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하X정미 ] Highschool Of The End, And... 中

치파리P 2015-02-20 1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1490 = 1편













제법 날씨가 괜찮은 날이었다.


솜털을 태우는 따스한 햇빛은 포근하기 그지 없었으며, 군청색으로 물들어있는 드넓은 창천과 그를 빼곡이 채우고 있는 구름 조각들 또한 솜사탕같아 절로 기분이 들떴다.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요일이다.


5일 간의 학교 생활을 쉬어가는 지점이기도 하며, 마음껏 뒹굴뒹굴 거릴 수가 있는 꿀같은 날이다. 일요일은 내일 학교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제대로 쉬지 못하니, 토요일이야말로 나의 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토요일 만세, 새러데이 포에버.


그리고, 내가 현재 있는 곳은 강남에 위치해있는 꽤 유명한 공원.


왜 여기에 있냐고? 그야, 이세하랑 같이 옷을 사기 위해서지. 오해하지 마. 그저 문화제 당일 날 반 아이들이랑 다 같이 입게 될 옷들을 사러가는 거니깐.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안 오는 걸까. 분명 금방 문자로 온다고 했는데 말이지.


문득 심심해져,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가게의 유리에 내 모습이 비춰졌다.


새벽에 미리 일어나 정성들여 묶어놓은 블론드 브라운 포니테일은 내리쬐는 햇살을 잔뜩 머금어 반짝이면서도 찰랑거렸다. 그리고 화장은 너무 티나지 않게 했다. 거기다 어깨 부분이 훤히 드러나 쇄골이 약간 엿보이는 새하얀 탱크톱에 청색 핫팬츠, 그리고 자주 신는 쿠키색 스니커즈. 제법 기합이 들어간 걸로 보이지만 그건 단언컨대 착각이다. 착각이라니까?


, 잠시만. 뭔가 머리가 좀 이상해.


이걸로 됬다. 준비 OK가 아니잖아. 무슨 준비야, 준비는 개뿔이.


서서히 기다리기가 따분해질 무렵, 손목에 찬 얇은 클래식 시계를 들여다보니 어느덧 시침은 11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분침은 30분에 거의 도달하기 직전이었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약속 시간은 11시 정각이었다.


감히 나와의 약속에 늦다니, 하물며 여자를 기다리게 하다니. 정말 못된 녀석이라고, 이세하는.


내가 그렇게 홀로 주저리주저리 지껄이고 있자니,


, 미안!”


돌연 뒤에서부터 익숙하면서도 절로 화가 치밀어오르는 목소리가 내 고막을 때렸다.


뒤돌아볼 것도 없이 목소리의 장본인은 이세하겠지. 확 그냥 명치를 때릴까보다.


나는 폭력을 행사할 것을 사뭇 진지하게 고민해보았지만 생각으로 그쳤고, 그 대신 곧장 뒤로 돌아 눈썹을 삐뚤게 한 후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늦은거야! 한참 기다렸다고, 이 못되먹은 녀석이.”

, 미안하다니까. 모르고 늦잠을 자버려서 그래.”


양 손을 딱 붙인 후 내게 사과를 해오는 이세하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 사복이니까 당연하지만.


스카이블루 색의 시원시원한 와이셔츠와 그 위에 덧입은 체크무늬 니트, 그리고 바지는 간단한 청바지로 이세하의 슬림한 핏을 돋보이는 데에 꽤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오늘 이세하의 눈가 밑에서 매일 보던 다크서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뭔가 푹 잔 것 같다. 피부 또한 뽀얗고 생기를 가득 띠고 있었다. 나는 오늘 한숨도 못 잤는데, 자기는 푹 잤다 이거지? 죽어버려.


, 됐어. ……그래서?”
? 그래서라니?”

……………됐어! 역시 죽어버려, 이 멍청아!”


  아까부터 옷 차림이 돋보이게 어깨를 으쓱였는데, 그거 하나 눈치 못채다니. 귀엽다고 한 마디 해주면 덧나냐구! 장래에 저 녀석과 사귀게 될 여자친구는 엄청 속 썩이겠네, 정말!


, 잠깐, 왜 그래!?”


, 그리하여 나와 이세하의 약간 살벌한 쇼핑이 시작되었다.

    

 

 

 

 

 

Χ   Χ  Χ

 

 

    

 

 

분명 유하나가 알려준 가게가여기였나?”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멍청아. 나도 모른다고.”
, 그렇다고 멍청이라고 할 것까지 있냐?”
너에게는 딱 알맞은 명사인걸.”
거 참, 삐뚤어진 녀석이네.”

남 말하긴. 빨리 들어가보자구.”


  공원에서도 특히나 으슥진 곳에 위치해 있는 2층 건물의 앞
.

이세하와의 말다툼을 끝마치고, 나는 앞장을 서 걸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건물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꽤 오르기 힘든 계단을 겨우겨우 올라가 이세하와 함께 문 앞에 나란히 섰다.


, 맞겠지?”
……들어가보면 알거 아냐.”


  남자가 소심하기는.


나는 당당하게 문 고리를 잡아 힘차게 돌렸다. 그러자 냉한 기운이 겉돌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그 틈으로부터 전등빛이 내 망막을 힘차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그 안 쪽으로 발을 들이자, 약간 놀라운 기색을 금치 못했다.


그 문의 안 쪽은 뭐랄까, 약간 요란한 옷가게였다.


간호사 복부터 시작해서 해괴하기 그지없는 가죽 슈트, 그리고 우리가 찾던 메이드 복과 집사복까지. 코스프레 복을 파는 가게라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 본격적일 줄은 몰랐다.


옆으로 살짝 시선을 옮겨보니 이세하 역시 나와 같은 감상을 느낀 듯 했다. 뭔가 이세하의 눈길이 간호사 복에 꽂혀있는 건 넘어가자. 아니, 메모해두자는 무슨! 메모해서 어쩔거야.


, 일단 들어갈까?”
그래. 빨리 들어가라구.”


  이세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내 옆을 가로질러 가게의 안 쪽으로 들어섰다. 물론 그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메이드 복의 앞이었다.


나 역시 마지못해 그의 꽁무니를 뒤쫓아 옷걸이에 걸려져있는 수많은 메이드 복들의 무리 앞에 섰다. 뭔가, 상상한 것 보다 조금 더 어마어마한 복장이었다. 정말로 입어야만 하는건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티 나지 않게 이세하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뭔가 처음 보는건지, 아니면 자신의 취향인건지 메이드 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적잖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흐응.


학급비는 들고 왔지?”
내가 너인 줄 알아? 이 멍청아.”
그 멍청이 거리는 것좀 그만둬주면 안되겠냐.”

안돼.”

.”


이세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다시 메이드 복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면 뭐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고. 점원 누나한테 가자.”
, 잠깐만!”


  냉큼 등을 돌리고 걸음을 옮기려던 이세하를 황급히 붙잡는다. 그러자 이세하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 할 말 없어?”

뭐가?”
, 그러니까! , 그거 말이야, 그거.”
못 알아듣겠는데, 미안. 확실하게 말해줘.”

…………입어주겠다구, 이 멍청아아!”

우아악! 깜짝이야! 달팽이관이 놀라서 기어나오겠다!”
, ! 착각하지 마. 외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막상 입어보면 다른 법이라구. , 그러니까 입어보겠다는 말이야.”

, 뭐어. 확실히 니 말대로지만.”
, 뭐가 내 말대로래! 이 바보멍청이가!”

! 때리지 말라고!”


문득 이세하가 얄미워졌기에, 그 괘씸하기 짝이없는 복부에다가 주먹을 곧이 곧대로 꽂아 넣었다. 그리고 황급히 내 사이즈에 맞는 메이드 복을 하나 집어 등을 돌린 후 탈의실로 향했다.


너무 세게 때렸으려나?

2024-10-24 22:23:3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