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15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2-12 1
늑대개 팀과 바이올렛은 한 자리에 모여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A급 차원종인 모스페어 무리가 5마리나 있었으니 하는 말이었다. 한 마리를 상대로도 상처입었을 정도인데 승산이 있는 싸움은 아니다. 나타는 오히려 좋아하면서 싸우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말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큭! 이 자식들, 강한데?"
"그거야 당연하잖아요. 전에도 싸워봤잖아요."
"시끄러워! 아줌마. 그 때 녀석이 지금과 같다는 법은 없잖아."
하피가 핀잔을 주자 나타는 발끈한다. 부상을 입었는데도 싸우려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말릴 수는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도망치려고 해도 녀석들이 쫓아올 게 뻔했다. 유니온 클로저가 오기로 했는데 왜 아직까지 안오는 건지 의문이었다. 슬슬 그들이 올 때가 되었다고 확신했는데 이상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져서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뚜- 뚜- 뚜-
"이상하네."
"한석봉 씨.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물러나세요. 여기는 전파가 안잡히는 거 같으니 멀리가서 본부에 알리세요."
"괜찮으시겠어요? 상대는 한 마리가 아니고 5마리일 텐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바이올렛 아가씨는 숨을 헐떡이면서 말씀하셨지만 내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늑대개 팀이 대치하는 모스페어 차원종 무리는 도저히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나타가 또 한 번 위상력을 드러내며 한 마리에게 달려들자 하피는 나머지 네 마리에게 트럼프 카드를 날렸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죠. 나타 요원이 한 마리 확실히 처리해주시고, 저희는 나머지 네 마리의 주의를 분산하도록 하죠."
전력을 다한 나타는 상처를 입어도 한 마리 정도는 쓰러뜨릴 수 있다. 그거 말고도 나타는 원래 팀워크에 신경 쓰지 않는 녀석이라 그를 따로 빼놓으려는 이유도 있었다. 레비아도 검은 빔을 쏘면서 하피 일에 거들어주었다. 바이올렛은 하이드에게 말한 뒤에 곧바로 네 마리 차원종에게 달려들었다.
"한석봉 님. 안전한 곳으로 가시죠."
"네. 하지만 저보다는 아가씨 안전이 우선이잖아요. 제 발로 도망갈게요. 그러니까 부탁드려요."
"저는 아가씨의 명을 따릅니다. 그러니 이쪽으로."
하이드가 내 팔을 잡고 이끌었다. 차원종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려는 거였다. 대충 안전한 폐건물 앞에 도착한 뒤에 집사는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콰쾅! 서걱- 퍽!
나타는 피를 흘리면서도 모스페어 머리를 베었다. 이제 한 마리 베었을 뿐이다. 그런데 나머지 네 마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다. 분하지만 지금은 구경할 수밖에 없다. 발명품을 연습도 안한 채로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더 위험해 질 수 있으니까.
쿵!
"어?"
뭔가가 내 발목을 잡았다. 이 손은 모스페어의 손이다. 그걸 뿌리치려고 권총으로 쏘려고 했지만 그대로 아래로 꺼졌다.
"으아아아아!!"
엄청나게 아픈 통증을 느끼면서 빨려들어간다. 지하로 떨어지고 나서야 모스페어 녀석이 날 확실히 붙잡고 내려가는 게 보였다. 갑자기 왜 나를 잡아서 끌고 내려가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생각은 없었기에 녀석의 머리를 조준해 발포한다.
탕! 쿠쿵!
"윽!"
다행히 녀석의 몸뚱이 위로 떨어져서 죽음은 면했지만 팔과 다리가 심하게 긁혀서 쓰라렸다. 나중에 병원가면 붕대를 감아야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긴 어디지?"
캄캄한 지하였지만 어째서인지 내부가 밝았다. 천장 위에 푸른색 구체가 달려 있고, 그걸 전등처럼 비추며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모스페어 차원종 무리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온다.
이런.
상대는 차원종이다. 클로저 도움 없이 혼자서 해치울 수는 없다. 움직임도 빨라서 권총 한 자루 만으로 상대하기 어렵다. 아니,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기에 주변을 둘러본다. 마침 좁은 통로가 있다. 한 사람이 지나갈 수준으로 좁은 통로. 여기라면 아무리 빠른 움직임을 가져도 다가올 방향은 한정 되어 있는 법이다.
타다다닥- 파앗!
"큭!"
재빨리 달려가서 통로 안으로 들어갔지만 등이 또 한 번 쓰라렸다. 거기를 긁힌 거겠지. 그러자 모스페어 차원종 한 마리가 울음소리를 내며 들어오려고 하자 나는 곧바로 권총으로 조준해 머리를 노렸다.
탕! 탕! 탕!
나를 잡으러 온 녀석들이 순서대로 쓰러져갔다. 모스페어 차원종들은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A급 차원종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무튼 대충 다 처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지만 길도 모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기에 일단 안으로 들어간다. 또 다른 좁은 통로가 보였다. 그 안에 하얀 빛이 비추는 게 보였다. 저 안에 뭔가가 있다는 소리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
한 번 위험에도 뛰어들었는데 인제 와서 겁 먹은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한 뒤에 곧바로 뛰어갔다. 그들은 물러나라고 하지만 나는 도망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눈앞에 그 소녀가 보인다. 상처입은 그녀의 뒷모습이. 그리고 그걸 외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세하도 그렇게 살아왔지.
클로저들이 목숨 걸고 싸워왔지만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사실상 외면한 거나 다름없다. 세하도 그것 때문에 처음에 클로저 하는 걸 주저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귀여운 소녀는 클로저 일을 성실하게 했다는 걸 알고 있다. 상처 입었음에도 불만없이 할 일을 묵묵히 했으니까. 그런 상처 입은 사람에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게 분했다. 그리고 이번에 기회를 잡게 되었다. 반드시 강해져서 그 애 곁에 있고 싶다고.
"가자!!"
저 안에 소녀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달려갔다. 하얀 빛이 나오는 곳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곧바로 입을 벌린 채 가래끓는 소리를 냈다. 그 안에는 사람 크기만한 하얀 알들이 많이 있었다. 눈으로 봤을 때 10만 정도 되어보인다. 거대한 모스페어 한 마리가 광장 안에 당당히 서 있었다.
"불청객이군... 인간... 네놈은 전사가 아니군."
전사라는 건 분명히 클로저를 뜻하는 거겠지. 나는 권총으로 겨누면서 말한다.
"당신들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죠? 이 알들은 대체 뭐에요? 뭐가 목적이죠?"
"호오, 대화를 시도하려는 인간인가? 뭐 좋지. 죽기 전에 잠시나마 어울려주지."
A급 모스페어보다 더 거대한 몸집이었다. 겁이 났지만 억지로 참으려고 애썼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지 않으면 우리가 손해를 본다.
"우리 모스페어가 사는 차원은, 더는 형제들이 태어날 환경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다른 장소를 찾다가 마침내 발견했다. 바로 너희 인간이 있는 차원계. 이곳이야 말로 우리 형제들이 살기에 알맞은 환경이었다. 여기 인간 섬의 환경이야 말로 우리 형제가 태어날 곳으로 알맞은 곳이지."
"그래서 여기를 침략한 건가요?"
"그래. 어디까지나 우리 형제들이 태어나기 위해서다. 인간이여. 만약 너희 인간도 이 차원계에서 더는 태어나지 못해 멸종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할 거지?"
차원종이 저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라 깜짝 놀랐다. 물론 그렇게 되면 인류는 우주로 향하게 될 거다. 제일 유력한 장소는 화성이 될 거다. 그곳은 제 2의 지구 후보로 올라온 편이니까. 차원종이 우주라는 개념을 알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의 행위는 잘못되었다.
"그래도 당신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다쳤어요. 그건 아시나요?"
여기 오기 전에 울릉도 주민과 군인이 죽거나 다쳤다는 걸 들었다. 그러자 차원종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나를 무섭게 노려봤다. 숨 쉬기가 어려울 수준으로 강력한 살기였다. 하지만 버텨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이면 클로저 옆에 설 자격이 없으니까.
"후욱... 후욱."
배에 힘을 주고 호흡을 규칙적으로 했다. 모스페어는 나를 압도할 생각이겠지만 정신적으로 굴복할 생각은 없었다. 잠시 후에 그 살의가 누그러진 뒤에 놈이 이렇게 말한다.
"인간과 우리는 적이다. 그럼 당연하지 않으냐? 죽고 죽인다. 그건 다른 군단과 싸울 때도 마찬가지지. 잡담은 끝내도록 하지. 죽어라 인간!"
모스페어 녀석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내 몸이 그의 손에 잡힌 채였다. 이대로 조여서 죽일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적어도 권총이라도 쓸 수 있게 양팔을 들어올렸어야 했는데 지금은 팔까지 잡혔다.
"이대로 뭉개겠다."
"크윽!"
이대로 몸이 부서지게 생겼다.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천장 위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날아온다. 저 푸른머리는 설마?
촤악!
"아니!?"
모스페어의 팔이 잘려나가자 나도 그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팔과 함께 지면에 떨어진 뒤에 한동안 기침했다. 바이올렛 아가씨가 달려와서 내게 손을 내밀어준다.
"괜찮아요? 미안해요. 좀 더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켜야 했는데, 그래도 안심하세요. 지금부터라도 탈출시켜드릴 테니까요."
아가씨가 나를 위해서 천장을 부수면서까지 달려오셨다. 그리고 집사인 하이드도 보였다. 모스페어 팔 하나가 잘렸지만 그 부분이 꿈틀거리더니 멀쩡한 팔로 돌아왔다. 재생능력이다.
"이럴 수가. 모스페어가 재생 능력이 있다는 건 들어** 못했어!"
"그거야 당연하다. 인간이여. 나는 모스페어 동족의 우두머리다. 우두머리라면 이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그럼 죽어라!"
또 다시 움직임이 사라졌다. 나와는 다르게 아가씨는 상대방이 어디서 공격해 온지 알았는지 곧바로 검을 든 채로 방향을 틀어 녀석의 주먹을 막아냈지만 힘에 밀려서 나가떨어진다.
쿵!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