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30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3-04 1

 현재 상황은 그러니까 녀석들이 인천에 상륙해서 진지를 세우고, 현재 이렇게 대치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A급 클로저도 이기지 못한다는 노다지 군단의 지휘관. 내가 지휘관을 안 맡은 게 천만 다행이었다. 아직 난 어린 나이고, 군부대 전술지식 책을 읽은 적도 없고, 단지 게임만 죽어라 했을 뿐인데 가능할 리가 없었다. 처리부대는 지금 밖으로 나갔고, 나 혼자 천막 안에서 노다지 군단 사진을 보고 있는데 신민우 국장님이 들어와서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감시 요원. 어떻게 벌쳐스로 들어간 거지? 어린 나이를 가진 사람이 그런 회사에 들어갈 리가 없을 텐데. 최소 대졸 이상은 모집하는 거로 알고 있었거든."
"아, 그게...... 그러니까요."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처음 만난 사람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벌쳐스는 유니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세하도 그랬었지. 유니온 내부에 수상한 움직임을 가진 사람이 꽤 많았다고. 분명히 말하자면 유니온은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얘기였다.

"말 못할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 우리 아들이 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는데 그곳으로 입사지원서를 냈다가 떨어졌다는 군. 그런데 자네는 벌쳐스에 아무 절차도 없이 그냥 들어갔다는데 어떻게 된 거지?"

 기억을 제거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절대로 말 못하겠다. 아직 벌쳐스에 맞설만한 힘은 내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필사적으로 살아남는 거만 집중하는 편이었다. 내가 허튼 짓 하면 내 부모님도 위험해질 수 있다. 돈 많은 집단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니까.

"억지로 답하지 않아도 돼."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씩 웃어보인다. 어째 그러는 게 꼭 홍시영 감시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지금은 노다지 군단을 해결하는 게 먼저 아닙니까? 정 궁금하시면 뒷조사를 해서 알아내시면 되지 않습니까?"

 유니온도 벌쳐스와 다를 바 없는 거대 조직이었다. 국장이나 된 사람이라면 돈주고 뒷조사를 시키는 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자 국장님은 웃음을 터뜨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제법 당당한 녀석이군. 네 말대로야. 이유는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지. 네 생각은 어때? 노다지 군단을 어떻게 하면 좋겠어?"
"그걸 왜 저에게 물어보세요?"
"네가 늑대개 팀 지휘관이라며? 전략을 잘짜서 그런 거 아니야?"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에요."

 나는 사정을 설명했다. 벌쳐스에서 일어난 사고를 우연히 막아서 그렇게 된 거라고. 국장님은 이해가 안 되셨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혹시 노다지 군단의 영상을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얼마든지 보라고. 벌쳐스 사장이 허가한 지휘관으로서 어떤지 확인하고 싶군."
"과대평가세요."

 왜 이렇게 나를 띄워주려고 하시는지 모르겠다. 녹화된 영상을 보았다. 일직선으로 발사하는 레일 캐논, 무기는 바주카포 모양이었다. 게임 내에서 나오는 외계 무기같이 생겼다. 그리고 하얀 가면을 쓴 모습, 내부에는 흉측한 얼굴이 숨어있다는 거 아니겠지? 가만 있자. 레일 캐논이라면 미 해군이 개발한 건데 그걸 차원종이 사용하고 있었다. 

"레일 캐논은 위상력 능력자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는 무기군요. 혹시 노다지 군단은 밤에도 활동하나요?"
"어, 밤에는 무슨 센서를 사용하더라고. 여기 봐봐. 이 부분."

 밤에 촬영한 영상이다. 레일 캐논 총구 위에 달린 플래시로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시야는 사람과 거의 비슷했다는 의미였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공략할 만도 하는데 나에게는 지휘권이 없다.

"저, 왜 이걸 저에게 순순히 보여주시는지?"
"그냥 참고하려고. 어때? 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레일 캐논은 아마 에너지 소모로 이루어질 거에요. 레일 캐논에 쓰이는 에너지의 근원이 바로 위상력이라면, 그걸 무력화만 시키면 될 거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아군도 당하겠죠? 헤헤."

 내가 말해도 너무 민망했다. 위상력을 증발시키는 방법이라도 사용한다면 레일 캐논을 발사하는 걸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맘대로 안 된다는 건 벌쳐스에 다니면서 배웠다. 아군 피해도 있을 수 있었으니까. 순간 내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저, 국장님. 레일건은 어떤 원리로 사용되는 건가요?"
"전기의 힘을 이용해서 발사하는 탄환이지. 그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아, 네. 그랬죠. 그럼 전기만 공급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누가 안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 전기랑 노다지 군단이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와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아, 그랬지. 노다지 군단은 지구의 전기를 쓰는 게 아닌 다른 차원에서 이용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니까. 이쪽 전기와 같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린 아직 노다지 군단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 오래 전에 나타난 게 아니었으니까. 알고 있는 건 그들이 일직선 방향인 레일 캐논을 사용한다는 거와 지휘관이 삼단봉으로 싸운다는 거 뿐이야. 특히 지휘관이 더 무서운 존재지."

 왜 지휘관이 원거리가 아닌 근접으로 나서는 걸까? 그게 의문이었다. 원래 지휘관은 뒤로 물러나 병사들을 지휘하는데 그는 달랐다. 선봉에 나서서 싸우러 다녔으니까. 

"국장님! 큰일났습니다. 녀석들이 쳐들어 옵니다!"
"뭐라고!"

 이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쳐들어 올 줄은 몰랐다. 아무튼 지금은 싸우는 수밖에 없겠지. 감시관 님께서는 후방에 물러나 구경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할 거 같았다.

퓽- 퓽-

"오옷!"

 일직선 방향으로 날아가는 분홍색 레일 캐논이다. 낮은 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당할 거 같았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 요란한 소리를 들으며 최대한 엎드린 채로 권총을 꺼냈다. 일직선으로 향하는 무기는 자세를 최대한 낮춘 상대가 맞을 확률이 낮았다. 이것도 게임에서 배운 거였지만.

"호오, 레일건을 처음 겪는 거 맞아? 어째 전에 한 번 겪은 거 같은데?"

 신민우 국장님도 나처럼 자세를 낮추면서 미소를 보였지만 레일 캐논 하나가 우리 사이에날아와 터져서 파편이 튀었다. 이런, 귀마개를 안했으면 틀림없이 귀가 멀어졌을 거다. 클로저들이 접근해 그들을 하나 둘씩 쓰러뜨리고 있는 게 보였다. 선봉에는 늑대개 팀도 보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이봐요! 나타! 그렇게 마구잡이로 휘두르면 아군까지 맞게 되잖아요."
"시끄러워! 그러니까 내가 혼자 처리한다고 했잖아!"
"어머, 혼자서 욕심부리는 건 안 좋은 버릇이에요."
"나타 님. 저도 싸우게 해주세요."

 여전히 팀웍이 잘 안 맞았다. 나타와 떨어져서 싸우는 게 더 나았다. 어라? 그들 앞에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지휘관, 삼단봉을 들고 있는 걸 보면 틀림없었다.

"헤헷! 네 녀석이구나. 야, 다들 뒤로 **. 저 녀석은 나 혼자 상대하겠어! 히히힛!"

 라고 말하면서 달려들었다. 상대방은 삼단봉을 꺼내들어 나타와 합을 이루었고, 8합 만에 나타가 한방을 맞고 날아갔다. 타격음이 제법 컸다. 

"나타!"

 금방 일어날 줄 알았더니 의식이 없었다. 설마 죽은 거 아니겠지? 레일 캐논이 왔다갔다 하는 현장을 무리하게 뛰어가며 나타에게 달려가 그의 맥을 짚어보았다. 아직은 살아있다. 한 방에 맞고 기절한 듯 했지만 맞은 부위에 출혈이 생겼다.

"이런!"

 재빨리 지혈제를 꺼내 응급처치했다. 오른쪽 옆구리와 근접한 배에서 상처가 났다. 벌쳐스가 개발한 휴대용 지혈제가 있어서 피는 금방 막았지만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아야 할 거 같았다. 도대체 어쩌다가 저런 놈이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다른 클로저들도 그에게 덤벼들었지만 대부분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쿵!

 이쪽으로 날아온 클로저도 있다. 그 사람도 출혈을 일으킨 채 기절했다. 벌쳐스 소속은 아니지만 다른 클로저들에게도 지혈제를 사용했다. 

*  *  *

퍼퍼퍽!

 나타가 한 방에 나가 떨어진 데다가 다른 클로저들도 전부 한방에 쓰러지자 늑대개 팀은 경악했다. 바이올렛은 떨리는 손으로 대검을 쥔 채 그와 대치했다. 그러자 지휘관 릭스마이너가 삼단봉을 들어올리다가 클로저에게 달려간 한 민간인 소년을 보았다. 아무 힘도 없어보이는데 한 명씩 찾아가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게 수상하게 보였다.

"호오, 치료를 하고 있었나? 그렇게는 안 되지."

 부상당한 클로저가 회복되게 놔두지 않겠다는 듯이 뛰어들었다. 바이올렛은 석봉에게 달려가는 걸 보고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가볍게 휘두른 삼단봉을 맞고 밀려났다.

"큭! 한석봉 씨! 피해요!"

 대검에 맞아서 상처는 없지만 충격으로 밀려나는 바람에 거리가 벌어지게 되었다. 바이올렛의 외침을 들은 석봉은 크게 떠진 눈을 보이며 재빨리 권총을 빼들어 발포했지만 녀석이 갑자기 사라졌다. 바이올렛은 석봉이 발포한 총 때문에 잠시 물러났나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석봉 씨! 위!"
"우아앗!"

 한석봉은 고개를 들어 확인하고 재빨리 옆으로 굴러서 피했다. 석봉을 향해 내려찍으려던 발이 지면에 닿자 곧바로 금이 가면서 무너져 내렸다. 석봉은 깜짝 놀랐지만 권총을 겨누어 또 한 발 쏘았지만 그는 가볍게 피한 뒤에 삼단봉으로 권총을 쳐내고 나머지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으윽! 큭!"
"제법 용감한 인간이군. 음? 아무 힘도 안 느껴지는데? 이렇게 약해빠진 인간이 감히 내게 겁없이 총을 겨눈다고?"

 릭스마이너는 이해가 안 되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클로저를 많이 상대했지만 위상력이 없는 인간과 싸워보는 건 처음이었다. 석봉은 두손으로 그의 손을 잡으며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한석봉 님을 당장 놔주세요!"

 호기심을 가지며 쳐다보려는데 레비아가 위상력을 방출하면서 릭스마이너에게 덤벼들었고, 그는 고개만 돌려 그녀의 위상력을 보고 놀란 표정을 보였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