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4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07 2

 티어매트 수용소, 대한민국에서 일급 기밀로 알려진 보안구역이었다. 유니온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지역, 본래 정예 클로저들만이 알고 있는 시설이었으나 클로저 인원 문제로 복귀 클로저와 미성년자 클로저들에게도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쉘터벽으로 막혀있는 지하였다. 세하와 슬비는 나란히 그곳을 걸어가면서 벽을 바라보다가 정면을 주시하면서 걷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간단하게 인사만 나누었을 뿐이다. 쉘터 통로를 걸어가다가 넓은 장소로 나오게 되었다. 각종 첨단 기계장치가 보였고, 3군데로 통하는 또 다른 통로, 넓은 광장 가운데에 위 아래가 사각형 블록에 가운데가 원기둥 형태인 붉은색으로 전체적으로 되어있는 감금실이 보였다.


"여기가 티어매트가 봉인된 곳이구나."

"응. 그러네."


 이러한 대화를 나눈 뒤에 또 다시 어색해졌다. 멍하니 서서 보고 있을 때 경비 책임자가 다가오자 그들은 곧바로 차렷 자세를 했다.


"그대들인가? 미성년자 클로저 2명이. 난 이곳의 경비의 책임을 맡고 있는 클로저다."

"클로저 이슬비입니다. 현 시간부로 티어매트 봉인실 경비 임무를 명 받았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슬비의 모습을 본 세하는 따라서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주춤거리다가 경비 책임자가 그를 쳐다보자 어렵게 고개를 숙인 뒤에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클로저 이세하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도 이곳 경비 임무로 왔습니다."


 거수 경례를 하라는 법은 없었다. 여기는 군대가 아니었으니까. 경비 책임자는 두 명의 클로저를 번갈아보면서 인사하는 방식을 쳐다보았다. 한 사람은 거수 경례, 또 한 사람은 평소같은 인사, 잘 어울리지 않는 경비 팀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다네. 이번에 경계근무를 잘 부탁하네. 밤 12시 까지 통로 한 쪽을 지키고 있으면 되네. 아직까지는 수상한 사람은 접근한 흔적은 없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말게."


"네!"


 이럴 때는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경비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으니까.



*  *  *



 경비 일은 그냥 통로 한 쪽을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 뿐이다. 누군가가 찾아오면 신분증을 확인하고 유니온 소속이면 통과하고, 그렇지 않으면 들여보내지 않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간단한 일이긴 하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다. 경계 임무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로 어떻게 되는지 잘 아니까.


 지루하게 서 있는 것보다는 이야기라도 하는 게 낫겠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보았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무서운 오로라를 뿜고 있는 것처럼 두 눈동자가 부릅 뜨고 있는 모습이 보였으니까. 무언가 잔뜩 불만인 듯한 얼굴 표정, 함부로 말을 걸 수가 없을 거 같았다.


"이세하."
"어? 무슨 일이야."


 오히려 말을 거는 쪽은 슬비였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 가면의 남자 말이야."

"음, 글쎄. 강한 힘을 가지고 있고, 안드로이드 연구소 직원 중에 한 명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이 강한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힘을 오래 쓰지 못하는 모양이야."
"어? 오래 쓰지 못한다고?"

"그래. 혼자서 다 처리할 수 있었다면 클로저 전원을 말살하고도 남았을 거야. A급 차원종이 나타난 것도 그 남자가 한 짓이라고 했어. 왜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잔해수집이 목적이었다면 혼자 힘으로도 가능했을 텐데 왜 차원종을 불러들인 건지 이상하지 않아?"


 듣고보니 이상했다. 혼자 힘으로 다 처리하는 게 후환이 남지 않고 좋을 텐데 왜 굳이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던 걸까? 혹시 강한 힘을 사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강한 힘을 사용하면 기력이 많이 드니까 위상력을 오래 사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아니, 그 남자는 간단한 염동력으로도 정예 클로저들을 제압할 정도야. 전에 유리가 위험했을 때 네가 가서 구해줬는데 그 남자가 그냥 도주한 거 기억나지?"

"어."


 그 사람이 나를 보고 그냥 돌아간 것도 슬비의 말처럼 이해가 된다. 그 남자는 힘을 장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다는 건가? 정말로 그런 거라면 녀석과 마주할 때 시간을 오래 끌 수록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 약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감시카메라들을 다 파괴하고 다녔다는 것도 설명이 된다. 처음에 유리에게 처음으로 알려진 뒤로 조금씩 연구하면서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조만간 그 남자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도 얼마 남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기 슬비야. 네가 말한 게 사실이라면, 그 남자가 여기도 공격해올 수도 있지 않을까?"

"맞아.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다만 여기는 차원종 잔해가 없어서 목적을 이룰만한 게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티어매트는 인간 자체를 적으로 보고 있어. 그러니까 봉인을 풀려고 하는 짓은 안할거야."


 확신에 찬 모습이다. 슬비는 이제보니 탐정처럼 추론하는 것이 특기구나. 혼자 있는 시간에 상대에 대한 분석을 한다.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머릿속에 넣음으로서 활동하는 것이니까. 오직 일 얘기 뿐이다. 일단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게 낫겠지.


"의외네. 내 말을 믿어주는 구나."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는 달라. 학교 선생님의 수업을 잘 듣는 모범생 같아."


 실제로 나는 모범생이나 다름없다. 전국 1등인 수준의 성적을 가지고 있으니까. 슬비는 모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는 그녀의 딱딱한 말투 때문이다. 방금 전부터 표정 변화가 없는 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은 채로 말하고 있는 데 부담스러워서 누가 듣겠는가?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린 사람처럼 보인다. 혼자서도 잘 이야기하고 그러는데 별로 내가 도와줄 것은 없을 거 같았다. 원래 외로움은 혼자서 극복하는 거다. 누군가가 도와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혼자서 알아서 이겨내야 된다.


"유리를 도와줘서 고마워."

"어? 아니, 그런 건 뭐..."
"유리는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말을 걸어준 친구였어. 그 애를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


 알고 있다. 임무 때문이라는 걸. 유리 쪽에서 먼저 만나러 가기가 힘든 상황인 것처럼 슬비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아니, 찾아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유리는 괜찮을 수도 있지만 동생들 쪽은 슬비의 딱딱한 모습에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으니까. 자신이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복귀 클로저들이 돌아오고 있으니까 바쁜 일이 많이 줄어들었어. 조만간 유리를 만나러 갈 생각이야."


 굳이 그런 걸 왜 나에게 이야기하지? 아, 말상대가 없어서 그런 건가? 그건 그렇고, 왜 슬비에게만 임무가 많이 주어졌던 걸까? 차원종 섬멸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그녀에게는 섬멸 말고도 다른 임무도 주어진 모양이었다. 이를 테면 경호 임무라던가 그런 거겠지.


"이세하. 난 네가 부럽다고 생각해. 너에게는 그 분에게서 물려받은 강한 힘이 있으니까."

"강한 힘이라고? 혹시 위상력을 말하는 거야?"

"그래. 내게 힘이 있었으면, 그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거야."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눈썹을 내린다. 무섭다. 살기가 가득한 듯한 얼굴이다. 왜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는지 알 거 같았다.


"으아아악!"


 반 어색한 대화를 나누다가 통로 안쪽 중심부쪽에서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뭐야? 무전도 연락이 오지 않았는데 왜 안 쪽에서 비명이 들리는 거지? 다른 통로들은 클로저들이 다 지키고 있었을 테고, 침입자가 발생했다면 분명히 무전이 들어왔을 거라고 확신하는데 이상했다.


"세하 너는 여기에 있어. 내가 가보고 올게."

"아니, 나도 같이 갈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누군가는 자리를 벗어나서는 안 돼. 그게 경계 임무야."

"어, 그래.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할 말이 없다. 슬비는 무기를 꺼낸 채로 상체를 앞으로 약간 숙인 자세로 달려간다. 평소에 달리기 연습이라도 좀 했나? 위상력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듯 한데 고속으로 달려가는 게 좀 놀라웠다. 뭐, 무슨 일이 생기면 무전으로 연락해오겠지.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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