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45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10 2
이제 막 명상하면서 클로저들의 생기를 빨아들이려고 했는데 훼방꾼이 나타난 것을 보고 그것을 중단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방을 보았다. 수면 효과를 내보내는 연기를 내뿜기 전에 우선 상대방의 얼굴을 파악한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대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크으으... 인간, 내가 알고 있는 자와 많이 닮았군."
"이 기운은, 설마 네가 티어매트냐?"
세하는 건 블레이드를 무장한다. 곧바로 달려들지는 않는다. 상대는 그의 어머니도 어렵게 봉인으로 끝냈던 차원종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클로저들이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물방울 같은 곳에 갇혀서 잠들어 있는 모습, 세하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티어매트를 쓰러뜨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어머, 인간. 제법 쓸만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 그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내 양분이 될 테니까 말이야."
"양분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런 뜻이지."
티어매트의 체내에서 분홍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세하를 덮치고 있었다. 세하는 연기를 날려버리려고 건 블레이드를 휘둘렀지만 계속해서 날아오는 연기를 막을 수가 없었고, 한 손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로 있었다.
"이게 뭐야?"
"너희 인간들이 아무리 강한 힘을 겉으로 가져봤자 마음 한 구석에는 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 너희 인간은 두려움에 떨어야 되는 운명을 가졌다. 바로, 이 티어매트의 눈 앞에서 말이다."
"그런 운명이 어디있어! 우읍! 쿨럭!"
"소용없다. 인간. 그 연기를 마셨으니 너도 마찬가지로 악몽을 꾸게 될 것이다. 그리하면 내 먹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후후후후후후."
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세하의 두 눈이 감겨지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어떻게 해서든 버텨내려고 했지만 그래봐야 조금 지연될 뿐이었다. 세하의 몸에도 물방울이 생성 된 채로 공중으로 떠오르자 티어매트는 다시 자세를 잡으면서 명상을 시작하여 생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 * *
한 소년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학교로 등교하고 있었다. 교문 앞을 지키고 있던 선생님은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사하면서 맞이해주고 있었다. 소년도 선생님이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해줄 거라고 확신하면서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지만 예상외로 그는 소년에게는 무표정한 얼굴을 보이면서 빨리 들어가라고 말했다.
"선생님."
"어서 들어가라니까."
"야 괴물아! 왜 학교에 온 거야?"
"너 같은 애는 우리 엄마가 재앙덩어리랬어."
황갈색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학생들에게 시기를 당했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그 애들을 말리기는 커녕 그냥 방관만 하고 있었다. 돌멩이나 공을 던지는 아이들이 보였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기에 상처는 나지 않았지만 소년은 고개를 아래로 떨군 채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사람들은 모두 괴물이라고 부르지. 너희가 우리 군단과 싸우는 유일한 전력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해.]
허공에서 티어매트의 목소리가 소년의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소년이 교실 안으로 들어가도 그녀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아이들은 전부 그를 멀리했다.
[왜 그럴 거라고 생각해? 인간은 원래 자신들이 보호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지. 과거의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한 뒤에 그들은 자만심에 빠졌어. 너희같은 전사가 있으면 이길거라고 확신하지.]
소년의 어머니가 활동했을 시기에서 차원종과 인간의 전쟁이 있었는데 그 전쟁에서는 인간이 승리했다는 얘기였다. 세계 평화를 지키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사람들은 능력자들을 좋지 않는 시선으로 볼 뿐이었다. 평화를 지킨 건 잘한 일이었지만 오랜 평화의 시간을 지내다보면 그 일이 점점 잊혀져 가는 법이다.
[인간은 과거를 잊고, 자기 자신만의 밝은 미래만을 생각하려고 한다. 그러니 너희가 아무리 활약해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게 당연한 거야.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힘을 억누르는 짓은 오히려 너에게 비참한 행동일 뿐이야.]
소년에게 확실히 전해지고 있었다. 능력자로 활동하면서 그 애들을 구해낸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가정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편이었다. 그건 당연한 거다. 자기 자신이 살아가야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는 법이니까.
* * *
방과 후에도 매일 같이 돌멩이를 맞으면서 하교를 한다. 가방에는 '괴물' 이라고 매직으로 써진 낙서도 있었다. 아이들은 돌멩이를 던지면서 오히려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소년은 그것을 맞고도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칼을 들고 나타난 중학생 3명이 나타났다.
"오호, 이 애가 바로 그 괴물이야?"
"응. 형."
"괴물은 칼에 맞고도 살 수 있을까? 얘들아. 시험해보자."
소년은 하지말라고 말하면서 도망가지만 얼마 못 가서 그들에게 잡혔다. 강제로 지면에 누운 채로 팔 하나를 쭉 펴게 한 뒤에 중학생 하나가 칼을 들어서 그대로 내려찍으려고 했다. 칼에 찔리면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픈 건 똑같았다. 칼을 찌를 때마다 그는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중학생들은 오히려 좋아하고 있을 뿐이었다.
"형, 이 괴물도 아프다고 하는데?"
"하하하하! 상처도 별로 안 나잖아. 이거 신기한데? 계속 찔러보자! 쑥쑥 들어간다!"
칼에 찔리면 튕겨나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아픈 건 사실이었다. 출혈도 생기는 법이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피가 금방 멎어버려서 상처가 안 생긴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너희 인간의 정체다. 우리 군단은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너희는 타락한 인간에게 도구로 취급받고, 단 한 번도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법이야. 자, 선택해. 이 아이들은 전부, 죽어야 될 자들이야. 억누르지 말고 힘을 개방해.]
"싫어."
[뭐라고? 왜 싫은 거지?]
소년은 이러한 상황에서 흔들리긴 했지만 끝내 힘을 개방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섞여 있었다. 아무리 클로저 일을 해도 사람들은 좋은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그저 위험한 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당하고, 괴물취급을 받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소년은 힘을 개방하지 않고, 그대로 당하고만 있었다.
"오히려 잘 되었어요. 한 가지 배우게 되는 기분이니까요.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의 기분을."
[아니, 어떻게 된 거지? 말 도 안 돼. 그만큼 당했는데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거지?]
쨍그랑-
유리가 금이 간 것처럼 화면이 깨지면서 주변이 하얗게 물들고 있었다. 티어매트의 비명과 함께 소년의 모습은 다시 현재 나이의 클로저 이세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두 눈을 잠시 감았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웃음을 짓고 있는 세하였다. 위상력 기운을 느낀다. 두 눈을 뜨며 당황해하는 티어매트의 모습을 살펴본다. 방금 전까지 여유로운 표정을 짓던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 그 정도의 고통을 겪고도 멀쩡할 리가 없을텐데."
"멀쩡하지 않을 리가 없지. 티어매트, 당신이야말로 자만에 빠진 한심한 존재야."
"아니, 뭐라고!?"
"확실히 인간은 과거의 일을 잊고 현재와 미래의 일만 생각하면서 사는 동물이라 클로저들을 좋게 대우해주지는 않아. 그건 나도 인정하고 있어. 너희 차원종은 과거만 생각하면서 인간이 언제까지나 과거에 머무를 거라고 착각하는 한심한 녀석에 불과해."
세하는 건 블레이드에 위상력을 불어넣어서 푸른색 불꽃검을 만들어냈다. 티어매트는 어쩔 수 없이 양 손을 들어올리자 그녀의 손톱이 삼지창 길이 만큼 자라났다. 세하가 먼저 기합을 지르면서 달려들었고, 티어매트는 손톱을 하나 휘둘러서 건 블레이드를 쳐내려고 했다.
카앙!
수평으로 휘두르는 손톱과 수직으로 내려치는 건 블레이드가 충돌했다. 이어서 다른 손톱 하나가 그의 옆구리를 노리자 세하는 곧바로 높게 점프해서 피해낸 다음에 몸을 거꾸로 뒤집은 상태에서 건 블레이드를 발포모드로 설정하여 그대로 푸른 불꽃탄을 발사했다.
퍼퍼펑!
푸른색 불꽃으로 뒤덮인 티어매트의 몸, 그녀는 이런 공격이 끄떡 없을 거라고 판단했었지만 자신의 피부에 화상이 생기면서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두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저런 하등한 인간의 공격이 내게 통했다고? 인간! 네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냐!?"
이를 악문 채로 말하는 티어매트의 말에 세하는 지면에 착지를 한 뒤에 건 블레이드를 둘로 쪼개서 톤파로 만든 뒤에 답한다.
"내 이름은 이세하. 클로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