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랑(龍狼) - 11
플루ton 2019-11-19 1
유니온 대책 회의실. 그곳은 현재 간부진들이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장 그 대원을 구속해서 지하 수용소에 가둬야 한다니까요!"
"아니죠! 지금 상황이 어떤 때인데 가능하면 우리 편에서 계속 싸우게 하는 편이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다 그전에 그놈이 배신하면? 그땐 당신이 책임지기라도 할 건가?"
유니온의 고위 간부들은 각자의 의견을 말하며 끊임없는 논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모두 조용히 좀 하세요!"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김유정이 목소리를 높이며 논쟁을 멈췄다. 모두가 하던 말을 멈추고 자신에게 주목하는 것을 확인한 김유정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이 나타 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은 물론 후로도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왔습니다. 그러니 그의 생명이나 자유를 위협하는 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김유정 지부장!"
"맞습니다! 그럼 그런 위험한 자를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풀어놓자는 소린가요?!"
곳곳에서 김유정의 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솟아났다.
"특히 당신이 말한 최전선에서 싸웠다는 소리는 내가 조사한 정보에 의하면 결코 좋은 뜻에서 움직인 게 아니라고 본다만?"
그중 한 명이 몇 장의 자료를 손에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자는 과거 유니온의 실험체로써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았던 거로 확인되었네. 그리고 그가 자네의 밑에서 싸운 이유도 자신에게 그런 처사를 한 우리 간부진이나 연구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어떤가? 내가 조사한 정보에 잘못된 점이 있는가?"
"그, 그건…."
김유정은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 옆에 있던 트레이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당신의 정보대로요. 나타는 확실히 유니온에 복수하기 위해 싸워왔소."
"?!트레이너씨…!"
트레이너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김유정은 물론 회장 전체가 술렁였다.
"어이…. 진짜냐고."
"그렇다면 더 위험한 거 아닌가?"
"확실히…. 그냥 내 버려뒀다간 무슨…."
"하지만…!"
곳곳에서 불안의 목소리가 올라오던 순간 트레이너가 목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그건 이미 과거의 일이요. 지금의 그는 과거의 복수보다는 우리 차원의 승리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소. 그러니 그의 행위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요. 그리고 당신들도 알다시피 지금은 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실력자가 필요한 시기요. 그리고 나타의 전력은 지금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하오. 만약에 그가 마음을 달리 먹고 우리에게 적의를 들어낸다면 그땐 대장인 내가 직접 나서서 그를 막겠소. 그러니 그의 처분에 대해서는 더 반론을 제기하지 말아주시오."
트레이너의 선언에 회장의 모두가 말을 잃고 한참을 그를 바라보았다. 개중에는 그의 말에 긍정하거나 흔들리는 사람도 모였다. 하지만,
"하! 웃기고 있군! 자네가 뭘 할 수 있다는 건가? 얼마 전에 있었던 사건을 설마 우리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나? 자네의 부대원 중 한 명이 차원종 측의 술수에 넘어가 도시하나가 완전히 오염시켜버린 사건을 말이야!"
"...그 사건은 이미 해결되었을 텐데?"
"알고 있지. 하지만 문제는 그 사건을 해결한 게 자네가 아니라 바로 지금 회의의 안건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그 대원이란 걸세! 자네의 부대가 하지 못했던 일을 그는 단신으로 해결했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적으로 돌아서면 자네 혼자서 막겠다고? 하! 난 신뢰가 되지 않는데? 다른 자들은 어떤가? 정말 그의 말을 믿을 수 있겠나?"
아까부터 나타의 처분을 강하게 지지하던 한 의원이 일부러 주의를 끌며 열변을 하며 회장의 분위는 다시 바뀌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의 말에 동의하듯 회장 안엔 반대의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에 김유정과 트레이너가 뭐라 반박하려 한 순간이었다.
"거, 더러워서 더는 못 들어주겠네-!!!"
갑자기 회의실의 문이 큰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그리고 부서진 문 사이로 이 회의가 열리게 된 원인인 나타가 건들거리는 모양새로 들어왔다.
"?!나타! 네가 왜 여기에…!"
"시끄러워 꼰대. 너야말로 내 처분을 결정하는 회의를 날 빼놓고 진행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트레이너의 말을 일축하며 나타는 천천히 회의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자~안녕들 하신가? 유니온의 윗***분들? 내가 바로 당신들이 그렇게 토론하던 주제인 나타님이시다. 이후 잘 부탁하지..."
천연덕스럽게 자기소개하는 나타의 모습에 회의실에 있던 사람 모두 그 자리에 굳은 체로 그를 응시할 수뿐이었다.
"하! 건방지군.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일개 대원 주제에…. 밖에 누구 없나? 어서 이 건방진 자를 끌어내지 않고 뭐하나?!"
단 한 명. 나타를 처분하자고 열변을 토하던 의원만은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그의 태도가 가소롭다는 듯 나타는 비웃을 던지며 말했다.
"아~미안하지만 암만 목청이 터져라 불러봤자 소용없어. 밖에서 대기중이던 경호부대라면 이미 내가 전부 쓰러뜨렸거든? 깨어나려면 몇 시간은 족히 걸릴 거라고?"
"뭐, 뭐야…?!"
나타의 말에 의원은 당황하며 소리를 더 높여 사람을 불렀다. 하지만 그 소리에 응답하는 이는 없었고 그제야 의원은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단 걸 이해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타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자~이제야 협상을 할 분위기가 갖춰진 것 같군. 그럼 내 쪽의 조건을 말하지.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야. 향후 내 자유를 약속하라고. 그렇게만 해주면 너희들을 도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도와주도록 하지"
나타는 회장의 사람들을 향해 오만하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투로 말했다. 이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불안하게 술렁거렸다.
"뭘 고민하는 거지? 너희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 잠깐만요 나타 씨. 그렇게 공격적인 어투는…."
"아줌마는 좀 가만히 있어."
김유정이 나타를 말려보려 했지만 이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타는 회의실을 돌아보며 다시 외쳤다.
"자~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지? 말했을 텐데? 너희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만약 이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말을 하면서 나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허공을 움켜쥐었고,
"이차원을 벗어나 다른 차원으로 떠나겠어."
그대로 공간을 잡아 찢었다. 일반인의 눈에도 확실히 알 수 있게 공간이 갈라지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차원의 경계까지 무너져내렸다. 그 광경을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차원문을...열었다고?"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차원문이였다. 크기는 기껏해야 사람 하나 지나갈락 말락 한 수준의 소형이었지만 아무런 전조도 준비도 없이 나타는 차원문을 연 것이다. 경악스러운 상황을 눈앞에 두고 회장의 모두가 할 말을 잃고 그저 나타와 그가 만든 차원문을 바라보았다. 이를 만족스럽게 둘러보던 나타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자~ 그럼 다시 한번 말하지. 내 자유를 확실히 보장해. 그걸 제외한 선택지 따위 네놈들에겐 없어."
회장의 모두에게 선언했다. 그렇게 그의 처분에 대한 회의는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
.
.
"나타 씨. 방금 전의 행동은 너무 위험했어요!"
김유정이 나타를 바라보며 따졌다. 지금 회의실엔 나타와 트레이너 그리고 김유정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돌아간 후였다. 회의는 결국 나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결정되었다. 또 나타의 차후 행적에 따른 더 나은 대접을 약속하기도 했다.
"나타 씨가 원하는 대답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방법으론 진짜 신뢰를 얻을 수 없어요. 전쟁이 끝나면 그들이 다시 돌아설지도…."
"그건 말로 설득해도 마찬가지야 아줌마."
나타는 김유정의 말을 귀찮다는 투로 끊으며 설명했다.
"그놈들은 어차피 말로 설명해봤자 나중에 가선 날 두려워해서 어떻게든 처분하려고 들었을 거야. 뭘 하든지 결과는 변하지 않아. 그럴 바에야 지금 당장 원하는 바를 빠르게 얻는 쪽이 더 효율적이야."
"그렇더라도…!"
이에 김유정이 뭐라 반박하려는 순간 트레이너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진정하시오. 김유정 지부장. 나타의 말대로요. 그리고 레비아의 처분을 무마시킨 것만으로 이미 우리들의 평가가 좋지 않은 상태였소. 그런 상태에서 그 이상 나타를 보호하려 했다면 아마 우리는 신용을 잃었을지도 모르오. 대의보다 개인들을 위하는 자에게 명령권을 계속 맡길 정도로 유니온은 인간적이지 않지 않소."
"그…. 그건 그렇지만…."
트레이너의 말에 할 말을 잃은 김유정은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나타는 그런 김유정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어이 아줌마. 어차피 이 일은 내가 벌인 일이야. 그러니 이후에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러니 괜한 책임감 같은 거 느끼지 말고 당신 할 일이나 잘하라고. 지금은 그렇게 감정적으로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알겠어요. 지금은 우선 현 상황을 타파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죠. 하지만 나타 씨의 처우에 관해서 손을 뗄 일은 없을 겁니다. 유니온이 당신에게 진 빚을 전부 갚기 전엔 당신을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그럼 이만."
김유정은 그렇게 말하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타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거참 고지식한 아줌마네. 그럴 의리 따위 어디에도 없을 텐데."
"뭐 그녀의 천성인 거겠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절대로 지나치지 못하는…. 설령 그게 곧 목숨이 끊어질지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최악의 범죄자일지라도 말이야."
트레이너는 그렇게 말하며 나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안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보다…. 다행히 건강해 보이는군. 나타."
"하? 징그럽게 그런 눈으로 쳐다** 말라고 꼰대."
이에 나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지만, 그 얼굴에 옅은 미소가 섞여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중 나타 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아까 깡통에게 들었는데 아직 레비아가 깨어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야?"
"흐음…. 그 이야기를 벌써 들었나?"
나타의 말에 트레이너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설명했다. 트레이너의 말에 의하면 레비아는 그날 이후 한 번도 깨는 일 없이 편안히 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이렇다 할 건강에 이상은 없고 영양분은 약물로 주입하고 있어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억지로 깨워보려고도 해봤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볼프강 요원 쪽에도 도움을 요청해 봤지만, 그쪽도 별다른 뾰족한 수는 없었다는군."
"흠……. 꼰대? 레비아는 지금 어디에 있지?"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다. 아마 하피가 간병 겸 감시 담당으로 붙어있겠지."
트레이너의 설명을 들은 나타는 회의실 밖으로 발을 옮겼다. 빠르게 발을 옮긴 그는 순식간에 레비아에게 지급된 방에 도달했고 망설임 없이 그 문을 열었다.
"?누구… 아! 나타! 깨어났군요!"
"아, 좀도둑. 오랜만이네."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 옆에 앉아있건 하피가 돌아보며 나타를 반겼다. 그런 하피에게 건성으로 답하며 나타는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침대 위에선 레비아가 설명에서 들은 대로 죽은 듯이 조용히 자고 있었다. 나타는 말없이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혈색은 나쁘지 않고……. 호흡도 규칙적으로 하고 있군…. 느껴지는 위상력 파장은…. 흐음….'
"그렇게 된 건가?"
곧 레비아의 상태를 확인한 나타는 그녀가 깨어나지 않는 이유를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무슨…. 레비아가 왜 깨어나지 않는지 눈치챈 건가?"
이에 뒤따라 들어온 트레이너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뭐 대충은. 다만 이 녀석을 깨우려면 제법 집중을 해야 하거든? 그러니 둘 다 밖으로 나가서 기다려줬으면 하는데?"
"......알겠다. 나가도록 하지."
나타의 말에 트레이너와 하피는 순순히 자리를 물려주었다. 이를 확인한 나타는 조심히 걸어가 문을 잠그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문 쪽에 위상력으로 보호막까지 설치했다.
"이걸로 일단 안의 소리가 새나가지는 않겠지. 그럼…."
확인을 마친 나타는 손을 뻗어 레비아의 머리에 돋아난 작은 뿔을 붙잡았다. 그리곤 조심히 자신의 위상력을 흘려보냈다. 단순히 위상력을 흘려보내는 게 아닌 레비아의 위상력 파장과 유사하게 조정시켜 흘려보낸 결과 나타와 레비아의 위상력이 공명하며 점차 강해졌다.
"나 참…. 설마 본인 스스로 의식을 봉인하고 있었을 줄이야. 보아하니 자기가 한 일을 기억해낸 모양이지? 뭐 억지로 위상력 증폭시켜 봉인을 무너뜨리면…!"
파----직---!!!!
순간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를 확인한 나타는 슬며시 레비아에게서 손을 뗐다. 그렇게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자 감겨있던 그녀의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며 맑은 보랏빛 자안이 드러났다.
"여긴……."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는 레비아. 그런 레비아를 바라보며 나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방이다. 이제야 일어났냐?"
"....에…? 나타…… 님?"
그의 목소리를 들은 레비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레비아. 그리곤 천천히 손을 뻗어 나타에게 뺨을 만졌다. 나타는 이를 거부하지 않고 가만히 받아들여 주었다.
"....진짜… 나타님… 이세요? 꿈이… 아닌 거죠?"
"그럼 누구로 보이는데? 아직도 잠이 덜 깼냐?"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레비아의 말에 나타는 살짝 웃으며 답하곤 그녀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손과 볼을 타고 느껴지는 작은 온기. 이에 눈앞의 나타가 진짜라는 것을 확신한 레비아는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 행… 이에요… 정말… 당행이에요. 살아계셔서… 정말… 흑…!"
"...오버하기는. 난 괜찮으니까 그만 좀 울어라."
그렇게 한동안 눈물 흘리는 레비아를 다독이는 나타. 얼마나 지났을까? 눈물을 그친 레비아는 이젠 우울한 상태가 되어 무릎을 끌어안고 있었다.
"......어디까지 기억하냐?"
"전부요……."
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레비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꿈속에서… 제가 했었던 일들… 전부 봤어요. 함정에 빠져서 저 자신을 잃어버리고 도시를 파괴하고 오염시키고… 거기에 수많은 차원종을 소환해 유니온을 적대하려고도 했고… 거기에… 거기에…!!! 저를 막아주러 오신 나타님을… 제 손으로……!!!"
"........."
폭주했을 때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을 책망하는 레비아. 흥분한 탓에 위상력이 흘러나와 붙잡고 있던 그녀의 팔뚝에 손톱이 박혀 들어가 피가 흘러나왔다. 이를 나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차분히 지켜봐 주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저 때문에 나타님이……!"
"...거, 짜증나서 더 못 들어 주겠네."
한동안 그녀의 말을 들어주던 나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나선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했다.
"잘 들어. 이번 일에 있어 네가 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어. 알겠어? 모든 건 그 망할 놈의 더스트가 저지른 거고 넌 거기에 휘말려 들었을 뿐이야. 네 잘못이 아니라고. 알아들어?"
"하, 하지만 전 제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해서 사람들을…!"
"네가 폭주한 건 그 망할 놈의 술수에 걸려든 탓이고 이번 사건에서 인명피해는 클로저를 포함해서 일절 없었어. 일반인은 애초에 안전지역으로 모두 대피한 지 오래라고. 우리가 싸울 때 그 도시는 이미 비어있었어."
"그래도 제 탓에 수많은 차원종들이……."
"그게 네가 만들었다는 증거 있냐? 원래 있던 놈들이 그냥 네 밑으로 들어온 것뿐일 수도 있어. 애초에 차원종 놈들의 수는 미지수야. 거기에 네가 점령한 도시에 있던 놈들은 클로저 일개 부대가 투입되었으면 전부 해결될 수준이었고."
레비아의 말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그녀에게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나타. 하지만 그의 말에도 그녀는 계속 자신을 책망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그렇지만 전 제 손으로 나타님을 죽였다고요! 저를 구해주시려고…. 저를 막아주시려고 애쓰시던 나타님을……! 전 이 손으로……!!!"
"......"
누구보다 의지해오고 가깝게 지내오던, 소중했던 동료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그런 죄책감이 레비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책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나타는 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때문에… 제가 너무 멍청하고 약해서… 나타님이…!"
고개를 숙이고 더욱더 자신을 책망하는 레비아. 갈수록 나빠지는 그녀의 상태를 지켜보며 나타는 조용히 그 이름을 불렀다.
"....야 레비아."
"....네?"
나타의 부름에 반사적으로 살짝 고개를 드는 레비아. 그 순간 나타는 빠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다음 순간 맑은 경쾌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진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레비아는 멍하니 나타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나타는 그녀의 이마를 향해 다시 한번 아까보다 더 강한 힘을 실어서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꺅-!"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레비아. 그런 레비아를 아랑곳하지 않고 나타는 계속해서 레비아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딱악-! 따악-!! 따아악--!!! 딱-! 따아-악---!!!!
"그, 그만해주세요. 나타님!"
수차례의 딱밤을 이마에 얻어맞은 레비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보호했다.
"흥! 이제 좀 정신을 차렸냐?"
"으으…! 이마가 너무 아파요…!"
"거, 잘됐네. 혼자서 슬퍼하고 날 무시하더니 꼴좋다."
이마를 감싸고 고통을 호소하는 레비아를 보며 나타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잘 들어. 확실히 난 네 손에 한 번 죽었다. 그건 부정하지 않으마."
"윽…! 역시… 전…."
"하지만! 난 널 원망하지 않는다. 이것만은 제대로 새겨들어 둬라."
"에?"
나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는 레비아. 그런 그녀를 마주 보며 말했다.
"애초에 당시 내 목숨은 언제 끊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어. 아무리 잘해봐야 이 전쟁 도중 내 목숨이 다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지. 너한테 죽었더라도 그저 내가 약하고 부족해서 진 것뿐이야. 너를 원망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 그게 무슨."
"아니. 오히려 너와 싸우고 한번 죽을 뻔한 끝에 새로운 몸과 힘을 얻었으니 오히려 이득을 본 느낌이려나?"
"하, 하지만 그래도…. 꺅!"
레비아가 뭔가 반박하려 했지만 이를 거부하듯 나타는 다시 한번 빠르게 그녀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토 달지 말고 그냥 들어. 다시 말해 이번 일로 네가 비난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그러니까 이제 자신을 책망하는 멍청한 짓은 그만두라고."
"하지만……. 그래도…. 전…."
나타의 말에 흔들리면서도 아직 죄책감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레비아. 그런 그녀를 보며 나타는 쓰게 웃으며 살며시 그녀를 끌어안았다.
"뭐…. 네 성격에 그렇게 쉽게 죄책감을 극복할 리 없겠지. 그러니 지금 당장 일어서라거나 그런 소리는 하진 않을게. 천천히…. 천천히 극복해 나가보자고. 네가 어떤 길을 가든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이 나타님이 함께 하며 너를 지켜봐 줄 테니."
"윽……!"
"그러니…. 참지 말고 울어라."
이전에 그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그녀를 살짝 더 강하게 끌어안는 나타. 이에 감정이 북 밭쳐 오른 레비아는 그이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앙--!!!! 으아아앙--!!! 다행… 다행이에요--!!! 으아앙-! 으아아앙---!!!"
"...그래 맘 놓고 울어라…. 그러고 나면 한결 후련해질 테니까. 그러니…. 이번 일만이 아니라 지금껏 쌓아놨던 감정 모두…. 이 자리에서 토해네. 전부 받아줄 테니까."
눈물을 흘리며 목청껏 울음 짓는 리비아를 조금 감하게 끌어안으며 나타는 그녀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
끝! 휴 다행히 이번에도 잘 올라갔네요.
그럼 다음주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