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념] 이리하여 그들의 설 보내기는 밤 늦도록 계속된다 A

Prile 2015-02-21 10



① 오늘도 그의 주부생활은 고달프다


② 여전히 그의 주부생활은 고달프기 그지 없다.


③더위는 그녀를 그의 주부생활처럼 고달프게 한다.


④생각했던 대로, 그녀, 그들에게 더위는 변함없이 고달프다


















설날.

정월 초하룻날로,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다.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설날에 사당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 하고, 어른들을 찾아뵙는 일을 세배라 한다. 하지만 이런 날에 어른들을 찾아뵙는 일도 하지 못하고, 하물며 세뱃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차원종들에게 피해를 입은 도시는 빠른 속도로 다시 회복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우리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유니온에서 마련한 집에서 머물고 있다.

세뱃돈... 세뱃도오오온...


"이세하. 뭘 그렇게 침울해져 있는 거야?"

"...너 지금 무슨 꼴을 하고 있는 거냐?"


주방에서 침울해하고 있는 나에게 어째서인지 한복을 입고 있는 슬비가 다가왔다. 한복이라고 해도 개량한복이지만.

짧은 치마를 입어 늘씬한 다리가 돋보였으며 흰색 바탕의 저고리는 풍만한 느낌과 더불어 귀여운 느낌을 동시에 주었다. 가슴에는 작은 복주머니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꽃신?


"야, 태클 걸건 많은데 먼저 한 가지 건다. 왜 집 안에서 꽃신을 신고 있는 건데?"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왜 내가 이런 꼴을.."


슬비는 많은 의미를 담은 듯한 한숨을 내뱉으며 엄지 손가락으로 거실 쪽을 가리키고는 가보라고 했다. 도대체 거실 쪽에 뭐가 있다는 거야.


"오, 세하야 너도 이것 좀 입어봐."

"동생, 마침 잘 왔어. 모처럼 설인데 설 음식 좀 해줘."


...뭐가 있긴 있었다.

슬비와 마찬가지로 개량한복을 입고 있는 유리와 아저씨가.

유리는 슬비의 한복과는 다르게 가슴팍이 드러나고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듯한, 치마는 슬비와 같을 정도로 짧은 한복을 입고 있었다.

아저씨의 한복은... 저거 한복 맞아? 조선시대에서 입고 다니던 옷 같은데?


"도대체 둘 다 그 옷들은 뭐야?"

"어? 뭐긴 뭐야, 한복이지."

"누가 그걸 몰라서 묻냐? 그게 어디서 났냐고."


그런 비싸보이는 한복을 사기는 커녕, 렌탈할 돈도 없는데 어디서 난거야. 내가 돈 걱정에 눈가를 찌푸리고 있자 유리가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대답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네 옷이랑 유정이 언니, 테인이 옷도 있어. 데이비드 국장님이 보내주셨어."

"뭐? 국장님이?"


어른들 찾아뵐 일도 없는데 한복은 굳이 왜 보낸거래.


"여기 편지도 있는데 한 번 읽어봐."

"편지까지?"


이 양반 대체 뭔 일로..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친애하는 <검은 양>팀에게.

잘 지내고 있나? 데이비드 리라네. 먼저 설인데도 각자 집으로 보내지 못하고 현재 있는 집에서 보내게 하고 있는 점부터 사과하지. 미안하네.

지금도 빠른 시간안에 복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아주게. 이 한복들은 내 조그만 선물이라네. 설이니 적어도 기분은 내야하지 않겠나 싶어서 보내기로 했지.

그리고 조만간 캐롤리엘 요원과 같이 그 집에 찾아가기로 할테니 그땐 잘 부탁하도록 하지. 그럼 즐겁게 설 보내게.

                                                                                                 - 데이비드 리 -]


조만간 찾아온다고? 그 조만간이 언젠데. 것보다 한복을 보낼거면 차라리 돈으로 달라고, 돈으로.

지금 얼마나 가계로 내가 허덕이고 있는 줄 알기나 아나..


"세하야, 편지에 뭐라고 써져있어? 어? 뭐라고 써져있는데?"

"동생-, 모처럼 설인데 설 음식 좀 해줘."


내가 편지의 양쪽을 붙잡고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참고 있자 유리는 편지의 내용이 어떻냐며 앞에서 가슴을, 아니 머리를 들이대며 물어왔고, 아저씨는 여전히 쇼파에 누워 TV를 보며 내게 설음식을 해달라고 **댔다.

....다 한대씩만 팼으면 좋겠다.


"국장님도 정말.. 왜 나한테까지 이런 걸 보내셨대.."

"저한테는 이런 건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요.. 것보다 이거 남자옷 맞나요?"


짜증을 못 참고 유리와 아저씨에 정수리에 가계부를 한 대씩 찍어내리고 있자, 각자의 방에서 한복으로 갈아입은 유정이 누나와 테인이가 나왔다.


유정이 누나의 한복은 치마가 약간 긴 편이었으며, 분홍색 계열의 저고리를 입어 '여자아이' 같은 느낌을 주었다. 테인이는 상의는 슬비와 비슷했으며, 하의는 다행히 치마가 아닌 호박 바지를 입고 있었다.

국장님 제대로 보내셨네.. 테인이를 처음 봤을 땐 여자애라고 착각하셨으면서.


"이거 나한테는 정말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유정이 누나는 한숨을 내쉬곤 거울 앞으로 가 자신이 입은 한복을 살펴보았다. 이내 안 어울린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제이 아저씨가 쇼파에서 일어나 유정이 누나에게로 다가갔다.


"이봐, 유정씨."

"제이씨? 제이씨도 그 한ㅂ.. 뭐에요 그 이상한 옷은?"

"몰라. 한복이겠지 뭐. 그것보다.."


푹.


제이 아저씨는 허리츰에 매고 있던 괴상한 모양의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곤, 유정이 누나의 머리에 씌었다.


"모, 모자?"

"나도 한복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조바위' 라고 하더군. 기왕 귀엽게 입은 거 모자까지 제대로 써야되지 않겠어?"

"귀, 귀엽... 아, 아니 저한테는 안 어울리거든요. 그러니 그냥 원래 입던 옷으로..."

"아니아니 진짜로 어울린다니까 그러네. 게다가 모처럼 설이잖아. 설인데다가 친척들도 못보고 있는 애들을 위해서라도 같이 한복 입어서 분위기 좀 띄워주자고. 설 내내 침울한 것 보다야 낫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그렇지? 그럼 계속 입고 있으라고."



아저씨.. 의외로 이럴 땐 스트레이트로 나간단 말이지..

반론할 말이 없어지자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를 포기한 듯, 유정이 누나는 쇼파로 와서 앉았다.


"형! 세하 형! 이거 여자옷 아니에요?"

"으,응? 아냐아냐 제대로 남자옷 맞아."

"으응... 왠지 아무리 봐도 여자옷 같은데.."

"남자옷 맞아. 하의도 치마가 아니라 바지잖아. 남자옷 맞으니까 안심하고 입어."


사실 저고리에 호박 바지가 가려져서 치마처럼 보이긴 하지만.. 다물고 있자.


"세하 너도 얼른 한복으로 갈아입어. 모처럼 설인데다가 한복도 공짜로 받았으니 안 입어두면 손해라고!"

"아니, 난 됐.."

"겸사겸사 이것도!"

"........."


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유리가 들고 있는 것은 고양이 귀였다. 중요하니까 두번 말한다. 고양이 귀다. 나보고 지금 그걸 끼라고?


"** 거 아냐?"

"왜애~ 박심현 아저씨도 너한테 고양이 귀가 어울릴 것 같다고 했었단 말이야아~"


그 망할 **자식이이이...


"됐거든?! 안 써! 안 쓴다고!"

"아이참~ 한 번만 껴보라니까!"


뒤로 한 발자국씩 물러서자 유리는 오히려 눈을 붉히며 다가왔다.

돌겠네 진짜! 정조의 위기냐 이거?!



띵-동. 띵-동.


"어? 손님인가?"

"지, 지금 나가요!"


휴.. 살았다. 나중에 저녀석 외출하면 저런 부류의 물건들 다 버리던가 해야지.. 그건 그렇고 손님? 누구지?


덜컥.


문을 열자 그곳에는,


"Hello~ Happy New Year~!"

"오랜만이군. 잘 지내고 있나?"

"엑..."


캐롤 누나와 데이비드 국장님이 있었다. 조만간이라고 쓸 거면 오늘 온다고 쓰라고 망할.


"....분명 조만간 온다고는 했는데 설 당일날 오실거면 당일날 온다고 말을 하시죠?"

"하하, 미안하네. 나도 설 지나고 찾아갈려고 했는데 말이야, 일을 끝냈더니 캐롤리엘 요원이 오늘밖에 시간이 안 난다고 하지 뭔가. 그래서 별수 없이 그녀와 오늘 찾아온 거라네."

"........"


그렇다고 그냥 불쑥 찾아와? 연락이라도 좀 하고 오던가. 지금 집에 만들어 둔 음식 없다고. 게다가 지금 안에는...


"계속 문 밖에 서 있게 하는 것보다는 집에 들여보내주는 게 어떻겠나?"

"Yes. 손이 얼 거 같아요."

"아니.. 오면 올 거라고 미리 전화라고 하ㄱ..."

[세뱃돈 받기 싫은가(요)?]


아니, 이 사람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죠."


몸은 정직했다.







두 사람을 거실로 안내하고 있자 유정이 누나가 마침 방에서 나왔다.


"어? 캐롤리엘? 네가 어쩐 일로.."

"Oh, 유정 언니. 제가 고른 한복 마음에 들은 모양이라 다행이에요."

"무, 뭐? 그럼 이 옷 캐롤리엘 네가 고른 거야?"

"Yes. 언니한테 그런 옷도 어울린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서 말이죠."

"너란 애는 정말..."


유정이 누나는 관자놀이를 짚으면서 골치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표정을 풀고 고맙다며 캐롤 누나에게 미소를 미었다.


"정말 두 사람은 친해보이는군."

"데, 데이비드 국장님?!"

"뭘 그렇게 놀라나. 상관으로서 부하들이 한 집에 살게 됐는데 한 번쯤은 와봐야 하지 않겠나."

"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죠! 연락이라도 좀 하고 오시면 안 되요?"


내 말이 그 말이다. 연락 좀 하고 오면 덧나냐고.


"아까 세하 군한테 설명했으니 이유는 세하 군한테 듣게."











나중에 B 파트도 올리겠습니다..

2024-10-24 22:23:3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