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39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3-20 1

 일본 내에 있는 어느 버려진 공장, 해랑은 노트북용 통신기를 열었다. 현재 일본 전역에 있는 클로저들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알고 구조요청을 하려는 거였다.

"신해랑입니다. 현재 일본 클로저들이 포위하고 있어서 자력으로 도주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구조 요청합니다."

 잠시 후 통신기에서 CKT 라는 문구가 생김과 동시에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청을 승인한다. 요코하마 항구지점으로 오도록.
"알겠습니다."

 노트북을 덮은 뒤에 곧바로 창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가 멈칫했다. 강한 위상력 기운, 이미 이 위치도 노출되었다는 걸 짐작했다. 해랑은 두 눈을 감은 채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와라! 겁쟁이처럼 숨어있을 생각하지 마."

 해랑의 부름에 답하려는 듯이 주변에 숨어 있던 클로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한 반응을 보이는 거로 봐서 정예 클로저들이라 확신했다. 그 중 선글라스를 벗으며 씩 웃어보이는 클로저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코하마 항구라고 했지? 거기로 가면 너를 구하러 온다고? 알려줘서 진심으로 고맙군."

 일본 S급 클로저 코이츠 시네야마, 중년 아저씨 이미지를 가진 클로저로 검은 정장을 입은 채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해랑은 곧바로 수리검을 허공에 던져 그의 그림자를 차단하려고 했지만, 날아가던 수리검이 산산조각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조금 놀랐나? 수리검으로 그림자를 묶는 기술을 사용한다면서? 그 잘난 공격은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지."

 코이츠의 몸이 잠깐 사라졌다가 그녀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재빨리 수리검을 꺼내 찌르려고 했지만, 코이츠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내 그대로 힘껏 쥐었다.

"큭......"
"신해랑, 너를 국가테러혐의로 체포한다."

 능력자를 체포하는 데 사용하는 위상 재머 수갑을 꺼내 재빠르게 손목에 채웠다. 이대로 본부로 연행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바깥에서 나는 폭발과 함께 정예 클로저 다수의 비명이 들렸다.

"뭐지?"

 유리가 깨짐과 동시에 그들이 안으로 날아왔다. 정예 클로저들이 공격을 받고 온 건 알았지만 그대로 기절했는지 일어나지 않았다. 코이츠는 해랑의 팔을 잡으며 갑자기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차원종을 보며 놀랐다.

"노다지 군단? 덩치를 보니 우두머리인 모양이군."

 릭스마이너는 삼단봉을 들어 자신을 포위하는 정예 클로저와 맞섰다. 새로운 갑옷을 입은 그는 클로저들의 움직임을 보다가 먼저 움직이는 녀석을 상대로 먼저 달려들어 삼단봉으로 내리쳤다. 코이츠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정예 클로저들이 따라오기 어려울 수준의 스피드로 한 명씩 때려눕히고 있었다. 이러다가 클로저 전부 나가떨어지게 생겼다. 남은 클로저 네 명이 한꺼번에 덤벼들려고 하자, 코이츠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만! 너희가 상대할 수준은 아니야. 여긴 나에게 맡기고, 너희는 이 여자를 본부로 데려가."

 코이츠의 말에 정예 클로저들은 순순히 말을 들었다. 일본 내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클로저이며, 이번 검거 작전 팀의 리더로서 내리는 명령이었다. 클로저에게 인계한 뒤에 릭스마이너 앞에 홀로 섰다. 

"차원종이 훼방을 놓으려고 할 줄이야. 역시나 너희는 CKT부대와 관련이 있었군."
"너희 뜻대로 무사히 데려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인간."
"정예 클로저 네 명을 상대로 저 여자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물론이다."

 릭스마이너의 차가운 대답과 동시에 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들렸다. 헬기가 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 없는데, 창밖에 검은색으로 된 군용헬기가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릭스마이너는 삼단봉으로 코이츠를 향해 내리쳤고, 그는 왼팔을 들어 막았다. 

"이런 공격은 조금도 아프지 않는 군."

 깔보듯이 말하고 곧바로 반격의 주먹을 날리면서 합을 이루기 시작했다. 주먹과 삼단봉이 부딪칠 때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건물 벽에 금이갈 정도로 강한 충격파가 다수 발생했다. 6합 정도 이룬 뒤에 서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상대를 보던 코이츠는 밖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소총이나 쏘는 녀석들에게 정예 클로저가 당할 리는 없겠지.

 코이츠는 그들이 알아서 할 거라 믿으며 릭스마이너와 교전을 벌였다.

*  *  *

 신해랑이 숨어있는 걸 발견했다는 정보에 우리는 특경대와 함께 그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혹시나 모를 그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전력이었다. 그리고 무전기를 통해 그녀를 구하기 위해 테러군단이 출동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CKT부대 군용헬기 출현, 탈취한 미군 헬기로 추정, 지원 요청한다!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상황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최고 속도로 운전하면서 가는 중이지만 무전기 목소리로 볼 때 다급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전기를 든 지휘관이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 가고 있다고 답했다. 나도 총기점검을 하며 곧 도착할 전쟁터가 기대되었다.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당신을 지켜드릴테니까요."

 하피 씨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오그라들었다. 나도 너무 고정관념에 빠져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남장을 한 멋있는 왕자님 역할을 하시는 거로 느껴졌다. 

"고...... 고맙습니다."
"민간인을 지키는 건 내키지 않지만, 당신에게는 그럴 가치는 있겠군요."

 아니, 유키코 씨도 왜 저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거기에 이어서 두 분이 서로 노려보기까지 하셨다. 누가 지키든 딱히 상관없지 않나? 두 사람에게는 그저 짐이 될 수 있는데 멀리서 서포트해주면 위험에 빠질 일은 거의 없었다. 

"곧 도착한다. 다들 준비!"

 특경대들이 전부 무장했다. 바깥에서 나는 폭발 소리에 나는 귀마개를 착용했다. 이제 곧 전장에 들어갈 시간이었으니까. 차가 급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설 때, 특경대들과 함께 내렸다. 클로저 두 분은 먼저 앞장섰고, 특경대들은 CKT부대와 곧바로 총격전을 벌였다. 

 클로저 네 명이 기절했는지 쓰러져 있었다. 검은 제복을 입은 선글라스 남자가 지휘관으로 보였다. 권총으로 한 발씩 발포하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고, 수갑에 채워진 해랑의 모습도 보였다.

탕! 탕! 탕!

 우두머리를 먼저 쏴버리는 게 현명했다. 한 발은 권총, 두 발은 팔과 다리를 노렸지만 어째서인지 총알이 튕겨져 나갔다. 저 지휘관도 능력자인 모양이었다. 특경대 수가 더 많았기에 CKT 부대원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가고 있었다. 놈들이 여기서 철수해도 저들의 신원파악을 한다면 녀석들에 대해서 알 수 있겠지.

"릭스마이너!"
"뭐라고?"

 릭스마이너가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CKT부대 다수를 상대하던 하피 씨와 유키코 씨가 이쪽으로 바로 달려왔다. 릭스마이너는 삼단봉으로 바닥에 한 번 내려찍자 강렬한 빛이 눈을 부시게 했다.

"우웃!"

 클로저도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빛이였다. 삼단봉의 기능인 걸까? 빛은 잠깐 이어졌을 뿐이었다. 잠시 후에 그게 사라졌을 때는 군용 헬기가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멀리 떠난 게 보였다. 

"쳇. 놓쳐버렸군."

 폐공장에서 나온 중년 아저씨가 욕설을 벌이며 험상궂은 얼굴을 보였다. 강력한 위상력 기운이 느껴졌다. 일본 내에서 상위권에 드는 클로저겠지.

"릭스마이너가 CKT부대와 정말로 손을 잡고 있었네요. 영문을 모를 차워종군단은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일까요?"
"그렇다고 봐야겠어요. 신해랑을 놓쳐버렸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하피는 섭섭하다는 듯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정예 클로저가 나섰고, 만약에 대비해 특경대도 출동했지만 결국 그들이 도망치게 했다.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었다. 분명히 녀석들이 헬기로 왔다면 반드시 출동해야 하는 존재가 있었다.

"전투기들은 뭐한 거죠? 출격하지 않은 건가요?"
"저도 이해가 안 되는 군요. 전투기 흔적이 보이지 않았네요."

 유키코 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대로라면 전투기가 출격해야 정상이었다. 영공을 침범했는데 항공**대 사령부에서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사정을 나중에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야, 너희들, 일어나. 정예 클로저 녀석들이 한 순간에 당해버리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중년 아저씨가 그들을 깨우려 했다. 분명히 그들을 지휘했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한 짓이었을까?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 같았다.

*  *  *

 군용 헬기가 성층권 위에서 날아갔다. 수갑이 해체된 해랑은 이제 좀 살겠다고 말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선글라스 남성에게 말했다.

"구하러 와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그러니까......"
"조재현입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어머, 그 타임머신을 계획하다가 실패했었던 그 사람이군요."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셨으면 합니다. 구하러 와준 사람에게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거 몰라요?"

 가슴 아프게 했던 과거를 꺼내는 그녀의 말에 발끈했다. 전에 타임머신 계획으로 전으로 되돌리려고 했지만, 세하일행에게 저지당했었다. 그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했었다.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할게요. 단지 믿을 수가 없어서 반응한 거에요. 검은색 위상력은 도대체 어디서 얻으신 거죠? 네 명의 클로저를 순식간에 제압했던 그 힘은 예전에 잃어버렸다고 들었는데."

 해랑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지만,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굳이 중요한 일도 아닌데 꼭 알려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조재현이 노트북형 통신기를 실행하여 곧바로 누군가와 연결했다.

"임무 완료했습니다. 신해랑을 구조했습니다. 모든 게 예상하신 그대로였습니다. 미스터 블랙."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2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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