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13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2-05 1

 오토바이 면허를 따는 데 한달이 지났다. 학교 생활은 지장없었다. 조금의 관심을 보이고 접근하는 동급생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애초에 그들과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 이미 위험한 전장에 뛰어들었는데 그들과 아무도 친해져서는 안 된다. 그래야 아무도 말려들지 않으니까. 

부르릉-

 벌쳐스에서 받은 봉급으로 오토바이를 하나 구입했다. 12개월 할부로 구매한 스쿠터다. 검은색 이미지가 나에게 어울려서 그걸 탔다. 나에게는 조금 큰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안전하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걸로 된 거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 곧바로 주행한다. 도로주행은 운전면허 시험이 끝나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계속해야만 실력이 느니까.

부아아앙!

 차량 사이를 뚫고 들어가면서 추월하고 차선을 바꿔본다. 상쾌한 기분이었다. 이런 상태로 계속 클로저들이 출동한 현장에 갈 수 있긴 하지만, 포장도로가 파괴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느 장소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기분 좋은데?

 빠르게 달리면서 주행하는 것도 좋지만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도로 주행을 하는 것. 항상 긴장하면서 하라고 시험관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

*  *  *

 회사로 출근해 오늘은 오랜만에 트레이너 대장님을 만났다. 늑대개 팀이 전부 모여서 지시를 듣고 있다. 나타는 못마땅한 듯이 여기고 있는 듯 하지만.

"모스페어 차원종 무리가 우리 세계에 침범했다. 그리고 녀석들은 울릉도를 점령했다. 그곳을 지키고 있던 클로저들이 전부 죽임을 당했어. 다행히 사전에 대피를 했기에 주민들은 모두 무사하지만."

 그들이 우리 세계를 침략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벌쳐스 내에서 감시관님에게 들은 바로는 정보에 없는 다른 차원종 무리들이 세계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에는 클로저 전력이 부족해서 세계 각국이 파견된 상황이었다. 당분간 검은양 팀이 그곳에서 돌아오는 건 무리인 듯 싶었다.

"쳇. 뭐야? 그런 녀석들이야 또 박살내버리면 되잖아."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니다. 나타. 군단 전체가 내부 차원으로 들어와서 울릉도를 점령했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우리 늑대개 팀이 그곳을 쳐서 모스페어 차원종 무리를 처리하는 게 사장 지시다. 물론 이번 일에는 바이올렛 아가씨도 동행하니 잘 협력하기를 바란다."
"대장님은 안 가시는 건가요?"
"사장님이 내게 내리신 다른 임무가 있다. 안타깝지만 나는 동행할 수가 없군. 한석봉 학생. 이들을 잘 부탁하도록 하지."

 울릉도로 파견 임무가 내려졌다. 엄마에게는 솔직하게 이미 말씀드렸다. 벌쳐스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다는 걸. 처음에는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들통나게 되니까 미리 전달했다. 그 때 엄마가 기절할 뻔했던 일이 떠올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권총 한자루로 할 뿐이었다.

"아, 그렇지. 한석봉 학생. 벌쳐스 첨단 무기 기술센터에서 자네를 부르고 있어. 다녀왔으면 한다."
"기술 센터에서요? 네. 다녀오겠습니다."

 다양한 무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센터에서 부른다니 조금 놀라웠다. 그곳은 원래 엘리트 요원이 출입하는 거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은 그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엘리트 수준으로 나설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왜 거기서 날 부르는 건지 매우 궁금했지만 일단 부르니 가보기로 했다.

*  *  *

 다양한 기계가 있고, 온갖 로봇들이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도구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처럼 느껴질 수준이다. 이곳에 들어오니 일하는 사람들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당장이라도 내쫓아내고 싶은데 억지로 참는 거처럼 보인다. 내가 엘리트 요원도 아닌데 이곳에 오니 반갑지 않은 게 당연하다.

"어서 오렴. 네가 한석봉이구나."

 유일하게 웃는 얼굴을 한 젊은 아저씨가 하얀 가운을 입은 채로 달려와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명찰을 보니 최재성이라는 이름으로 되어있다. 아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내가 사장님께 좀 말씀드렸거든. 벌쳐스 감시 요원 뿐만 아니라 무기 성능 테스트를 좀 해주었으면 하거든. 나는 최재성, 벌쳐스 군사무기 개발부 팀장이지. 자네가 클로저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들어서 말이야. 마치 유니온 현장요원을 보는 듯 했거든. 보고는 받았어. 늑대개 팀이 싸우는 전장에 뛰어들어서 죽을 뻔 했다며?"
"아, 네."

 부끄럽지만 사실이었다. 위상력 각성이 되지 않아서 하는 일이었으니까. 재성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를 어딘가로 데려간다. 석봉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긴장된 얼굴로 밝은 빛이 나오는 방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비능력자를 위한 다양한 무기를 개발하는 곳이란다. 벌쳐스나 유니온에도 현장 요원이 존재해. 유니온 기술 개발부도 있지만 우리 벌쳐스보다는 기술력이 조금 떨어진 편이지. 바로 나 최재성이 만든 도구가 있으니까. 너 말이야. 여기 들어올 때 재미있는 소리를 했더라고. 클로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클로저를 친구로 두고 있으니까 그들과 가까워지려고 하고 싶다고 했지?"
"네."

 혹시나 그가 비웃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석봉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자랑스러운 아들을 대하듯이 칭찬하려는 듯한 미소였다.

"나쁘지 않아. 클로저들만 싸우게 두고 민간인들은 그저 앉아서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 되는 거지. 그들이 실수라도 저지르면 곧바로 비난하는 녀석들이니까. 너도 알겠지만 다른 사람은 클로저에 대해 그렇게 좋은 시각으로 ** 않고 있어. 차원종을 쓰러뜨리는 건 고맙게 생각하지만 곁에 있으면 두려워하기 마련이지."

 클로저가 가진 힘 때문이었다. 물론 귀신을 피하는 수준은 아니라 해도 조금만 일을 저지르게 된다면 바로 경계하기 마련이다. 석봉은 세하가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그를 피하려고 했던 걸 떠올렸다. 그가 알파퀸의 아들이고, 강력한 위상력을 가지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실수한다면 자신이 죽게 될까봐 두려워했었다.

"혹시 네 친구 생각한 거니? 이세하 말이야."
"알고 계셨어요?"
"벌쳐스 정보력을 얕** 마. 너에 대해서는 이미 다 조사했어. 알파퀸의 아들 이세하의 몇 안 되는 친구라면서? 뭐, 벌쳐스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쓰지만. 그래도 네가 의외로 협조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우리가 조금 편해졌어. 그건 고맙게 생각해야 할 거 같군."

 재성은 놀란 눈으로 보는 석봉을 보며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고는 철가방을 열어서 안에 들어있는 처음 보는 도구를 꺼내보였다. 검은 신발이 있는데 뒤꿈치 부분에 배기구같은 게 달려있었다. 

"이게 뭔지 아니? 싸이클 슈즈라고 해. 내부에 위상력을 연료로 변환하는 장치가 있지. 그 원리를 이용해서 로켓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자 봐라."

 재성이 신발을 직접 신어보았다. 그러고는 슈즈 점화라고 말하자 곧바로 불을 뿜으면서 앞으로 조금 나아갔고 그 뒤에 정지라고 말하자 바로 멈췄다. 불을 뿜는 신발은 처음 봐서 석봉은 깜짝 놀랐다. 음성 인식으로 작동되는 싸이클 슈즈, 서있는 채로 작동하면 뒤로 밀려날 거 같았다.

"그리고 이거 가방도 가져가거라. 이것도 음성 인식으로 변환되거든. 비행모드라고 말하면 이렇게 된단다."

위이이잉- 철컥-

 평범한 책가방인데 책 넣는 부분에 뾰족한 게 나왔고, 가방 아래 부분 양 옆에도 뾰족한 부분이 나오면서 거대한 행글라이더 모양으로 변했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와, 대단해요."
"그래. 이번에 울릉도로 간다고 했지? 아마 이게 필요할 거야."
"제가 정말로 써도 되는 건가요?"
"물론이지. 내가 사장에게 겨우 허락받아서 이렇게 주어진 거야. 물론 성능 테스트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기를 바랄게. 그게 조건이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싸이클 슈즈와 비행변환 가방을 받았다. 가방은 평소에는 교과서를 넣을 수준의 책가방으로 보이지만 음성인식으로 비행 모드로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행글라이더 모드라 한계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마음에 들어하는 석봉을 본 재성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네가 바라는 꿈, 이루어졌으면 좋겠구나."
"네?"
"실은 말이야. 나도 클로저 한 명에게 반한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 이어지는 건 극소수에 불과하더라고. 클로저는 매일 차원종과 전쟁을 벌이다보니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입장이거든. 그리고 강한 클로저일수록 더더욱 어렵지. 유니온이나 벌쳐스가 매번 부려먹으려고 하니까."

 그가 갑자기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 이번에 사장에 어렵게 부탁한 이유가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소년이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그는 이루지 못했지만 이 소년만큼은 꼭 이루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소년의 손을 잡으면서 말한다.

"그 외에도 네 아버지의 부탁도 있었으니까. 사장님께 엄청 잔소리 들었어. 그러니까 앞으로 잘해주기를 바랄게."
"아버지를 아시나요?"
"그래. 네 아버지 친구란다. 뭐, 그건 상관없지. 너희 울릉도 출발은 이틀 후가 될 거야. 그 동안에 연습이라도 해두렴."
"네. 감사합니다. 팀장님."

 석봉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모험가인 아버지에게 벌쳐스 친구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예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지금도 어디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 두 가지 도구라면 그들을 돕는 데 더 편리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확실히, 권총 하나가지고는 모자라니까. 음? 잠깐만, 이것도 마찬가지인가?

 차원종을 상대할 무기는 있지만 놈들의 힘에 저항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는 위상력에 각성하지 않은 나약한 신체조건을 가졌기에 그들에게 공격당하기 쉬웠으니까. 그렇다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면 된다. 직접 전투에 나서서 싸우지 못한다면 서포트를 해주는 거라도 할 수 있게 하면 되는 거라고 확신했다.

보아하니, 사용법을 잘 알 거 같군.

 재성은 한석봉이 의욕을 보이면서 두 주먹을 쥐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피식 웃어보였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