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35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3-13 1
일주일이 지났다. 두번째 봉급을 받은 뒤에 곧바로 일본으로 왔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 콘솔 게임기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도 개발한 게 있긴 하지만 일본에서 이번에 새로 출시한 게 성능이 더 좋아서였다. 이번에 콘솔 게임 사전 구매를 신청했는데 운 좋게 당첨되어서 여기에 왔다.
기대된다.
그리고 게임에서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분도 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이름이 그러니까 사토리카 유키코 씨, 내가 했던 명작 SRPG게임의 여 주인공 캐릭터 목소리를 담당하신 분이셨다. 이번에 인천에서 세운 공이 인정되어 5박 6일 간 휴가를 받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일본어는 모르지만 통역 앱이 있으니 의사소통은 문제 없었다. 도쿄에서 가장 좋은 호텔로 예약했으니 충분히 지낼 수 있었다.
"어머, 그렇게도 좋은 건가요?"
"왜 하피 씨도 여기 오신 거에요?"
"왜 하피 씨도 여기 오신 거에요?"
"감시관님 명령이에요. 당신을 감시하라고 명령 받았거든요."
휴가를 냈는데도 감시가 필요하다고? 그 기밀정보를 아직도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가능하면 혼자 오고 싶었는데 왜 굳이 이 분까지 오신 거야? 일본 내에도 클로저가 있어서 굳이 경호같은 건 필요 없었다. 차원종이 나타나면 안내방송 나오는대로 대피하면 되니까.
"전 그냥 콘솔 게임을 사러 가는 거에요. 굳이 감시할 필요가 있으신가요?"
"어머, 저 같은 미인과 일본 여행에 오는 게 기쁘지 않으신 건가요?"
"아니, 그런게 아니고요."
"아니, 그런게 아니고요."
"후후후, 얼굴이 빨개지셨네요."
검지로 내 코끝을 찌르셨다. 그렇게 유혹하듯이 말씀하시니까 두근거렸다. 오늘도 향수 뿌리셨는지 좋은 냄새가 나서 빠져들 거 같았다. 위험한 거리까지 다가왔다.
"빨리 가요."
고개를 홱 돌렸다. 아까부터 왜 저러시는 거지? 혹시 내 속내를 캐내려고 일부로 저러시는 걸까? 시커먼 속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 왠지 무서웠다. 지금은 호텔에 가서 방을 잡고, 콘솔 게임 행사로 가야하니까.
* * *
도쿄에 있는 체육관에서 행사가 이루어졌다. 콘솔 게임 회사가 소개하는 콘솔 게임기인 SAO - BW179였다. 표면은 검은색으로 되어있지만 성능은 지금까지 나온 스케일이 큰 게임을 실행하는 데 최적화된 시스템을 자랑했다. 게임하다보면 게임속도가 느려지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 콘솔 게임기에는 그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였다. 물론 구매하고 나서 사용자 후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나올 지 모르지만.
"여기 오신 신사 숙녀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이렇게 저희 회사가 새로 개발한 콘솔 게임기를 사러 오신 여러분들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앞서서 이 제품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미 인터넷에 나온 설명을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설명했다. 그런 뒤에 성우 두 분이 나와서 인사했다. 유명한 SRPG게임의 남주인공 성우 타카야마 겐조씨가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타카야마 겐조입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꺄아아악!"
어우, 귀청떨어져. 여성분들 비명이 너무 시끄러웠다. 콘솔 게임기 행사와 유명 게임 성우와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졌었다. 겐조 씨도 잘생긴 외모에 목소리도 좋았다.
"안녕하세요. 사토리카 유키코에요."
"우와아아아아!"
나도 팬이었기에 그들과 함께 함성을 외쳤다. 게임하면서 듣는 그 목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바로 저 목소리, 계속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목소리 뿐이었다. 성우 분들은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보고 느낀점을 말하고 있었다. 실은 나도 연예인 같은 사람들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 아이돌 육성 게임을 해보고 얼마나 그들이 힘든지 직접 봤으니까.
여자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남자도 마찬가지인가? 하지만 유키코 씨는 헤헤.
저분은 믿을만 했다. 평소 지인들 증언으로도 그녀는 착하다고 알려져 있고, 직접 만나본 팬들도 SNS에 올릴 수준이었으니까. 사석에서 만나지는 않더라도 이런 자리에서는 좋은 시간을 보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한석봉 씨. 완전히 빠지셨군요."
"저분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거든요. 그런데 얼굴도 아름다우실지는 몰랐어요."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저분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거든요. 그런데 얼굴도 아름다우실지는 몰랐어요."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있어요."
하피 씨는 아무래도 오해하시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유키코 씨는 팬으로서 좋아할 뿐이었다. 이상한 사람 취급하듯이 나를 노려보셨다. 그렇게 나와도 저는 할 겁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사인을 받을 거에요."
수첩까지 꺼내 대기했다. 오늘은 사인회도 있다고 했으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어머, 그런데 이거 아시나요? 유키코 씨는 위상력 능력자네요."
"에? 무슨 말씀이세요?"
"에? 무슨 말씀이세요?"
"말 그대로에요. 저분은 성우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클로저로 활동한 사람이에요. 팔에 난 조그마한 흉터가 보이시죠? 차원종과 싸우다가 다친 상처일 거에요. 그리고 손등에 굳은 살이 박힌 게 몇 군데 보이는 걸 보면 저와 같은 격투가 체질인 거 같군요."
헉, 유키코 씨가 위상력 능력자라고? 어, 그러고 보니 유키코 씨도 이쪽을 쳐다보았다. 하피씨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냥 사인받고 콘솔 게임기를 가지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조용히 끝날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쿵!
갑자기 건물이 흔들렸다. 지진인가? 아니면 차원종인가? 일본에는 지진이 많은 거로 유명해서 차원종이 나타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람들 비명이 터지는 건 똑같았다.
콰쾅!
차원종 세마리가 지붕을 뚫고 들어왔다. 크리자리드 계열, 거대한 몸집을 한 타입이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피 씨."
"알고 있어요."
여기는 외국이지만 차원종이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도 권총을 꺼내 거대한 몸집을 가진 크리자리드에게 발포했다.
퍼퍼퍼퍼퍼퍽!"
하피 씨는 연속 발차기로 넘의 얼굴을 집중 가격했고, 나는 녀석의 팔 부위를 집중 사격했다. 크리자리드가 팔을 움직여 그녀를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두 발로 머리에 착지한 뒤에 높게 점프했다. 그런 다음에 몸을 수직으로 회전하면서 허공을 향해 발을 내려찍자 다리에서 초승달 모양의 참격이 머리로 날아갔다.
쾅!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거대한 몸집이 쓰러졌다. 한 마리는 처리 되었고, 이제 두 마리가 남았다. 다른 두 마리는 한 사람이 상대하고 있었다. 사토리카 유키코 씨였다. 하피 씨 말대로 격투가였다. 거구의 크리자리드 두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하고 있었다. 전투 스타일은 하피 씨와 비슷했다. 주먹을 쓰기도 하지만 발차기를 주로 많이 사용했다.
"가세하겠습니다."
탕! 탕! 탕!
녀석들의 팔꿈치를 노려 팔 근육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 틈에 하피 씨가 한 마리 처리했고, 유키코 씨는 공중에서 발차기로 내려찍었다. 발 하나가 붉은 불꽃으로 뒤덮이며 녀석의 머리를 그대로 내려찍었다. 화염 계열 위상력을 가진 격투가이신듯 했다. 갑자기 왜 이런 차원종들이 나타난 건지 모르겠다. 크리자리드 계열이 저렇게 큰 개체가 있었나?
사람들은 이미 다 대피했다. 엉망이 되어버린 행사장을 돌아봤다. 그래도 콘솔 게임기는 가져갈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선물 상자로 보이는 더미에 크리자리드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저런."
상자 안에 콘솔 게임기가 들어있었다. 대부분 부서져버린 걸 보고 안타까워했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해 왔는데 설마 이대로 그냥 가야 되나?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한국에서 오신 분이신가요?"
"네!"
유키코 씨가 내 앞에 섰다. 어? 한국말을 할 줄 아시네. 통역 앱을 실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차렷자세로 대답했고, 그 분은 나를 유심히 살펴보시더니 권총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각성자가 아니군요. 유니온에서 나온 관리 요원인가요?"
"아뇨. 전 유니온 요원이 아니고, 벌쳐스 감시 요원입니다."
"아뇨. 전 유니온 요원이 아니고, 벌쳐스 감시 요원입니다."
"벌쳐스? 아, 한국에 있는 민간 기업말이군요. 잔해를 모아서 대위상능력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군요. 그런데 이렇게 어린 분이실 줄 몰랐어요."
"어머나, 전투실력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저는 벌쳐스 처리부대 요원 하피라고 해요."
"어머나, 전투실력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저는 벌쳐스 처리부대 요원 하피라고 해요."
하피 씨가 와서 손을 건넸다. 서로 노려보는 게 무서운데? 상대방을 서로 기선제압하려고 저러시는 건가? 서로 레이저 빔으로 기싸움하면서 악수를 주고 받았다.
"전 일본 유니온 B급 클로저 사토리카 유키코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여기에 오신 이유가 있나요?"
"네? 전 그냥, 콘솔 게임기 얻으러 온 건데요."
"네? 전 그냥, 콘솔 게임기 얻으러 온 건데요."
내 말에 정적이 흘렀다. 유키코 씨는 그렇다쳐도 왜 하피 씨까지 멍하니 서 있는 거지? 내가 이유를 물어보자 그 분은 이렇게 답했다.
"그냥 분위기 맞춰보려는 거에요."
"멋대로 따라오신 거잖아요!"
"멋대로 따라오신 거잖아요!"
참다 못해 내가 소리 질렀다. 일본 여행으로 휴가 온 거 따라왔으면서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유키코 씨가 어이없어하는 건 당연한데 분위기를 왜 맞추려는 건지 모르겠다.
"유키코 씨가 클로저이실 줄은 몰랐어요. 엄청 대단하세요. 화염계열 능력을 가지셨군요."
"네. 맞아요. 그나저나 행사는 이걸로 끝이네요. 오늘 나눠주기로 한 콘솔 게임기도 다 망가진 거 같고요. 아까는 정말 훌륭했어요. 크리자리드의 팔꿈치를 쏴서 쉽게 물리칠 수 있었어요."
벌쳐스에서 크리자리드에 대해 배웠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차원종을 상대로 머리를 가격하면 놈이 흔들리긴 해도 커다란 팔로 클로저를 낚아챌 수 있었기에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그곳을 노렸던 거였다. 그런데 유키코 씨에게는 딱히 어시스트는 필요없었던 거로 기억했다. 두 마리를 상대로 버텨줬으니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