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29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3-02 1
"현재 인천이 노다지라는 차원종 군단에게 점령당했어요. 상대는 기존 차원종과는 다르게 진지도 구축할 줄 아는 녀석들이에요."
감시관 님께서 우리 늑대개 팀을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진지까지 구축한다면 사람의 탈을 쓴 차원종이나 다름없다는 얘기였다. 위상능력자를 상대할 수 있는 레일 캐논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클로저들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차원종들이 서울에 올 가능성이 높으니 우리가 나서서 처리하라는 얘기였다. 물론 다른 클로저도 참여하겠지만.
"당신들 늑대개 팀은 곧바로 차원종 군단을 처리해주세요. 물론 감시 요원인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인천지부에 있는 클로저들과 함께하는 건가요?"
"물론이죠. 아, 당신은 그곳에 가서 늑대개 팀에게 지시할 권한을 드리겠어요. 현장에 위험하게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에요."
"인천지부에 있는 클로저들과 함께하는 건가요?"
"물론이죠. 아, 당신은 그곳에 가서 늑대개 팀에게 지시할 권한을 드리겠어요. 현장에 위험하게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에요."
어라? 이건 또 무슨 말이지? 갑자기 나에게 지휘권을 준다고? 그리고 현장에 위험하게 안 뛰어들어도 된다고? 영문모를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감시관 님은 싱긋 웃으면서 나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와서 말씀하셨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이들을 지휘할 수 있는 철호의 기회잖아요. 레비아를 안정시킨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면서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긴 했지만 사장께서는 당신을 조금 인정해준 모양이더군요."
오히려 사장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얘기다. 레비아의 폭주로 죽지 못해서 오히려 화를 내고 있을 텐데 좋게 봐주었다는 게 이상했다.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지?
"아버지께서 인정하신 모양이군요."
"네. 물론이죠. 차원종을 상대로 제어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요."
바이올렛 아가씨와 같이 차가운 미소를 보이니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아무래도 내가 또 다른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우선 이쪽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게 표정 관리가 필요했다.
"네. 감사합니다."
일단 정중하게 인사했다. 나타는 혹시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닌가 살짝 눈치를 봤지만 다행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비아나 하피 씨도 딱히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CKT부대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다. 혹시 우리가 그들을 상대하는 동안 뒤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4시간 뒤에 헬기가 준비될 거에요. 그리고 이걸 주겠어요."
"리모컨인가요?"
"네. 저들의 초커를 작동시키는 거죠. 명령 불복종한다면 바로 작동시키면 되는 거에요. 후후후. 그럼 수고하세요."
할 말을 다한 감시관님은 그대로 나갔다. 그런데 왠지 부담스럽다. 내가 지휘관을 맡는다고? 아, 이유를 알 거 같았다. 경험이 없는 나를 지휘관으로 시켜 미숙한 능력으로 전장에서 죽게 하려는 거였다. 늑대개 팀이 전멸하게 되면 그 실패의 책임을 내게 넘기려는 수작이었다.
"한석봉 씨, 왜 불안한 눈을 하고 있어요? 우리를 통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을텐데요."
아가씨는 정말로 몰라서 하는 말일까? 이들을 통제할 권한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냥 좋지만은 않다는 걸 알텐데. 조용히 나타 눈치를 보았지만 불만이 없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말하고 싶어도 리모컨 때문에 하지 못하는 걸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나타. 괜찮은 거야? 내가 지휘관을 하면 불편하지 않아?"
"왜 그걸 나한테 묻는 거야? 어차피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 내가 뭐라고 말해줘야 하는데? 어!?"
"아니, 나는...... 그냥......"
"쳇. 그래도 꼰대보다는 낫겠지."
꼰대? 혹시 트레이너 씨 말하는 걸까? 그 이전에는 대장님이 통제하셨을 테니 그 사람 밖에 없다. 대장님은 거칠게 다루셨을 거 같았다. 성질 나쁜 대원을 다루려면 매를 들어야 하니까.
"저, 레비아. 괜찮은 거야?"
"저는 괜찮아요! 한석봉 님을 믿어요."
어째 자신감이 넘쳐서 오히려 부담되는데? 나라면 뭐든지 해낼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피 씨에게도 조용히 물었더니 싱긋 웃으면서 잘 부탁한다고 답할 뿐이었다.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그만큼 인정했다는 거니까요. 한석봉 씨. 당신은 벌쳐스의 유능한 인재에요."
"성급하게 판단하신 거... 아닌가요?"
"당신 능력은 제가 잘 알고 있어요. 나약한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아가씨가 오히려 강하게 나오시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말로 내가 이들을 잘 이끌 수 있을까? 노다지 군단은 레일 캐논으로 무장한 병력이고, 인천 내에 진지를 세워 클로저와 대치중이라고 했다. 인천 지부 클로저들과 협력해서 싸운다고 했으니 전보다 위험은 줄어들 지도 모르겠다.
* * *
인천 지부 거점에 도착했다. 클로저들은 늑대개 팀을 반가워하지 않았지만 유니온 제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인천지부 클로저 관리국장 신민우라고 합니다. 책임자는 누구십니까?"
"이 분입니다."
바이올렛이 대신 소개했다. 석봉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들을 지휘하는 입장이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신민우는 아직 청소년인 석봉을 보고 조금 놀랐지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그는 두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한석봉이라고 합니다. 벌쳐스 감시 요원입니다."
"아, 한석봉 요원. 소문은 들었습니다. 저들을 이끌고 무모하게 현장에 뛰어드는 용감한 청소년이셨군요."
칭찬하는 듯이 말했지만 석봉은 그걸 자랑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건 누구라도 하는 일이었다. 괜히 첫 인상을 좋게하려고 하는 거라는 걸 금방 간파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특경대가 바리게이트를 치고 사주 경계를 하고 있으며 하얀 붕대를 감은 클로저 다수를 보니 석봉은 만만치 않은 전쟁터가 될 거라 확신했다. 천막 안에는 의자가 두 개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민우는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으며 석봉을 지목했다.
"앉으세요."
"네? 제가요?"
"네. 당연한 거 아닌가요?"
"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석봉은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니 바이올렛이 눈치를 주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석봉은 떨리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았고, 민우는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노다지 군단의 병사 하나를 촬영한 전체 사진이었다.
"노다지 군단이 가진 무기는 특경대 수준을 넘었습니다. 레일 캐논이 발포되는 거로 봤을 때 에너지 충전식으로 이루어지는 무기라 추측됩니다. 이들은 인천에 나타나서 이 땅을 점령하겠다는 목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점령한다고요? 왜 우리나라죠?"
"여기 한국 뿐만 아니에요.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군단이 나타났다는 군요."
석봉은 진지하게 호기심을 가졌다. 이들이 이 땅을 정복하려고 하는 이유는 어쩌면 모스페어와 같은 이유일 수도 있다. 그 땅에서 살아갈 수 없으니 이 지구를 정복해 제 2의 고향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의도로 느껴졌다.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 생각일 뿐이었지만.
"클로저들이 상대할 수 있는 거 맞는 건가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지원요청해서 정예 클로저도 데려왔고요. 병력을 상대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지휘관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지원요청해서 정예 클로저도 데려왔고요. 병력을 상대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지휘관입니다."
"지휘관이라고요?"
"화면을 보시죠."
"화면을 보시죠."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군단이 레일 캐논을 발포하는 모습이었다. 클로저가 정면에서 초소형으로 찍은 화면이었다. 아군희생을 감수하고 군단을 쓰러뜨리지만 유일하게 레일캐논을 들지 않은 민첩한 지휘관이 나서서 그들을 삼단봉으로 때려눕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카메라까지 부수면서 끝났다.
"삼단봉인가요?"
"그걸 한 대 맞아도 즉사하지는 않지만 레일캐논에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왜 지휘관은 검이 아닌 삼단봉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요."
"그걸 한 대 맞아도 즉사하지는 않지만 레일캐논에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왜 지휘관은 검이 아닌 삼단봉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요."
석봉이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노릇이었다. 차원종이 삼단봉을 썼다. 쓰는 무기야 자유지만 손쉽게 죽일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어쩌면, 죽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차라리 레일 캐논이나 검을 사용해서 처리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요."
"사람의 관점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죠. 저 차원종들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기에 아직까지 이유는 모르지만, 녀석은 재빠릅니다. A급 클로저도 상대가 안 될 정도죠. S급 클로저 요청까지 한 상황인데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상대는 A급 클로저도 이긴다고 했다. 석봉은 이번에도 강한 보스를 상대하는 기분이라 긴장이 되었다. 현장에 안 나가고 지휘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지휘관으로 미숙하니 현장에 나가서 평소처럼 싸우는 게 더 나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벌쳐스 지원은 안 받으려고 했는데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받아들인 겁니다. 벌쳐스 지휘권은 당신에게 있지만 현장 전체 지휘권은 저에게 있다는 걸 명심해주세요."
자신의 지시에 따라주라는 얘기였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말하자 석봉은 안도했다. 차라리 경험 많은 사람이 지휘관 하는 게 더 나았으니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