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5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21 2
탕!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세하 요원을 재벌 그룹에 파견하지 말라니요."
데이비드는 지부장의 책상을 내려치면서 말했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지부장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분노하는 그의 얼굴을 잠시 보다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검찰청에서 연락이 왔어. 유니온 신서울 지부 이세하 요원은 동행하는 데 허가할 수 없다고 하더군."
원래 검찰이 하는 일이었지만 그가 데리고 다니는 위상능력자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클로저 동행이 필요했었다. 그렇지만 검찰청에서는 클로저들 중에서 이세하만은 불허가를 내렸다고 했다. 복귀 클로저들이나 현직 클로저들이 아무도 참여안하려고 하고 있고, 유일하게 나서려고 하는 게 바로 제이였다. 미성년자 클로저들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세진 박사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세하도 동행해야 된다고 데이비드는 주장했었다.
"이유가 뭡니까?"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미성년자다. 미성년자 클로저를 그런 위험한 임무에 투입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돼."
"그건 저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제이 요원 혼자서 보낼 수도 없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이세하 요원은 티어매트를 물리칠 만한 강력한 힘을 가졌으니까요."
"검찰총장님 지시네. 거기다가 본부장님도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셨네. 이번 사건에는 미성년자 클로저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 유니온 본부장, 지부장보다 더 높은 직급을 가진 국내 최고 유니온 간부직이다. 각 지역마다 유니온 지부장이 존재하지만 그 지부장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총사령관같은 존재가 바로 본부장이었다. 차재욱 지부장은 서랍 안에서 신문 하나를 꺼내 데이비드에게 건네주었다.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본부장님 말이야.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시는 분이시지. 간부들과 회의를 할 때도 항상 다른 사람의 가족을 자기 가족처럼 걱정해주셨어."
데이비드는 그가 내민 신문을 받아보았다. 이번에 새로 취임된 한국 본부장 '김만혁' 커다란 글씨로 유니온 간부들과 클로저들에게도 다른 민간인과 같이 가족이 있다. 고 주장하시는 사람이었다. 미성년자 클로저들의 관리를 엄격하게 명령하신 사람이기도 했다.
"데이비드 국장. 그 녀석을 왜 보내려는 지는 이해가 되네.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 직접 감당하게 하려는 모양이지? 그 흑백가면 녀석이 이세진 박사와 관련된 인물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조세훈 박사의 아들인 조재현이라는 확증은 아직 없는 상황이야. 그리고 그를 지원하는 재벌이 바로 전광그룹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고."
지부장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수화기가 울리자 그는 즉시 받아 들었다. 데이비드는 불편한 기색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으면서 그가 전화를 받는 것을 보았다.
"네... 본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곳을 수사하지 말라고요? ...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통화가 종료된 것을 본 데이비드는 대답을 재촉했다. 지부장은 두 손을 모은 채로 입을 가린 뒤에 커다란 한숨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제이 요원도 출동하지 말라는 지시다. 한국 유니온 본부 소속 정예 클로저 두 명이 나서서 해결을 볼 예정이라고 하는 군."
"그렇습니까? 그런 거라면 저도 안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이 요원은 부적합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나도 동감일세. 과거에는 실력이 뛰어났는지는 몰라도 몸도 성치않는 자가 위험한 일을 하게 할 수는 없지. 김태형 국장에게도 전달할 것이네. 자네는 이제 그만 돌아가게나."
"네! 지부장님."
데이비드는 안도한 표정으로 그에게 거수 경례를 한 뒤에 밖으로 나갔고, 지부장은 수화기로 연락을 취해 김태형 국장에게 전달한다.
* * *
분식집에 다녀온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지친 기분이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일일이 경청하는 것도 힘들 수준이니까.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 건지 어느 새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있었다. 아카데미 시절 이야기나, 차원종 관련해서 진지한 대화, 하나같이 재미없는 일이다.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그런 얘기를 분식집에서까지 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아들! 집에 왔구나!!"
오늘도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 나를 반겨주셨다. 껴안는 게 좀 문제지만. 이런 걸 수십번 받다가는 뼈가 으스러질 거 같았다.
"엄마,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과격하신데요?"
"그만큼 이 엄마의 사랑이 넘친다는 얘기잖니. 세하야."
"으악! 부비부비거리는 것 좀 그만해요!"
잠시 동안 엄마의 응석을 받아주고 난 뒤에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면서 숨을 빠르게 내뱉었다. 우선 저녁식사를 먼저 준비해야겠지. 나는 이미 분식집에서 먹었지만 엄마는 아니었으니까. 평소에 하던 대로 요리를 준비하자 엄마는 식탁에 앉으면서 내게 말씀하신다.
"저기, 세하야. 클로저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이니?"
"네. 그 흑백 가면녀석이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우리 아버지를 알고 있더라고요. 그 녀석이 왜 나쁜 짓을 벌인 건지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만든 시설을 그렇게 만들다니, 용서할 수 없어요."
티어매트의 봉인실은 아버지가 정성을 기울여서 만든 장치다. 그곳을 망쳐놓은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 티어매트는 우리 가족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 녀석이기도 했었으니까. 지금은 요리에 집중할 때지만 자꾸만 그 생각이 나서 아무런 생각이 안 들 때도 있었다.
"엄마, 티어매트 때요. 아버지가 어떻게 엄마를 구해내신 거에요?"
"음. 말하자면 조금 부끄러운데... 실은 엄마는 차원전쟁 이전부터 친구가 별로 없었어. 싸움을 주로 많이 했었거든."
아, 생각이 난다. 엄마가 살았던 시대에는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던 상황이었었지. 그 때 엄마도 가담하고 있었던 건가? 조금 충격적이기는 했다만 엄마도 처음부터 그러고 싶어서 그러신 것도 아니겠지. 차원전쟁때도 싸움을 은근히 즐기셨다고 하던데 거기서 영향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른 학생들 물건을 빼앗고 그러지는 않았어. 오히려 나를 건드는 애들만 때려눕혔지. 상대가 남자라고 해도 엄마가 이렇게 혼을 내줬단다. 치한들도 나를 건드리지 못할 정도라고 할까?"
권투 잽을 두 번 정도 날리면서 자랑스럽게 말씀하신다. 아무리 우리 엄마라고 하지만 정말로 무서울 정도다. 싸우는 것을 그렇게 즐겨했던 영향 때문인지 위상력을 강하게 받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원종들에게 있어서 충분히 공포스러운 존재셨으니까.
"엄마, 옛날 이야기는 됐어요. 아빠가 어떻게 티어매트를 상대로 이기셨는지 궁금해요."
"정신적으로는 너희 아빠가 한 수 위였단다. 엄마는 그 악몽에 버티지 못할 정도였는데 아빠가 내 안으로 들어와서 나를 끄집어냈을 정도였다니까. 그 때 처음으로 포옹을 했었지 아마."
"아버지가 티어매트와 대립관계는 가지지 않으셨어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엄마도 당시에는 생기가 빨려서인지 기운이 거의 빠져서 잘 안들릴 정도였으니까."
억지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꼭 알아야 될 정보는 아니다. 단지 아버지가 어떤 식으로 나섰는지만 궁금한 거 뿐이다. 나같은 사람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뛰어난 언어의 마술로 티어매트를 농락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당시 그 녀석은 아버지 얘기만 꺼내도 곧바로 이성을 잃을 정도였으니까. 내가 진짜로 궁금한 것은 아버지가 어떻게 티어매트를 언어로 상대하셨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딩동-
초인종 벨소리다. 내가 나가보겠다고 말한 뒤에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드러났다. 흰색의 머리, 노란색 선글라스를 낀 아저씨였다.
"제이 아저씨?"
"형이라고 했잖아.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어, 음. 네. 안으로 들어오세요."
"어머, 이게 누구야? 귀여운 동생 아니야?"
"엄마, 아는 사이에요?"
엄마의 지인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겉 보기에는 그렇게 썩 강해보이지 않아서 엄마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설마 엄마는 차원 전쟁 시절에 브라콘이라던가 그런 취미를 가지셨던 건 아니시겠지? 엄마는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지만 어째서인지 아저씨는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누님.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없어?"
"어머, 무슨 말을 하는 거니. 귀여운 동생."
에? 숨기는 거라니? 갑자기 두 사람 분위기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 마치 서로 원수라도 진 것처럼 눈빛 교환으로 스파크가 서로 맞부딪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