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4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09 2

봉인실 내부에서 티어매트의 괴성이 울려퍼지니 다른 통로를 지키러 갔던 클로저들도 달려왔다. 흑백의 가면은 사전에 미리 통신망을 차단하여 그들이 연락을 주고받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내부에서 큰 소리가 나게 되어서야 클로저들이 반응했던 것이다.


까드득- 까드득-


 꼭두각시 인형들이 로봇처럼 딱딱하게 몸을 풀다가 슬비에게 돌진한다. 마치 닌자가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두 발을 이용해 고속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4마리가 우선 달려들었지만 뭔가에 튕겨져 나가 떨어졌다. 뒤에서 그녀의 머리를 내리고 팔로 내려찍으려는 꼭두각시 인형도 있었지만 그 마저도 차단되었다.


"호오, 인간, 염동력을 쓰는 거냐? 제법이구나."


 이를 지켜보던 티어매트가 흐뭇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다른 클로저들도 잘 싸우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관심을 끌만한 인간은 슬비 외에는 없었다. 그녀가 클로저들보다 더 강해서가 아니다. 과거에 클로저들을 많이 상대해왔던 차원종으로서 클로저들의 여러 마음을 파고들었었다. 그 중에서 슬비같은 타입이 맘에 들었을 뿐이다.


"아주 맛있어 보이는 구나. 너의 마음에는 어둠이 보인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전환이 되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불쾌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꼭두각시에 집중해야 될 때였다. 염동력으로 튕겨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들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아까처럼 딱딱한 관절소리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비트 생성."


 조용히 속삭이듯이 말한 슬비의 주변에 엄지 손가락 크기 만 한 단검들이 그녀의 몸을 호위하듯이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가까이 오면 당장이라도 찌를 기세처럼 보였다. 꼭두각시 인형 하나가 달려들자 비트들이 자동 시스템처럼 발동되어서 꼭두각시 인형 하나를 포위한 뒤에 다뱡향으로 찌른다.


파바바바밧-


 비트가 지나갈 때마다 하얀 빛줄기가 일직선으로 그어진다. 꼭두각시 몸에는 무수한 빛줄기로 이루어졌다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조그마한 파편으로 분리되었다. 다른 꼭두각시 인형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사과 하나를 쪼개지 못할 정도의 크기로 나뉘어버리는 과학 원리를 재현한 것처럼 보였다.


"음? 인간, 염동력만 쓸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이거 재미있게 되었는걸!"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티어매트, 좋은 표정으로 감상하고 있었을 때 다른 클로저들이 꼭두각시를 전부 제거한 뒤에 티어매트에게 달려들었지만 다른 클로저들에게는 관심도 없었는지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했었다.


카카캉-


 그들이 휘두른 검이나 도끼, 창 등의 근접무기가 그녀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그래도 클로저들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이 위상력을 발현하면서 있는 힘껏 베어내고 있었지만 티어매트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하품을 길게 했다.


"약해. 너희 인간들은 너무 약해. 적어도 그 여자 정도는 되어야지. 그래도 상관없어. 너희 인간들은 내 양분으로 써도 되는 거니까. 후후훗."


 차가운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 공격을 그냥 맞고만 있었다. 너무 약한 나머지 자신이 직접 나서기에는 힘이 너무 아깝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반면에 그녀가 좋아할 만한 감정을 가진 슬비의 모습에 흥미를 더 가졌다. 한 전장에서 싸우는 고독한 인간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외로움, 증오, 이러한 인간의 감정은 내게 충분한 영양분이 되지. 아아, 인간은 정말 재미있어."


퍼퍼펑!


 그녀의 전투력을 보고 난 감상을 평가하고 있었는데 슬비가 이번에는 분홍색 레이저를 발사해서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염동력 뿐만 아니라 비트라는 무수한 단검을 소환해서 공격하고, 이어서 레일 건까지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티어매트는 한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뭔가를 떠올렸다는 듯이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말한다.


"복수능력자구나. 인간."

"그래 맞아. 나는 복수 능력자. 티어매트! 너를 이 자리에서 처단하겠다!"

"어머, 나를 처단하겠다고? 후후훗. 그 표정, 너무 맘에 들어. 나를 증오하는 그 얼굴."

"**!!"

 슬비는 진지하게 공격을 퍼붓는 한 편, 티어매트는 오히려 음흉한 미소를 보이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슬비의 비트들이 티어매트를 가르려고 했지만, 그녀의 피부에 닿자마자 오히려 그것들이 소멸되었다.


"그 정도 힘으로는 내 피부를 뚫지 못해."

"그럼 이건 어떠냐! 하앗!"


콰콰콰쾅!-

 양 손을 들어서 등 뒤로 넘겼다가 힘껏 밀듯이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분홍색 레일건들이 허공에서 생성되어 연속으로 발포하여 티어매트의 몸을 관통한다. 레일 캐논에 맞은 티어매트는 순순히 맞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뒤로 밀려나게 냅두었다. 온 몸에 힘을 빼버린 채 자연에게 몸을 맡긴 사람처럼 순순히 밀려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2m 정도 뒤로 밀려났지만 상처하나가 없었다.


"어머, 벌써 끝? 덕분에 굳어버린 내 몸이 마사지를 제대로 받은 느낌이야.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봉인이 풀려난 기념으로 너희 모두를 내 세계로 초대하도록 할게."

 티어매트의 몸에서 분홍색 연기가 또 사방에 흩뿌려졌다. 방금 전에 나왔던 구름같은 연기와는 뭔가 다르다는 건 클로저들이 알았지만 이미 연기에 휩싸인 뒤라 빠져나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 이건! 크윽."


 슬비는 팔 하나로 코와 입을 막은 채 얼굴을 찡그리지만 졸음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른 클로저들은 기침을 하면서 그대로 쓰러지고 있었고, 슬비 자신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대로 쓰러지지 말아야 될 이유가 있었다. 한쪽 무릎을 꿇었지만 온 몸에 힘을 불어넣어서 다시 일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어머, 역시 재미있는 인간이네. 원래 금방 잠들어야 정상인데 이렇게 아직까지 버티고 있을 줄은 몰랐어. 과연 재미있는 걸."

 티어매트가 그녀에게 다가와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슬비는 비트들을 움직여서 찌르기 공격을 시도했지만 아까처럼 튕겨나갈 뿐이었다.


"인간, 너의 눈은 과거에 누군가와 닮았어. 그래서 알 수 있지. 외롭지? 내가 증오스럽지? 네 본래의 감정을 나에게 다 쏟아 부어봐. 내 양분이 되게."


 티어매트의 두 손이 그녀의 양 팔을 잡고 들어올리게 했다. 연기를 제대로 마시게 하기 위해서였다. 슬비는 눈이라도 제대로 뜨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잠시 후에 슬비의 고개가 아래로 떨궈졌고, 티어매트는 그녀를 천천히 내려놓은 뒤에 천천히 명상을 하자 쓰러져 있던 클로저들의 몸 주위에 각각 하나씩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물방울만한 막이 생성되어 그들을 가둔 채 그대로 티어매트 머리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슬비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앉아서 명상을 하는 티어매트, 클로저들의 막에서 푸른색 연기가 그녀의 몸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 맛이야. 이걸로 더 강해질 수 있어. 예전의 그 힘을 가진 시절로. 나를 이렇게 만든 그 남자와 그 여자에게 복수를 할 수 있겠어. 후후후."


 조용히 명상을 하면서 이대로 힘을 기르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5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