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4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14 2
티어매트 봉인실 입구에는 방화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혹시나 봉인이 풀릴 때 자동으로 닫히도록 되어있는 구조다. 들어가는 입구들을 전부 둘러싸서 혹시나 녀석이 나가는지 감시하고 있는 클로저들이었다.
"그 무서운 녀석이 깨어날 줄이야."
"그래도 제보를 해줘서 다행이긴 해.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미 당했겠지?"
무기를 쥔 손에서 땀이 비를 맞은 수준으로 젖어있었다. 티어매트는 과거에 알파퀸이 겨우 봉인했던 차원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방화셔터가 닫혀있어서 뚫고 들어갈 수도 없군. 안에는 아직 살아남은 클로저들이 있을 텐데."
제이가 이를 악물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필이면 자신이 경비를 서지 않았을 때 봉인이 풀려버렸으니까. 경비를 서는 클로저들 중에는 아직 미성년자도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이 들어가야 된다고 판단했었다. 아직 어린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세하와 슬비가 지금 경비를 서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 시간대에 풀리다니......"
유리도 한밤중에 연락을 받고 도착했었다. 지금 방화셔터를 열고 들어가고 싶은데 뚫지를 못하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클로저들을 둘러보다가 제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왜 밖에서 대기만 하는 거에요?"
"방화셔터는 우리 힘으로 뚫지 못해. 티어매트가 지상에 못나가기 위한 대비책으로 세웠어. 하지만 녀석이 클로저들의 생기를 흡수해서 더 강해진다면 이것도 버티지 못할 지도 몰라."
"그럼 소용 없는 거 아니에요?"
"지상으로 나오면 여기 모여든 클로저들이 목숨을 걸고 막는 수밖에 없어. 지금 '위상전자드릴' 을 요청한 상황이야. 거대한 드릴을 뚫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데 장비가 오는 데 시간이 걸려서 문제야."
제이의 설명에 유리는 방화셔터로 달려가서 두 손으로 억지로라도 뜯어서 열려고 했지만 제이가 와서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억지로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야!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서 기다리는 것 밖에 없어."
"그치만, 안에 친구들이 있단 말이에요! 여기서 넋놓고 있을 수는 없어요."
이해못할 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구해내야 된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기에 팔에 강한 저항이 느껴졌지만 제이는 꾹 잡으면서 그녀를 뒤로 끌어낸다. 아무리 그녀가 애를 써봤자 문이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띠리리-
"잠시만 기다려죠. 좋은 소식일 지도 모르니까."
일단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로 거짓말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유리는 그 전화가 희망이 가득한 전화이기를 소망했다. 세하나 슬비에게서 자신은 무사하다는 목소리가 들리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누군가와 통화하는 제이의 얼굴 표정이 굳어지고 있자 안 좋은 소식이라는 걸 직감했다.
"무슨 말이야? 차원종이 출현했다가 누군가에게 격퇴당했다고? 클로저가 근처에 있었던 거 아니야?"
[클로저 대부분은 지금 그 쪽에 몰려있는 상황일세. 지금 차원종 출현 장소에 존재하는 클로저는 없다네.]
"차원종 잔해라도 수집하려고 일부로 불러들이기라도 했나?... 응... 알았어. 또 다른 소식있으면 연락해줘."
제이는 통화를 종료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경우는 차원 전쟁 때도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차원종들을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불러들였다가 곧바로 소멸시켰다는 것을. 잔해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곧바로 토벌하는 전력을 가졌다는 것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님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아, 차원종들이 출현했다는데 곧바로 누군가에게 격퇴당한 모양이야.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 신서울 지부 소속 클로저 대부분은 다 여기로 온 상황이거든. 아무래도 누군가가 차원종 잔해를 모으는 것을 목적으로 티어매트 봉인을 풀었다고 봐."
"그걸 위해서 봉인을 해제했다고요?"
놀라는 그녀였지만 제이는 고개를 약간 아래로 숙이면서 한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티어매트 봉인실은 아무나 풀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곳을 만들어낸 설계자나 그의 지인 몇 명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 흑백의 가면의 짓일 지도 모르겠어. 만약 그 자가 한 짓이 판명되면 용의 선상을 줄일 수 있을 거야."
이제 곧 수수께끼를 푸는 데 한 발짝 다가간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봉인실 안에 있는 세하와 슬비가 더 걱정이라고 판단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 * *
펑! 펑! 펑!
티어매트는 세하를 향해 집중적으로 불꽃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슬비의 공격은 자신에게 아무런 상처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세하는 일단 불꽃 공격을 피하고 다니면서 슬비가 공격하는 것을 보았다. 함께 싸운다고 하지만 서로의 기술을 모르면 둘이든 세명이든 팀워크가 없는 전력은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핑! 핑! 핑!
조그마한 비트들을 날렸지만 티어매트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슬비는 양 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분홍색 위상력을 손가락 사이에 모았다. 티어매트는 그것을 흥미롭게 살펴보다가 레이저광선처럼 발사하는 공격에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쾅!
티어매트는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들어서 막아냈지만 맞은 부위가 조금 검게 변하면서 타는 연기가 나는 게 보였다. 초전자포라고 불리는 레일건이다. 그녀의 양 손에서 분홍색 전류가 흐르고 있었고, 다시 한 번 에너지를 모아서 레일건을 발사할 준비를 한다.
"어머, 장난감 칼이나 쓸 줄 아는 재주밖에 없는 줄 알았더니, 제법 성가신 능력을 가지고 있네."
"진짜는 지금부터야!"
그녀의 양 손에서 푸른색 전류가 손 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강하게 흘렀고, 그대로 머리 위로 들어올리자 티어매트 머리 위에 푸른색 구 형체인 전류덩어리가 생성되었다.
"응? 이게 무엇이냐?"
처음보는 사람처럼 호기심으로 고개를 올려다보는 티어매트, 그러자 덩어리에서 푸른색 벼락이 떨어졌고, 티어매트의 몸을 그대로 관통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치 천둥번개가 동반한 폭풍처럼 벼락이 수차례 떨어지면서 티어매트를 관통한다.
"키야아아악!"
티어매트의 몸에 정면으로 맞혔다. 그것을 본 세하는 슬비의 전투능력을 보고 감탄했다. 유리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그녀는 위상력 중에서 3가지 정도 능력을 사용하는 복수 능력자이자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으로 전투력은 성인 클로저 만큼이나 강력하다고 들었었다.
"대단해. 역시 강하구나."
"아직 안 끝났어."
슬비는 가쁜 숨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티어매트를 살펴본다. 타고 있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붉은색 섬유가 실로 구멍난 옷이나 바지를 꿰매듯이 상처난 부위를 메우고 있었고, 피부는 순식간에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재생능력이다. 세하를 노리고 있는 틈에 맹공을 퍼부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제법 쓸만한 실력을 가졌구나. 인간. 그래도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겠지? 너에게서 생기를 많이 빨아먹었으니까."
"크윽!"
그녀의 말대로였다. 슬비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한쪽 눈을 찡그렸다. 세하는 이러다가 슬비가 오래 못 버틸 거라고 판단했다. 뭔가 방법을 찾아서 단숨에 결판을 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푸른색 불꽃으로 티어매트는 상처를 입는다. 슬비의 공격에도 마찬가지다. 문득 자신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불기둥으로 접근을 막았던 것을 떠올렸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도박을 걸만도 하다. 푸른색 불꽃인 자신의 힘이라면 티어매트는 재생을 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겨우 서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슬비에게 다가간 세하는 귓속말로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면서 티어매트에게 그대로 돌진한다.
"어리석은 인간. 아무리 똑같은 공격을 해봤자 이거 한 방이면 막아내는... 아니!?"
계속 그래왔듯이 불기둥을 세하의 코 앞에 미리 생성시켜서 터뜨리려고 했지만 세하의 움직임이 전보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돌진해서 생성된 불기둥을 지나쳐서 자신의 앞까지 왔다. 푸른색 불꽃으로 둘러싼 톤파를 가슴 앞에 X자로 교차시켜서 그대로 티어매트의 몸과 충돌했다.
콰아아앙!
"끼야아아아아아아!!"
맞은 부위에 푸른색 불꽃이 생성되다가 온 몸으로 퍼진다. 세하는 그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곧바로 왼팔을 이용해서 어퍼컷으로 그녀의 턱을 올려쳤고, 공중에 떠오른 그녀를 향해 점프하면서 톤파를 수평으로 일직선 상태로 자세 고정한 채로 몸을 그대로 회전시켰다.
퍽퍽퍽퍽!
멀리서 보면 푸른색 불꽃이 토네이도를 이루면서 공중으로 치솟아오른 것처럼 보인다. 한 순간의 빈틈으로 인해 티어매트의 몸은 한 여름에 초콜렛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피부도 녹아내리면서 흉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톤파형 하늘베기였던가?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