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4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1-23 1

 다음 날, 방과 후에 벌쳐스로 출근했다. 어차피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으니 내가 벌쳐스에 들어갔다고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차피 관심도 안가질 테니 딱히 눈치볼 필요는 없다. 나는 평소처럼 쉬는시간마다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드르륵-

 홍시영 감시관 님의 안내로 내가 감시할 처리부대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왔다. 엄청 무서운 분위기를 하고 있는 남자애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애, 그리고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아줌마가 보였다. 다들 굉장히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거처럼 보였다. 특히 남자애의 얼굴은 험상궂어서 무섭게 느껴질 정도.

"늑대개 팀. 이쪽은 오늘부터 새로 감시 요원이 된 한석봉이에요. 앞으로 여러분들을 감시할 요원이 될 테니까 잘 대해주도록 하세요."
"앙? 감시요원이라고? 저런 비실비실한 녀석이 우리 감시요원이야? 어이가 없군. 벌쳐스는 사람 볼줄 모르는 한심한 녀석들만 있나 봐. 킥킥."

 푸른색 머리 소년이 감시관을 비웃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발끈하면서 촛대형 리모컨을 꺼냈다. 그러자 소년은 두 손으로 목걸이 같은 걸 잡으면서 괴로워한다.

"끄으윽... 끄윽!"

 리모컨을 누르자마자 반응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목에 걸린 건 누군가를 통제하기 위한 노예 목걸이인 거처럼 보였다. 게임을 하다보면 노예 NPC가 나오는데 주인의 명을 거스르면 고통이 주어진다고 들었다. 설마 그런 걸 실제로 볼 수 있게 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거로 봐서는 분명히 위상력 능력자인데 설마 노예취급당하는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세하에게서도 들은 기억이 없다.

"주제도 모르고 말을 함부로 하는 군요. 하여간 문제아라니까. 여기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에요. 원래대로라면 진작에 법의 심판을 받고 감옥으로 가야 하지만 저희 회사에서 이들을 전사로 고용했어요."
"전사라고요?"

 범죄자를 클로저로 고용했다는 얘기였다.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설명을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벌쳐스 처리부대가 이들 말고 더 있는데 사고 때문에 대부분 죽었거든요. 그래서 급한 김에 인력을 모집한 결과가 이거에요."

 한 마디로 인원을 급하게 모집하고 나서 이렇게 되었다는 얘기다. 조금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지만 유니온 클로저 말고도 벌쳐스 처리 대원도 차원종을 사냥하는데 참여하는 모양이었다. 원래 클로저들은 전부 이런 취급을 받는 걸까?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른다. 세하도 유니온 상층부의 지시에 따른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 친구의 목에는 저런 게 없었는데.

"이걸 하나 드리도록 하죠. 리모컨이에요. 처리대원이 당신을 위협하려고 한다면 가차없이 누르세요. 그럼 방금전처럼 작동하게 될 거에요. 여기 버튼이 조그맣게 3개가 있는 게 보이죠? 이 버튼을 차례대로 누르시면 되는 거니까요. 여기 요원들의 정보를 넘길게요. 그럼, 오늘 하루, 잘 일하세요."

 감시관 님은 그렇게 말하고 나갔다. 설마 내가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게 될 줄이야. 클로저에 대한 상상이 조금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클로저는 좋은 사람들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감시관 님에게서 받은 클로저 정보파일을 열람해보았다. 얼굴 사진과 개인정보가 적혀 있었다. 방금까지 고통을 받았던 클로저는 나타, 혼자 두 손으로 무릎을 끓어안은 채 풀이 죽어있는 여자애는 레비아, 그녀는 차원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아줌마는 하피라는 분이셨다. 

음.

 처음에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범죄자와 대면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 분들도 내 눈치만 보면서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듯 했다. 우선 간단하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감시 요원을 맡은 한석봉이라고 합니다. 저... 그러니까."

 대답이 없었다. 다들 하나같이 내 이야기를 들으여록 하지 않으니 조금은 무서웠다. 그러자 목을 만지작 거리던 나타가 나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

"네 이름은 물어본 적 없어! 잘 들어. 이 비실비실한 녀석아. 뭣 땜에 여기 왔는지는 몰라도 이거 하나만 알려주지. 이 나타 님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절대 하지마! 알았어!? 이곳 감시 요원이 죽어나갔다는 말은 들은 적 있지? 큭큭. 그거 내가 한 짓이야. 그러니까 너도 죽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알았어!?"
"히이익!"

 마치 사나운 맹수가 확 잡아먹는다는 소리를 하는 거처럼 들려서 겁을 먹은 나머지 엉덩방아를 찍었다. 정말로 무서운 녀석이었다. 눈빛부터가 사람을 수없이 죽여봤다는 그런 살인자처럼 느껴진다. 바이올렛 아가씨가 경고했던 건 바로 나타 때문이었나? 그렇지만 왠지 이유없이 사람을 죽였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노예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그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생긴 거일지도 모르니까. 추리 게임에서도 어느 심리학자 교수도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는 얌전하게 생활하다가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 번에 폭발하여 앞 뒤를 안 가리는 충동을 일으키는 일이 있다고 하니까. 

"어머, 귀여운 소년이 들어왔네요. 하지만 잘못 들어오신 거에요. 저희는 감시관 님께서 설명해주신 거처럼 범죄를 하나 둘씩 가지고 있는 클로저에요. 우리와 함께 있는 건 굉장히 어려운 시간이 될 텐데 괜찮으신 건가요?"

 하피가 차가운 미소로 나를 겁주듯이 말한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확실히 그럴 자신은 없다. 정말로 버틸 수 있는 지 없는지는 모르니까. 그래도 나는 목표가 있으니까 이제 와서 그만 둘 수 없다. 원래 클로저는 우리같은 사람이 두려워할 수 있는 대상이다. 지금 이 분들을 두려워한다면 그 애 곁에 서있을 자격이 없으니까.

"네. 잘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인사했다. 아까부터 풀이 죽은 채 조용히 쭈그려 앉아있는 여자애가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말을 좀 걸어보려고 했다. 분명히 이름이 레비아였지? 조용히 말을 걸어본다.

"저, 잘부탁드릴게요."

 자세를 낮추면서까지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낯을 가렸는지 내 손을 피하려고 했다. 으음, 아무래도 사람을 잘 가리는 모양이었다. 친해지는 게 조금은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차원종과 인간은 공존하는 게 어렵겠지. 그리고 다들 노예 목걸이 같은 걸 차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거 같았다. 

"벌써 와 있었나? 새로 들어온 감시 요원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이런 애송이일 줄은 몰랐군."
"헉!"

 무섭게 생긴 아저씨다. 푸른 눈동자를 하는 걸 보니 분명히 이 아저씨도 위상력 능력자, 목에도 저들과 비슷한 목걸이가 있었다. 이 아저씨도 노예 취급을 받는 모양이었다. 온 몸에 흉터가 많이 보이는 거로 봐서 차원종과 혈투라도 벌이신 모양이다.

"혹시 아저씨도 처리부대 대원이세요?"
"아, 이거 실례했군. 나는 늑대개 팀의 대장인 트레이너라고 한다."
"아, 대장님이셨군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감시 요원으로 오게 된 한석봉이라고 해요."
"감시 요원이라, 어린 나이에 조금 안 됐군. 감시 요원은 저 문제아 녀석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고 기록해서 상부에 보고하는 일이지. 그러한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것도 한 두명이 아니야. 이렇게 위험한 직업이라고 혹시 충고를 듣지 못했나?"

 이 분도 아가씨와 똑같은 말씀을 했다. 확실히 감시 요원은 위험한 직업,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직책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내 목적을 위해서 이런 직업을 통해 클로저에 대한 지식을 더 넓히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클로저를 돕겠다고 다짐한 이상,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는 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네! 그래도 저는 제 의지로 감시 요원으로 자원했습니다."
"호오, 어째서지?"
"제 개인적인 목적 때문입니다!"

 한 클로저에게 반해서 이런 거라면 왠지 놀림감이 될 거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 분명히 감시 요원으로서 활동하다보면 유니온으로 들어갈 기회가 생기게 되고 그 귀여운 애와 만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닌 건 확실하군."
"어?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이런 일을 하다보면 돈에 눈이 먼 자와 멀지 않은 자를 구분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말씀하신다. 으윽, 단지 그런 행동을 보였을 뿐인데 왜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모르겠다. 그러자 트레이너 씨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내게 추가로 말씀하신다.

"감시관에게서 들어서 알겠지만 조재현이 타임머신 계획을 클로저인 이세하가 멋지게 저지시켰다고 하지만 아직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야. 그가 만들어낸 메카 차원종이 도시를 활개치고 다니고 있어. 정부에서는 그들을 차원종으로 규정했지만 실은 메카 차원종이야. 누군가가 그걸 제어하는 방법을 알아내서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지. 설상가상으로 차원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차원종 무리가 침략하고 있지. 어떻게 헀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재현을 데려간 누군가가 차원문을 여는 방법을 알아내서 저지른 거라 할 수 있어."

 세하가 다 끝내고 갔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는 거다. 조재현이 차원문을 열었고, 그 사람이 체포 되었는데 누군가가 데려가서 차원문을 여는 방법을 알아내서 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설마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차원종과 메카 차원종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건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정부에서는 그저 차원종이 나타났다고 하고 있지만. 그리고 유니온 본부장이 저지른 과거가 폭로되어서 유니온의 신뢰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반유니온 단체를 만들기도 했어. 조재현이 그러한 짓을 하게 된 원인이 바로 전 본부장의 만행 떄문이었으니까."

 수수께끼 투성이었다. 설명을 들을 수록 머리가 아파오는 거 같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들과 먼저 친해지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