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16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2-13 1

A급 모스페어도 상대하기 힘든데 그들의 우두머리를 혼자서 상대가 될 리가 없다. 바이올렛은 한석봉이 갑자기 땅 속으로 꺼진 걸 우연히 봐서 이곳으로 내려온 거였다. 석봉은 그녀가 상처입는 걸 보고 방법을 생각하다가 알 근처로 달려갔다. 하이드가 그녀를 도우려고 달려들었지만 마찬가지로 나가떨어졌다.

"큭. 아가씨."
"하이드... 어서 저 분을 데리고 나가세요."

 바이올렛은 몸을 비틀거리며 다시 한 번 대검을 들었다. 또 한 번 주먹이 날아오자 석봉은 큰 소리로 외친다.

"멈춰! 이제 그만 해! 더 날뛰었다가는 알을 부숴버릴 거야!"
"뭣!?"

 모스페어는 주먹을 멈춘 뒤에 한석봉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총구를 알에 겨누어 당장이라도 발포할 준비를 했다.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살기를 드러내며 위압을 보이지만 그는 거기에 굴하지 않겠다는 듯이 본보기로 근처에 있는 작은 알을 향해 발포했다.

"그만! 네 이놈! 이게 무슨 짓이냐!!"
"항복하세요. 그리고 이 땅에서 당장 떠나라고요! 여기는 울릉도 주민들의 것이에요."
"약해빠진 인간 주제에 그렇게 나오겠다는 거냐?"

 모스페어는 그를 무섭게 노려보다가 대검을 들고 있는 바이올렛을 쳐다보았다. 의도를 눈치챈 하이드가 재빨리 달려와 몸을 날려서 그녀를 안은 채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쿠르르르-

"그만 둬!"

탕! 탕! 탕!

 권총을 발포해서 시선을 돌리게 했다. 모스페어는 한석봉이 총구를 이쪽으로 돌린 틈에 곧바로 날아와서 그를 다시 한 번 붙잡으려고 했지만 석봉은 녀석이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외쳤다.

"슈즈 점화!"

부아아앙-

"으아아아아!"

 사이클 슈즈가 불을 뿜으면서 빠르게 날아간다. 놈의 손아귀를 벗어나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급출발에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아직 연습도 제대로 안했으니 당연한 거다.

"정지!!"

끼익! 콰당!

 벽이 보여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서 몸이 이번에는 앞으로 쏠렸다. 모스페어는 다시 한 번 사라졌다. 바이올렛과 하이드가 제대로 싸우기 어려운 지금, 이 발명품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번에는 발등을 접은 채로 제자리 점프를 해서 점화시켰다.

부웅-

 모스페어의 팔이 또 다시 허공을 갈랐다. 잠시 나마 하늘 위로 뜬 모습을 본 모스페어는 이번에는 날개를 이용해 날아온다. 석봉은 눈이 커진 얼굴로 발포하지만 탄알이 떨어졌는지 철컥! 하는 소리만 반복할 뿐이었다.

"이런."

캉!

 바이올렛이 뛰어들어 대검으로 모스페어 공격을 대신 막아주었다. 석봉은 그 틈에 다시 한 번 점화해서 놈과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기침을 몇 번 한 뒤에 석봉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허억... 헉... 지금 뭐하는 거에요? 여기서 벗어날 생각을 해야지. 당신이 저 차원종에게 상대가 될 리가 없잖아요."
"상대가 안 되면 싸우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특경대 분들도 차원종을 상대로 위험한 편인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싸우기도 하잖아요. 늑대개 팀 여러분들과 아가씨도 용감하게 싸우는데 제가 어떻게 혼자 도망갈 수 있겠어요?"

 벌쳐스 감시 요원인 이상 자신이 담당한 클로저를 버리고 도망갈 수는 없다. 애초에 도망치지 않겠다고 다짐한 거나 다름없는데 그가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었다. 곧바로 탄창을 교체한 뒤에 다시 한 번 모스페어를 조준사격한다.

탕! 탕! 탕!

"어리석구나. 인간. 그런 장난감 무기로는 내 몸을 뚫지 못한다. 하하하!"

*  *  *

 모스페어는 이제는 대놓고 총알을 맞으면서 재생되는 몸을 보여주었다. 바이올렛의 대검으로 베여도 재생되었던 몸이다. 공격이 통하지 않아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그게 뭐 어쨌다고? 이기지 못하면 싸우지 말라는 건가? 아니다. 클로저 역사에 대해 들은 기억이 있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목숨을 걸어서라도 사람을 구하려는 클로저가 있다는 걸. 적어도 그 애의 곁에 있으려면 그만한 배짱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죽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벌쳐스 감시 요원으로 들어와서 그냥 여기서 죽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세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곳에서 목숨걸고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반드시.

퓨퓨퓩-

"소용없다. 인간."

 모스페어의 행동을 보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녀석은 말로는 호탕하게 웃지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느꼈다. 틀림없다. 아무리 재생능력이 있어도 결국에는 약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곧바로 그 부분을 노리자 비웃던 모스페어의 얼굴이 굳어졌다.

"인간! 설마 알아챈 거냐?"
"한석봉 씨. 뭘 알아냈다는 거죠?"

 아가씨는 눈치 못챈 모양이었다. 그런 건 상관없다. 녀석의 빈틈을 만들어내서 공격할 기회를 노리는 게 중요하다. 모스페어는 나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공격하기에 이번에도 당할 수 있다. 조금이나마 스피드를 떨어뜨리게 만들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알을 깨겠습니다."
"누구 맘대로! 죽어라!"

 모스페어가 사라지자마자 나는 곧바로 몸을 날렸고, 녀석은 내 뒤에 있는 벽에 그대로 머리를 박았다. 빠르게 움직이기 전에 녀석의 무릎이 굽혀졌다. 그리고 정확히 심장이 빠르게 두 번 뛸 때쯤에 내 앞까지 날아와서 공격한다. 몇 번 겪다보면 요령이 생긴다. 게임 보스를 공략할 때처럼. 그렇지만 풍압이 발생해서 내 갈비뼈에 통증이 왔다.

이거, 한 번 더 피하면 몸이 망가지겠는데?
"큭! 이 애송이가 잔재주를!"

 벽이 무너질 정도로 박았기에 충격이 왔을 거라 확신했다. 이제 녀석은 스피드가 조금 떨어졌을 게 뻔했다. 그리고 이 알을 이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당신 동족은 절대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라!"

깡!

 이번에는 사이클 슈즈로 피해냈다. 평소의 내 신체능력으로 공격을 피했다해도 풍압으로 뼈가 부러지는 통증을 받게 되니까. 엔진 점화로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났고, 나를 공격하려던 주먹은 알에 적중했다.

쩌저적- 쾅!

 자기가 자기 알을 부숴버린 거나 다름없었다. 녀석은 알이 부서지는 걸 보고 뒤로 물러난다. 이대로 계속 싸우다가 알이 깨지게 생겼다. 지금 클로저 두명과 민간인은 심하게 다친 상황이지만 자기가 끝을 내려고 해도 알만 계속 부서지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했다.

설령 저 인간들을 해치운다해도 우리 핏줄이 끊기게 된다면 여기까지 온 목적이 모두 허사가 된다. 분하지만 지금은 냉정한 판단을 하는 수밖에 없겠군.

 약점을 알고, 스피드를 따라갈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형을 이용해 알을 공격하게 만들었으니 이대로 싸우다가는 형제를 죽인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거 같았다.

"인간이여. 휴전하도록 하지. 이번 만큼은 그대들이 물러나게 해주겠다. 그러니 더는 싸움하는 걸 그만두도록 하지. 게다가 지상 위에 있는 인간 전사는 모두 쓰러졌다. 만일에 대비해 인질로 삼도록 지시했다. 어떠냐?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차원종이 내게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 그렇게나 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핏줄이 끊기게 되면 동족이 멸망하게 되니까. 모스페어 녀석들은 인간보다 수명이 길겠지만 이 지구를 정복하더라도 수명이 있기 때문에 번식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번식이 지금 끊긴다면 멸종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물러나도록 하죠. 지금 저 알 하나에 거대한 폭탄을 설치했습니다. 저희가 무사히 벗어날 때까지 공격하지 말아주시죠. 만약 도중에 공격을 오신다면 폭탄이 터질 겁니다."
"알았다."

 어차피 저 녀석을 이기지 못한다. 약점을 알았다해도 신체능력부터 따라가기 어려운데 이길 가능성은 없다. 바이올렛 아가씨와 하이드 씨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은 피투성이였기에 여기를 나가는 게 우선이다. 지상에 있던 늑대개 팀도 전부 쓰러졌다고 하니까.

"차원종이 협상을 할 줄은 몰랐군요."
"동족이 중요하니까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가씨."

 하이드가 그녀를 부축해주면서 한석봉과 같이 그 장소에서 벗어났고 모스페어 우두머리는 텔레파시로 그들을 놓아주라고 명령했다.

*  *  * 

 특경대가 있는 곳으로 왔다. 상처 입은 우리를 보고 놀란 모습이었다. 대원들이 달려와서 응급처치를 해줬고, 의식을 잃은 세 사람을 그들에게 맡긴 뒤에 나는 붕대로 감겨진 팔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모스페어 녀석들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더는 동족이 살만한 환경이 되지 못해 여기로 온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 수많은 알들을 낳아서 이곳을 제 2의 고향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니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운 좋게 살았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운 좋게 발명품을 사용해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알을 이용하는 생각까지 했으니 당연했다. 거대한 폭탄은 허세였는데 설마 넘어갈 줄은 몰랐다.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겠지. 그나저나 왜 유니온 클로저가 오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벌쳐스에 연락하려고 했는데 바이올렛 아가씨가 다가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