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44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3-27 1

 함정을 우회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주변을 촬영했다. 여기 들어온지 3시간이 지났다. 여기까지 왔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슬슬 공복시간도 다가왔다. 5명 요원은 생사를 알 수 없었지만, 전사했다고 봐야 했다. 구멍 안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건 틀림없었다.

"리더! 저기를 보십시오."
"음? 저건?"

 클로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차원문이 형성되고 있었는데 저건 틀림없는 검은색 차원문이었다. 저 안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게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틀림없었다. 저 사람은 배원형이다.

"차원문 안에서 사람이 나오다니 어떻게 된 거지? 한석봉 요원님. 저게 당신이 말한 검은색 차원문인가요?"
"네. 그리고 저건 CKT부대 요원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적이라는 건 확실하군요."

 이쪽을 감지했는지 배원형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씩 웃어보이는 게 보였다. 한영수 요원은 산탄총을 장전하고, 곧바로 녀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클로저들이 뒤따라갔다. 아무 생각없이 돌진하는 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배원형은 창을 든 채로 경계태세를 벌이지 않았다. 

"유니온 소속 정예 클로저, 벌꿀오소리 팀."
"배원형 씨. 오랜만이군요. 뭘 꾸미고 있는 거죠?"
"오, 한석봉 요원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요. 노다지 군단을 막아내는 데 공을 좀 세웠다면서요?"

 배원형은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클로저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나와 저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쓰레기 섬에서 나타와 호각을 이루었지만, 정예 클로저를 상대로 이기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나타도 뛰어난 전투력이지만, A급 클로저 만큼은 아니었으니까.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이런, 조금은 인사는 해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 여기는 단지 명령을 받아 온 거에요. 미스터 블랙님의 명령을 말이죠."
"미스터 블랙은 차원종인가요? 아니면 인간인가요?"
"호오, 글쎄요. 어떤 존재일까요?"

 내가 물어봤지만 그 사람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한영수 요원이 산탄총을 장전하며 그의 머리를 겨누며 말했다.

"벌집나기 싫으면 묻는 말에 대답해라. 미스터 블랙은 대체 누구냐? 저 검은 차원문은 대체 뭐지?"
"그런 건 당신들이 스스로 알아내봐. 내가 그런 걸 알려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

 미스터 블랙에 대한 정보는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검은색 차원문이 열렸을 당시에 인공위성 첩보사진에 찍혔던 그 남자가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모습으로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차원종일 가능성도 있었다.

"아무래도 너를 여기서 없애버려야겠군."

 한영수 요원이 그를 쏴버리려고 했다. 배원형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는지 전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 검은 차원문에서 뭔가가 등장했다. 기다란 창을 든 인간형 차원종이었다. 전체적으로 연두색으로 되어있는 피부였고, 두손과 두발은 물갈퀴로 이루어진 거로 보였으며 얼굴은 개구리인간처럼 보였다. 

"크웨에에에!"
"저를 상대하기 전에 이 녀석을 상대로 놀아주셔야할 겁니다. 그럼 실례하도록 하죠."

 배원형은 그렇게 말하며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한영수 요원이 그를 향해 발포했다. 그러자 차원종이 팔을 들어 탄환을 대신 맞았다. 산산조각났지만, 잘려나간 팔에 꿈틀거리는 뭔가가 나오더니 곧바로 재생했다. 

"재생이 되는 녀석인가? 벌꿀오소리 팀. 공격!"

 벌꿀오소리 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도 뒤에서 원거리로 권총을 발포했다. 각자 무기로 차원종 몸을 박살냈지만, 어디를 노려도 계속 재생될 뿐이었다. 혹시나 몰라 머리를 집중 사격했는데도 통하지 않았다.

"이놈은 대체 뭐야? 위상력 기운도 느껴지지 않고......"

 위상력 기운이 느껴지지 않은 차원종이었다. 아무리 공격해도 박살난 부위가 계속 재생되었다. 차원종 녀석은 높이 점프한 뒤에 우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찍었다. 클로저는 전부 흩어져 피했고, 나도 뒤로 물러나면서 창을 향해 발포했다.

팅! 팅! 

 창은 단단했다. 설마 저걸 부숴야 차원종을 죽일 수 있다는 그런 건 아니겠지? 게임을 너무 많이해도 문제였다. 엉뚱해보이는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창을 집중 사격했지만 역시나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놈을 죽일 수 없다면 무기라도 무력화시켜야겠군."

 한영수 요원이 산탄총으로 발포했다. 녀석이 들고 있는 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위상력을 담아서 사격했을 텐데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하셨을 텐데도 끄떡도 없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저 창에 무슨 비밀이 있는 거 같아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A급 클로저의 공격에도 버티는 창, 어떤 금속으로 만들어졌기에 A급 클로저 공격에도 견디는 걸까? 궁금했지만 녀석이 휘두르는 창을 계속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선 거리를 벌리며 원거리 사격을 하지만, 녀석의 창이 총알을 다 튕겨냈다. 슈즈에 장착된 거로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클로저들이 전방에서 견제해준 덕에 나는 위험에 처하지 않았지만,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탄알도 얼마 남지 않았다. 부러지지 않은 창, 재생능력을 갖춘 차원종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클로저들은 공격과 방어하느라 바쁘고, 나는 뒤에서 생각에 잠겼다. 게임에서는 어떻게 했을까? 분명히 약점이 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은 창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한번도 놓으려고 하지 않은 게 신경쓰였다. 

"요원님. 엄호해주세요!"
"네? 무슨 말입니까?"

 대답대신 앞으로 나아가 남은 탄알을 전부 쏟아냈다. 한영수 요원님에게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창을 든 팔이 나가 떨어졌고, 나머지 팔과 다리도 박살났다. 그러고는 다시 재생하려는 순간에 몸을 날려 창을 들고 뒹굴다가 싸이클 슈즈를 곧바로 작동시켜 위로 날아올랐다. 

끼야아아아!

 흉측한 녀석의 몸이 나를 붙잡으려는 게 보였다. 이러다가 잡힐 거 같아서 눈을 질끈 감았다.

파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살점이 내 얼굴에 튀었다. 한영수 요원님이 산탄총으로 얼굴을 박살내고 녀석의 양손을 잡아 그대로 떨어뜨렸다. 나는 그 틈에 녀석의 손에 총알 한발을 박아넣어 창에서 떨어뜨리게 했다. 

스스스스스-

 재생되고 있었던 차원종의 살점이 검은 재로 변하면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위험한 도박을 걸었는데 운 좋게 맞아 떨어졌다. 한영수 요원님이 아니었으면 붙잡혀서 죽었을 지도 몰랐기에 심장이 두근거린 게 멈추지 않았다.

"왜 그런 위험한 일을 하십니까? 이런 건 저희 클로저에게 지시해도 되잖아요! 민간인 요원님을 죽게 놔둔다면 저희 팀 체면이 다 구겨집니다. 가능하면 자제해주시죠."
"죄송합니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확실히 클로저에게 지시해도 되는 일이었는데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 전에도 늑대개 팀에게 이런 식으로 혼난 적 있었지만, 나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벌꿀오소리팀처럼 겁을 먹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

"그래도 큰 활약을 하셨군요. 인천에서 활약하신 게 헛소문은 아니군요."
"아니에요."

 내가 들고 있는 창을 보고 피식 웃었다. 차원종은 쓰러뜨렸지만, 검은색 차원문은 아직 남아있었다. 저 안에서 뭐가 튀어나오려는 걸까? 배원형은 저 차원문으로 도망간 걸까?

"저기로 한 번 들어가볼까요?"
"아뇨. 여기서 물러나도록 합시다. 지금 제 팀원들이 지쳐있고, 저 검은색 차원문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철수하도록 하죠."

 휴, 드디어 철수였다. 솔직히 방호복을 입은 채로 있는 게 너무 더웠다. 돌아가면 찬물로 반드시 샤워하기로 다짐했다. 그나저나 그 차원종은 대체 뭐였을까? 땅 속에서 함정을 파는 차원종과, 방금 전까지 싸웠던 정체불명의 창을 들었던 차원종, 클로저들이 전부 위상력 기운을 못 느꼈다는데 그럼 어떤 존재인지 궁금증만 남았다. 나머지는 클로저들이 수거한 재와 내가 손에 넣은 창을 조사하는 연구원들 몫이었다.

*  *  *

 입구로 다시 나왔다. 희생당한 클로저를 뒤로했고, 한영수 요원이 이끄는 벌꿀오소리팀은 곧바로 연구원에게 보고했지만 나는 그곳에서 찍은 사진을 감시관님에게 전송했다. 내가 소속된 곳은 유니온이 아니라 벌쳐스니까 그곳에 보고하는 게 당연했다. 사진을 보내자 감시관님이 곧바로 통화를 걸었다.

"네. 감시관님."
-수고 많으셨어요. 사진은 충분히 잘 받았는데 그곳에서 얻은 다른 물건은 없나요?
"네. 사진으로 보내드린 차원종이 들고 있는 창을 받았습니다. 연구원님들이 창을 분석해보려고 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들에게 맡기세요. 제가 상부에 연락해서 연구한 결과를 알려달라고 할 테니까요. 벌꿀오소리팀과 끝까지 함께하시기 바랄게요. 그럼.

 아직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벌꿀오소리팀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낼 리가 없다는 걸까? 어쩔 수 없지. 그들이 다시 탐사를 한다면 나도 뒤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그 차원종이 들고 있었던 창입니까?"

 연구원이 내가 든 창을 훑어보면서 놀라워했다. 신기하다는 눈빛을 하는 거 보니, 과거에는 저런 창을 든 차원종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배원형이 한 말이 자꾸 맘에 걸렸다. 녀석은 대체 뭘 노리고 있는 걸까?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2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