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랑(龍狼) - 10
플루ton 2019-11-12 2
"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흐릿한 의식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은 다른 생물과는 달리 개인의 특색이 특히나 강한 존재들이야. 같은 종이라면 특이 개체를 제외하곤 큰 차이가 없는 다른 생물과 달리 인간만은 같은 종이면서 그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개성을 강하게 나타내지."
어딘가 흥겨우면서 동시에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시감이 흐릿한 의식을 조금씩 일깨웠다.
"그리고 그 특색은 일정하지 않고 어떤 계기를 통해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한다네. 어제까지만 해도 선인이었던 존재가 오늘 보니 악인으로 바뀌기도 하고, 일말의 욕심을 보이지 않던 자가 욕망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지. 그 반대의 경우도 더러 일어나기도 하지. 우리 같은 존재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건 무한한 진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차원을 지켜봐 온 나로서도 이런 멋진 생명은 찾아볼 수가 없었네. 자~ 자네는 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응~? 나타군…."
이제는 명확히 들리는 그 소리에 의식을 완전히 각성한 나타는 천천히 감겨있던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인 것은 붉은 천막으로 가려진 커다란 무대. 그리고 그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고 있는 수많은 장식과 텅 비어 있는 객석이었다.
"몽환세계......"
한 외부의 존재가 클로저들을 위해 만든 환상 속의 유흥시설. 몇 번인가 들렸던 익숙한 공간을 살피기 시작한 나타.
""어서 오세요. 손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타의 눈앞에 두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색과 푸른색의 투톤컬러의 머리카락을 서로 대칭되게 정리해놓은 두 소녀는 과장된 동작을 취하며 나타의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지금부터 백작님의 명령에 따라 이 도그라와"
"마그라가 손님을 안내해드릴게요~"
"…변함없군. 너희 두 명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쌍둥이를 바라보며 나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는 손님은 못 본 사이 엄청 변하셨네요~. 저번에 봤을 때와는 종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걸 보면 말이죠~"
"손님에게 실례되는 말 좀 그만해 마그라. 죄송합니다. 손님. 못난 동생 대신 제가 사죄하겠습니다."
"앗! 언니가 또 어른스러운 척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트집을……. 너야말로 철이 들 때도 되지 않았니?"
"흥이네요~언니처럼 살다간 금방 늙어버린다고. 나중 가서 주름졌다고 후회할 게 뻔하다 뻔해~."
"……나중에 도롱뇽으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
어느새 자신의 존재는 잊고 자신들끼리 말다툼하기 시작한 두 사람의 모습에 나타는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내뱉으며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섰다.
"어이. 너희 둘이 싸우든 말든 딱히 상관도 관심도 없지만 그걸 그냥 지켜볼 정도로 난 한가하지 않다만?"
그리곤 목소리에 살기를 담아 낮게 으르렁거리듯 읊조렸다. 이에 도그라와 마그라, 두 사람도 정신을 차리고 나타에게 고개를 숙여 사죄했다.
"죄, 죄송합니다. 손님을 앞에 두고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요, 용서해주세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살기를 거둔 나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을 감쌌다.
"하…. 뭐 그건 됐다 치고. 그럼 어서 너희 주인에게 안내하라고. 날 여기로 부른 건 그 녀석일 테니…."
"네. 그럼 저희를 따라오시길."
앞장서서 걸어나가는 두 사람을 따라 나타는 무대에 쳐진 붉은 천막 너머로 들어섰다. 천막 안에는 한 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어있었고 의자의 맞은편에는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축음기가 홀로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럼 백작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저흰 이만 물러날게요~."
그 말을 끝으로 도그라와 마그라는 다시 천막을 지나 사라졌고 이제 그 공간에는 나타와 축음기만이 존재했다. 축음기를 한참 바라보던 나타는 조심히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Well~~~Come~~~!!!"
축음기에서 빛과 함께 화려하기 그지없는 복장으로 몸을 감싸고 마찬가지로 고풍스럽고 화려한 가면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중세시대의 신사와 같은 모습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의 맞은편에서 과장된 동작을 취하며 그를 맞이했다.
"...언제나 보다 화려한 등장이군. **백작놈. 무슨 생각이지?"
"무슨 생각이고 자시고 이번 그대의 방문은 나의 초대에 그대가 어울려준 것. 그렇다면 초대자이자 이 몽환 극장의 주인으로서 이 [D 백작]이 성심성의껏 그대를 맞아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아하하하하~~"
유쾌하게 웃으며 말하는 D 백작. 그런 그를 보며 나타는 언제라도 반응할 수 있도록 전신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그 웃기는 행**지와는 달리 그가 가진 힘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단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데없는 연극 같은 건 집어치우고 날 이곳에 직접 초대한 이유가 뭔지나 빨리 밝히라고."
"쓸데없는 연극이라니…. 너무하는군. 이래 봬도 나타군이 좋아해 줄까 싶어 한참을 고심해서 생각해낸 등장방법이었는데 말이야."
나타의 일침에 D 백작은 쓰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뭐 너무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다네. 언제나 말하지만 난 자네들 인간들의 팬이니 말일세."
그리곤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나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나타는 쉽사리 경계를 풀지 않고 자신을 부른 이유를 재촉했고 이에 백작은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에 평소와 달리 자네를 직접 초대한 건 그렇게 거창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라네. 그저 축하를 해주고 싶었을 뿐이네."
"축하라고?"
"그래. 언제나 말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최고의 흥미본위지. 그리고 자네는 그런 인간 중에서도 특히나 눈길을 끄는 존재였지."
D 백작은 마치 무언가의 홀린 듯 황홀하게 중얼거렸다.
"자네는 내가 본 어떤 인간보다 기구한 삶을 살아왔지. 만약 평범한 인간으로서 살아갔다면 자네는 그 수많은 재능을 꽃피워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위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네. 하지만 차원문이 열리고 그에 휘말려 부모를 잃고 자네 자신도 실험체로서 끌려가 갖은 고통을 겪은 끝에 자네는 원래랑은 전혀 다른 운명을 걷게 되었지. 그 앞에 있는 건 지옥이나 마찬가지인 삶이었고."
"……"
"보통이라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미쳐버리거나 모든 걸 포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지. 하지만 자네는 그러지 않았어. 아무리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자네는 생존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싸워왔네. 그 몸이 부서지고 영혼이 마모되어가는 와중에도 자네는 멈추지 않고 계속 그 길을 걸어나갔지. 우리 같은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일이라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가만히 백작의 말을 듣던 나타는 날이 선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에게서 흘러넘치는 살의를 읽은 백작은 빠르게 하던 이야기를 정리했다.
"뭐 그렇게 고생하던 나타군이 드디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얻은 거라네. 이걸 축하해 주지 않고 어찌 팬을 자처하겠나? 안 그런가?"
"하-! 놀고 있군. 그런 시답잖은 이유로 부른 거면 난 이만 돌아가겠어. 이런 곳에서 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생각 없으니."
백작의 말을 코웃음 치며 나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이에 백작은 당황하며 나타를 멈춰 새웠다.
"워워~! 진정하게 나타군. 자네도 알다시피 이곳은 꿈속의 세계. 그리고 꿈속과 현실의 시간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며 움직인다네. 그리고 내 명예를 걸고 말하는데 이곳에서 조금 이야기를 하다 가는 정도로 현실의 자네의 몸과 동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 거라네. 그러니 좀 더 나와 수다를 떨지 않겠나?"
백작의 간곡한 부탁에 나타는 싫은 티를 팍팍 내면서도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하…. 정말이지. 남을 무슨 수조 속 물고기 보듯 관찰한 것처럼 말하는 건 그만두라고. 그런 걸 싫어하는 녀석은 나만 있는 게 아닐 테니까."
"하하. 명심하도록 하지. 그 외에 또 뭔가 고쳐줬으면 하는 게 있나? 아니면 뭔가 궁금한 거라도? 뭐든 말해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들어주겠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엄청난 말을 하는 백작을 보며 나타는 아까부터 느끼던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입을 열었다.
"그럼, 말이지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오오~뭔가? 뭐가 궁금한 건가?"
"…아까부터 네 모습과 겹쳐 보이는 괴물 같은 모습이 네 원래 모습이냐?"
그 순간, 나타는 여유롭던 백작의 얼굴이 질문을 듣는 것과 동시에 굳은 것을 나타는 확인했다.
"하하……. 이거 참. 추한 꼴을 보여서 미안하군. 그러고 보니 지금의 자네라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그 말은 역시……."
난감한 기색을 띄우는 백작을 향해 대답을 재촉하는 나타. 이에 백작은 처음으로 싫은 티를 내며 답을 해주었다.
"흠~굳이 대답하자면 지금 자네 앞에 있는 나도 나고 자네의 눈에 비친 괴물도 나라네. 우리 같은 존재에게 모습 따위 의미가 없거든."
"뭐야 그게. 김빠지는 대답이로군."
백작의 대답에 나타는 어이없어하며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이를 지켜보며 이번엔 백작이 나타에게 질문하였다.
"그런데 자네 괜찮은 건가?"
"음? 뭐가 말이지?"
"그야 당연히 군단의 참모와 싸울 때 썼던 힘을 말하는 거지. 다른 게 또 뭐가 있겠나?"
백작의 말에 나타는 동요하며 입을 닫았다.
"사용자인 자네라면 잘 알고 있을 걸세. 그 붉은 악마의 힘은 확실히 강력하고 유용하지만 그만큼 큰 위험성이 존재하지."
"........."
"그 힘은 자네가 원래 가지고 있던 것 그리고 용에게 받은 힘과는 다르네. 군단의 존재들 본연의 힘! 자네들이 말하는 제1 위상력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지. 그 탓에 그 힘을 쓸수록 자네의 몸은 군단의 존재들과 유사하게 변해갈 것이다. 어쩌면 육체에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네."
"…아……. 그렇게 되겠지. 알고 있어."
백작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나타는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이 힘은 위험해. 계속 쓰다간 몸이 차원종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악마 놈에게 정신을 빼앗길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럼에도 난 이 힘이 필요해."
"호오~그럼에도 그 힘을 사용하려는 건가? 힘들게 새로 얻은 목숨을 빼앗길지도 모르는데?"
나타의 대답에 백작은 흥미롭다는 듯 깍지낀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이유를 물었다. 이에 나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그야 힘이 필요하니까. 위험하더라도 이 힘이 없으면 이기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난 주저 없이 이 힘을 쓸 거다. 그 녀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답을 마친 나타는 뒤로 돌아서서 천막 쪽을 향해 갈아나갔다.
"그럼 이만 돌아가겠어. 더 할 이야기도 없고 말이야."
"흠~뭐 당사자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 이 이상 잡는 것도 내 미학에 벗어나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다만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답해주게."
"또 뭘 말이지?"
돌아가려던 나타를 멈춰 새우며 백작은 진지한 투로 말했다.
"지금의 자네는 내 입장에선 인간이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인간도 차원종도 아닌 별개의 존재라네. 그리고 동시에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네. 그럼에도 계속 인간의 편에서 싸울 셈인가? 자네가 원한다면 그대가 지낼만한 적당한 차원을 내가 소개해주겠네."
"뭐야? 그런 거였냐?"
백작의 말에 나타는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하며 돌아보았다. 그리곤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 네가 한 말을 인용하는 것 같지만……. 난 나야. 어떤 모습이 되었다 해도 내가 나라는 사실은 변함없어. 그럼 답은 간단하지. 그냥 내 맘이 이끌리는 대로 할 뿐이야. 그 이상도 이하도 없어. 그리고 지금의 난 인간으로서 그 녀석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할 뿐이야."
"흠~잘 알겠네. 역시 아무리 다른 존재로 바뀌더라도 자네는 자네의 본질을 잃지 않았어. 이거 내가 괜한 걱정을 한 듯하군."
백작이 뭔가 흐뭇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자 나타는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곤 슬며시 미소지으며 눈앞의 천막을 젖혔다.
"알면 됐어. 그럼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그렇군. 조심해서 돌아가시게. 언젠가 꿈속에서 다시 만나자고."
백작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타는 천막 너머로 발을 옮겼다. 천막을 넘어선 순간 눈 부신 빛이 나타를 뒤덮었고 이에 나타는 눈을 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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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천장이로군."
다시 눈을 뜬 나타가 본 것은 유니온 본부에서 배정된 자신의 방 천장이었다.
"으음…. 일단 살아는 있는 것 같은데…."
한참을 천장을 올려다보던 나타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누워있던 탓인지 몸이 굳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윽…! **. 얼마나 누워있었던 거지?"
"정확히 4일하고 3시간 37분 26초로군."
자신의 혼잣말에 되돌아온 대답에 나타는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동료인 티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범하게 보면 쓰러진 자신을 간병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손에 들린 총이 그것만은 아니란 걸 알려줬다.
"여~깡통. 설마 네가 날 간병해준 거냐?"
하지만 눈앞에 드리워진 총구에도 나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티나에게 말을 건넸다.
"너의 간병은 우리 늑대개가 순번을 돌아가며 맡고 있다. 그중 감시와 간병에 가장 적합한 내가 제일 많은 시간을 간병하였지."
"흐음~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그 총은 뭐지? 마취총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한 것뿐이다. 뭐 네 상태를 보아하니 그렇게 큰 경계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군."
대답을 마친 티나는 나타에게 겨누고 있던 총구를 내렸다. 그제야 나타는 전신에 위상력을 순환시켜 굳어있던 몸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완전히 풀린 나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음…. 역시 오래 누워있던 탓인가? 뭔가 어색하군…."
"그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전신에 느껴지는 위화감에 몸 상태를 체크하던 나타에게 티나가 다가왔다. 그녀의 눈에 다홍색의 빛이 살짝 점멸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기계적인 어투로 입을 열었다.
"키 185.4cm, 체중 75.2kg, 체지방률 7.5%, 위상력 파장 안정적……. 모든 면에서 이전의 너와 비교했을 때 믿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가 네 몸에 일어났다. 위화감이 느껴져도 이상할 건 없지."
"흠…. 그런가? 그러고 보면 눈높이가 좀 더 높아진 것 같긴 하군."
티나의 말을 들은 나타는 흥미롭다는 듯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이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길쭉해진 신체에는 전보다 더 탄탄해 보이는 근육이 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었다. 확인을 마친 나타는 방 벽면에 비치된 거울 앞으로 이동해 거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얼굴은 딱히 변하게 없군."
거기엔 몇 번이나 봐왔던 나타 본인의 얼굴이 그대로 비쳤다. 이전과 비교해 얼굴의 형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도 분명히 존재하였다. 원래는 왼쪽과 마찬가지로 청백색의 벽안이었어야 할 눈동자가 지금은 청자색으로 변해있었다. 거기에 원래부터 길었던 청발은 어깨 아래로 내려올 정도까지 길어져 있었으며 일부분은 백색으로 탈색되어 있었다.
'거기에…. 내부 장기는 아직 완전히 인간의 것과 같은 형태를 취하진 못한 것 같네…. 뭐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몸의 외부와 내부의 확인을 마친 나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 3위상력의 사용을 멈추면 자신의 신체가 이쪽 환경에 어울리는 형태로 변화하리라 추측하곤 있었지만, 그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내심 불안해하던 참이었다. 다행히 그의 걱정과 달리 그의 모습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후…. 그나저나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배가 고픈데…."
긴장이 풀리고 전신의 세포가 깨어난 탓일까? 며칠간 비어 있던 그의 위장이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나타가 주변을 둘러보자 탁자 위에 휴대용 전투식량과 생수병이 놓여있었다. 나타가 눈짓으로 물어보자 티나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확인한 나타는 손을 뻗어 곧바로 전투식량을 집어 들었다.
"먹으면서 듣도록. 네가 정신을 잃고 기절해있던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겠다."
티나의 말에 나타는 전투식량을 크게 한입 베어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네가 기절해있는 동안에도 전쟁은 계속되었다. 여전히 차원종 측에서 끊임없는 물량으로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고 우리도 그에 대응하기 위해 바삐 돌아다니는 중이지."
"흠. 이 나타님이 없이도 잘도 살아남았군?"
"그리고 레비아의 처우에 관해서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되었다. 본래라면 그대로 처분했겠지만 트레이너와 김유정을 필두로 한 우리 쪽 사람들의 열띤 반론으로 차후 행적을 통해 결정하기로 방침이 정해졌다."
"흠…. 뭐 지금으로는 그게 최선인가?"
"뭐 그렇지. 그리고 당사자인 레비아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 의식불명의 상태다."
"? 그게 사실이야?"
눈을 뜨고 처음으로 나타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실이다. 그 사건 이후 그녀는 마치 죽은 듯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억지로 깨워볼까도 싶었지만 그러다 만약 또 폭주하게 되면 위험하니 우선은 네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네가 있다면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도 그녀를 제압할 수 있을 테니."
"흠~현명한 선택이군. 그리고? 아직 하나 남았을 거라고 본다만?"
"...눈치채고 있었나?"
나타의 말에 타나가 말끝을 흐렸다. 이에 나타는 쓰게 웃어 보였다.
"뭐 대강은. 유니온 윗***들 생각이야 눈에 뻔하지. 갑작스럽게 눈앞에 굉장한 힘을 가진 존재가 나타났고 아직 적인지 아군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놈들이 할 짓이라곤…. 자기 지배하에 두거나 아니면 남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파괴하거나…. 둘 중 하나잖아? 안 그래?"
"……그 말대로다."
나타의 추측에 티나는 깊게 한숨을 쉬며 긍정하였다.
"네 예상대로 유니온의 너에 대한 처분 문제로 며칠째 토론 중이다. 일부 고위층은 너의 힘을 이용해 전쟁에서 승리를 도모하는 한편 다른 일부는 너의 존재 자체를 위험하다고 판단, 즉각 처리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 쪽 의견은?"
"현재 트레이너들이 어떻게든 너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중이지만 레비아의 일도 있고 그렇게 좋은 결과가 오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티나의 냉정한 판단에 나타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다른 녀석이라면 거짓말을 하거나 위로라도 해줄 텐데…. 예나 지금이나 참 변한 게 없군.'
속으로 티나의 성격에 대해 불만을 토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런 그녀의 가식 없는 태도를 맘에 들어 하며 나타는 마지막 남은 물을 한 번에 들이키는 것으로 식사를 마쳤다. 그리곤 남은 잔해를 쓰레기통에 던져놓곤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어디를 가려는 거지?"
"그 회의라는 거 말이야 지금도 하고 있나?"
"? 아마 그렇겠지. 애초에 그 회의를 위해 트레이너가 나랑 교대한 거니……. 나타 너 설마?!"
나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달은 티나는 그를 말리려 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나타가 그녀를 되돌아보며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야기의 당사자를 빼놓고 회의하면 쓰나? 안 그래도 바쁜데 회의 같은 거에 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필요 없게 이 나타님이 순식간에 회의를 종결시켜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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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셨나요? 이번엔 다행히 한번에 다 올라갔네요. 그럼 다음주에 다시 봅시다^^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