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아와요 볼프강에 - 후편 -

참흑의연무가 2019-07-09 1



-둥실~ 둥실~


바다위를 표류하는 기분이다.
튜브매트를 빌려 그 위에 누워서 바다위에 둥실 떠다니고있다.
잘 먹고, 잘 마시고, 이렇게 태양을 내리쬐며 등과 몸에 전해지는 바다의 일렁임을 느끼며.
아아아아아~~ 무 생각도 안난다.
정말 최고야. 휴가는 역시 잘 먹고 쉬는것이지.


-촤악!


소리와 함께 내 매트가 누군가에 의해 기우뚱 해진다.
누운채로 고개를 돌려보니 엘리스가 상체만 걸쳐기댄채 내 옆에 있었다.

"볼프강 요원님. 안락해 보이시네요, 잘 즐기고 계신거 맞죠?"
"어. 아주 훌륭해. 이렇게 편한곳에 누워서 뜨거운 햇살을 쬐며, 옆에 얼음으로 차가운 아이스티를 마신다는건. 정말 좋은 일이야."
"하하. 정적으로 가만히 쉬는 휴가가 좋으신가보네요. 다들 수영하며 신나게 움직이는데 말이죠."
"난.....그래. 난 사실 물에 들어가는걸 좋아하진 않아. 솔직히 수영을 못해서기도 해."
"어머? 의외네요? 수영을 못하신다는건 몰랐는데."
"사실 뭐 수영을 할 일이 없지. 어딘가에 빠지더라도 휠 오브 포츈이 전송장치로 꺼내줄테고. 그렇다고 시간이 생겨서 수영을 배우기엔 휴식시간이 절대 부족하거든."
"듣고보니 그렇네요. 그럼 볼프 이참에 제가 수영을 가르쳐 드릴께요. 이리 오세요."
"아. 아니! 괘, 괜찮아! 어...어! 으앗!"

난 엘리스의 손에 공기 매트에서 뒤집혀 빠졌다.
엘리스가 날 받아주었지만 바다로 떨어지는 힘에 나는 엘리스에게 안긴채로 바다로 가라앉았다.
무....물이 귀랑 얼굴을 뒤덮고....순간적인 답답함까지.
난 수중속이라는 두려움에 내 앞에 보이지 않는 따듯한 물체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거기에 매달리듯 꿈쩍도 하지않고 눈을 질끈 감은채 숨을 참으며 이 상황이 바뀌기를 그저 가다렸다.
이윽고 내 등을 토닥이는 느낌에 실눈을 살짝 떳다.
풍성한 해초.....같아보이는 엘리스의 머리카락이 물속에서 아지러이 움직인다.
아차. 내가 너무 꽉 안아버린건가.
나 때문에 꼼짝할수없었던 엘리스는 살짝 떨어지고서 내 얼굴을 보며 가볍게 웃어주었다.
내가 매달리는 바람에 조금 깊이까지 가라앉은 상태였고. 엘리스가 위로 손을 가리키자 내가 누워있던 매트가 보였다.
그리고 엘리스는 날 데리고 수면위로 올라왔다.


-푸아!!


푸아학 켁켁 쿨럭쿨럭...켁켁....헤엑헤엑...
"괜찮나요 볼프강 요원님?"
"켈록. 하아... 아...니...헤엑헤엑...정말...무섭더군."
"그리도 눈도 뜨고 마지막엔 침착하게 잘 헤어치셨네요."
"내가? 그랬던가? 하아."

난 숨을 고른후에 내가 누워있던 매트를 기준으로 엘리스에게 수영을 배워갔다.
물에 뜨는 법 부터 시작했는데. 물 위에 가만히 누워서 힘을 빼라고 한다.
엘리스가 내 머리 뒤에서 몸으로 받쳐주고있어서 차가운 물의 감촉과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을 거는 엘리스의 숨과, 목 뒤로 전해지는 무언가의 감촉때문에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힘은 안빠지고 긴장이 계속되서 스스로 물에 뜨는데까지 고생좀 했다.
수영의 기초를 익히다가 좀 쉬기로 했다. 해변으로 가서 좀 쉬자고 엘리스가 말을 꺼냈고. 난 튜브매트를 챙겨서 뒤에서 발로 물장구치며 밀고갔다.
그때.


-휘리릭! 착!


어?
발에 감자기 뭔가 감겨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으와압!"

내 발윽 묶은것이 힘을 주어 날 잡고 바다속으로 끌어내렸다.
엘리스가 날 바다에 빠뜨린것보다 더 놀랐다. 게다가 엘리스는 날 받아주기라도 했지 이건 내 발을 묶고 끌고내려가고있는 기분이다.
몰속에서 빠른속도로 인해 눈도 못뜨겠고 빠져나가려해도 발이 묶여서 헤어도 불가능하다.
이윽고 끌어내림이 느려지고 눈을 떠보니 엘리스와 빠졌을때보다 더 어두운 바닷속이다. 그치만 날 놀라게 한건 내 발에 묶인게 해초가 아니라는것도 아니고 그저 바다 아래 깊은곳에서 날카롭고 붉은 안광이 4개나 보였기 때문이다.

'저게....대체....'


-한편 지상은-



"꺄아악! 볼프!!"

엘리스의 비명에 모두들 그녀를 보았고 볼프강이 있었어야 할 매트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이와 하피가 후다닥 달려왔고. 바로 바다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김유정은 엘리스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에요, 엘리스씨!"
"보. 볼프가 물속에 빠졌어요!"
"네에?! 괘. 괜찮을 거에요, 제이씨랑 하피씨가 구하러 들어갔으니."


-촤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악! 괴물이다!!!"
"꺄아아아악!"
"으아아! 사람살려!"

갑자기 해운대 여기저기서 크고작은 비명이 울려퍼졌다.
제이와 하피가 들어간 바로 직후, 갑자기 손에 창이나 꼬챙이. 작살등을 들고있는 푸르스름한 비늘로 뒤덮인 괴물들이 출현했다.

이 괴물들은 바다에서 뛰쳐올라 해변으로 착지했다.
사람들은 아비규환으로 도망치기 바빳고 놀고있던 검은양, 늑대개, 사냥터지기의 멤버가 다 모였다.

"저게...뭐에요! 차원종인가요!?"
"아마도 그런것 같다, 하지만 바닷속에서라니. 이런 일은 처음이군."

트레이너가 굳은 얼굴로 차원종들을 노려보았다.
모래사장으로 올라온 모습을 보니 하체쪽은 물고기처럼 비늘로 덮인 끝에 꼬리로된 형태고 상체는 비늘로덮인 인강형태였다.
괴기한 울음소리를 지르며 공격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 전투 인원들을 대피시키고 모두 차원종을 막아라!"

트레이너가 양손에 위상력을 뿜으며 차원종에 맞서 돌격했다.

"무기! 무기가 없어!"
"세하야! 너랑 나는 일단 유정언니랑 엘리스 언니를 피신시키자!"

세하와 유리는 엘리스와 김유정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고 근처에 남아있는 일반인들도 엄호하며 해변에서 빠져나갔다.

"티나? 레비아와 함께 사람들의 피신을 부탁드리고 최대한 숙소로 가서 우리 무기들을 수송해줬으면 합니다."
"난, 운전할줄, 모른다."
"...... 그럼 유정씨나 엘리스에게 도움을 구해주세요."
"알겠다."

티나는 레비아와 자리를 떠났다.

"하이드! 트레이너씨를 엄호해주세요!"
"네! 아가씨."

차원종들속에서 둘러쌓인채 싸우는 트레이너의 등뒤로 가서 그와 함께 난투를 벌였다.

"그럼... 이걸로라도 싸워볼수있겠는데?"

바이올렛은 해변에 꼿혀있는 파라솔하나를 쑥 빼서 펼쳐진 부분을 접고 끈으로 묶었다.

"이스틸! 이걸 써보세요! 적당할 거에요!"

바이올렛은 미스틸에게 파라솔을 던져주었다.

"웃챠!. 손잡이도 없긴 하지만! 길이는 괜찮아요!"

바이올렛도 하나 더 뽑아서 대검처럼 잡고 자세를 잡았다.

"무게도 예리함도 부족하지만. 일단은 없는것보단 나으니까!"

둘은 파라솔을 무기삼아 차원종을 공격했고. 파라솔이 부숴질때마다 새로 뽑아 다시 공격했다.
그리고 이슬비는 다른 피서객들이 가져온 물품들과 그안에서 찾은 과일칼 두자루를 손에 쥐고 피서객들이 떻어뜨리고 간 물건들을 날려대며 차원종들을 공격하였다.
수적으론 열세했지만 차원종들의 스펙이 낮은 위상변곡율에서 볼수있을법한 수준의 차원종들이라 크게 문제없이 처리가 되긴 했다.
그리고 물속에 들어갔던 제이와 하피가 물밖으로 튀어올라 팀원들이 있는쪽으로 착지했다.


"허억...허억... 볼프는 안보였어...쿨럭..."
"하아...하아...그리고 문제가 생겼네요."

트레이너는 차원종 하나의 머리를 으깨버리며 말했다.

"이보다. 더.! 큰! 일이 생겼다는 거냐?"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속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몇개 솟아올랐다. 
바닷물들이 다시 아래로 내려가자 거대한 해룡같은 차원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해룡입에서 물대포가 발사되어 트레이너들을 덮쳐왔다.
물대포가 훑고 간 자리에 트레이너가 한 팔로 얼굴을 가리고 무릎을 꿇은채로 있었다.
다행히 외상은 없었지만 그 물대포를 맞는 동안엔 꼼짝할수없이 방어를 해야만 했다.
수압때문에 꼼짝할수가 없군. 보아하니  아직 이쪽 차원압력에 적응을 못해서 약해보이는데. 이런 물대포를 제대로 맞았다간 흔적도없이 찢겨나갈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저녀석이 차원압력에 적응하기전에 쓰러뜨려야 한단거군?"

이슬비가 옆으로 다가와 전술을 제안했다.

"제가 위성 낙하로 날려버릴께요!."

하지만 트레이너는 이슬비를 만류했다.

"안되. 여긴 민간인들이 너무 많아. 폭발은 차처하더라도 우주에있는 방사능을 끌고 내려오기 때문에 곤란해,
차라리 지하철 직격을 녀석의 입안으로 넣도록 하자."
"하. 하지만 어떻게 저녀석의 입안에...."
"그건 우리가 하도록 한다. 이슬비요원은 준비해두도록."
"하아....위험한 일을 또 하게 되는구만."

하피는 해룔의 머리위까지 날아올라서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바이올렛! 미스틸테인!, 우리가 해룡의 몸에 올라갈수있게 파라솔로 발판몇개 밖아주게!."
"맡겨주세요!."

바이올렛은 자신이 쓰던 파라솔을 미스틸테인 옆에 박아두고는 다른 파라솔을 뽑아 묶고 미스틸이 쓸수있게 땅에 박아넣기를 반복했다.
미스틸테인은 투창자세를 잡고 앞으로 빠르게 발돋움하여 파라솔을 집어 던졌다.
뭉툭한 파라솔 끝이 단단한 차원종, 그것도 대형급 차원종의 몸에 3분의1 가량 박혀들어갔다.
그렇게 몇개의 파라솔이 해룡의 목근처에 박혀나갔고. 트레이너, 하이드, 제이가 파라솔을 발판삼아 해룡의 얼굴까지 뛰어 올라갔고, 하이드와 트레이너는 해룡의 윗턱 좌우를. 제이는 아래턱 우측을 붙잡고 힘을썻다.

제이가 이를 악물고 하피를 불렀다.

"하피! 그만 날고. 이쪽좀 도와.....주엇!"
"벤투스 임팩트!"

하피는 공중에서 그대로 해룡에게 내리꽂히들 충돌했고. 고통에 입을 연 해룡의 왼쪽 아래로 매달렸다.

"자! 이슬비씨! 지금이에요!"

하피의 신호에 슬비는 캐스팅을 마친 지허철을 해룡의 임에 맞춰 소환했다.

"지하철! 직격!!"
"모두들 산개!!!"

트레이너의 신호에 모두 그 자리에서 벗어났고 자신의 입에 가해지던 힘이 사라져 다시 입을 닫으려고 하는 해룡에게
지하철 한량이 해룡의 이빨을 깨부수고 목을 뚫어버리고 몸안으로 밀려들어갔다.
해룡은 소리도 못지른채로 기다란 몸통의 중간쯔음이 밀려들어온 지하철에의해 찢어져서 지하철 일부가 보였다.
해룡은 그대로 맥없이 쿵소리를 내며 몸을 떨궜다.

"하아...후우~ 죽은건가?"

제이가 숨을 고르며 죽은 해룡을 보며  말했다.

"제이아저씨~ 요즘 그 대사는 죽음을 부르는 클리셰라구요~ 근데 저 차원종이 저런 상태라면.... 일어날수는 없겠죠."
"하핫. 이 형님이 그런 클리셰정도로 죽기야 할것같아?"

제이의 시원한 웃음소리.


- 쿠르르릉 푸화하하학 촤아아아아악!! 키야아아아아!!


가...끝나자 마자. 바닷가에서 방금 죽인 해룡과 같은 차원종이 세마리가 더 솟아올랐다.

"우리 앞으로 제이씨가 한 대사는 금지하겠습니다."

바이올렛이 눈을 가늘게 뜨며 제이를 째려보았다.

"온다! 전부 몸을보호해!"

트레이너의 외침이 끝나자 해룡들 세마리가 일제히 물대포를 모아 발사했다.
아무리 가벼운 물대포라도 세마리가 모아서 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레이너도 이번엔 각오를 다졌는지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감았다.

"아이기스! 최대출력!"

트레이너앞에 갑자기 착지한 루나가 손에 아이기스를 들고 거기에 위상력을 쏟아부어 어마어마하게 큰 방어막을 형성했다.
해룡 셋이 쏜 물대포는 타이밍 좋게 방어막에 부딫혔고 루나는 이를 악물며 밀리지 않았다.

"소마! 지금이야!"

루나는 물대포를 막으며 소마를 불렀고. 뛰어 날아오른 소마는 맨 앞의 해룡에게 직격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소마의 공격에 선두였던 해룡은 뒤따라오던 해룡쪽으로 밀렸고 소마는 다시 루나의 옆에 착지했다.

"여러부운! 이 소마가 왔으니! 걱정마세요오~!"

소마가 톤파를 빙빙돌리며 활기차게 웃음지었다.


-투투투투투투투

위에서 헬기소리가 들려왔고 스피커에서 무기를 가지러갔던 레비아의 목소리가 올렸다.

"여러부우우운!!! 무기를 가지고 왔어요오오오!!!!"

이세하, 서유리, 레비아, 티나가 헬기에서 사이킥 무브로 커다란 트렁크를 잡고 해변에 착지했다.
트렁크에서 바이올렛의 대검와 미스틸테인의 창을 꺼내고. 모두들의 무기가 주인의 손에 쥐어졌다.

"이제 좀 제대로 싸우겠군요.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서 찝찝하긴 하지만. 할수없죠."

비키니를 입은 하피가 요염하게 앉아서 자신의 부츠를 신고있었다.

-볼프강은....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끌려내려오며 거대한 안광을 보게된 볼프강.
자신의 발을 묶은 것이 저 거대한 녀석의 촉수라는것을 알게되었다.
점점...숨이....의식이....흐릿해진다. 아....뭔놈의 휴가가.... 이렇게 **맞냐.... 이럴줄 알았으면 바다로 오는게 아니라, 독일에서 맺주축제할때 거기나 갈껄.


-....!!


응?


-....프!


뭔소리지.


-볼프강!


어디서 들어본듯한 목소리인데.

"정신 차려요 볼프강."

어...이 목소리... 이 말투....

"슈....브?"

눈을 확 떳다.

"볼프강, 정신이 드나요?"
"어.....어?.... 슈브....맞지?"

흰색 반짝이는 머릿결에 잿빛피부. 그리고 오묘한 눈동자가 날 처다보고있었다.
근데...이렇게 보이는 구도에....이 감촉이면.....
난 헐레벌떡 슈브의 무릎베게에서 일어났다.

"여어! 이제 일어난건가?"
"헷. 눈을 뜨긴 했군요. 그래도 형님과 내가 선택한 녀석인데. 당연하겠죠."

뭐야....저 우중충하게 생긴녀석들은.

"....."
"볼프강?, 괜찮나요?"
"아직 정신이 없나보군."
"어서 정신좀 차려봐. 우린 여기서 어가 깰때까지 기다렸다구."

슈브는 그렇다 치고 저 처음보는 듯. 익숙한 듯. 그런 괴상한 것들이 왜 날?

"너흰....누구지?"
"푸하하! 형님 이놈보세요 아직 잠이 덜깬 모양입니다."

옷은 헐벗었지만 날렵해보이고 탄탄해보이는 근육을 드러낸 괴물이 옆에 자신보다 몇배 크고 온몸을 고급진 풀 플레이트로 두르고 망토를 맨 괴물에게 말했다.
큰 괴물은 형님이라 부르는 동생의 말을 듣고 내심 진지하게 내개 말했다.

"설마. 볼프 자네. 우릴 못알아보는건가?"
"내가 알게뭐야. 난 사람이라고 괴물들하곤 안면이 없어."
"하지만 슈브양은 바로 알아봤잖은가?"
"그건 슈브는 본적이 있으니까지."
"흠. 하긴 우리가 살아생전의 모습은 본적이 없었겠군. 그치만 자네가 싸울때 우릴 봤을텐데. 그것도 많이."
"싸울때?"

무슨소리지. 난 싸울때 혼자였는데. 근데...봤다는건....서.설마!

"너희! 설마 책속의 사념?!"
"크으~ 머리좋은거 보소. 상황파악을 잘 하는구만."
"그 모습이라면...엘리고스? 그렇다면 네가."
"그래, 난 벨리알이다."

어이가없다.
말이 되나? 내가 항상 책속에서 저들의 힘을 꺼내 쓰고있었다. 형상이지만 모습도 보긴했다.
그치만 그들의 모습을 굳이 각인하진 않았다. 굳이 그럴필요도 없었으니까.
난 슈브를 돌아보았다.

"슈브. 이거....진짜야?"
"볼프강. 기억하나요? 전 죽음을 맞이했어요. 그리고 전 카이거와 의논끝에 당신을 돕기로했죠. 그래서 당신 책속으로 사념으로 들어갔구요. 그리고 그것이 지금 그대의 눈앞에 이렇게 존재하고있답니다."

잠깐만...책속이라고?

"책속? 여기가 그럼 그 빌어먹을 책속이란 말이야?"
"허허. 맞다네. 일단 자네도 슈브양도 이쪽으로 와서 앉지. 이야기를 나누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기엔 지금의 모양새는 불편하지."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벨리알과 엘리고스를 따라갔다. 슈브는 내 옆에서 사뿐히 같이 걸어주었다.
걸음을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둡고 검어보이지만 보일건 다 보이고. 밝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스산하거나 괴기스럽지도 않다.
디테일하게 설명하자면. 숲이라고 보이는 나무는 검은 나무기둥에 잎파리가 검붉은 색으로 일렁거린다. 하늘은 까맣고 하얀 달이 마치 낯처럼 비추어서 어두운 분위기지만 캄캄하지않다.
라고 설명하면 맞을거다.
얼마나 걸었을까.
숲을 나오고서 왠 커다란 성이 보인다.

"저 성은...."
"음. 저 성은 자네가 머물던 사냥터지기의 본부와 같은 모양이라네. 나와 엘리고스가 슈브양이 머물곳을 만든 곳이지."

우리는 성 앞에 테이블에 앉았다. 의자도 꽤나 편하네. 센스가 좋은걸.

"왜 저 성으로 안가는거지?"
"크큭. 이봐 볼프, 저긴 자네가 갈 곳은 아니야, 하물며 자네의 입장에서 보건데, 저렇게 검게 일렁거리고있는 성에 발을 들여놓고 싶겠나?"
"배려 고맙군."

슈브는 자리에 앉은 나와 엘리고스, 벨리알에게 돌아가며 술을 따라주었고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르고 자리에 앉았다.

"이거 마셔도 되는거야?"
"네, 안전하다는건 제가 보장할께요."

슈브가 보장한다니 믿어야지 당연히.
다들 잔에든 술을 입에 대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보게 금빛의 사서여, 휴가는 잘 보내고있나?."
"그냥 볼프라고 불러,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은 끔찍했다구."
"푸하하! 거봐라! 진작에 수영좀 배워두고 그러지 그랬어! 크큭."

엘리고스 저**가....

"뭐 그래도 오랜만에 좋은 휴가를 즐겼어. 다만 이제 책으로 너희들의 힘을 못쓴다.....아 맞다. 너희 왜 반응을 안하는거야?"
"볼프강,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일단은 서로의 근황부터 알아보죠."
"아닐세 슈브양. 어차피 말이 나왔으니 이야기를 해보자고."

벨리알은 고급진 의자에 다리를 뻗고 앉은채 여유로이 한쪽팔을 턱에 괴고 날 바라보았다.

"그래 볼프. 자네의 질문은 왜 책이 반응하지 않았느냐이지? 답은 간단해, 우리가 더이상 자네와 함께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일세."

엘리고스도 묵묵히 날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서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건 슈브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지?"
"그건 볼프, 네가 늘 원했기 때문이야."

엘리고스는 자신의 잔을 한모금 마시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넌 항상 책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했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능력. 차원종의 사념을 거두어들일수 있는 힘. 때문에 넌 항상 쉬지도 못하고 이곳저곳에 끌려다녀야했지."
"그래. 맞는 말이야."

늘 내가 입에 담고살던 말들. 생각했던 것들이었다.

"때문에 우린 자네의 안녕을 바라기에 이제 자네가 자유로워질수 있게 해방한거라네."
"왜? 이제와서?"
"내가 처음 이 책에 들어오고서부터 얼마나 되었다고 생각하나? 난 정말이지 억겁의 시간동안 정말 수많은 사서들과 함께했고 그들과 헤어졌지. 처음 나를 이 책에 넣은 존재에게 많은 증오를 품었지만. 난 그에게 종복된 입장이었고 그가 살아있는 생전동안 난 이 책에 적응했다네."

눈물겹구만....

"그로부터 또 많은 세월이 흐르고 엘리고스가 들어왔다네. 그는 내가 처음 여기왔을때처럼 날뛰고 거스르려했지. 그리고 나와 이 안에서 자웅의 겨루었고 내가 이겼네. 그리고 지금의 형제처럼 지내고있지."
"그리고서 내 손에 들어온거로구만?"
"그래. 우리가 이 책에 담긴시점부터 책을 사용할수있는 사람이 극히 적었지. 그래도 적합한 인물은 계속 나타났고 우린 그럭저럭 지루하지 않게 지내왔어."

이 책속이 꽤 맘에 들었나보네.

"그리고 제가 최근에 이곳에 들어왔어요. 두분은 절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제가 불편하지않고 지낼수있게 배려해주시기까지 했죠."

난 엘리고스와 벨리알에게 감사했다.

"슈브를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 내가 살아생전에 본 사념이고, 그걸 떠나 슈브는 책밖에서 너무 고통받고 살아왔어. 그녀가 죽음을 맞이할때도 난 아무것도 해줄수없었는데. 그나마 이 안에서 잘 지낸다니 정말 다행이야."

벨리알과 엘리고스는 씨익 웃으며 목례했다.

"음. 근데 볼프, 지금 자네는 편안하고 만족스럽나?"
"어떤것이?"
"책이 없는 지금의 자네 말일세."

아... 이 이야길 들으니 입맛이 텁텁하다. 
난 잔에든 술을 크게 한모금 마셨다.

"푸후~... 글쎄... 확실히 편하긴 하더군. 책이 없으니 사념체를 쫒을수 없고. 그러니 내 일에서 해방되었다고 봐야지. 덕분에 많은게 바뀔것 같아. 아직 위상력은 남아있으니 다른 평범한 클로저로서 활동할수도 있겠고. 일하다 힘들면 휴가도 갈수 있겠지."

이 말을 들은 슈브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어....그리고....."

뭔가....더 말할게 있었는데.....할말이 있었는데....

"훗. 그래 볼프. 자네가 편하다니 다행이군. 우리가 자넬 놓아준게 틀린 행동은 아니었구만."

그래...그렇지... 맞는 말이긴 한데.... 마음 한켠에 뭐라 설명못할 응어리가 있었다.

"그래. 자네처럼 우릴 잘 다룰 존재도 없었지만 우린 다음 주인을 기다리는걸 받아들일수 있겠군. 어떤가 슈브양. 이제 자네도 납득하지 않겠나?"
"네. 물론 제가 그를 편하게 놓아주자고 말씀드리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떨어져있고 나니..... 사실 좀 마음이 무거워서요."
"그래, 엘리고스나 나나 우릴 이곳에 잡아둔 첫 사서들때는 그들이 우리곁을 떠날때 마음이 그랬었다네. 물론 그건 지금과 달리 사서가 운명을 달리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선택을 내린걸세."

엘리고스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쾅!.

난 책상을 내리쳤다.
모두들 날 바라보고있다는 시선이 느껴진다.
내려친 주먹이 부르르 떨려오고. 그러지 않기위해 더욱 쎄게 쥐어**만 더욱 떨린다.

"나....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악물고 있는 이빨을 떼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난.
마음을 굳혔다.

"아! 그래 **! 그래 맞아 지금 이렇게 받은 휴가는 너무 즐거워. 솔직히 몇년만에 온 휴가인데 재미없으면 말이 안되지!. 그리고 그 빌어먹을 책! 맨날 자는데 음산한 기운이나 뿜어대고 자다가 맨날 악몽이나 꾸게하고. 게다가 사념을 봉인하는 특수한 능력때문에 휴가는 커녕 쉬는날도없이 일해야하지. 그래서 그것에서 해방된 지금, 난! 너무! 좋다!."

벨리알은 그런 날 보며 씁쓸히 웃었다.

"근데! 근데..... ** 이걸 빼버리니 난 도대체 뭐지?. 그저 평범한 클로저가 되는것도 못할정도로 내 존재가 이렇게 허접했나? 도대체가 이 가슴속에서 응어리져서 뭔가 걸리는듯한 이 느낌이 뭐냐구. 난 다짐하고 반응도 안하는 책따위 진작에 버렸어. 잘됬다 싶었지. 고민도했지만.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새로 시작하면 돼! 근데..... 왜...개운치가 않냐고. **!"

슈브는 날 말없이 다독여 주었다.

"볼프강...미안해요. 그치만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우린 볼프강의 말에 따를께요."

처음 이 책을 본에 만졌던 날이 기억난다. 내 선배는 그로인해 죽었고. 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치만 그 책임을 책에 떠넘겨 버릴수 있었다. 어쩔수 없다고. 책 때문이라고..... 난 그렇게 뻔뻔해질수 있었다.

"그래... 볼프, 자네에겐 잘못이 없지. 하지만 자네가 죄책감을 가지는 것도 이해는가네. 물론 차원종으로서 자네의 상황을 전부 납득할수는 없지만. 자네가 고통받는다는걸 옆에서 지켜본 것으로 고통만은 이해를 하네."
"그래. 형님 말씀때로야. 무었이 되었든 나또한 네놈을 이해한다."

하....이것들이.... 그래.... 녀석들 말이 맞지.

"그래 좋아. 나와 같이 하자."

모두들 말없이 날 바라보았다. 놀라지도 어떠한 감정도 없이.

"사고는 사고. 그리고 선배의 죽음도 내 책임이야. 나로인해 폭주한 책이고. 사고지만 난 선배에게 죄를 지은거야. 그리고 막상 이 책의 힘이 없으니 너무 난감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모르겠고. 아, 물론 그렇다고 전적으로 너희가 좋다는건 아니야."

다들 웃는다.
벨리알과 엘리고스는 피식 비웃고. 슈브는 미소짓는게 엄연히 다르지만 말이다.

"후우..... 나, 볼프강 슈나이더는 너희의 힘이 필요해, 부탁할께. 다시 나와 함께해줘."

난 당당하고 떳떳하게 주장했다. 머리를 숙여 애원하지 않겠다. 난 너희를. 이 책을 이끌어 가야 하니까.

"잔을 들지."

벨리알이 술잔을 들고 엘리고스와 슈브가 잔을 들었다.
나도 침착히 잔을 들었다.

"이 책의 폭주로 죽은 볼프의 선배를 애도한다."
"그리고 볼프 네녀석과 함꼐 하게된걸 환영한다."
"볼프강의 미래에 큰 힘이 되기를 원합니다."
"훗...빌어먹을 놈들."

우린 잔을 부딫혔다.

그리고 부딫힌 잔 가운데서 눈부실 빛이 뿜어져 내 의식의 모든걸 금빛으로 덮었다.
 이윽고 차츰 캄캄해지고 전신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움직이기 거북하다. 
숨도 쉬기 힘들다.

'벨리알. 빙의-오버드라이브'

내 의식과 벨리알이 뒤섞이는걸 느끼고 눈을 떳다.

검붉은 안광의 볼프강 슈나이더는 온 몸이 검게 물들었다.



-해운대 해변,


"하아...**. 말도 안되. 산넘고 산넘어 산이라니."
"여긴 바다다. 이세하."
"재미 없거든요."

모두들 지쳐있었다.
7~8마리쯤 되어보이는 해룡이 배를 까 뒤집고 죽어있었지만. 그 뒤로 보이는 거대한 해룡하나가 이들은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저런게 어떻게 이리로 넘어올수 있는거지? 저런게 차원종측의 차원에 존재한다면 그쪽 차원도 엉망일것 같은데...."
"** 그딴건 나중에 토론해!. 지금 온다고!"

나타는 무기를 움켜잡고 짜증섞인 말투로 소리쳤다.
붉은 눈이 4개가 번쩍이는 저 해룡은 지금까지 잡은 것들이 저 해룡의 **가 아니었을까 의심될 정도로 웅장했다.
그리고 대왕해룡의 거대한 머리가 콜로저들을 향해 내리 꽂혔다.


-촤아아악! 팍!!


바닷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검은 팔이 뻗어 나와서는 내리꽃히는 대왕 해룡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목덜미가 잡히 대왕해룡은 놀랬는지 몸부림치며 포효했지만 검은 팔은 꿈쩍도 안한다.


"저게...대체 뭐야!"

다들 어안이 벙벙해지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검은 팔은 대왕해룡을 다시 바다 속으로 처박듯 당겨버렸다.

그리고 그 여파로 큰 파도가 해운대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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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몸이 간지러. 뭔가 말랑한게 내 몸을 여기저기 훑고 다니듯한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멍하다.

"아! 보.볼프!!! 정신 들어요!"

햇빛의 역광에 눈이 부시다.

"신음하는걸 보니 멀쩡한가보네."
"구우럼요! 소마의 침이면 상처같은건 순식간에 낫는다구요!"
"그래도 소마양. 그렇게 직접적으로 핥는모습을 본다면 다분히 오해한다고. 우리야 아니까 괜찮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많은 
오해를 하게 되."
"헷! 그치만 그래야만 효과가 있는걸요~"
"여긴...."

목소리가 다 갈라지는군.

"해변이에요 볼프. 정신이 들어서 다행이에요. 바닷속에 클로저가 오래버틸수있는 시간이 일반인보다 긴건 알지만. 그래도 볼프는 그 시간을 너무 많이 넘어버렸다구요."

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머리가 띵한것이 어질하다. 엘리스가 잡아주고 있었기에 다시 뒤로 나자빠지진 않았다.

"그 큰 괴물은 어떻게...."
"아, 자네도 봤어? 뭐 어떻게 처리가 된것같아. 흐름상 자네가 한것 같지만말야. 자세한건 알수없지."

제이 할배는 내 옆에 앉아서 이야기 해주었다.
바닷속에 생긴 차원문을 닫기위해서 티나와 쇼그가 잠수했다고 한다.
둘다 위상력을 쓸수있고. 오래 잠수해도 문제없는 안드로이드다 보니 바닷속 차원문을 닫는데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벌처스에서 해안에 널부러진 차원종의 잔해를 수거하고 청소 정화하는데 힘쓰고 있었다.
아마 내년엔 다시 개장할수있게 될거라고 바이올렛이 이야기했다.

"음. 볼프강 요원. 자네 그 책. 얼마전 광안대교에서 내다버리지 않았던가?"

트레이너는 내 책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불가사리가 붙어있는 내 무기. 내 책이 있었다.





-끝-






2024-10-24 23:23:4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