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55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4-13 1
한발 늦어버린 거 같다. 녀석을 잇는 파이프에 구멍을 내는 것만으로도 모자란 모양이었다. 오히려 자극이 되어 깨어난 모양이었다. 놈은 자신을 묵는 것들을 전부 박살내면서 크게 포효했다.
"크오오오오오!"
"크오오오오오!"
엄청난 살의였다. 클로저들이 전부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엄청난 녀석이었다. 저게 바로 군단장, 거대한 몸집에 걸맞은 무서운 위엄을 드러냈지만, 통제가 제대로 안 되었는지 주변 기기를 전부 부수고 있었다.
"엄청난 녀석이잖아. 한 번 붙어보고 싶어지는데."
"건물이 무너질 거에요. 여기서 탈출해요!"
"그게 좋겠어요."
"흥! 겁쟁이 같으니라고. 상관없어. 나 혼자라도 싸울...... 야! 이거 안 놔!?"
"흥! 겁쟁이 같으니라고. 상관없어. 나 혼자라도 싸울...... 야! 이거 안 놔!?"
나타가 혼자 나서려고 했지만 레비아와 하피가 각각 그의 팔을 잡고 말렸다. 헤카톤 케일이 날뛰는 바람에 건물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녀석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가 파이프를 박살내서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내가 들어왔던 길로 나갔다.
지상으로 올라왔지만, 헤카톤 케일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도시로 향했다. 김민국 박사를 찾는 거보다 저 헤카톤 케일을 먼저 막는 게 우선이었다.
"저걸 먼저 막아야 해요."
"무슨 수로 막으려는 거죠? 저건 S급 차원종이라고요. 우리 처리부대가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아가씨가 내 의견에 반대했다. 확실히 지금 가면 개죽음 당할지도 모른다. 게임이라면 레벨을 좀 더 올리고 나서 보스에 도전할 수 있었다. 시간 제한이 있는 RPG게임하는 기분이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보스를 깨지 못하면 수많은 희생자가 나와서 게임오버가 되는 그런 상황인 거 같았다.
"이기지 못하면, 싸워서는 안 되는 건가요? 클로저는 이기는 싸움만 하는 건가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꼭 나서야 하잖아요. 여러분들이 가지 않겠다면, 저 혼자서라도 가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날아올랐다. 말다툼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지금은 헤카톤 케일이 도시로 들어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녀석이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서 미쳐 대피하지 못하니까. 우선 녀석의 뒤통수를 조준사격했다.
탕! 탕!
좋아. 녀석이 반응했다. 우선 녀석을 아무도 없는 곳으로 유인해야 한다. 녀석이 나를 잡으려고 손을 뻗을 때 사이클 슈즈 부스터를 작동해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에너지가 다 떨어졌다.
"어라? 이런...... 으아아아아!"
하늘에서 그대로 추락했다. 이대로 추락하면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헤딩하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 충격을 덜어야 했지만, 누군가가 뛰어올라서 나를 받아냈다. 하이드 씨였다.
"한석봉 씨! 당신 바보에요? 그런 몸으로 저런 차원종과 혼자서 싸우려고 하시다니."
뒤이어서 나타난 바이올렛 아가씨에게 꾸중을 들었다. 이번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알고 그런 거였다. 하마터면 진짜로 추락사할 뻔 했다. 그래도 원래 목적은 달성했다. 녀석이 성난 얼굴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으니까.
콰콰쾅!
녀석의 등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낯익은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내 헤카톤 케일을 상대했다. 나만큼이나 겁 없이 덤벼드는 클로저 벌꿀오소리 팀이었다. 한영수 요원님이 산탄총으로 무차별 난사하는 모습에 헤카톤 케일의 몸이 조금 흔들렸다. 그렇지만 상대는 S급 클로저인데 괜찮으려나?
쿵!
헤카톤 케일이 주먹을 한 번 날렸다. 클로저들이 공격을 했지만, 풍압 때문에 대부분 나가떨어졌다.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파편이 이곳으로 향해 날아왔다.
"크아아아아!"
헤카톤 케일은 제대로 통제되고 있지 않고, 날뛰고 있었다. 정예 클로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녀석을 상대했지만 전세는 계속 밀리고 있을 뿐이었다. 상대가 저 녀석이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권총으로 엄호하려고 했지만, 바이올렛 아가씨가 말렸다.
"당신은 피하세요. 여기서부터는 우리 클로저가 맡을 거에요. 한석봉 씨. 말 안해도 아시겠죠?"
아가씨와 늑대개 팀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렇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고작 권총 한 자루로 녀석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클로저들이 싸우는 데 방해만 될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저걸 멈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다녀오세요."
처리부대 팀도 뛰어들었다. 수많은 클로저들이 녀석을 상대로 레이드를 벌이고 있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버틸 수 있는 순간일 뿐이다. 우선 벌쳐스 사장님을 찾아가야 한다. 녀석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 * *
벌쳐스 회사도 지금 헤카톤 케일 때문에 사람들이 우왕좌앙 거렸다. 곳곳에서 수화기가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우선 사장님에게 직접 찾아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마침 다급한 얼굴을 한 감시관님과 마주했다.
"어머, 마침 잘 만났어요. 지금 즉시 헤카톤 케일을 멈추러 갈 생각인데 같이 가시죠."
"감시관님. 저걸 통제할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화이트 해커 다수를 동원했다면서요."
"저희도 답답한 상황이에요. 최신 보안으로 맞췄는데 누군가가 제어장치 시스템을 망가뜨렸어요. 외부에서 침입한 거로 보아 CKT부대가 한 짓이 틀림없어요."
감시관님에게 따지고 싶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녀석이 날 뛰는 건 벌쳐스 회사도 바라는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CKT부대가 어떻게 그 보안을 뚫을 수 있었던 걸까? 아무리 그래도 쉽지 않았을 텐데, 혹시 벌쳐스 내부에서 정보를 전달한 걸까?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감시관님."
"뭐죠? 하찮은 사원이 지금 누구 앞을 가로막는 거에요?"
김시환 씨가 실실 웃으면서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안 그래도 지금 상황 통제실로 가야하는데 갑자기 가로막은 게 이상했다. 혹시 이 사람인가? 내게 장소를 알려주고, 헤카톤 케일의 제어 시스템을 망가뜨린 사람이?
"당신들의 계략은 이미 다 끝났거든요. 헤카톤 케일은 나타나서는 안 될 녀석이에요."
"뭐라고요?"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만드는 병기따위,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박살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설마, 당신이 제어 장치를 망가뜨렸다는 건가요?"
"네. 제가 한 겁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설마, 당신이 제어 장치를 망가뜨렸다는 건가요?"
"네. 제가 한 겁니다."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거지? 함께 하던 사내들이 그에게 권총을 겨누었지만 김시환 씨는 웃음을 보이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렇게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감시관님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셨다. 같은 회사 직원이 오히려 불이익이 될만한 일을 저질렀으니까.
"잘도 내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군요. 고작 사원 주제에!"
"큭큭큭, 그렇죠. 고작 사원 주제에 감시관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사원이 있죠."
"김시환 씨. 혹시 CKT부대와 손을 잡으신 겁니까?"
"응? 아,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아니에요. 전 단지, 이 조직이 싫었을 뿐이거든요. 처리부대 요원들과 전 사장의 시신으로 만들어진 그 괴물을 가지고 있는 게 불만이었을 뿐이에요."
가만, 김시환 씨 혼자서 했다고? 설마 이 사람, 해커였어? 너무 당황스러웠다. 화이트 해커들을 동원해서 만든 방화벽이 뚫릴 정도로 뛰어난 해커실력을 가졌다는 얘기였다. 감시관님이 화가 단단히 나셨는지 제압하라고 명령했다. 사내들이 그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김시환은 빠른 손놀림으로 그들을 한 명씩 때려눕혔다.
쉬쉭- 퍽! 퍽! 퍽!
뭐야 이거? 지금 무술 영화찍는 거 아니지? 벌쳐스 사원인데 무술을 엄청 잘했다. 저게 바로 말로만 들었던 절권도라는 건가? 게임에서 보는 무술을 실제로 보게 될 줄 몰랐다.
"다...... 당신!"
엄청 좋은 몸놀림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위상력 능력자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 위화감은 없었다. 감시관님은 권총을 꺼내 겨누었지만, 김시환 씨는 우리 두 사람을 보고 비웃을 뿐이었다.
"지금 여기서 저를 쏜다고 해서 헤카톤 케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녀석을 반드시 쓰러뜨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헤카톤 케일은 이제 조종할 수 없으니까요."
아예 그걸 살상무기로 쓰지 못하게 하려는 거 자체가 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건 CKT부대도 바라는 일이었을 텐데 김시환 씨가 그들을 돕는 거처럼 보였다. 확실히 사람의 시신을 붙여서 만들어 낸 건 끔직한 일이었다. 그 병기를 파괴하는 게 먼저라는 건 나도 그렇게 느꼈다.
"그 썩어빠진 얼굴을 보고 싶지 않군요. 지금 벌집으로 만들어 드리겠어요."
감시관님이 총을 쏘려고 했지만, 어딘가에서 날아온 탄환이 감시관 님의 권총을 맞춰서 각도고 흐트려졌고, 나는 재빨리 감시관님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 시켰다. 저격이 틀림없었다. 김시환 씨를 잡는 게 먼저지만, 홍시영 감시관님을 죽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으윽, 아무래도 CKT부대와 손을 잡은 모양이군요."
"괜찮으세요?"
"팔이 조금 나간 거 뿐이에요. 이 정도면 치료만 받으면 끝나요. 한석봉 요원, 지금 바로 컨트롤 센터로 가서 헤카톤 케일을 통제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세요."
"네!"
지금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면 나쁜 사람들 지시는 듣고 싶지 않아도, 헤카톤 케일을 막는 게 먼저였으니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