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하피와 클로저들의 부산, 해운대 휴가
빛피좋아 2019-07-09 2
하피는 부산 해변가에 썬베드를 펼치고 누워있었다. 바는는 더위를 피해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서 북적거렸다. 때문에, 하피도 기껏 시간을 내서 찾아온 휴가였음에도 바다에는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누워만 있는 것이었다. 맨살이 훤히 드러나는 아찔한 수영복을 입은 채였기 때문에, 지나가던 남성들은 그녀를 흘긋흘긋 쳐다보았다.
‘휴우... 휴가라니... 저에게는 어울리지도 않네요...’
하피는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휴가라고요?”
하피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요.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하면서 수고하셨으니, 부산에서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하기 전에 세 개 클로저 팀 분들께 짧은 휴가를 드리려고 해요.”
김유정 임시지부장이 답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휴가를 가도 될지...”
“김유정 임시지부장과 내가 상의한 내용이다. 어차피 당장은 총장의 행방을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니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후훗... 트레이너 씨. 당신이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네요?”
“긴장을 늦춰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항상 만반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그래요. 역시 그렇게 말해야 트레이너 씨답죠?”
하피는 싱긋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팀원들 역시 휴가 사실을 전달받았다.
이세하는 방에서 게임이나 할 수 있겠다며 좋아했지만, 곧 같이 바다로 가자며 좋아하는 미스틸테인과 서유리에게 두 팔이 질질 끌려서 나갔다.
이슬비와 제이는 이를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따라 나섰다.
볼프강은 꿈에도 그리던 해외에서의 휴가를 얻게 되었다면서 기뻐서 펄쩍 뛰고 있었다.
세트는 파이에게 휴가를 가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있었다.
파이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루나는 기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결국 소마와 함께 어디에 갈지에 대해 열성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늑대개 팀은...
하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타를 보았다.
“뭐? 휴가? 지금 당장 그놈들을 찾아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판에 뭐라고?”
“진정하세요 나타 대원... 저희도 알아보는 중...”
“흥! 너희 때문에 호프만을 놓쳤는데 뭘 믿으란거야?”
“말을 조심해라 나타.”
그리고 다른 늑대개 팀원들도 하피처럼 나타와 김유정, 트레이너가 말다툼 하는 것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저... 저기 나타님... 제가 죄송해요... 그러니까...”
“넌 그놈의 죄송하다는 말 좀 입에서 떼고 다니라고! 짜증나니까.”
“레비아 씨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나타 씨.”
바이올렛이 껴들었다.
“그럼 어떡할 건데. 여기서 한 판 붙어보기라도 할까? 오랜만에 잘됐네.”
“뭐라고요? 그런 무례한...”
“그만둬라 나타. 여긴 민간구역이다. 싸운다면 둘 다 제압하겠다.”
티나가 평소처럼 냉정하게 말했다. 트레이너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하피는 나타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 나타. 잠시만요.”
“넌 또 뭐야, 도둑여자? 너도 붙어보겠다는 거야? 이놈 다음에 상대해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
“나타, 지금 화나고 답답한 것은 이해해요.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싸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우리가 밉더라도, 당장은 당신의 원수를 갚고 싶다면 협력해야 하잖아요? 당신 혼자서 총장과 호프만을 잡을 수는 없어요.”
“뭐라고? 감히...”
“저도, 다른 늑대개 팀원들도, 누구도 혼자서 할 수는 없는 일이죠. 나타도 영리하니까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아직도 저희랑 함께 하고 있는 거죠?”
“...”
“고민이 많아 보여요 나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에요.”
“...쳇”
나타는 등을 돌려서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피는 쓴웃음을 지었다.
“...좋다. 너희들도 오늘 하루는 쉬도록 해라. 나와 김유정 임시지부장은 정보를 캐내겠다. 연락을 취할 방법을 유지하는 것은 잊지 말도록.”
트레이너의 말로, 늑대개 팀원들 역시 흩어져서 휴가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껏 찾아온 해운대였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휴가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게다가, 휴가를 가기 전에 팀원들끼리 싸웠던 일 역시 하피의 마음을 편치 못하게 했다.
‘늑대개 아이들은, 나타는 잘 쉬고 있으려나요...’
생각을 하며 누워있던 자세를 고쳐 뒤집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선배님?”
하피가 고개를 돌려서 보자, 거기에는 분홍색 머리에 자그마한 체구의 귀여운 소녀가 서있었다. 하피는 싱긋 웃었다.
“어머, 이슬비 양도 여기에 온 건가요? 반가워요. 다른 검은양 팀원 분들과 같이 온거겠죠?”
“네, 맞아요. 바다 쪽에 있다가 잠시 쉬러 왔어요. 그런데...”
이슬비는 말을 꺼내기가 껄끄럽다는 듯이 말을 뜸들였다.
“...아까 늑대개 분들이 다투는 걸 봤어요. 혹시 여기엔 하피 씨 혼자 있는 건가요?”
하피는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요, 후배님. 각자 혼자 생각할 부분이 많아 보여서요...”
“제가 기분 나쁘게 해드렸다면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아까 나타가 화를 내는걸 봐서...”
“괜찮아요, 후배님. 하지만, 저는 나타를 믿고 있어요. 물론 그 아이에게 복수가 매우 중요하겠지만, 그의 삶 자체보다 중요하진 않은걸요. 나타는 화를 잘 내도 영리한 아이니까,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겠지만...”
“아니오, 선배님은 그럴 자격이 있으세요.”
이슬비가 단호하게 말했다.
“후후... 고마워요, 후배님. 그런데...”
“정말 과감한 수영복이시네요?”
이슬비를 훑어보던 하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슬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앗... 이건 그게 제가 고른게 아니고... 어떻게 된 거냐면...”
“아하하하, 장난이에요 후배님. 그런데 바다에는 들어가지 못한 건가요? 몸이 젖질 않았군요?”
“네, 보시다시피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그래도 유리랑 테인이는 들어가서 놀겠다고 했는데, 저는 조금 부담되더라고요.”
“이해해요, 저도 그래서 안 들어가고 여기에 있었던 걸요. 기껏 바다까지 와서 들어가**도 못하고 아쉽진 않으신가요?”
“네, 사실 부산은 처음 와봤는데 아쉽네요.”
“그래요? 그렇다면...”
하피는 썬베드에서 일어나서 짐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슬비의 손을 잡았다.
“한 번 해보죠. 수영”
잠시 뒤, 이 둘은 해운대에서 한참 떨어진 바다에 도착했다. 북적거리던 해운대와는 달리, 아무도 없이 한산한 곳이었다.
“어... 잠시만요 선배님. 여긴 어디죠?”
이슬비가 바위와 절벽이 가득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보단...”
하피가 가져온 짐을 풀어놓고 수영복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 여기서는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여기는 아무도 없는데, 함부로 바다에 들어가도 되는 건가요? 정해진 구역 밖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금지되었다고요.”
“후후, 위상능력자가 익사할 위험이 있다고 말하시는 건가요? 재밌는 농담이군요?”
“... 아무튼 규정 위반이니까... 꺄악! 뭐하시는 거에요!”
하피가 이슬비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렇다면 공범이 되어주어야겠군요?”
그리고는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 하피 씨!”
이슬비가 물에 잔뜩 젖은 채로 하피를 노려보았다.
“죄송해요, 후배님.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즐겨보는 건 어떤가요? 수영은 할 줄 아시죠? 아카데미에서 배웠을 테니까”
하피가 능청스럽게 말하며 수영 자세를 잡았다.
“...이번 한 번 뿐이에요?”
이슬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억지로 끌려온 것이었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니 시원하고 좋기도 했다.
“오랜만에 얻어낸 휴가인데,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보내면 아쉽잖아요?”
하피가 말했다. 자신을 배려해준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슬비도 더 이상 하피한테 잔소리 하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둘은 한동안 한산한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겼다.
얼마 뒤, 이슬비와 하피가 두고온 짐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의 벨소리였던 것 같다.
이슬비는 급하게 전화를 받기 위해 달려갔고, 하피 역시 뒤를 따라갔다.
“슬비야, 지금 어디니? 다른 검은양 팀원들하고 같이 있지 않은거니?”
“지금 하피 씨... 선배님이랑 같이 잠시 다른 곳에 와있어요. 찾으신 이유가 있나요?”
“응. 지금 부산에 차원종이 출현했어, 지금 출동해야할 것 같아. 다른 검은양 팀과 합류해주렴.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도 못하겠구나... 미안해.”
“아니에요, 유정 언니. 클로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 바로 준비할게요.”
하피 역시 트레이너와 통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지금 바로 출발하죠. 위치를 알려주세요. 다른 팀원들과는 연락이 됐나요?”
“지금 연락할 예정이다. 하지만 나타는...”
“나타도 아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아마 올 거예요. 표현하는 데에는 서투르니까요. 트레이너 씨를 닮아서.”
“쓸데없는 말은 하지마라. 지정된 좌표로 즉시 이동하도록.”
하피와 이슬비는 연락을 받고 즉시 차원종이 출현했다는 지점으로 이동했다.
“저기 검은양 팀이 보이네요. 저도 합류할게요. 그리고...”
이슬비가 얼굴을 붉혔다.
“...아까는 그래도 재밌게 보냈던 것 같아요 선배님. 고마워요.”
하피는 활짝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쁘네요, 후배님. 그럼 다음에도 짜릿하고 좋은 곳을...”
“다음에는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곳으로 알아봐 주시겠어요?”
“아하하, 노력해 볼게요. 그럼 저도 이만.”
둘은 손을 흔들며 각자의 팀으로 합류했다.
“... 나타는 아직 오지 않은 건가요?”
“그렇다.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티나가 답했다.
“하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그럼 저희끼리라도 출발해 볼까요?”
“그래요. 오랜만에 한국 땅에서 싸우게 되겠군요.”
바이올렛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나타님은...”
“나타를 기다린다면 민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우선 출동하도록.”
트레이너의 지시와 함께 나타를 제외한 늑대개 팀은 차원종들과의 전투에 나섰다.
“... 이거 이상한데요?”
한창 전투를 하던 하피가 말했다.
“단순한 잡졸 수준이 아니에요. 수준급 개체들이 꽤 많이 있는데요? 원래 부산에 이런 차원종들이 자주 나타나는 건가요, 아니면...”
“총장의 수작일수도 있겠지.”
티나가 답했다.
“역시 그렇죠? 다들 조심하세요. 다른 팀들도 걱정되는데요.”
그러면서 하피는 이슬비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알아서 잘 하겠지. 어른스러운 아이니까. 나도 어른으로서 역할을 해내야 할 텐데...’
하피는 다시 차원종과의 싸움에 집중했다.
“크윽”
하피는 차원종의 공격을 맞고 나가 떨어졌다.
“하피 님!” “하피!” “하피 씨!”
“... 괜찮아요.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어요.”
하피가 몸을 털며 일어났다.
“하지만, 확실히 보통은 아닌걸요? 예전에 신서울에서 나오던 녀석들과는 많이 다르네요. 방심하면 안 되겠어요.”
하피를 공격했던 차원종이 다시 하피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번에는 하피가 몸을 살짝 돌려서 피했고, 그 때문에 차원종은 거꾸로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차원종의 머리 위로 쿠크리가 날아와 꽂혔다.
“흥, 고작 이런 녀석도 제대로 처리 못해서 공격을 당하는거야?”
“어서 와요, 나타”
하피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와주셨군요, 나타 님! 기다렸어요.”
“일단 저 녀석들을 처리한 뒤에 말하죠. 그때는 도전이든 뭐든 받아줄테니까.”
“별 것도 아니면서 말은 잘하는군?”
“작전 중이다. 쓸데없는 말싸움은 삼가라.”
“뭐야, 너도 손봐줄까. 깡통?”
티격태격하는 나타, 티나, 바이올렛과 안절부절 못하는 레비아를 보면서 하피는 피식 웃었다.
“다들 기는 죽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그럼 거기서 먼저 이야기들 나누고 계세요. 저 녀석들은 제가 먼저 처리하고 올테니까.”
하피는 바로 땅에서 도움닫기를 하면서 멀리 날아갔다.
“뭐? 혼자 어딜 가겠다는 거야!”
말싸움을 하느라 바빴던 나타가 당황하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머지 늑대개 팀원들도 뒤를 따랐다.
하피는 뒤를 돌아보면서 싱긋 웃고, 다시 눈앞의 차원종과의 전투에 집중했다.
하피 위주로 다른 클로저들도 넣어서 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