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28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2-29 1

 1주일이 지나고 나서 퇴원했다. 벌쳐스 기술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원래대로라면 전치 몇 개월 이상일 텐데 고작 1주일 내에 낫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팔도 잘 돌아가고, 다리도 멀쩡했다. 건강한 게 이렇게 좋은 걸 처음 깨닫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하루 휴가를 받았으니 오랜만에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앉아서 게임을 했다. 음소거로 해놨으니 소음 문제는 없고, 안내원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되는 일이다. 레비아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으니 그걸로 안심이 되지만 조금 곤란한 문제가 발생했다. 설마 차원종에게 그런 식으로 찍히는 신세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 생각 때문인지 게임에 집중이 안 되어서 첫 스테이지에서 끝났다. 

"후우."

 게임기를 가방에 넣었다. 마침 정류장에 도착하니 나는 그대로 내려서 집으로 향했다. 엄마는 혼자서 잘 계시려나? 내가 없어서 조금 쓸쓸 하실 거 같았다. 혹시 그 사람들이 우리 엄마에게 무슨 일을 벌인 거 아닐까? 나를 죽이려고 했으면 가족과도 접촉했겠지. 상대는 거대 조직이니까.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 집까지 도착했다. 천천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엄마는 지금 방 청소를 하고 계셨으니까.

"휴우. 다녀왔습니다."
"어머, 석봉이 왔구나. 일은 잘 끝내고 온 거니?"

 엄마에게는 내가 다쳤다는 걸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엄청 슬퍼하실 테니까 당연했다. 일단 아무 일도 없었던 척 표정관리를 하고 엄마에게 다가왔다.

"네. 잘 끝내고 왔어요. 열심히 일하니까 높은 봉급을 받기도 했고요."
"그래. 장하구나. 네가 벌쳐스에 들어갔다고 하니까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나를 부러워하더라."

 현재 영향력이 큰 거대기업에 들어갔으니 당연한 거다. 한 달 봉급이 천만원이나 하는데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을까? 부잣집 아가씨도 넘어올 평균 수입이라고 누군가가 말하기도 했었다. 

"오늘 뭐해줄까? 아들이 좋아하는 거 해줄게."
"괜찮아요. 평소대로 부탁드릴게요."

 굳이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아빠가 여행을 떠나시고, 나도 벌쳐스에서 레비아를 감시하고, 병원에 입원했으니 많이 외로우셨으니 오늘 만큼은 편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청소는 제가 할게요."

 엄마가 들고 있었던 청소기를 들었다. 이럴 때는 내가 해줘야지. 아빠를 대신해서.

*  *  *

 홍시영의 보고를 들은 사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벌쳐스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한석봉이 고작 며칠만에 해결해버린 거였다.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트레이너의 보고를 받았을 때도 그 방법이 너무 비현실적이였기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게임이라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겨우 그런 걸로 차원종이 폭주하지 않고, 힘을 오히려 제어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거짓된 희망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는 거였다. 세상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사례가 실제로 이루어졌다. 사장은 한석봉을 벌쳐스의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딸의 의견을 생각했다. 레비아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앞으로 벌쳐스 연구가 더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트레이너가 들어왔다.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물었다.

"자네가 말한 건 정말로 거짓이 없었겠지?"
"쉽게 믿지 못하실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절대로 거짓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지만 넘어가도록 하지. 그 소년은 아무래도 우리 계획에 조금 쓸모가 있을 지도 모르겠군. 뭐, 그건 내가 알아서 하고, 자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네."

 사장은 트레이너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네주었다. 하얀 가면을 쓰고 있는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내였다. 그걸 본 트레이너는 처음보는 얼굴에 눈매가 가늘어졌다.

"누구입니까? 신종 테러리스트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야. 외부차원에서 넘어온 놈들이야. 차원종이지. 녀석들은 처음보는 무기를 가지고 클로저를 공격했어. 이건 오스트리아에서 촬영된 사진인데 그 당시 C급 클로저 20명이 사망했어.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리 나라에도 모습을 드러낸 거 같아."

 사진을 보면 그저 테러리스트 같았지만 알고보니 차원종이라는 거였다. 전에는 모스페어 차원종 군단이 왔었는데 이번에도 새로운 종류의 차원종이 들어왔다. 왜 갑자기 이들이 나타나는지 트레이너는 의문을 가졌다.

"가서 알아봐줬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사장님."

 고개를 숙이며 답한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고 복도로 나갔다. 한석봉 문제는 다음으로 미뤄도 문제 없다. 이번에도 처리부대가 나서서 처리할 수준이라면 해도 되니까.

*  *  *

 인천 해안 내에 있는 초소 내에서 근무를 서는 병사들은 파도가 갑자기 해안에 몰아붙이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병사 하나가 쌍안경으로 물살이 빨라지는 걸 보았다.

"야, 저거 잠수함 아니야?"
"뭐? 잠수함이라고?"
"그래. 저렇게 갑자기 물살이 오니까 꼭 잠수함이 수면 위로 오르는 거 같잖아."

 다른 병사도 쌍안경으로 보자 파도 하나가 용오름처럼 솟아오르더니 거대한 검은 물체가 드러냈다. 수중에서 드러낸 거대한 크기의 잠수정이었다. 병사 하나가 곧바로 본부에 연락을 했지만 두 사람에게 날아오는 연분홍 빔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잠수정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하얀 가면을 쓴 노다지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군부대처럼 정렬했고, 양손에는 바주카 포 형태인 레일캐논을 장비하고 있었다. 맨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낸 노다지 지휘관이 그들 사이를 지나쳐 선봉에 섰다. 폭발을 감지하고 달려온 클로저 5명이 군단을 보고 놀란 표정을 보였다.

"너희들은 뭐냐? 차원종이냐?"

 클로저 한 명이 큰소리로 외치자 지휘관이 답했다.

"우리는 노다지 군단. 이 차원을 정복하러 왔다."

 지휘관이 손짓하자 레일 캐논이 일제히 발포되었다. 클로저들은 레일 캐논을 피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곳곳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수준이 어느 클로저의 공격과 유사했다.

"본부에 지원 요청해!"

 한 명이 무전기로 연락하는 동안 네 명의 클로저들이 달려들었다. 레일 캐논은 눈에 보일 수준이었기에 그들의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었다. 지휘관은 클로저들 움직임을 보고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사격이 멈췄다. 클로저들은 왜 갑자기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몰랐지만 지휘관이 앞으로 나서서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쉬익- 퍼퍽!

 그들을 한 번 지나쳤을 뿐인데 클로저 네 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온 몸에 5연속으로 얻어맞고 뼈가 부서진 느낌이었다. 검을 든 클로저 한 명이 비틀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상력을 개방해서 싸우려고 했지만 그럴 틈은 주지 않겠다는 듯이 삼단봉으로 그대로 목덜미를 내려찍었다.

"이 정도인가? 시시한 수준이군."
"어이, 정신 차려!"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지휘관은 삼단봉을 다시 접은 뒤에 손짓을 했다. 부하들의 레일 캐논 사격이 다시 이어지자 네 명의 클로저는 이번에는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소멸되었다.

퍼펑!

 군부대는 이미 사태파악하고 철수한 뒤였다. 지휘관은 위상력이 없는 인간들을 상대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장비한 레일 캐논도 에너지가 있는 법, 그런 녀석들에게 낭비할 수는 없었다. 지휘관은 귀에 달린 이어피스로 잠수정에 연락한다.

"확**송 준비해라. 이 대륙에 사는 인간들에게 내 목소리를 전할 것이다."
-네!

 이어피스 내에서 한동안 노이즈가 심하게 들리다가 다시 조용해졌다. 준비되었다는 보고가 들리자 지휘관은 볼륨을 최대로 올린 뒤에 점잖은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노다지 군단 제 3군을 이끌고 있는 릭스마이너라고 한다. 이 대륙에 사는 인간들이여. 항복해라. 그러지 않으면 너희에게 종말이 다가올 것이다. 안심해라. 저항하지 않은 자는 살려줄 것이다. 잘 생각하고 판단하기를 바란다. 인간들이여."

 이 대륙에 사는 사람에게 전부 전파했다. TV, 라디오 채널에 침투해 확성한 선전포고였다. 릭스마이너는 손짓을 한 뒤에 앞장서자 그들은 발에 맞춰서 정렬한다. 오와 열을 맞춘 군부대의 제식훈련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특경대들이 바리게이트를 치며 막아내지만 그들은 레일 캐논으로 방어선을 쉽게 부쉈다.

콰콰쾅!

 무기 수준차이가 났다. 특경대들은 소총이지만 상대는 레일 캐논으로 아예 무장한 채였으니까. 위상력이 없다해도 저항하면 쏜다. 그게 릭스마이너의 방식이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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