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쥐팀/미래,철수] 외출 中 - 3

Forgetter 2020-03-04 11

※ 배경 시점은 시궁쥐 시즌1 재해복구지역쯤

※ 시궁쥐 팀 시즌1 스토리 배경은 정확히 잘 모르지만, 크리스마스 기념 마을에서 자주 돌아다니다보니 12~1월 쯤으로 자리잡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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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삑-

 

 “3, 3천원입니다...”

 “...”

 “봉투...필요하신가요?”

 “...”

 

 오늘도 여념 없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인 석봉이었다. 그래도 굳이 다른 점을 말하자면 원래 일하는 구로역 편의점이 아닌 최근 점장님이 새로 오픈한 유명 쇼핑몰 1층 한 쪽 구석에 있는 3호점 편의점이었다. 본래 석봉이 일하던 통칭 1호점은 최근 리모델링 중이었기에 공사가 끝날 때까지는 점장님이 석봉에게 3호점을 부탁한 것이었다. 1호점보다 더 바쁠 수도 있지만 대신 시급을 세게 준다는 말에 솔깃한 석봉은 그 부탁을 수락했다. 안 그래도 요즘 발매되는 신규 게임팩이 좀 많아서 알바를 몰래 하나 더 뛰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적절한 기회였다.

 

 그렇게 3호점에서 일을 한 지 일주일이 되었을 시점, 석봉은 태어나 처음으로 극한의 생명의 위협을 실감했다. 편의점의 특성상 별의별 손님들이 다 온다. 그리고 그 구로에서 온갖 난리란 난리를 다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위협은 느껴본 적은 없었다. 아, 그때는 석봉의 옆에 든든한 친구들이 석봉을 지켜주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그 친구들을 믿었으니까 상대적으로 덜 무서웠던 걸까?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석봉은 지금 애타게 그 친구들을 있는 힘을 다해 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발단은 석봉이 일하는 편의점에 어떤 남자 손님이 들어오고 나서였다. 훤칠한 키에, 얼마나 운동을 해야 저 정도의 근육이 붙을까 싶은 다부진 체격. 왠지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어느 조직의 전투 요원이라고 믿을 정도의 무언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된 옷차림. 아니, 저 온통 검은색 차림은 그냥 취향이라 치자. 그냥 취향일수도 있는 저 부분마저도 특별나게 보일만큼 들어온 남자는 범상치 않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석봉이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가슴을 서늘하게 했던 것은,

 

 석봉의 질문에 남자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필요 없다.”

 “그, 그러시군요...”

 

 ...무엇보다도 안경 너머로 보이는 시선은 매우 차가웠다. 솔직히 그 시선 하나로 석봉이 이렇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자는 그 싸늘한 눈빛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표정 자체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 험악한 표정으로 박하 맛 무설탕캔디를 카운터에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을 때, 석봉은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어찌나 겁을 먹었는지 그 작은 캔디 박스를 혹시 총이라도 내려놓는 건가? 라고 착각을 아주 살짝 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계산을 마치고 남자 손님이 나갈 채비를 하는 것을 보고 석봉은 마음 속 깊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라며. 남자가 석봉에게 딱히 위협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남자의 포스가 강인했다는 소리였다.

 

 남자는 그대로 편의점 밖으로 나가려나 싶었으나, 다시 석봉에게 되돌아왔다. 안도가 다시 공포로 바뀌는 순간, 남자는 그 험악한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석봉에게 말했다.

 

 “한 가지 물어볼게 있다.”

 “네, 네네네?!!?”

 

 석봉은 무수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도대체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가, 혹시...? 라는 마인드맵의 형식처럼 하나의 추측에서 여러 가지 추측들이 엮여지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물어본 것은 의외로 평범한 것이었다. 현재 남자를 바라보는 석봉의 기준에서 보면.

 

 “혹시 여자 아이 한 명을 본 적이 없는가.”

 “여자 아이요?”

 “키는 이만하고, 하얀색 머리카락을 가진 흰색 코트를 입은 아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손바닥을 자신의 가슴 부근에 올렸다. 석봉과 비슷한 키였다. 석봉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그런 아이는 본 적이 없어요.”

 “그런가.”

 

 체념하는 남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석봉은 저도 모르게 질문했다.

 

 “무,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일행과 떨어졌을 뿐이다. 별 일 아니다.”

 

 별 일 아니라고 말하는 거치고, 석봉의 시선에서 보인 남자의 옆얼굴이 상당히 서글퍼보였다. 그걸 보니 석봉은 지금까지 자신이 남자의 겉모습만 보고 너무 남자를 속단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보는 남자의 옆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하고...또 자신을 한없이 자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러 복잡한 마음, 그중에서도 미안함이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중의 석봉은 남자에게 나름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꼭 찾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군. 그리고...”

 “...?”

 “...무섭게 했다면 미안하다.”

 

 남자는 이 말을 끝으로 가게를 나가버렸다. 그 말에 석봉은 알아버리고 말았다. 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벌벌 떨고 있는 자신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는지. 석봉은 좀 더 남자에게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싶었으나 남자는 이미 훨씬 전부터 석봉의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 * *

 

 

 

 편의점을 나온 철수는 방금 산 무설탕캔디를 몇 개를 입에 넣고 와그작 씹어 먹었다. 금연을 하는 사람들이 입이 심심할 때, 사탕 같은 것을 먹는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철수는 애초에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고 – 일단 그에 대한 기억은 없고 현재 철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 , 입이 심심해서 사탕을 굴리는 것보단 현재 입안이 너무 써서 미칠 지경이라 무언가 단 거 하나라도 먹지 않으면 그대로 돌아버릴 거 같아서였다.

 

 불안, 초조, 불길...그냥 어떤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붙여도 현재 철수의 상황과 맞아떨어질 정도로, 철수는 끊임없이 자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좀 더 그 아이를 눈여겨보았다면.

 

 아니, 하다못해 손이라도 잡았더라면.

 

 아니지...놓쳤다고 하더라도 흔적을 금방 쫓아갔더라면 빠른 시간 내에 발견할 수 있었겠지...

 

 지금 미래와 길이 엇갈린 지 1시간 13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금방 찾을 수 있으리란 낙천적인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철수의 초조함은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제는 얼굴에도 공공연연하게 드러나는지 방금 전의 편의점 알바생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벌벌 떨기까지 했다.

 

 ...겁을 줄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이에 대한 서투른 사과는 했지만, 그래도 영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을 정리해보자. 미래를 찾는다, 미래와 합류한다, 미래를 찾아서 무언가를 한다...차분히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미래를 눈앞에서 놓쳐버린 무책임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결과에 도달해 철수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아저씨?”

 “...?”

 

 그 때, 누군가가 철수의 옷깃을 잡아끌지 않았다면 아마도 철수는 주변의 시설물 하나를 부수고도 남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끌어당기는 기척에 지지리도 고약했던 기분에서 잠깐 환기된 철수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또 그 사람이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혹시나 하는 희망도 같이 가지고서.

 

 그러나 지금 철수를 붙잡은 인물은 미래가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을 부르는 호칭부터 다르고, 남자 아이의 목소리다. 거의 감정에 휩쓸릴 뻔한 철수를 현실로 돌아오게 해준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소년이었다. 아까 편의점에 있던 소년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지만, 동일인물은 아니다. 소년은 흑갈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철수를 뚫어져라 올려다볼 뿐이었다.

 

 “...”

 “...”

 

 사람을 불러 세웠으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텐데, 소년은 꽤 신중한 성격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것이, 철수에게 처음으로 꺼낸 말이 이것이었다.

 

 “...괜찮으세요?”

 “괜찮...냐고?”

 

 철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냐? 이 질문에는 두 가지 형태로 답할 수 있었다. 일단 몸 상태는 아주 괜찮았다만...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어디 아픈가 해서요.”

 

 아마 소년이 물어본 것은 후자 쪽이었던 모양이다. 덧붙이며 소년은 굳이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인 철수를 불러 세운 이유도 설명해주었다. 이에 대해 철수는 대꾸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고...”

 “다만 곤란한 일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아까 편의점의 소년에게 말했던 것과 똑같은 걸 눈앞의 소년에게도 물어보았다.

 

 “혹시 여자 아이 한 명을 본 적이 없나?”

 “여자 아이요?”

 “키는 이만하고...”

 “아니요, 본 적 없어요.”

 “...그런가.”

 

 낙담하는 철수를 보며 소년이 다시 물었다.

 

 “누구를 찾고 있는 거예요?”

 “...여자 아이.”

 “아니, 여자 아이인 건 아주 잘 알겠으니까, 그 아이가 아저씨와 어떤 관계인지, 그걸 물어보는 거예요.”

 “관계...”

 

 같은 심부름꾼의 선후배 사이, 추측이긴 하나 아마도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 그런데 앞선 두 가지의 형태로 이 낯선 사람에게 설명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최대한 머리를 굴리던 철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보호자다.”

 

 뭐, 보호자라고 자칭하기에는 영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지만, 현재 자신의 상황에서 그나마 양심을 찔려하지 말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소년의 반응은 심드렁한 축이었다.

 

 “보호자? 아...부모 같은 거군요.”

 “부모...라.”

 

 그건 역시 아니지만. 그런 비슷 무리한 감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절대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말하지 못한다. 그야, 자기 주제에 그런 걸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아이들은 생각할 것이니까.

 

 “뭐, 부모라고 보기에는 아저씨 조금 젊어 보이긴 하지만요.”

 “...이해하는건가?”

 “친부모도 아닌데, 보호자라고 계속 감싸고돌려는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어서요. 그러려니 해요.”

 

 소년에게는 아마 현재 철수가 주장하는 ‘보호자’ 라는 신분에 걸맞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도 소년은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해답을 줄 것이다. 철수는 확신했다.

 

 “...그럼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

 “네, 괜찮아요.”

 “그 사람은...너에게 어떻게 행동해 주지?”

 “그 사람...아, 제이 아저씨 말이군요?”

 

 소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별 거 없었다.

 

 “잘해줘요. 가끔은 너무 무리하지 말라면서 자기가 다 떠맡으려고 하고, 맛도 없는 건강캔디 같은 거 저희 손에 쥐어주고...”

  

 소년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철수는 울분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철수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워낙 그런 쪽에는 서툴러가지고...또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네 주제에? 라고 제동을 걸어오는 자가 있어서. 아마 그 자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자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아저씨에 대해 칭찬일색이던 소년의 표정이 확 달라진 건 철수가 그런 자책을 끝마친 직후였다.

 

 “그래서 한편으로는...짜증나기도 해요.”

 “짜증이 나...?”

 “본인 입으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하지만,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사실 아저씨도 그런 일 하고 싶지 않아할걸요? 그래도 하는 거죠...자신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게 된다는 그 가정 하나 때문에요.”

 

 그리고 소년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런데 이런 속내를 정작 아저씨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는 내가 참 한심해요.”

 “...”

 “...그래서 그런데, 저도 질문 하나 할게요. 아저씨...아니 형이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듣는 게 가장 기분이 좋을 거 같아요?”

 “...글쎄 잘 모르겠군. 나는 너와 정반대의 입장이라서 말이지.”

 

 서로에게 명확한 해답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잠시 분위기가 침울해질 때, 먼저 이 얼음을 깨트린 건 소년이었다.

 

 “뭐, 그렇게 깊게 생각할 거 없네요.”

 “뭐가 말이지?”

 “생각해 보니 아저씨가 ‘고맙다’ 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환하게 웃으시는 게 생각이 나네요. 나도 참...질문 해놓고 알아서 답 찾는 게 이상하네...”

 “이상하지 않다. 너는 오히려...강한 아이구나.”

 “강한 아이라...실제로도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소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철수는 소년에게 방금 전 섭취하고 있던 박하맛 사탕을 소년에게 슬쩍 건네주었다. 철수의 이런 행동에 소년은 웃음을 빵 터트리고 말았다. 영문을 모르는 철수에게 소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었다.

 

 “뭐예요, 정말 아저씨랑 똑같이 행동하시잖아요, 형.”

 “...지금 당장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을 뿐이다.”

 “그래도 잘 먹을게요. 기분이 좀 나아지네요.”

 

 소년이 웃었다. 아이의 편안한 표정을 보니 그제야 철수도 마음이 놓였다.

 

 “이건 그냥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제가 왜 아저씨를 불러 세웠는지 아세요?”

 “아파보여서 안부 차 물어본 것이 아니었나? 그렇게 따지면 너는 처음 보는 사람의 안위를 챙길 줄 아는 착한 아이로군.”

 “그건 착한 것보다는 오지랖이 넓은 거예요...사실 본래의 저라면 그러지 않을 게 확실한데,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저씨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소년이 사탕을 오도독 깨물어 먹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지금 저 사람을 놓치면 후회할 것이다.”

 “...”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저 정말 이상한 아이죠? 가끔 그런 게 있어요. 찰나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목소리가 말하는 걸 꼭 따라야 한다? 그런 느낌적인 것. 어찌 보면 감(感) 같은 거네요.”

 “...이 시기에는 감이 나오지 않을 텐데.”

 “그런 먹는 감 말고요.”

 

 철수의 진지한 농담에 소년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아까와 달리 소년은 물론, 철수도 편안해진 얼굴로 시답잖은 것들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는 평온해졌다.

 

 “그래서 그랬을 뿐이에요. 그렇게 커다란 의미는 없어요.”

 “그래도 네 덕분에 살았다. 만약 네가 불러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아마?”

 “...기물파손죄로 경찰서에 연행되었을지도 모르지.”

 “...형, 은근 그런 거 자신있어하는 목소리시다...?”

 

 여기서는 위상능력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나을 터. 그 말에 철수는 ‘운동을 좀 오래했다’ 라는 결코 거짓말은 아닌 답변을 해주었다.

 

 소년은 휴대전화 화면을 잠시 보더니, 철수에게 말했다.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형.”

 “...가야 하나?”

 “친구랑 약속 있어서요. 곧 알바 끝나는 시간이라니 데리러 가야죠.”

 “착한 아이로군.”

 

 그 표현도 저랑 별로 안 어울리는데요, 라며 넉살스럽게 받아치는 소년에게 철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오늘 여러모로 고마웠다.”

 “...”

 

 철수의 이 말을 들은 소년은 조금 아프게 웃었다.

 

 “...그 말을 제이 아저씨한테도 듣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네. 그렇게 철수는 소년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눈에 담아두었다.

 

 왜인지 언젠가 또 다시 만날 거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이것이 소년이 말한 감(感)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 *

 

 

 

 철수는 정처 없이 길을 걸었다. 이미 쇼핑몰에서 나온 지는 오래였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정처 없이 걷고 싶다.

 

 그래서 지금 자기가 걸어가는 쪽이 미래와 처음으로 도착한 광장 쪽이라는 걸 철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해는 이미 떨어지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미래와 길을 걸어가며 보았던 잡화점 같은 것들 중 대부분이 장사를 접고 있었다. 파하는 곳들이 많아 거의 떨이 급으로 싸게 파는 것들을 철수는 찬찬히 구경하며 계속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의 절반 정도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보인 미래가 가지고 싶다던 인형을 따낸 미니게임 세트장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밤이 시작되는구나. 그에 따라 바깥 온도도 급격히 낮아져 어쩌다 내뱉는 숨결이 하얗게 공기 중으로 퍼지는 것이 잘 보일 지경이었다.

 

 철수는 시린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멍하니 생각했다.

 

 ...밤이 찾아온다. 그 섬에서의 밤도 이렇게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그 때는 그래도 여럿이 같이 모여 있었기 때문일까.

 

 ...그 때나 지금이나 자신은 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없는 외부의 존재인 건 같은데, 왜 이리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일까. 그래도 아까처럼 끝없는 자학에 시달릴 정도로 마음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그냥 그게 당연하다, 라고 잠시 현실을 깨닫는 정도?

 

 그래서 처음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잠깐 아직도 현실을 인지하지 않고 있냐는 착각을 했다.

 

 “...김철수!”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자신을 부르는 미래의 목소리가 슬며시 들렸다. 자신은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혼자였다. 전자의 경우에는 당연하다고 그냥 어영부영 넘어갔던 것을, 후자의 경우 즉, 지금 현재에는 왜 이렇게 마음에 갈등만 부추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감히 다가가도 될까, 아니면 필연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걸까. 그 미묘한 차이를 잘 모르겠단 말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달은 사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미래의 목소리는 환청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철수!”

 

 자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 불과 몇 시간 전의 모습이지만 – 모습과 똑같은 모습을 한 미래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뺨은 한참을 뛰어왔는지 상기되어있는 상태로.

 

 “...미래.”

 

 그리고 그런 미래의 모습을 보자마자, 안도해버리는 자신을 발견한 철수는...너무 안도한 나머지 하마터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던 철수는...

 

 “...”

 

 ...지금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찾아냈다. 또한 그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 카메오 출연 : 한석봉 & 이세하

※ 下 편으로 완결입니다.

2024-10-24 23:35: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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