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7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1-27 1

 소년은 게임기로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수많은 몬스터를 사냥한다. 자신이 육성하는 캐릭터를 계속 보고 싶어서 오늘도 조작한다. 그걸 보다못한 소년의 어머니가 게임기를 뺏어든다.

"이 녀석, 게임을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그럴 시간에 공부나 좀 해."
"엄마. 돌려줘요!"

 소년은 머리 위로 손을 들어올리며 그걸 되찾으려고 했다. 제자리 뛰기까지 하면서 엄마 손에 든 게임기를 잡으려고 하지만 닿지 않았다. 몇 번 시도 한 끝에 포기했지만 아버지가 와서 엄마에게 말한다.

"여보, 애한테 돌려줍시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이 애의 장래가 걱정되지 않아요?"
"지금은 조금 내버려두었다가 장래에 대해서 이야기합시다. 무조건 공부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할 말을 잃고는 소년에게 게임기를 건네주자 그는 좋아하면서 다시 해맑게 웃었다. 엄마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아버지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  *  *

탕! 탕! 탕!

 사격 소리에 석봉은 문득 정신이 들었다. 회사 내 사격장에서 사격 차례를 기다리다가 잠시 넋이 나갔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벌쳐스 요원도 많았기에 사격훈련에 참여하는 인원도 차례를 몇 번 기다려야 했다. 석봉은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두 번 정도 치면서 얼굴을 폈다. 붉은 모자를 눌러쓴 교관은 거친 얼굴로 한석봉을 불렀다.

"다음!"
"네!"

 이번에 사격장에 서는 건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았지만 총을 잡아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조금은 긴장되었다. 교관이 옆에서 눈을 보이지 않아서 무서운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다른 사람이 한 거처럼 자세를 잡아보았다.

"다리가 떨리고 있다. 그 반동으로 총구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 상태로 사격을 할 수 있겠냐?"
"아, 아닙니다!"

 사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몸의 떨림을 최소화 하는 것, 그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잘 쏜다해도 빗나갈 가능성이 있고, 잘못 나간 총알이 아군을 맞출 수도 있다.

"정확도는 생명이다. 자신의 생명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생명까지 지키는 거지. 자세를 잡아라. 다리에 힘을 주고, 긴장을 풀어라."

 교관의 말대로 하니 조금은 편해졌다. 말로는 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길 때는 어쩔 수 없었다. 두려움이 드러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이것도 다 경험이니 할 수밖에 없다.

탕! 콰당!

 단 한발을 쐈을 뿐인데 반동으로 엉덩방아를 찍었다. 그러자 교관이 그를 일으켜세운다. 화를 별로 내지도 않았다. 어린 아이가 처음 사격한 건데 이 정도는 많이 봐왔으니까.

"사격할 때 배에 힘을 확실히 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반동으로 넘어가지 않을 거다."

 교관이 알려준 방향으로 그는 계속 사격연습을 했다. 다른 사람 차례도 있지만 석봉은 처음이기에 기본적인 걸 설명하느라 교체되는 일은 없었다.

*  *  *

 사격만으로도 이렇게 양 손이 아픈 건 처음이다. 뼈가 부러질 거처럼 느껴졌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몸에 힘을 주는 걸 반복했지만 중요한 건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게 진정되지 않았다는 거다. 

"콜록 콜록! 커헉!"

 공용 화장실에 있는 세면대에서 기침을 하면서 헛구역질을 한다. 숨이 넘어간 나머지 음식을 먹었던 게 다시 올라올 수준이었으니까. 양 손으로 물을 받아서 입을 헹구면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조금씩 호흡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괜찮아진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원하는 걸 손에 넣기 위해서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 겨우 한 사람 곁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험난한 일이 될 거라면 대다수는 포기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나는 다르다. 이미 목표를 위해 출발한 이상, 다시 되돌아올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다시 힘내볼까?"

 사격장으로 향하려고 하지만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떴다. 또 서울시에 차원종이 출현했으니 늑대개 팀이 출동하라는 명령이었다. 나는 그들을 따라가야 한다. 감시 요원으로서 그들의 행동을 관찰해야 하니까.

*  *  *

 붉은 개미 차원종 한마리가 인간처럼 두 발로 서서 주먹으로 건물벽을 때려부수고 날카로운 입으로 소화전을 물어뜯어서 물이 솟아나오게 했다. 동족들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면서 귀를 찢는 듯한 울음소리를 낸다. 사람들은 이미 대피한 지 오래, 그 자리에는 늑대개 팀보다 먼저 도착한 바이올렛이 대검을 들고 차원종 앞에 섰다.

"처음보는 차원종 무리군요. 그렇지만 쓰러뜨리지 못할 수준은 아닐 거에요."
"아가씨. 저는 저쪽을 맡겠습니다."
"부탁해요. 하이드."

 바이올렛은 대검으로 차원종을 상대하지만 하이드는 주먹으로 때려눕힌다. 절권도 기술로 붉은 개미를 연속으로 가격한다.

파바바바박!

 펀치 한 발씩 맞을 때마다 조그마한 홈이 생기듯이 껍질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고, 23번째 합이 다다를 때 강력한 펀치가 놈의 껍질을 박살내버렸다. 연두색 끈적한 액체가 그의 얼굴에 튀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러나서 가볍게 팔로 닦아냈다.

서겅- 

 붉은 개미 차원종은 그녀가 커다란 기술을 쓰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다. 대검 만으로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쓰러뜨렸다. 그렇지만 상당 수가 그녀에게 덤벼들자, 바이올렛은 대검에 자주색 위상력을 주입했다.

콰아아아아!

 자주색 빛줄기로 이루어진 참격이 밀집되어있는 붉은 개미 차원종을 쓰러뜨렸다. 참격에 닿자마자 몸 대부분이 박살날 수준이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차원종들이라 처리부대도 출동명령이 내려졌지만 바이올렛은 마지막 한 마리의 머리를 베고 난 뒤에 뭔가 맘에 안들었는지 눈살을 찌푸린다.

"너무 약하군요. 이런 녀석들 때문에 처리부대가 출동하다니, 유니온 클로저는 그걸 알고 출동을 안한 걸까요?"
"아뇨. 유니온 클로저는 이미 출동했습니다. 다만 당한 거 뿐이죠. 사전에 미리 저희가 처리했으니까요."
"당신은 누구시죠?"

 두 사람 등 뒤에서 험상궂은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 한 사내의 모습에 바이올렛은 대검을 들어 경계했다. 누가 봐도 자신의 적이라는 듯이 말하고 있으니까. 그러자 상대방은 등 뒤에 꽂힌 두 개의 검을 꺼내들면서 말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레이 아르젠토, CKT부대 일원이죠. 벌쳐스 사장의 따님이신 바이올렛 아가씨 맞죠? 저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CKT 부대? 반 유니온 테러 단체인가요?"
"뭐, 정답이라고 해드리죠."

 자세를 보니 이도류 검사였다. 두 검날에 연두색 위상력이 스며들고 있었고, 하이드는 그녀에게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가씨, 조심하십시오. 저 자의 위상력 기운이 그 차원종들보다는 수준이 다릅니다."
"알고 있어요. 하이드. 당신이야말로 조심하세요. 저 자는 반유니온 단체고, 저희 적이기도 하니까요."

 레이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도 여유롭다는 듯이 이빨을 드러낸 채 미소를 짓고 있다가 달려들었다. 하이드가 먼저 나서서 주먹으로 가격하지만 검날 하나로 가볍게 막음과 동시에 무릎으로 턱을 올려쳤고, 이어서 다른 하나의 검으로 힘껏 베었다.

퍽! 파앗!

"커헉!"

 계산에 맞게 잘 떨어지는 공격패턴이었다. 하이드는 복부를 베인 채로 나가떨어지자 바이올렛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눈이 크게 떠졌다. A급 차원종이라도 혼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졌던 하이드인데 쉽게 나가떨어지니 믿어지지 않았다. 

"하이드!"
"아가씨, 피하십시오. 저 자는 매우 강합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당신은 나와 함께 가줘야 해. 다치기 싫으면 얌전히 무기를 버려. 그러면 정중하게 대해줄 수도 있어. 안심해. 잠깐 이야기를 할 생각이니까. 딱히 몸값이나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걸 제가 순순히 믿을 거 같나요? 용서못해!"

투쾅!

 레이는 최대한 상냥하게 대해줬지만 바이올렛은 살기를 드러내며 위상력을 한 번 크게 방출한 뒤에 레이에게 달려들어 연격을 날린다. 그는 무거운 한숨을 한 번 내쉬면서 두 자루 검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아낸다.

카카카캉!

공격이 읽히고 있어?

 빠르고 정확성이 있는 공격을 벌이는 데 그에게 다 막히고 있었다. 레이는 조금 짜증이 난 얼굴을 하면서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대검을 두 자루 검으로 막음과 동시에 무릎으로 재빨리 올려쳐서 검 손잡이를 가격했다.

"아앗!"

 손에서 떨어져 나간 대검이 하늘 위로 떠오른 채로 회전하다가 지면에 떨어져 박혔다. 레이의 검날이 그녀의 목을 노린다. 무기가 없었으니 짧은 신음을 보이며 도망칠 빈틈을 찾지만 방법이 없었다. 레이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경고한다.

"이대로 가지 않으시겠다면 어쩔 수 없이 사살하겠습니다. 음?"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진 살의로 인해 곧바로 측면으로 굴러서 피해내자, 방금 서 있던 곳에 누군가가 착지하면서 충격파를 일으켰다. 레이는 불쾌한 얼굴을 드러내며 훼방꾼들을 보았다. 지면에 착지한 장본인은 나타였고, 그의 뒤로 두 여성이 동시에 착지한 게 보였다.

"어이, 뭐야 너는? 우리들과 싸우고 싶나본데 상대해줄까? 흐흐흐흐."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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