

"너는 안된다. 나타. 이 부근에는 많은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지. 만약 네가 날뛰어서 누군가가 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 감당할 수 없다. 얌전히 대기하고 있도록."

"칫! 언제는 신나게 부려 먹더니."

나타는 신발을 신은 채로 소파에 드러누웠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지만 일단 참기로 한다.
지금 누구보다도 화가 나 있을 검은양의 리더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감정조절을 못 하고 격양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을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알파퀸을 제외하면 이 일로 가장 상처를 받은 사람은 이슬비일 테니까.

`분명... 울고 있었지.`

나타는 전화할 당시의 이슬비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있다. 엷게 흐느끼며 분노하는 기색을 보이던 그녀.
도저히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직접 **는 않아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이 있기에 더욱 착잡했다.

"사냥터지기 팀에는... 어떻게 할까요?"

"일단 알리지 않는 걸로 하지. 지금 시점에는 이세하와 파이 윈체스터 요원을 떼어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리 알렸다가는 불필요한 충돌만 생길 테니."

머리를 쥔 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앨리스를 대신해 트레이너가 대신 수습에 나선다.
두 팀 사이를 중재할 김유정이 없는 상황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그도 이슬비가 나서는 건 막지 못했다. 독립적인 클로저 팀의 리더로서 명령거부권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닌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트레이너조차 공감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만큼 이 상황은 얽혀있는 요소가 많았다.

한편 이슬비는 티나와 합류하여 이세하의 집으로 가고 있다.
명목상의 티나의 역할은 파이를 트레이너에게 데려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슬비와 파이와의 마찰을 막는 임무를 맡았다.
물론 티나는 그런 역할에 익숙하지도 잘하지도 않지만 나타에게서 바이올렛을 함부로 떨어뜨려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불가피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

가볍게 인사를 한 뒤부터는 전혀 대화가 없다.
그럴 만한 여유조차도 없었고 애초에 대화의 꽃을 피울만한 조합이 아니다.
말없이 가다 보니 어느샌가 목적지까지 도달해있었다. 약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초인종을 누른다.

......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아마 카메라를 통해 누군지 확인하는 모양이다.
잠시 후, 현관으로 다가오는 발걸음이 들린다. 이내 가까워지더니 익숙한 문이 열렸다.

"이슬비 요원님이시군요! 오랜만입니다."

"......"

파이는 요리를 하는 중이었는지 파란 에이프런을 두르고 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미소 또한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 반응을 보고 이슬비의 표정은 더욱 경직되었다. 파이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따갑지만 정작 본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이세하 요원님은 잘 지내고 계십니다!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 제대로 보필을 해드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증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슬비 요원님 몫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야"

"네?..."

이슬비는 매우 정색한 얼굴로 파이를 응시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증오와 멸시.

이슬비 입장에서는 파이의 태도가 매우 가식적이고 위선적으로 보였다. 실제로 해본 적도 없는 반말까지 섞어가며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것 자체가 이번 일이 그녀에게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지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동안 저의 간호에 부족함이 많았나 보군요... 항상 동료를 생각하시는 요원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짝!
이슬비는 자신의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강하게 따귀를 때렸다. 얼마나 셌는지 자신의 손도 빨갛게 물들 정도였는데 동요하는 마음을 반영하듯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파이는 자신의 오른쪽 볼에 쓰다듬으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과 함께 상처받은 순한 양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인지를 못 하고 있다.

"더이상.... 세하를 괴롭히지 마... 세하는 너의 장난감 같은 게 아니라고!"

"여기서 있었던 일을 모두 확인했다. 이제부터 이세하에게 접근하는 것을 일체 불허하고 별도 처분이 일어나기 전까지 본부에서 대기해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티나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동시에 파이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이 광경이 설명해주는 바가 바로 트레이너가 티나를 보낸 이유를 말해준다.
동료와 다름없는 클로저를 연행해야 하기에 사사로운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강한 마음의 소유자가 필요했다.

목소리는 점잖았지만, 행동은 전혀 달랐다. 총은 경고하고 있다.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파이는 잘못을 시인하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숙인다. 이슬비가 하염없이 분노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장면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는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는 아예 딴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애정을 표현한 것뿐인데... 아 그렇지. 설마 질투하시나요?"

"뭐.... 뭐라고?"

웃고 있다.
그렇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짙은 보라색의 동공은 아무것도 비추고 있지 않았다. 그 안에 보이는 형체는 오직 어둠뿐.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살기가 주변을 감싼다.
서 있는 것조차 숨이 턱턱 막혀오는 답답하고 무거운 공기가 그 둘을 짓누른다.

"넌... 누구야? 파이 요원님은 어디 계시지?..."

"누구긴요. 저는 파이랍니다. 그나저나 저번에도 제 임에게 집적거리더니 이번에도 어김없군요. 그동안은 친한 동료라고 봐드렸지만... 이제 그만 포기해주시겠어요?"

"뭐?....무...무슨.."

"몸도 마음도 나만의 것인데......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내줄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대는 왜 이런 년에게 홀려서.... 저를 초조하게 만드시나요..."

노골적으로 원망하는 시선을 보내며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슬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격 자체가 바뀐, 아예 다른 사람 같은 모습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검이 공중에 뜬 채로 진동하고 있다. 마치 검이 우는 것 같이 기이한 소리를 내는 모습은 파이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검과 검집이 분리된다. 칼날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편으로는 가까이 가도 베일듯한 진득한 살기를 유감없이 보내고 있다.

그렇게 빛나던 검이 다소 흐릿해지더니 2, 4개씩 빠른 속도로 분열한다. 그런 와중에

쾅! 쿠쾅!

이 광경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티나는 파이의 얼굴 앞에 직접 수류탄을 던졌다. 동시에 슬라이딩하면서 집안에 진입한다.

"티나 대원님!"

"상대로부터 적의를 감지, 이제부터 플랜A를 파기하고 클로저 이세하의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

3M 정도의 거리에서 기습적으로 가한 공격이 먹힐 법도 했지만 파이는 이미 자리에서 벗어난 후였다. 오히려 거실에 앉아있던 이세하를 끌어안고 냉장고만큼 커진 의문의 구체를 방패 삼아 대치할 준비를 바치고 있던 참이었다.

"그대가 지금 누구에게 마음을 뺏기든 상관없어요. 이젠 진정한 우리만의 세계에서 살아갈 테니까. 제가 그대를 통제할 수 있는 그런 공간에서 영원히... 이어질 테니까...."

"이건.... 뭐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과밀도의 위상력 덩어리가 위태롭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위상력이라는 것이 이런 형상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슬비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 도시를 볼모로 이미 대비를 끝마쳤다는 의미.

"이런게... 폭발하면 근방의 사람들이... 무사할 리가 없어.."

"예정보다 조금 빨라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네요... 앞으로 만들어질 세계를 기대할 수밖에요."

만류할 새도 없이 사검을 커다란 구체에 찔러넣었다. 그러더니 큰 균열이 생겨 팽창되고 축소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만둬! 도시를 파괴할 생각이야?"

"그리고.... 어차피 기억도 못 할 테지만... 그 재수 없는 얼굴도 안 봤으면 하네요."

티나는 가지고 있던 탄알을 구체를 향해 모두 쏟아붓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빛이 새어 나오고 그것이 공간을 비출 때 신기루 같은 형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보여지는 시야가 점점 뒤틀려 공간이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이슬비는 이세하를 향해 나아가려 해**만, 자신의 다리가 바닥에 디뎌지질 않는 걸 보고선 그저 애처로운 얼굴로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세하의 손이 무언가를 감쌀 때를 마지막으로 그녀의 의식은 무너지고 말았다.


***

"능력을...초월할 수 있다고요?"

"그렇다네! 어느 특정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다소 불안정하긴 해도 특별한 능력으로 진화할 수 있지. 참고로 이세하가 초월을 통해 얻은 능력은 이공간형성. 이 세계는 그의 능력과 더불어 파이 윈체스터의 능력 초월로 재구성된 공간이네."

D백작이 검은양에 이야기한 내용은 기존의 상식을 무너뜨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통상적으로 클로저는 사이코키네시스, 파이로키네시스 같은 이능력 또는 검은책, 사검 같은 특수한 무기를 사용하여 위상력을 다루는데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능력을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 다만 검은양 팀은 위 사항에 대해 아직 들은 바가 없기에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는 중이었다.

"만약 정말로 지금 보고 있는 세계가 동생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우린 왜 원래 세계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지?"

"그건 세계가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기억도 같이 바뀌었기 때문이네. 이해하기 어렵다면 김유정이라는 여성이 죽지 않은 IF 세계로 왔다고 이해하면 되겠군."

"어라?.... 무슨 말이야. 언니가 죽었어?"

서유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했다. 아무래도 D백작의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이슬비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내**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생각하기 바빴기에 도저히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반면에 김유정의 얼굴은 상당히 심각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걸리는 바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혹시 파이 요원님의 증상에 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세별이의 편지와 세하의 목에 남은 잔흔을 통해 파이와 지금 이야기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걸 확신한 김유정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의 이목이 김유정에게로 모인다.

D백작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아마 핵심을 짚었다는 뜻이 내포된 표정일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그의 다음 발언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건...."

"죄송한데 그 이야기, 저희도 들을 수 있을까요?"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루나와 소마.
원래대로라면 파이에게 가는 길을 차단할 예정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주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헤헤... 루나.. 이번이 두 번째라고?"

멋쩍은 웃음을 짓는 소마조차도 진지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대화의 서막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다음 화가 마지막입니다. 가면 갈수록 글과 스토리의 뒷심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네요 ㅜ 그리고 이게 세하파이인지 아니면 그걸 가장한 세하슬비인지 저도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2024-10-24 23:35: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