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유리] 밝게 빛나는
구금 2019-07-12 3
전에 당신의 트루엔딩 돌린 거 너무 좋아서 엉엉 울다가 이떻게 해서라도 먹겠다고 짧게 끄적였습니다
사실 쓴 건 부산 나오기 전에 한다고 7월 첫째 주에 다 썼는데 , , ,올리는걸 , , ,까먹었음, , , ,
다들 나타유리 한 번만 먹자 (((츄라이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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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드디어 끝났다. 우중충한 하늘이 걷히고 밝은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무너진 잔해 속 저는 당당히 두 발을 딛고 서 있다. 제 아래 쌓인 쓰레기들이 지지대가 되어 짓밟혔다. 한 차례 지나간 먼지 폭풍이 잔뜩 생채기 난 살갗을 쓰다듬고 벌어진 상처를 메꿨다. 조심스레 쿠크리를 움켜쥔 손이 약간 떨리는 것도 같았다. 하여튼, 난 그 속에 서 있다. 달그락. 날이 빠진 쿠크리는 바닥에 떨어져도 제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 소리를 냈다. 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쿠크리가 떨어진 손바닥을 바라봤다. 검게 눌어붙은 피와 지저분한 먼지가 잔뜩 박힌 굳은살을 살포시 덮어 단순히 더러워 보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았다. 정말 끝난 걸까, 싶은 의문에 떨리는 건지. 아니면 내가 생각한 최후가 이런 게 맞는지, 그런 물음에 의한 떨림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날을 잔뜩 갈아 세웠던 게 끝났다는 사실 하나였다. 떨린 손을 떨구고 정면을 바라보자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 끝난 거다. 무너진 건물이며 잔해 사이사이 살아남은 사람끼리 서로 껴안으며 띤 미소. 누가 봐도 행복한 결말이었다. 시련을 극복한 인물들이 서로 정다운 미소를 건네며 이윽고 축제를 벌일 거다. 책에서 줄곧 읽었던 그런 시나리오 아닌가.
“가자.”
유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나타를 바라봤다. 날카로운 날붙이처럼 온 신경을 곤두세웠던 나타가 어벙한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실감이 됐다. 세하가 치료받을 순서를 기다리며 바닥에 쪼그려 앉아 게임기를 꺼내 드는 모습으로, 바이올렛이 하이드의 찬양을 받는 모습으로, 볼프강이 옅게 웃는 모습으로 우리는 끝을 알렸고 이에 맞춰 나타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동떨어진 곳에서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정리하려는 걸 어쩌다 보니 유리가 찾아버린 거였다.
“같이 살아가자.”
나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민 유리는 그렇게 말했다. 어쩌면 제 삶의 목표가 사라졌던 때를 생각해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일지도 몰랐다. 우선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기. 같이 살아가다 보면 새로운 목표가 생길 거야. 유리가 내뱉은 짧은 말에 문뜩 나타는 제가 올려다본 하늘에 수 놓인 별을 떠올렸다. 빛나는 별과 눈부시게 빛나는 유리의 미소. 나도 너에게 저런 미소를 지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