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3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04 2

황갈색 눈동자를 하고 있는 소년이 흙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왔다. 그런 그를 맞이해준 하얀 정장을 입은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맞이해준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소년은 곧바로 눈물을 터뜨린다.


"애들이 절 괴물이라고 놀려요! 아빠."

"그러니?"

"아빠, 왜 저는 남들과 다른 거에요? 왜냐고요! 흑흑."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품에 뛰어들면서 울음소리를 내었지만 그는 무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듯이 있다가 양 손으로 소년의 어깨를 잡고 살짝 거리를 둘 만큼 천천히 민 다음에 활짝 웃어보였다.


"우리 아들, 많이 괴로웠나보구나. 자신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빨리 깨달은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거란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도 괴물이란다."
"에? 아빠도 괴물이라고요?"

 소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웃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두 눈에서 각각 한줄기씩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을 정도인데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게 이상했다. 자신은 사람이 아닌 흉측한 괴물취급을 받아서 슬픈데 정작 그는 괴물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게 너무나 당당하게 보였던 것이다.


"세하야. TV에서 나오는 괴물과 여기 현실에서 말하는 괴물은 수준이 다르단다. 괴물의 의미가 뭔지 아니?"


 상냥하게 물어보자 소년은 고개를 좌우로 한 번 흔드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직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었던 소년이 알고 있는 괴물은 TV에서 나오는 흔한 악당역할을 하는 캐릭터였을 뿐이었으니까. 그의 또래 애들도 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었다. 남들보다 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놀림 대상이 되거나 너무 강한 나머지 두려워서 기피할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소년은 그 중에서 후자에 속했다.


"평범한 인간과 다르게 정상적이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거란다. 네 친구들은 네가 가진 힘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란다."


 소년은 위상력을 가지고 싶어서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는 위상력이 나타나는 세상이다. 차원문이 형성되는 세계관에서 누군가는 위상력을 가지고 차원종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되는 편이었다. 어린아이들이 그런 것을 이해할 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도 존재한단다. 조금 무서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클로저 같은 전사들을 배신하는 사람도 있단다. 차원종과 싸워야 되는 사람을 오히려 배신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도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단다."

"정말로요?"

"시선을 넓게 보렴. 괴물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넓은 의미로 쓰인단다. 인간은 모두 괴물이란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긋난 종족이라는 이유도 있고, 단지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편이란다. 세하야. 너는 네 자신이 괴물이라는 걸 인정하렴. 나도 괴물이라고 인정하고 있단다."


 미소를 보이면서 당당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소년의 아버지가 말한대로 자기 스스로 괴물이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기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거 같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하는 일도 남들이 보기에는 괴물 같다고 할 수 있단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한 번도 ** 못하는 방식으로 연구에 몰입해서 아빠 친구들에게도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어. 그러니까 아들아.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시는 풀이 죽지 말거라. 아빠도 괴물이니까."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그러자 울음을 그친 소년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  *  *



 햇빛이 내 얼굴을 비추고 벌레가 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꿈이었다. 괴로웠던 어린 시절의 꿈을 꾸게 될 줄은 몰랐다. 아버지가 그 때마다 나를 위로하시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 혼자서 견디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한 손으로 이마에 손을 대면서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했다.


 괴물, 예전에 차원종이 처음 나타났을 때는 그들을 괴물이라고 불렀었다. 아마 나 말고도 다른 위상력 능력자들도 괴물 취급을 받으면 대부분 괴로워했을 거다. 괴물이 차원종과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게임 캐릭터 배경설정에서도 그런 게 나온다. 남들보다 다른 초능력을 가진 것 만으로도 기피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받은 것 말이다.


 우리 엄마도 위상력을 가진 거 때문에 평범하지 않는 삶을 살아서 많이 괴로우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할 정도인데 당연한 거겠지. 그래서 내가 엄마와 함께 데이트를 나가기도 하고 그랬다.


"우리 아들! 일어날 시간이야!"


 방문이 열리자마자 엄마가 내 침대로 뛰어들어서 그대로 내 품에 뛰어들어서 상체를 일으킨 나를 도로 눕히게 했다. 아오, 방금 막 일어났는데 강제로 눕게 되는 꼴이라니. 일어날 시간이라면서 도로 눕힐정도로 내 품에 뛰어든 엄마였다.


"빨리 안 일어나면 지각할거야."

"엄마가 비켜줘야 일어나죠. 아침부터 뭐하시는 거에요?"
"에이, 엄마의 사랑을 그렇게 매정하게 하면 안 되지. 어유, 오늘도 부드럽네. 아들 피부."


 아니, 지각한다면서 얼굴을 맞대고 부비적거리면 어쩌라는 거야? 양 손으로 필사적으로 밀어내지만 엄마는 웃으면서 그만둘 생각을 안한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이런 행동이 지나칠 정도라고 생각이 들었다. 항상 그렇지만 요즘 들어서 나에게 너무 집착하는 거 같았다. 엄마도 괴물이니까 그런 거겠지?



*  *  *  



 학교 수업과 유리와의 대결이 끝난 이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늘은 차원종이 등장하지 않았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불규칙적으로 차원종이 나타나는 편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괴물이라는 단어가 오늘따라 계속 신경이 쓰인다. 다른 사람들앞에서는 밝히지 않는 게 좋으니까 그냥 나 혼자서만 생각했다.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라고 했으니까.


 괴물이라는 넓은 의미,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들이 오히려 불쾌할 수도 있으니까. 당연한 거겠지. 세상에 괴물취급을 받고 좋아할 만한 사람이 어디있다고? 저렇게 고양이가 들어있는 상자 안에 멸치를 던져주면서 고양이 울음소리나 내는 조그마한 여자애가 있듯이 말이다.


"응?"


 혼자 생각하면서 걸어가다가 전에 봤던 그녀가 보였다. 고양이와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냐- 냐!" 소리나 내고 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하던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따지면 이 여자애도 괴물이라는 얘기겠지. 위상력을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넓은 의미에 포함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몰래 훔쳐보다니, 악취미네."
"누가 훔쳐봤다는 거야? 그냥 지나가는 데 특이한 행동을 하길래 와본건데. 정상인들도 그걸 보면 이상하게 취급할걸."

"큭, 반박할 수 없네."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중학생 만한 녀석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내 얼굴을 본다. 부끄러워서 새빨개진 얼굴이 어느 순간 감쪽같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고 보니 이 애도 푸른색 눈동자를 한 채로 감정없는 인형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안 느껴졌었는데, 넓은 시야로 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유리를 도와줬다고 들었어. 개인적으로는, 너에게 고맙다고 생각해."

"유리와는 친구사이야?"
"친구? 어, 응. 맞아. 같은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았던, 친구야."


 친구라는 단어에 뭘 그렇게 부끄러운건지 눈동자 두 개가 왼쪽으로 쏠린 채로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것을 숨기고 싶었는지 양 팔을 들어 좌우 손을 반대방향으로 교차하여 겨드랑이 사이에 넣은 채 폼을 잡고 있었다. 가만, 아까부터 말하는 게 이상한데, 혹시 이 애는 중학생이 아닌 건가?


"세하 너는, 여기는 어쩐 일이야?"

"그냥 집에 가는 길이야. 저 고양이, 전에도 본 거 같은데, 데려가서 키우지 그래?"

"그럴 수 없어. 클로저 일을 하고 있는 이상, 집에 항상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흐음,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클로저 일은 평소에는 차원종 나타나면 퇴치하는 것도 있지만 그 외에 경호임무라던가 차원종 대책 비상대기라는 것도 있었다. 우리 미성년자에게는 포함이 되지 않지만 복귀 클로저들이 주로 그런 임무를 수행한다고 알고 있다. 거기다가 유리처럼 커다란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할 지도 모르니까 하는 말이겠지.


"그럼 이만 가볼게. 슬비야."

"어, 그래."


 우리는 이렇게 헤어졌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애인 거 같은데 고양이와 억지로라도 대화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위상력 능력자이기 때문에 정상인들 사이에 끼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유리처럼 밝은 성격을 가졌으면 인기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귀여운 이미지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행동은 실행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녀의 성격이 어떻든 간에 그냥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니까.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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