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파이] 얼음에 잠긴 초신성[下 Part 2]
PlaylMaker 2020-05-09 0
Signal Lost-
"어... 어라?"
김유정 국장의 지시에 따라 사냥터지기 팀에 임무를 하달하려던 앨리스.
하지만 볼프강, 김재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호가 끊겼다.
처음에는 단말장치의 오류라고 생각했지만 유니온 네트워크 센터에서 별도의 전파가 없었던 걸 보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끊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김유정 국장에게 다시 연락하려던 찰나에 오히려 그쪽에서 다시 신호가 왔다.
어쩔 수 없이 김유정 국장에게 다시 연락하려던 찰나에 오히려 그쪽에서 다시 신호가 왔다.
"앨리스씨! 혹시 사냥터지기 팀에 출동 명령을 내렸었나요?"
"아니요... 오늘은 특별히 임무가 없어서 대기하고 있었는데요..."
"지금 모든 멤버의 위치 신호가 끊긴 상태예요! 심지어 재리 씨까지요..."
"네?!"
사냥터지기 창설 이후로 유례없던 일.
이렇게 한꺼번에 멤버가 행방이 묘연해진 사례는 없었다.
마치 따돌려진 것처럼 자신만이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을 받은 앨리스는 회의실과 휴게실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좌절하게 된다.
이렇게 한꺼번에 멤버가 행방이 묘연해진 사례는 없었다.
마치 따돌려진 것처럼 자신만이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을 받은 앨리스는 회의실과 휴게실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좌절하게 된다.
"도대체... 여러분들에게...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분명 전날까지만 해도 사냥터지기 팀은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적어도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인상은 그들을 오랫동안 봐왔던 앨리스의 눈에서는 감지하지 못했다.
의미 없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게임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검은양 팀의 누군가에게 어울릴만한 물건이었지만 지금은 곁에 없는 사냥터지기 팀의 암살자가 플레이하던 그 타이틀의 이름은 다음과 같았다.
<<어쌔신 블러드- 브라더 후드>>
***
몽환 세계 심연.
깊은 안개로 인해 바로 앞의 사물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철문이 발견되었다.
문 앞을 비추는 새파랗게 충혈된 커다란 눈알은 언제 올지 모르는 침입자를 빈틈없이 차단하기 위해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금기의 영역 앞에 검은 책의 사서가 들어선다. 근 6년간 암흑의 광휘에 대해 쫓던 그에게 희망을 향한 불씨가 피어오르는 순간이다.
그리고 문 앞에는 그의 옆을 계속 지켜왔었던 후배가 안타까워하는 시선으로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는 그의 옆을 계속 지켜왔었던 후배가 안타까워하는 시선으로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선배.... 오셨습니까."
"아니. 난 더는 너의 선배가 아니야. 이젠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일 뿐이지."
파이의 눈에서 동요나 미동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녀 나름대로 상황에 대해 체념하고 있다는 의미.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는 문 앞에 서성이는 그녀를 본 볼프강은 다소 의아하면서도 의문에 차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는 문 앞에 서성이는 그녀를 본 볼프강은 다소 의아하면서도 의문에 차있다.
"넌 그 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알고 있어. 그렇지?"
"...... 그렇습니다. 선배 앞에 있는 이것은 연옥의 문, 이세계를 꿈꾸고 있는 주인에 의해 형성된 것입니다."
"?! 뭐라고?"
볼프강은 이것을 암흑의 광휘를 만든 차원종이 만든 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면 더 이상했다. 파이는 왜 이 앞을 지키고 있는가
어쩌면 이미 완전히 잠식당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멀쩡한 척은 하고 있지만 속은 이 상황에 대해 웃고 있을지... 그건 파이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이미 완전히 잠식당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멀쩡한 척은 하고 있지만 속은 이 상황에 대해 웃고 있을지... 그건 파이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다소 의아하시겠지만... 의를 보고도 행하지 아니하면 용기가 없음이라. 적어도 이것을 지키고 있는 건 순전히 제 의지입니다. 이를 위해 제 아비조차 속이고 있었으니까요."
"당장 궁금한 게 산더미처럼 많지만... 지금은 이것만 물어**. 이세계를 꿈꾸고 있는 주인이 누구지? 또, 네가 말하는 이세계는 몽환 세계를 의미하는 건가?"
"전... 처음에 이 일을 암암리에 꾸미고 있는 자가 D백작인줄 알았습니다."
마치 모든 걸 놔버린 듯한 공허하고 맥없는 울림. 그렇다. 처음 봤을 때는 마음이 의외로 잘 통하는 상대라고 생각했지만,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누구보다 수상한 자가 D백작이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의 사고방식은 인간의 보편적인 방향과 이견이 컸었으니까.
그렇지만 파이가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무서울 정도로 잠잠했다. 실험한다면 그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려 했을 텐데 그는 지금까지도 움직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 채로 무언가를 행했다고 보기엔 바뀐 지표가 너무 없었다.
마치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 채로 무언가를 행했다고 보기엔 바뀐 지표가 너무 없었다.
"그자가 아니라면....누구지?"
"D백작은 스스로 악을 자처한 위정자 행세를 하면서 세계의 진실로부터 자신을 향해 눈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영혼의 기억파편을 ** 않았다면... 아직도 상냥한 거짓을 통해 투영된 세상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너... 설마 기억이 돌아온 거냐?"
볼프강은 거기서 말을 더 잇지 못했다. 파이의 기억은 확실히 조작되었을 터, 만약 그때의 기억이 되돌아온다면 그녀의 마음은 죄책감에 몸서리칠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면밀하게 관리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되자 그저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면밀하게 관리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되자 그저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후배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어린 클로저의 등을 떠민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동시에 죄책감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무겁게 느껴진다.
"... 다는 아니지만요. 그래도 제가 세별이를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정도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세하는 이 일을 알고 있나?"
"... 아이가 생긴 것은 저의 불찰이니 제가 마땅히 감수해야 할 업보입니다. 물론 제 반려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만."
결혼한 다음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파이는 융통성 있게 말하는 것에 서투르다. 애초에 고집이 있고 앞뒤가 꽉 막힌 유형이긴 했지만 그게 결혼 생활에 있어 긍정적인 지표로 작용할 것인가 따진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성격 차이에도 결혼생활을 무리해서라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역시 아이의 존재 여부이다.
클로저들 중 상당수는 어렸을 적에 불우한 환경으로 지내온 경우가 많고 인격 형성에 있어 많은 악효과를 불러왔다. 우울증, 자아분열증은 결코 드문 증상이 아니며 실제로 그것은 은퇴로 이어지거나 심하면 자살까지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세별이가 커서 클로저를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차원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건 간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물론 세별이가 커서 클로저를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차원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건 간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 가정에 아이가 있다면 이미 결혼 당사자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파이도 여기서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닌지 볼프강은 짐작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이성으로는 그의 장래를 위해 이만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마음은 아직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저란.. 사람 정말 이기적이군요."
"아니. 넌 잘못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당장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 그 녀석을 위해 네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
"그럴 순 없습니다. 제가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이미 제 아비를 위한 결과이니까요. 그리고...."
주변에 산산이 흩어진 얼음 조각들이 모여 무언가의 형태로 탈바꿈된다. 그리고 검은 사검 형상으로 완성되자, 파이의 머리는 짙은 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탈색이 되었고 보라빛의 동공은 깊은 광기를 품고 있었다.
"이미... 돌아가기엔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도망치십시오."
볼프강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더니 언제라도 사념체를 소환할 수 있도록 검은 책을 펼친다. 그리고 이세하가 실종되었을 무렵에 어느 한 장면을 떠올린다.
바로 초신성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린 광경. 언뜻 보면 하늘에 얼음 송이가 수놓은듯한 아름다운 이미지일지 모르나 실체를 분석해보면 전혀 아니다.
바로 초신성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린 광경. 언뜻 보면 하늘에 얼음 송이가 수놓은듯한 아름다운 이미지일지 모르나 실체를 분석해보면 전혀 아니다.
위상력 덩어리만을 얼린 게 아니라 초신성이 발현되고 있던 광범위한 공간을 그대로 정지시켜버린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 자체는 엇비슷해 보여도 의미하는 바는 아예 다르다.
파이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특정 대상의 시간을 잠시 정지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능력을 남발하지는 못하고 사용 후에도 리스크가 커 사실상 실용도가 높은 능력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랬는데도 암흑의 광휘는 클로저를 얼마나 강하게 만드는 걸까? 산산이 부서진 건블레이드에 가해졌던 피로도를 검사해보니 1~3합 안에 코어가 수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조금의 실수 하나만으로도 저 세상행 열차는 바로 곁에 있다. 이세하를 압도한 무언가의 실체가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비로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경고하지만... 저의 또 다른 영혼은 과거 사냥터지기 팀이 상대했던 그 어떤 존재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아무리 선배라도..."
"어쩌지? 난 2년 전부터 사냥터지기 소속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클로저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존재야. 애초에 가능하다던가 불가능하다던가 그런 형편 좋은 소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조직이 아니라고."
".....그럼 여기서 죽어야겠네? 너 따위가 나를 이기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하하하하!"
일순간 동공이 격하게 움직이더니 마치 인격이 바뀐 사람처럼 눈매가 바뀌었다. 파이가 볼프강을 향해 뽑은 칼날은 일말의 동료애도 남아있지 않은 채 서슬 퍼렇고 차가운 인상만을 남긴다.
"이런, 오랜 시간 참아왔던 본심이 이제 나오는 건가. 좀 잘 대해줄 걸 그랬군."
파이의 사방에서 수많은 창과 화살이 대비할 여유도 없이 핏빛처럼 날라온다. 볼프강은 이미 시전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술은 그녀에게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 어렵다고 판단, 최대한 빠르고 광범위한 공격을 가한다.
하지만 기습적으로 행한 공격이었음에도 파이는 전혀 동요의 기색이 없다. 오히려 뭐가 그리 우스운지 잔잔한 미소만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기습적으로 행한 공격이었음에도 파이는 전혀 동요의 기색이 없다. 오히려 뭐가 그리 우스운지 잔잔한 미소만을 띠고 있었다.
무자비한 화살비가 사정권 안에 들어왔을 때도 검을 휘두를 태세를 취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에게 그것은 닿지 않으리라는걸 확신하고 있는듯했다.
"거짓말이지? 이렇게까지 응용하는 건 반칙 아냐?"
"......죽어"
화살과 창이 무언가에 박혔다. 그녀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 의해 채 나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버린 것이다.
시간 정지.
파이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이세하가 말했던 신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절대적인 능력이다.
시간 정지.
파이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이세하가 말했던 신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절대적인 능력이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볼프강에게는 물러서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볼프강에게는 물러서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등을 떠밀었으니까 책임도 내가 져야겠지.`
파이와 이세하에 대한 죄책감, 그동안 묵혀왔던 감정이 그를 가시로 찌르는 것처럼 따갑게 다가왔다.
그 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조각난 건 블레이드같이 그들의 마음도 이미 그렇게 되어있는 게 아닌지 염려하고 또 걱정했다.
그 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조각난 건 블레이드같이 그들의 마음도 이미 그렇게 되어있는 게 아닌지 염려하고 또 걱정했다.
`여기서 꺼낼 수밖에 없나.`
검은 책에 봉인된 제5의 차원종. 그래도 저 상태의 파이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이지만 여기선 전력을 다하는 방법 이외에는 수단이 없다.
소환시키려 할 찰나,
소환시키려 할 찰나,
자신의 책이 빛을 잃은 채 떨어진 나뭇잎처럼 색이 바래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새 바로 앞에서 자신의 팔을 가르려고 하는 파이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뇌를 향해 시각 정보를 주고, 처리할 여유조차 주지 않고 그녀는 이미 볼프강을 죽일 준비를 마쳤다.
눈이 뇌를 향해 시각 정보를 주고, 처리할 여유조차 주지 않고 그녀는 이미 볼프강을 죽일 준비를 마쳤다.
`이런... 늦었-`
그때, 혜성처럼 그 앞을 막아서는 존재가 나타난다. 파이와 마찬가지로 약간 검은 빛을 띤 백색의 머리를 하고 있는 소년.
오른손에는 건블레이드, 왼손에는 놀랍게도 얼음의 사검이 들려있었다.
오른손에는 건블레이드, 왼손에는 놀랍게도 얼음의 사검이 들려있었다.
사검 끼리의 마찰음이 기분 나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파이는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했지만, 소년은 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파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소년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그 둘이 가져다주는 인상은 매우 흡사한 거로 보아 그도 암흑의 광휘와 관계가 있음을 볼프강은 직감적으로 예상했다.
"괜히 휘말려 죽기 싫으면 빨리 사라져. 밖에 있는 생명체가 감당할 만한 존재가 아니다."
"? 너.... 설마 이세하냐?"
목소리, 어조, 느낌 등은 달랐지만, 인상 자체는 이세하와 상당히 비슷했다. 아예 맞다고 하기엔 많이 앳된 얼굴이지만 유니온의 복장을 하는 걸 보면 이세하 말고는 딱히 짐작이 가는 클로저가 없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도 있지. 참, 가는 김에 본체에게 말해. 이젠 정말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고."
"뭐라고?"
"시간이 없다. 핵심만 말하지. 암흑의 광휘는 이세계의 주인이 자신이 만든 공간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고 있을수록 그 불안감을 근거로 더 강하게 붙들어두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세하와 파이 윈체스터가 맺어지게 된 건 단지 우연이 아닌 세계의 의지라고 할 수 있지."
다소 맥락 없고 영문 없는 이야기에 볼프강은 잠시 얼이 나가 있었지만 소년이 한 마지막 발언에 주목했다.
이세하와 파이가 맺어진 게 세계의 의지? 분명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지만 바로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엔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이세하와 파이가 맺어진 게 세계의 의지? 분명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지만 바로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엔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애초에 볼프강은 이 소년의 정체에 대해 가장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길래 신과 대등한 파이의 공격을 가볍게 막고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가.
그렇지만 소년은 볼프강이 이 장소에 더 머물러 있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년은 볼프강이 이 장소에 더 머물러 있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넌 누구지? 둘 사이에 대해 뭘 더 알고 있는 거냐?
"시간이 없다고 말했을텐데... 어차피 곧 알게 될 거야."
"...뭐?..."
어느새 시야가 점점 뒤틀려 본래의 형체를 잃어간다. 순간 자신의 눈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인지했지만, 통증이 없는 걸 보니 다른 공간으로 전이되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철이 서로 부딪치는 벼락같은 파열음을 끝으로 볼프강은 의식을 잃었다.
철이 서로 부딪치는 벼락같은 파열음을 끝으로 볼프강은 의식을 잃었다.
***
그 날은 비가 오고 있었다.
평소에도 비가 오는 날은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때는 유독 더 그랬던 기억이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입관식에 와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리고 정말 친하게 지냈던 사람의...
사람들의 죽음은 여러 번 봐 왔지만, 동료의 죽음은 별로 ** 않아 이번에도 우리는 아닐 거라는 막연한 낙관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클로저에게 죽음은 항상 가까이에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도 가끔 잊어버릴 정도로 우린 잘해나가고 있었다.
클로저에게 죽음은 항상 가까이에 있었다는 당연한 사실도 가끔 잊어버릴 정도로 우린 잘해나가고 있었다.
하버트 웨스트 호프만.
소중한 사람을 지금의 영정 사진 속 인물로 만든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왜 그때, 나타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죽여버렸더라면 이런 상황은 나오지 않았을 터.
법을 무리하게 지키기 위해 한 경솔한 행동의 대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법을 무리하게 지키기 위해 한 경솔한 행동의 대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클로저란, 법과 정의라는 하찮은 명분을 위해 악인을 심판대까지 억지로 올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방해되는 자들을 모조리 죽여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악인마저도 구제해 갱생시켜 사회로 다시 인도하기엔 그들은 너무 부패했다. 또, 그럴만한 역량도 되지 않는다.
검은양팀, 늑대개팀, 기타 유니온 관계자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지키고 있다는 것보단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사실 지키고 있다는 것보단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아무리 떨쳐 내려 해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마음에 남아있어서 미련이라고 불리는 게 아닐까.
머리와 어깨, 다리, 발까지 빗물에 적셔졌지만 의외로 불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내 마음이 망가진 게 아니냐고 생각을 가져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만큼 내 마음이 망가진 게 아니냐고 생각을 가져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옆에는 누군가가 나에게 주고 간 투명한 우산이 중심을 잃고 넘어져 있었다.
누가 준 거였지?... 아 그래 슬비가 줬었구나...
누가 준 거였지?... 아 그래 슬비가 줬었구나...
피폐함과 공허감으로 얼룩진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온몸을 지배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온몸을 지배한다.
"알파퀸님의... 자제분이신 이세하 요원님이시죠? 이렇게 계시면 몸 상하십니다."
순간 몸에 그늘이 져 누군가가 우산을 씌워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신경 쓸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내 눈의 초점은 여전히 유정 누나의 묘비에 고정되어있다.
내 눈의 초점은 여전히 유정 누나의 묘비에 고정되어있다.
"만나 뵌 기간은 별로 되지 않았습니다만... 대나무처럼 올곧은 분이셨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분의 유지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니온에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어져? 누구 마음대로?
애초에 무리하게 연행하려다가 죽임을 당한 건데?
애초에 무리하게 연행하려다가 죽임을 당한 건데?
그의 발언에 반발하듯 나의 마음에는 폭력적인 언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왔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말 그대로 순간일 뿐이었다.
반사적으로 그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곳에는
반사적으로 그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곳에는
`여자?`
분명 사냥터지기 팀의 클로저로 기억하지만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바이.. 였나? 아니... 그건 게임 캐릭터 이름인데?
과거를 상기시키려 하던 중, 그녀는 내 손을 대뜸 잡았다. 검을 다루는 사람이라 그런지 손이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힘이 상당하리라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실례지만... 지금은 따뜻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여기에서 이러고 계신 것도 작고하신 김유정 부국장님께서 바라는 일이 아닐 테니까요."
"....치워"
"네?"
"이 손 치우라고요!"
누나의 이름을 듣자마자 순간적으로 울분이 차올랐다. 그래서 안면도 그다지 트지 않은 사람에게 화풀이했다.
이 사람은 뭔데 누나의 이름을 들먹이는 건가.
이 사람은 뭔데 누나의 이름을 들먹이는 건가.
만나기도 내가 더 오래 만났고 아는 것도 내가 더 많이 안다.
유지가 이어져? 바라는 일이 아니야?
뭘 안다고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는 거지?
유지가 이어져? 바라는 일이 아니야?
뭘 안다고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는 거지?
내 마음속의 의문들을 한꺼번에 토해내듯 그 여자를 노려본다. 예상외의 반응이었는지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런데도 손은 끝내 놓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 강하게 쥐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 떨쳐내려고 하지만 그 결속은 절대로 풀리지 않았다.
`무슨 악력이....`
이렇게 악력이 강한 사람은 엄마와 제이 아저씨 이후에 처음 봤다. 차원종과의 싸움에서 보였던 민첩성 이외에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분명... 슬프시겠죠.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우실 겁니다. 하지만!"
"......"
"곁에서 지켜보는 동료를 위해 한 번만 고집을 꺾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때, 문뜩 위화감이 들어 뒤쪽에 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니 누군가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테스크포스 팀의 루나 아이기스.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계속 저기에 서 있었던 건가?
같은 테스크포스 팀의 루나 아이기스.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계속 저기에 서 있었던 건가?
복장도 장례식에 입었던 검은색 양복 그대로다.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 말해주듯 치마 아랫단도 빗물에 젖어 있다.
분명 다른 멤버들과 함께 떠난 줄 알았는데 이런 모습의 나를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 다른 멤버들과 함께 떠난 줄 알았는데 이런 모습의 나를 줄곧 지켜보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억지로라도 모셔가겠습니다. 불만이 있으시다면 모두 저에게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걸로도... 울분이 풀리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
당당하고 강한 그녀의 인도에 따라 유정 누나의 묘소에서 벗어난다. 얼마나 세게 잡고 있었는지 손에서 땀이 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움직이자, 그제야 루나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가 움직이자, 그제야 루나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 그런 거였어.`
루나가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나를 계속 보고 있으니 보다 못한 사냥터지기의 클로저가 상황 해결을 위해 온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괜히 머쓱해지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괜히 머쓱해지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입구까지 가니 검은색 세단이 보였다. 아무래도 옆에 있는 클로저가 이걸 타고 온 모양이다.
이대로 그녀의 안내에 따라 차에 먼저 탑승했다. 루나도 약간 눈치를 보더니 조수석으로 향한다.
이대로 그녀의 안내에 따라 차에 먼저 탑승했다. 루나도 약간 눈치를 보더니 조수석으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말없이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자, 덩달아 차 안도 쥐죽은 듯 조용했다.
비는 어느새 그쳤다. 마치 슬퍼할 시간은 이제 끝났다고 하늘이 선언해주는 느낌이다.
***
"유정씨가... 언제 죽었지?"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죽긴 왜 죽어요?"
사냥터지기 팀의 모든 멤버가 통신 두절이 되자, 일단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회의실에서 대기하기로 한 제이와 검은양 팀이었다..
제이는 세하의 딸, 이세별이 어렵게 건네준 일기를 읽고 있었는데 거기엔 놀랍게도 김유정의 장례식에 참여한 세하가 쓴 글로 보이는 내용이 명시되어있었다.
제이는 세하의 딸, 이세별이 어렵게 건네준 일기를 읽고 있었는데 거기엔 놀랍게도 김유정의 장례식에 참여한 세하가 쓴 글로 보이는 내용이 명시되어있었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여 다른 멤버들도 돌려보니 역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네요... 세하가 쓴 글이 맞죠? 왜 이런 기분 나쁜 글을 썼는지..."
"하지만... 마치 직접 경험한 일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었는 걸요?"
미스틸테인의 의문에 서유리는 즉각 반발한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 게임 바보. 아직 게임 중독에서 못 벗어난 거 아니야?"
그 뒤로 말이 없다가 모든 시선이 김유정 국장에게로 쏠린다. 딱히 의심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이런 내용이 있는 이상, 무의식적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자, 당황한 김유정은
그러자, 당황한 김유정은
"전 분명히 살아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눈으로 ** 말라고요. 그것보다 사냥터지기 팀이 의도적으로 통신을 끊었을 경우를-"
갑자기 못 볼 것이라도 본 사람들처럼 회의실 문 쪽을 경계한다. 김유정은 검은양 팀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자신도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왜 이런 모습을 보였는지 바로 순응하게 되었다.
오래전 테스크포스를 결성하는 데 도움을 준 몽환 세계의 관리자인 그가, 초대받지 않았을 D백작이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다...당신이 여긴 어떻게?!"
"아... 그립군. 나도 오랜 시간 제군들을 만나지 못해 힘들었다네. 그래도 이젠 슬슬 연극의 분기점을 찍어야 하는 시점이 와서 말이야."
D백작이 현실 세계에 올 수 있다는 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보다 오랜 기간 부재중이었던 그가 갑자기 여기에 와서 이런 말을 남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모두들 의문에 가득 차 있었지만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 사냥터지기팀의 부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거라는 강한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모두들 의문에 가득 차 있었지만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이 사냥터지기팀의 부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거라는 강한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이것 참 오랫동안 고대해 왔다네... 아니 생각해보면 그리 긴 기간은 아니군. 아무튼 그가 절망스러운 과거로 회귀할지 교착된 현재를 선택할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지 않은가."
글쓴이의 말: 생각해보니 어쌔신 크리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하나도 안 해봤네요. 떡밥을 한 번에 풀고 회수하다 보니 내용이 많이 산만합니다. 미스틸의 트레이드 마크인 우웅은 넣으려다 말았습니다. 내용은 별로 못 넣었는데 쓸데없이 시점이 자주 바뀌네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