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37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3-16 1
게임에서는 여성을 두고 도망치는 남성은 없었지만 아무리 나라도 현실은 구분할 줄 알았다. 저 불량배들이 각성자라는 걸 알면서 무모하게 덤벼들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도 길거리에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긴 했지만 시민들의 단합으로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했었다. 관통탄을 가진 특경대가 적극 나서서 치안 유지에 힘쓰고 있었다. 클로저도 파견나와서 치안 유지에 도움을 주었었다.
일본에는 특경대가 없나?
일본 정부도 대책을 내놓을 거라 생각이 들었는데 순찰을 도는 특경대 복장을 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함을 못 참았으니 유키코 씨에게 사정을 들었다.
"일본에는 특경대 조직이 없나요?"
"아뇨. 있어요. 다만 규모가 크지 않을 뿐이에요. 차원종과 교전하는 부대가 아닌 범죄를 저지른 능력자를 체포하는 일만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둘 다 하고 있는데 일본은 한 가지만 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유키코 씨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고 보니 벌쳐스에서 최태민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게 떠올랐다. 한국 특경대는 세계에서 우수한 수준이라고 말씀하셨다. 미국이 더 뛰어나다고 하지만 그곳에 있는 특경대는 민간인을 너무 거칠게 대한다고 했었다. 그곳은 총기 허용 국가였기 때문이다. 차원종이 나타난 혼란을 틈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어서 경찰이 순직하는 일이 많았다. 전투력을 따지면 미국이 더 뛰어나지만 민간인 안전은 한국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건 클로저가 아니라 특경대가 아닐까요? 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일본 특경대는 범죄자를 제압하는 부대지만 각성자가 아니었고, 차원종 출현시에 시민을 보호하는 사명을 가진 건 경찰과 같았다.
"그들은 각성자가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겠어요. 당신도 특경대와 똑같아요. 무기만 좋다고 해서 싸움에서 이기는 건 아니니까요."
뼈를 때리는 발언이었다. 유키코 씨 말대로 단련한 몸이어도 무기에 의존하는 평범한 소년일 뿐이었다. 그래도 클로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할 수 있었다. 좀 전에 불량배에게 둘러싸였을 때 내가 도망친 것도 두 분에게는 도움 되는 일이었듯이.
애애앵-
진지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어두웠는데 갑자기 들여오는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랐다. 두 분은 허공으로 고개를 돌려 하늘 위에서 생성된 차원문을 보았다.
"검은색 차원문? 저런 건 처음인데......"
지금까지 발생한 차원문과는 다른 색이었다. 검은 차원문 내에서도 분명히 차원종이 출현할 거 같았다. 유키코 씨가 먼저 사이킥 무브로 이동했고, 하피 씨도 뒤따라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까? 사람들을 대피시켜야겠지? 그 안에서 노다지 군단이 고층 건물 옥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게 보였다.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게 낫겠다.
* * *
하피와 유키코가 도착했을 때 노다지 군단이 레일 캐논으로 두 사람을 겨누었다. 지휘관은 보이지 않았다. 병사들만 있으면 클로저 소수 만으로 충분히 쓰러뜨리는 게 가능했다.
"당신도 왔군요. 마침 좋은 기회군요. 한국 클로저의 실력을 감상해볼까요?"
"어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저도 유키코 씨의 실력을 구경하도록 하죠."
"어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저도 유키코 씨의 실력을 구경하도록 하죠."
서로 견제하는 듯한 대화를 주고 받은 뒤에 동시에 달려들었다. 지그재그로 이동하며 레일 캐논을 피해내며 병사들을 때려 눕혔다. 병사들을 처리하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주로 발차기를 사용해서 마지막 병사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동시에 착지했다.
"조금 시시하군요."
"저 검은 차원문에서 오합지졸만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은데 말이죠."
"저 검은 차원문에서 오합지졸만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은데 말이죠."
"정답이야."
차원문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제복을 입은 붉은 머리 여성이 차원문 안에서 나와 우아하게 착지했다. 두 사람이 보기에 틀림없는 인간이었지만 위상력이 강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과 비슷한 몸매를 가진 그녀의 검은 제복을 보고 동시에 눈이 커졌다.
"설마 반 유니온 단체인......"
"미스터 블랙님이 이끄시는 CKT부대 요원 중 하나인 신해랑이라고 한다."
씩 웃으며 깔보는 듯한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피는 전에 나타와 교전했던 배원형이라는 CKT부대 요원을 떠올렸다. 나타와 호각을 이룰 수준이라면 이 여성도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국제 테러 단체라고 불리는 그들이지만 한국인이 의외로 많았다.
"어머, 이곳에서 반 유니온 단체를 만날 줄이야. 저 검은 차원문은 대체 뭐죠?"
"지옥의 문이라고 해두지."
하피의 질문에 그녀는 간단히 답변했다. 다른 곳에도 차원문이 생성되어 노다지 군단이 나타나는 게 보였고, 현장에 출동한 클로저들과 교전을 벌이는 게 보였다.
"노다지 군단은 CKT부대와 어떤 관계죠?"
"노 코맨트."
허벅지에 장착된 주머니에서 수리검 하나를 들며 말했다. 쉽게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았으면 두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당신을 체포하겠어요."
유키코가 먼저 연속 발차기로 선제공격하지만 그녀는 우습다는 듯이 양손에 주머니를 꽂은 채 허리만 움직여서 피했다. 하피도 나서서 발차기를 날렸지만 여유롭게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어머, 그렇게 폭력적으로 나오면 여자력이 떨어진다는 거 아는가 모르겠네요."
"시끄러워!"
해랑이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자 유키코가 발끈하여 위상력이 실린 강한 공격을 퍼부었다. 하피는 저 모습이 조금 익숙했는지 자제하려 했다. 예전에 그녀도 경찰을 상대로 도발하는 짓을 많이 했었으니까. 해랑은 수리검을 한손으로 든 상태에서 허리와 다리만 움직이면서 공격을 피하다가 하늘 높이 그걸 던졌다.
뭐지?
하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녀를 제압해야 하기에 가세하려고 움직였다.
"어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팔다리는 물론이고, 고개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입만 열고 닫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해랑은 씩 웃으며 수리검을 꺼내 유키코와 맞서 싸웠다.
캉! 캉! 캉! 캉! 캉! 퍽!
수리검과 발차기로 합을 이루다가 해랑의 뒷차기로 유키코를 밀어냈다. 양팔로 막아서 치명상은 피했지만 뒤로 밀려날 정도로 강한 위력이었다. 유키코는 다시 반격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몸이 움직여지지 않은 게 느껴졌다.
"당신, 뭔짓을 한 거야?"
"후후후, 궁금하신가?"
"후후후, 궁금하신가?"
이상한 폼을 잡은 상태로 멈춰 있었다. 하피는 잠시 마비시키는 거라 생각하고 위상력을 끌어올려 방출했다. 해랑은 그녀가 마비에서 벗어난 걸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보였지만 푸른 위상력을 동반한 발차기 공격을 피해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방금 전보다 더 빠른 공격이었으니까.
쾅!
공격이 한 번 들어갔다. 단단히 화가 난 얼굴을 한 하피의 발차기가 해랑의 복부를 강타했다. 뒤로 밀려나던 해랑이 고개를 숙인 채 양손으로 복부를 만지며 입꼬리를 올렸다.
"제법인데? 장난 치면 오히려 내가 당하겠는 걸?"
허리춤에서 이번에는 수리검을 양 손에 각각 하나씩 들었다. 그 안에 보라색 위상력이 주입되었고, 좌우로 각각 날렸다. 허공으로 날리는 걸 보고 의아했지만 갑자기 몸이 또 마비되었다. 방금 전에 했던 거처럼 위상력을 방출했지만 어째서인지 벗어나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그걸 가르쳐주는 바보가 어디있지? 싸움에서 이기려면 자신의 기술을 적에게 알려주지 마라. 그건 기본이잖아."
해랑이 새로운 수리검을 꺼냈다. 하피와 유키코는 이 상황이 수리검과 관련있다고 판단했지만 허공을 날렸던 수리검인데 그것만으로 마비 되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끝을 내볼까?"
수리검을 들어 두 사람에게 던질 준비하지만 갑자기 난 총성에 멈칫했다.
핑! 핑!
"헉."
몸이 움직였다. 두 사람은 갑자기 마비에서 풀려나자 양손을 움직여보며 몸을 살폈다. 해랑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 도망친 줄 알았는데 오신 건가요?"
기대하지 않았던 한석봉이 옥상 문 앞에서 해랑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하피는 그가 조금 반갑게 느껴졌다. 방금 마비에서 풀려난 게 그의 활약이라고 판단했다.
"제가 알려드릴게요. 저분은 수리검을 허공에 날린 척 했지만 사실은 두 분의 그림자를 노린 거에요. 두 분 등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수리검이 박혀 있더라고요. 아마도 각성자의 그림자를 추적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특수한 구조로 만든 수리검일 거에요."
"뭐라고?"
석봉의 설명에 두 사람은 등 뒤에 생긴 조그마한 구멍에서 나온 걸 본 수리검을 보았다. 총 4개, 위로 던졌던 거와 옆으로 던졌던 수리검이 각각 등 뒤에 펼쳐진 그림자에 박혀 있었다.
"어머, 설명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거죠? 여기오기전에 지켜봤다는 건가요?"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엄호하러 오는 길에 우연히 봤어요. 저분이 수리검을 던질 때 그림자를 조심해주세요. 가능하면 그림자가 앞으로 향하게 하시면 될 거 같아요."
"좋아요. 그렇게 하죠."
"이봐요. 잠깐!"
하피는 불만없이 따랐지만 유키코는 순순히 따르는 게 이해가 안 되었는지 말리려 했다. 해랑을 지나친 하피는 곧바로 뒤돌려차기로 공격한다. 해랑이 곧바로 수리검을 하늘 위로 날렸지만 그림자 앞으로 날아오고 있어서 쉽게 요격이 가능했다. 원리만 알면 그림자가 어디로 향하든 상관없지만 석봉이 굳이 정면을 향하게 하라는 이유가 있었다. 등 뒤로 돌아 수리검을 요격하는 틈에 해랑이 기습공격을 할 수 있어서였다.
캉! 캉! 카캉!
그림자를 묶는 기술이 안 통하자 어쩔 수 없이 두 개의 수리검으로 합을 이루었다. 유키코도 각성하여 그녀의 후방을 노리자 해랑은 덤블링으로 공격을 피해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
"쳇. 골치아픈 방해꾼이 나타났군. 승부는 다음으로 미루지."
섬광탄을 터뜨리고 사라졌다. 세 사람은 주변을 둘러봤지만 반응은 커녕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검은 차원문이 서서히 닫히는 걸 보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