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6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8-02 5

 세하는 그를 따라서 밖으로 나왔다. 인적이 드문 숲속, 둘이서 맘껏 싸우기에는 알맞은 장소였다. 강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무너져 내리는 천장을 두 사람이 피할 수는 있어도 기절한 여자애들을 지키면서 피하는 건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었다. 일부로 강하게 도박을 걸었는데 오히려 먹혀들었던 것이다. 그만큼 조재현에게 타임머신은 중요한 수단이라는 뜻이었다.


"나보다 약한 주제에 감히 나를 도발하다니, 배짱이 두둑하군. 그렇겠지. 부모의 그 아들이니까."
"조재현,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서 좋은 게 하나도 없어. 과거로 돌아간다해서 무조건 행복해질 거 같아? 시간을 되돌림으로서 또 다른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어."

"헛소리하지 마라. 평생 괴로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그것을 없는 것으로 만들고 다시 시작해서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거야 말로 훌륭한 인생을 사는 거다. 네 녀석도 괴로웠을 텐데? 그 괴로운 과거를 계속 간직한 채로 살아가는 어리석은 짓을 할 생각이냐?"


 그의 말에 세하는 두 눈이 잠깐이나마 떨렸다. 그의 말대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 과거를 잊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고, 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는 조재현의 방식에는 따르고 싶지 않았다.


"그 괴로움을 없는 것으로 한다는 것은, 인간의 어둠을 모를 뿐이야. 악을 겪지 않는 자는 정신적으로 강해질 수가 없어.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인생이라는 건 항상 행복만 찾아오는 게 아니야!! 불행도 찾아오는 법이라고. 그걸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거야 말로 진짜 인생인 거야!"

"불행이 아닌 행복만을 추구하면서 사는 거야 말로 훌륭한 인생인 거다. 평생 괴로운 기분으로 사는 게 뭐가 진짜 인생이라는 거냐!! 조세훈 박사, 내 아버지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 하셨어. 아직도 살 날이 많이 남으셨다고! 나는 시간을 되돌려서 아버지가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살게 도와줄 거야. 자식으로서 효도하는 게 당연하잖아. 안 그래!?"

"이 바보 같은 놈. 그런다고 네 아버지가 기뻐할 거 같아!?"
"**!!"

 검붉은 위상력을 방출하면서 큰 소리로 외친 조재현이었다. 이제 더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이럴 거라고 예상했기에 세하는 톤파를 들고 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러자 조재현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그의 왼쪽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왼팔을 들어올려서 날아오는 주먹을 막아냈다.


"크읏!"


 강한 힘이었다. 실전 경험이 없었다면 급소를 맞았을 것이었다. 상처는 없었지만 왼팔에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고, 두 발은 불붙은 것처럼 뜨거울 정도로 지면을 파헤치면서 오른쪽으로 밀려났었다. 조재현은 그가 자신의 공격을 또 막아내자 궁금증을 드러냈다.


"나와 싸운 지도 얼마 안 되었을 텐데 내 공격을 또 막아내다니, 이건 우연이 아니었군."

"게임을 하면 돼."

"게임? 지금 장난하는 거냐? 이게 무슨 가상현실 게임인줄 알아!?"


 조재현은 그가 말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세하가 말한 것은 게임에서 배운 교훈을 말하는 거다. 자신보다 빠른 상대를 상대할 때 움직임을 감지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었다. 눈이나 귀로 쫓는 게 아니라 몸이 이동하면서 저항으로 발생하는 미세한 바람을 피부로 감지하는 것이었다. 가까운 위치에 상대방이 빠르게 움직인다면 허공을 가를 때 생성되는 바람으로 그의 피부에 가깝게 느껴지게 되어있다. 물론 감각은 따라가지만 중요한 건 몸도 같이 따라줘야 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콰앙!


 뒤에서 나타나 다시 한 번 정권지르기를 날렸지만 이번에는 세하도 위상력을 실린 톤파로 녀석의 주먹을 또 막아냈고, 이어서 반대편 톤파로 찌르기 공격을 시도하자 조재현은 그것을 팔로 막아냈다. 그 다음에 주먹이 날아오다가 톤파로 막아내고, 찌르기 공격을 막아내는 합이 5번 정도 이루어지다가 조재현이 발로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크윽!"


  스피드를 우선시한 발차기 공격이라 파워는 강하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충분히 날려버리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세하는 복부의 통증을 참고 일어나며 자세를 잡았지만 녀석이 또 달려들어서 연속 펀치를 날리는 것을 막아내면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톤파의 무기는 공격 능력이 강하지 않지만 방어 기능을 확실하게 할 수 있었기에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 가능하다. 다만 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막아낼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양쪽의 무기에 푸른색 위상력을 주입시켜서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네 녀석은 인생을 살 줄 모르는 인간이야. 그 괴로움을 안고 살겠다고? 그게 뭐가 행복한 인생이냐!?"

"크왓!"


 분노의 외침과 함께 강한 주먹이 세하의 복부를 또 노렸고, 세하는 톤파 두 개를 X자로 교차시켜서 막아내어 치명상을 피한 채 뒤로 나가떨어졌다.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와 평소에 내가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 로봇을 가지고 오시는 길이셨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얼마 안 되어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나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기에 아버지의 고생을 심하게 했다. 이런 몸으로 태어난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였어."


 조재현은 어렸을 때부터 온 몸의 신체가 노화되는 희귀병에 걸려버려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했다. 마치 나이가 90세 이상이나 되는 노인이 몸이 작아진 채로 힘들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치료법을 어떻게 해서든 알아내기 위해서 아버지가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던 것이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장기 이식, 하지만 장기 하나를 이식하는 것만 해도 천만원 단위가 넘어가기 때문에 막대한 돈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만들어낸 게 바로 메카 차원종이었다.


"내가 모든 것을 알게 된 건 그 사람 덕분이었다. 그 사람이 내 아버지는 영웅이라면서 칭송하셨지. 이 코트도 그 사람에게서 받은 거야."

"당신이 말한 그 사람은 대체 누구야!?"

"네가 알 거 없어. 넌 이세진 박사의 아들이니까 죽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얌전히 찌그러져서 이 일에서 손을 떼라. 당장!!"

"그럴 수 없어. 이건 옳지 못한 일이니까. 네 아버지를 되살리겠다고 다른 사람의 무고한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 생각이야!?"

"원래 인간은 자기 자신과 가족을 우선시하는 편이다. 국민이라는 것들이 그런 짓을 하는데 내가 하는 건 왜 안 된다는 거지!? 너도 가증스런 국민편이나 들 생각이라면 더 이상 봐줄 생각 없어!"


 미간이 찌푸려진 그의 얼굴,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강한 검붉은 위상력이 주먹에서 방출되고 있었다. 전보다 동일한 스피드지만 파워는 한층 더 강해졌다.


펑! 펑! 쾅!


 톤파로 막아내긴 하지만 강한 힘이 실린 공격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일이었다. 막아낼 때마다 커다란 통증이 일어날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열심히 주먹은 막아냈지만 발차기 만큼은 막아낼 수가 없었다.


빠악! 쾅!


 얼굴을 노린 돌려차기를 맞고 나무가 있는 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어서 날아온 주먹을 피하기 위해서 구르기로 나무에서 재빨리 떨어졌고, 나무는 그대로 밑 부분이 부서져서 주먹을 내지른 조재현이 있는 곳으로 쓰러진다.


"네 녀석은 날 이길 수 없어. 그 두 팔도 이제 버티는 데에 한계가 있겠군. 앞으로 얼마나 더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한 번 시험해볼까?"


 씨익 한 번 웃으면서 말하는 조재현의 말에 세하는 자신의 양쪽 팔에 멍이 든 모습을 보았다. 이러다가 피부가 찢겨져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반면에 녀석에게는 공격을 제대로 먹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무슨 방법을 찾아보려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나무들 뿐이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4:0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