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그들의 부산나들이 - Step . 1 가이드와 파트너 上
목연주 2019-07-03 2
닿기만 해도 타버릴 것만 같은 햇빛. 그런 햇빛에 달궈질 만큼 달궈진 바닥에서 흐르는 열기. 이 두 요소는 쌍으로 여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건 지상에 사는 인간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것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욱 거세지는 것 역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무자비한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들도 가지각색. 저마다의 방법으로 각자의 여름을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도 그 바쁜 발걸음들을 제 목적지로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차원종이라는 외세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클로저들도 마찬가지였다.
“....... 선배.”
“응?”
두 남녀가 해운대역을 벗어나 도보로 10분 정도를 걸었을 때였다. 옅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성, 파이 윈체스터라 불리는 그녀가 남성의 얼굴을 힐끗 올려보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고 싶다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 건지 그저 가이드로 보이는 책을 눈여겨보고 있을 뿐. 그를 부르는 그녀의 반응을 확인한 남성은 적당히 반응해주기만 했다.
“불러놓고 무슨 고민을 그렇게 많이 해?”
무슨 일인데. 그렇게 말꼬리를 물며 가이드에게서 눈을 뗀 남성, 볼프강 슈나이더. 그와 가까운 이들 사이에선 볼프 혹은 슈나이더라 불리는 그가 그녀를 내려다본다. 양쪽 눈동자 모두가 그녀에겐 익숙한 붉은색 눈동자라는 걸 인지한 파이가 이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을 두고....... 저희 둘만 이렇게 나와서 활동해도 괜찮은 겁니까?”
파이가 말하는 아이들이 누구를 말하는지 볼프강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파이의 염려가 뭔지 알았는지 허리춤에 있는 책이 들어가기 적당한 홀스터에 넣고 자유로워진 양손을 팔짱끼는 데에 쓰며 입을 연다.
“말했잖아. 이건 임무가 아니라 휴가라고. 지난 세월 간에 우리가 애들의 보호자랍시고 일이 끝나기까지 그 한 번의 휴가조차 제대로 나가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당장에 직장을 때려치움과 동시에 직장을 박살내버렸을 거야. 그럴 만큼 내 휴가는 굉장히, 매우, 절절하게 원했다-라는 말이지.”
분명히 평온한 얼굴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를 갈고 있는 것은 기분 탓일까. 파이는 그런 분위기를 띠는 볼프강의 면전에 ‘저는 그렇게까지 원하지는 않았는데요.......’ 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와 함께 행동하며 늘어난 눈치도 있었지만, 실제로 볼프강과 파이는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모두 끝마치고도 사후처리 때문에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볼프강은 일전부터 휴가를 달라며 노래를 부르곤 했었지만, 파이마저도 살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어느 새 제 입으로 휴가라는 단어를 꺼낼 지경에 이르러 주변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랬기에 이들이 어렵사리 가진 지금의 휴가는, 두 사람에게 있어 매우 의미 있는 휴가라 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합법적으로 휴식할 수 있는 기간을 얻었으니까.
“....... 그런데 그런 휴가를 왜 저와 함께 가시겠다고 한 겁니까?”
하지만 그런 와중에, 저를 따라온 이유를 모르겠다며 볼프의 시선을 여전히 올려다보며 의문을 다시금 보이는 파이. 시기상 두 사람이 휴가를 동시에 갖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함께 동행하라는 법은 없었다. 각자의 시간을 가져도 충분했을 텐데, 어째서? 그 순수한 의문의 눈빛에 볼프강은 피식 웃어버린다.
“너, 예전에 지나가듯이 얘기한 게 있었잖아. 너무 시골뜨기라 도시에 대한 분위기는 많이 모른다고. 그래서 도시에 가보는 것 자체가 기대가 된다는 얘기까지 했던 건 기억하고 있지?”
마치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감기 해주는 것 같은 톤으로 파이가 했었던 말을 읊는 볼프강의 답변에 파이는 움찔하고 말았다. 모두 자신이 했던 말들인 것도 있고, 순간 아니라며 거짓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눈앞의 그는 제 거짓말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둔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그에게서 눈치를 배웠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자신의 머리에서 갑작스러운 온기가 느껴져 다시금 움찔거린다.
“그렇다고 너 혼자 보냈다간 이 도심 속에서 길을 잃거나 거리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여러 악재를 맞이할 것 같은 느낌이 나서 말이지. 이런 곳은 정말 잘못하면 거지꼴이 되기 십상이라고.”
“도시가 그렇게 위험한 곳이었습니까!? 그럼 여길 빠져나가야......!”
파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볼프강이 자유롭던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합- 하며 말문을 막힌 파이가 조금 놀란 눈빛을 띠며 볼프강을 눈에 담는다.
“....... 도시는 네가 생각하는 ‘그렇게 위험한 곳’ 은 아냐. 단지, 너무 심취해있지 않는 게 좋다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가이드가 있는 게 좋지 않겠어?”
그런 위험을 감수하는 데에는 가이드만한 조력자가 없다고 말하듯 그렇게 얘기하며 파이의 입에 기댔던 손을 떼고는 답변을 기다린다. 어떻게 하고 싶어? 물론 어떠한 답이 나와도 자신의 행동반경에 큰 변화가 없다고 얘기하는 그의 눈빛은 적극적이었다. 그의 그런 반응에 왜 그러는지에 관한 의문이 싹이 틀 법한데도, 그러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조....... 좋습니다. 그렇다면 가이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
“흠? 선배님이라니. 호칭이 잘못된 것 같은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냐는 눈짓과 눈빛을 함께 쏜 볼프강은 파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을 어깨로 옮기곤 이내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사용한다. 그런 순간적인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모르는 파이는 자신에게 온전히 자리한 볼프강의 시선을 겨우 받아낼 뿐이었다.
“볼프. 둘이 있을 땐 그렇게 불러주기로 했잖아?”
깔끔한 그의 시선과 함께 나온 이야기는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관한 내용. 그의 이야기에 뜨끔거리는 파이의 반응이 사뭇 남달랐다. 그러면서 점차 붉어지는 파이의 얼굴을 보며 입가에 호선을 옅게 들이기 시작한 볼프강.
“....... 그러니까....... 그게.......”
우물쭈물. 파이의 상황을 대변하는 말로는 매우 적당한 단어라 볼프강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것은, 파이와의 관계가 진지한 관계이기 때문일 지도.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해가며 둘 사이는 매우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두 사람 모두 은연중에 알아채고 있었다. 비록 타인이 함께 있을 때에는 그 누구보다 티격태격하며 사이가 좋지 않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두 사람만이 있을 땐 이처럼 설레는 분위기가 뒤따라왔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사내연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직장이 아닌 휴가철의 목적지였지만.
“....... 볼프.......”
그런 파이에게서 들을 대답이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빨리 들려온 파이의 대답에 볼프강은 흥미가 일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지도 꽤 되었건만, 생각보다 진척이 느렸기에 언제가 걸리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릴 생각이었으므로. 지금 그가 그러한 요청을 한 것은 단순히 변덕이었다. 들을 수 있다면 좋고, 아니라면 다음에 들어도 그만인 그런 변덕. 그를 가까이서 알고 지내는 누군가가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사람이 저렇게 바뀔 수도 있는가에 대한 고찰을 할 정도로 진지한 작태를 보이고 있는 그였다.
“....... 볼프.”
그리고 고민 끝에 다시금 그의 이름을 확실하게 부르는 파이. 볼프강의 입가에 그려졌던 옅은 호선이 짙게 그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 파이.”
가까워졌을 때도 파이를 늘 파트너. 혹은 파이 윈체스터라는 풀 네임을 부르던 그가 그녀의 이름만을 부르며 맞반응을 보내주었다.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에 조금 놀란 눈빛을 보이다가, 곧 그와 같은 미소로 화답한다. 그러다 그녀의 앞으로 그의 손이 내밀어졌고.
“너만 받을 수 있는 가이드의 에스코트야. 받아주겠어?”
마치 거절은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콧대 높은 그의 분위기와 성향을 알고 있던 파이는 여전하다는 눈빛으로 흘기더니 이내 그 손을 받아들이며 맞잡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볼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까지 딱딱하게 받을 필요는 없는데. 파이의 답을 받으며 옅게 중얼거린 볼프강이었지만 제 손을 받아들인 파이의 긍정적인 반응에 마찬가지의 미소를 짓고는 파이를 이끌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만의 가이드를 자청한 볼프강, 그 가이드의 에스코트를 받은 파이. 두 사람의 휴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두 사람이 먼저 향한 곳은 국밥집. 빠른 휴가 출발로 인해 식사조차 챙기지 않고 나온 두 사람의 배에서 똑같이 신호가 울렸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잡아두었던 숙소로 가기 전, 식사부터 해결하기 위해 거리를 조금 거닐면 나오는 한 국밥집으로 들어선다. 생각보다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이 있었는데, 들어보니 점심시간만 되면 항상 만석이라 밖에서 줄을 서며 기다렸다가 먹을 정도의 맛집이었다는 것. 들어보기만 했던 부산의 명물 중 하나인 국밥이 두 사람의 앞에 한 그릇 씩 놓여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부산의 명물 중 하나인 돼지국밥인가?”
“좋은 냄새입니다.”
식욕을 돋우는 향이 두 사람의 후각을 자극했고, 너나할 것 없이 숟가락을 들고 국밥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깊은 맛에 반하며 숟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허기가 진 것을 감안해도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한 맛이라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맛은 어때?’
'말이 필요 없습니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눈빛을 중간마다 주고받으며 그러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분위기와 함께 각자의 그릇에 있는 국밥을 비워갔다. 사건들을 해결한 이후 뒷수습을 하던 와중에도 저마다의 이유로 지금과 같은 명물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보답이라도 받은 것처럼, 두 사람은 정말 맛있게 그릇을 비워 그 여운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잘 먹었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두 사람에게 나타나며,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특유의 사투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커플끼리 휴가라도 나왔냐는 물음에 두 사람이 조금 부끄러워하다가, 볼프강 쪽에서 먼저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사장에게 추천받을 만한 곳을 물었고, 그의 질문에 흔쾌히 답하며 노련하게 둘러볼만한 곳들을 선별해서 볼프강에게 귀띔해준다. 사장이 준 정보와 제가 오늘 날까지 찾은 정보들과 합일이 된 걸 알게 된 볼프강은 제 안목이 정확하다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버린다. 그런 사장에게 감사를 표하며, 국밥에 대한 계산을 마치고 파이와 함께 다음 목적지로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지금의 좋은 느낌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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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에 집중해야했던 나머지 어지간한 게임은 전부 접고 조금은 안정되고 나서야 여유가 생겨 뭔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이곳에서 콘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참 속보인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할까 합니다.
늘 티격태격. 하지만 그 이외의 것도 어쩌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뒤따르는 두 인물. 볼프강 슈나이더와 파이 윈체스터 두 사람이 유독 눈에 띄더군요. 사냥터지기 팀이 다른 팀에 비해서 최근에 나오기도 했지만, 팀에서의 어른 역할을 담당하는 두 인물이 제 상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만....... 너무 제멋대로의 글이 나와버리는 바람에 캐릭터성이 잃은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몇 년 단위로 접었다보니, 참 많은 것이 바뀌어있어 적응하는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스토리를 세세하게 알지는 못한 상태에서 특정한 부분만을 보고 쓴 글이 지금의 글입니다....... 양심은 어디다 버렸는지 ㅠ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져 상, 하편으로 나눠서 올리게 될 예정입니다. 목표는 이번 주 내로 하편을 올리는거긴 한데....... 일정이 꼬이지만 않길 바랄 뿐입니다.
제멋대로의 글을 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ㅎㅎ......; 어떻게 끝을 내든 하편으로 찾아올테니, 슬쩍 들리셔서 둘러보고 가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
이번 편의 제 해시태그는 #부산 #국밥 이렇게 두개입니다.
P.s : 글자 조정하느라 텍스트만 여러 번 수정 중인데....... 수정하기 생각보다 까다롭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