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랑(龍狼) - 3(1)
플루ton 2019-09-04 0
...우선 일단 물어나 보자. 날 알아보겠냐 레비아?"
"......"
검날을 레비아에게 겨누며 질문하는 나타. 하지만 레비아는 이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본디 아름다웠던 보라색 자안은 현재 일말의 감정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탁하고 어두운 금빛을 띄고 있었다. 이에 나타는 눈치챘다. 아니 정확히는 인정했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눈앞의 존재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러냐…. 그렇다면 더 할 이야긴 없겠군…."
"......"
눈을 감았다 뜨며 전투태세에 돌입하는 나타. 겨누고 있던 검에 힘을 주고 천천히 힘을 끌어올리며 한걸음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이를 내려다보며 레비아는 무덤덤하게 한쪽 손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그 순간,
".....?!!!"
레비아의 후방의 허공에 자줏빛 파문이 일어나더니 거기서 무언가 고속으로 사출되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트는 나타. 직후 방금까지 그가 서 있던 자리를 흑자색 섬광이 지나갔다. 섬광은 그대로 날아가 뒤에 있던 땅에 충돌하여 폭발을 일으키며 땅이 파였다. 조금이라도 몸을 트는 게 늦었다면 그대로 즉사했으리라 생각하며 나타는 식은 땀을 흘렸다.
"무슨……?! 큭!!!"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또다시 레비아의 주변 공간에 파문이 일어났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라 10개가 넘는 파문이 동시에 생성되었고 거기서 또다시 자주색의 투사체가 고속으로 사출되었다. 이에 혀를 내두른 나타는 이를 응시하며 신속하게 몸을 움직였다. 최소한의 몸동작으로 날아오는 투사체를 스치듯이 피하는 나타. 그와 동시에 투사체의 정체를 파악하는데에도 성공하였다.
'이건…. 이차원의 뱀?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위력이….'
이전 레비아가 싸울시 소환하여 상대를 공격하게 하던 용도로 소환하던 수많은 이형의 뱀. 하지만 지금 자신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이 알던 뱀보다 몇 배는 빠르고 또 강력했다. 자신의 예상보다 더 강해진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며 나타는 자신을 머리를 향해 사출된 뱀에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뱀은 베어지기 보다 먼저 검을 밀어내며 나타에게 쇄도했고 나타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정면에서 받아치는 건 무리. 그렇다면 막는 게 아니라 흘린다……!'
곧바로 머릿속에서 상황을 정리한 나타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자신에게 쇄도하는 뱀의 비를 몸을 살짝씩 트는 것으로 피하고 피하지 못하는 것은 검으로 흘리며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 끝에 레비아와의 거리가 10m 이내로 줄어들었고 그 순간 나타의 움직임이 변했다.
"으오오오오옷……!!!"
포효를 내지르며 가속하는 나타. 양팔을 교차시켜 얼굴과 가슴을 보호고 치명상이 아닌 공격은 허용하면서 빠르게 레비아에게로 달려들었다. 팔을 감싼 프로텍터가 부서져 나갔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새 레비아와의 거리가 3m에 다다르자 나타는 팔을 풀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청자색 검광이 교차하며 치명적인 위력을 담은 참격이 레비아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레비아는 이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그저 똑바로 바라보았고 참격은 멈출 기색 없이 그대로 레비아를 덮쳤다.
티-------잉!!!!
"칫…! 역시…. 이렇게 쉽게는 안되는 군…!"
하지만 레비아의 피부에 닿은 순간 무언가의 힘에 의해 참격은 튕겨지며 무산되었다. 이에 나타는 혀를 내두르며 빠르게 후방으로 도약했다. 자신을 추격하는 이형의 뱀들을 뿌리치며 레비아와의 거리를 벌린 나타는 숨을 몰아쉬었다.
"후…. 아니길 바랬는데…. 역시 보고서에 나온 대로군…."
숨을 고르며 나타는 여기 오기 전 보았던 보고서에 적혀있던 레비아의 현 상태에 대해 상기해보았다. 현재 유니온 상층부는 과거의 사례에 대입해본 결과 레비아에게 용의 위광이라는 특성을 소지하고 있을 거라 판단하였다. 용의 위광은 용의 군단의 주인인 용에게 주어지는 권능으로 이는 소유자에게 인간이 가진 제 2 위상력은 물론 차원종이 가진 제 1 위상력도 통하지 않는 무적의 힘을 부여해 준다.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나타는 레비아를 노려보았다.
"그 힘 덕분인가? 완전 나를 얕잡아보고 있군. 짜증 나는데?"
지금까지의 공격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그녀의 공격 사이사이엔 눈에 띄는 여유가 느껴졌다. 거기에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나타에게 보내는 것은 마주한 적에게 보내는 적의가 아닌 마치 하찮은 방해물을 치우려는 듯한 미미한 정도의 감정뿐이었다. 물론 지금 그녀가 가진 힘과 나타의 힘을 비교하면 거대한 코끼리와 벌레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니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이를 아는 나타도 이를 갈며 분해하면서도 묵묵히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눈앞의 벌레가 그냥 벌레가 아닌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독을 가지고 있었단 것을.
"단, 용의 위광은 두 가지 힘을 동시에 가진 자, 제 3위상력의 사용자에겐 그 힘은 무력하다 였던가?!!"
보고서 마지막 항목에 기재되어 있던 내용을 상기하며 나타는 자신에게 쏘아지는 뱀을 피해 다시 몸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주머니에 손을 뻗어 안에든 내용물을 꺼냈다. 손에 들린 것은 이곳에 오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던 제 3위상력의 각성제가 들어있는 주사. 엄지손가락으로 주사의 표면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하던 나타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이제 와서 몸이 망가지는걸 걱정하는 건가? 한심하네…. 이미 하기로 마음먹었잖아? 그럼 망설이지 말고 나아가자고…!'
마음을 다잡은 나타는 엄지손가락을 튕겨 주삿바늘을 덮고 있던 커버를 벗겼다. 이어서 양팔을 덮고 있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프로텍터를 순식간에 벗어던지고 드러난 팔뚝에 망설임 없이 주삿바늘을 꽂아 넣었다.
"크윽……! 이 감각을 다시 겪게 될 줄이야…."
약물이 체내로 들어오는 감각에 욕을 내뱉으면서도 나타는 꿋꿋이 약물을 투여했다. 혈관을 타고 약물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느끼며 나타는 이를 악물었고, 이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크억……! 으윽……! 으아아아악!!!!!!"
고통스러운 포효를 내지르며 몸을 웅크리는 나타. 그의 전신에서 푸른 위상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어서 푸른 위상력의 위로 불길한 검붉은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힘을 조절하며 나타는 고개를 들고 레비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힘의 변질을 눈치챈 것인지 바로 전에까지 무표정하던 그녀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
"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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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래는 어제 올리려했는데 왜인지 안올라가서 이제야 다시 올리네요. 해보니까 한번에 올리기엔 글의양이 너무 많아서 계속 오류가 났던 모양입니다. 조금있다 이어서 3(2)도 올리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