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2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24 2

 훈련 중에 갑자기 경보가 울려서 하던 걸 멈추고, 다른 클로저들과 함께 출동했다. 그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싸움에 함께한 이상은 동료나 다름없었다. 각자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검, 창, 총, 도끼용 글레이브 등, 여러 가지 무기로 무장되어있다. 강남 10군데 이상 동시에 출현해서 우리는 각자 분담이 된 지역으로 가서 차원종들을 상대한다. 내가 도착한 지역에 있는 클로저들은 나 이외에 5명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좀비처럼 우글우글하고 있는 차원종들을 쓰러뜨리고도 남는다.


 나타난 녀석들은 트룹 계열의 차원종들, 오늘은 전보다 더 수가 많았다. 거대 망치를 들고 있는 트룹 포레스트들이 5마리 정도 존재하는 것도 보였다. 위상 억제기는 잘 작동 되는 거 맞아? 왜 갑자기 차원종들이 다수로 나타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기 온다!"


 누군가가 외쳤다. 트룹 배셔 5마리가 클로저들을 향해 공격한다. 클로저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어서 녀석의 망치공격을 피한 뒤에 다수로 동시 공격을 시전해서 소멸시켰다. 녀석들은 망치를 머리 뒤로 들어올려서 수직으로 내려치기 때문에 그 공격 패턴이 다른 클로저들 눈에도 보여서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내가 나설 필요는 없을 거 같지만 다른 차원종들도 소멸시켜야 되기에 건 블레이드를 들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쓰러뜨릴 필요가 있다.


 여기 차원종들은 문제없지만 유리가 걱정 되었다. 아직 몸이 멀쩡하게 회복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톤파모드로 재빨리 달려갔다.


"하아앗!"

 양 손으로 톤파를 꽉 쥔 뒤에 훈련대로 싸움에 임한다. 갈색 피부를 가진 트룹의 주먹 공격을 피한 뒤에 왼손으로 들고 있는 톤파의 검날로 녀석의 목을 그대로 찔렀다. 그런 다음에 곧바로 발로 차서 빼낸 뒤 뒤에서 덤벼드는 다른 녀석에게는 오른손으로 든 톤파로  그대로 등 뒤로 뻗어서 녀석의 몸을 찔렀다. 단순히 찌르기 공격이지만 그 안에 위상력이 들어있는 이상 차원종은 상처를 입게 되는 건 기본이었다.


투쾅!


 두 개의 톤파에서 푸른 불꽃으로 완전히 뒤덮었다. 멀리서 본다면 푸른색 불꽃을 내는 횃불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신호라도 보내듯이 움직이면서 트롤들을 상대하면서 베어낸다. 한놈에게 찌른 뒤에 곧바로 다른 녀석을 상대로 달려가서 끝장내려고 했다. 상대방에게 공격을 당한다면 곧바로 톤파를 회전시켜서 팔을 들어올려서 막아내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톤파를 가지고 몸을 여러 번 회전하면서 톤파로 녀석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반격하는 것을 반복했다. 10마리 이상 찔러넣었다. 범위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같이 싸우는 클로저들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들이 위상력에 휘말려서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다른 클로저 요원들은 위상력을 동원하면서까지 싸우는데 나 혼자만 사용하지 않고, 백병전으로 나서는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강한 위상력을 가진 클로저였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위상력을 사용하면서 차원종을 베는 모습을 보았다. 어떤 이는 붉은색 섬광으로 빛나는 검으로 내려치면서 트룹을 반토막을 내기도 하고, 권총 한 자루로 트룹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기도 했다. 노란색으로 빛나는 위상력을 동반한 도끼로 머리를 쪼개버리는 녀석도 있고, 연두색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창으로 몸 중앙을 관통해서 즉사시키는 녀석도 있었다.


 나처럼 미성년자인 클로저들도 있지만 현역으로 복귀한 클로저들도 있다. 마지막 트룹 포레스트 한 마리를 쓰러뜨린 뒤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건물 옥상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뭐야? 갑자기 왜 저게 폭발하는 거야?"


 폭발한 장소는 위상 억제기가 설치된 장소였다. 폭탄 테러인가? 하늘 위에서 검은색 파편들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벽이 회색으로 칠해져 있던 고층 빌딩에서 그것이 무수히 내려오는 게 보였다. 다른 클로저들도 눈치챘는지 얼굴 표정이 하나같이 창백해졌다. 위상 억제기가 망가지는 순간, 위상 변곡률이 불안정해지면서 위험 수준의 고위상력 차원종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았다.


"차원종이 저기서 나타나서 부숴버린 거 아니야?"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저건 테러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폭발을 일으킨 테러라고."

 나와 같은 또래인 미성년자 클로저가 의혹을 제기했지만 복귀 클로저로 보이는 아저씨가 도끼를 들면서 반박했다. 복귀 클로저라면 경험으로 뭔가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차원종의 공격으로 폭발한 것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단번에 폭탄 테러라는 것을 알아봤는지 모르겠다.


"왜 이게 테러인데요?"

"이걸 봐."


 아저씨가 손에서 금속 부품을 보여 주었다. 위상 억제기의 부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품에 뭔가가 씌여져 있었다. 'DF-295' 라는 글자가 새겨진 파편이다. 검게 그을려져 있지만 글씨가 새겨진 갈색 부분만큼은 새카만 재로 뒤덮인 채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위상 억제기 부품에는 이런 이니셜이 새겨진 부품은 없어. 이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테러를 일으킨 거야. 아마도 그 녀석일 가능성이 높지."

"그 가면의 남자 말인가요?"

"그래."


 역시 복귀 클로저는 다르다. 과거의 경험으로 차원종에 의한 건지, 사람이 인위적으로 저지른 일인지 다 아니까. 하지만 지금은 설명할 때가 아니었다. 하늘 위가 갑자기 흐물흐물해지더니 바다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처럼 빙글빙글 도는 허공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안으로 당장이라도 빨려들 것만 같은 오싹한 공간이다. 마치 저 안으로 빨려서 올라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봐! 애들은 그냥 돌려보내.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상대해야 된다."
"또 그 잘난 애보기 일이냐? 정말 못 봐주겠군. 지금 어린애든 뭐든 따질 때가 아니야."


 뭔가 사이가 안 좋아 보이는 클로저였다. 여기에 있던 클로저들은 대부분 검은 머리였으나 다른 구역에 있던 차원종들을 소탕하고 오신 또 다른 복귀 클로저가 와서 말했다. 애들을 철수하자고 주장하신 분은 흰색머리를 하고 있으며 요즘 유행하는 단발 머리를 하고 있다. 다른 클로저들은 평범했는데 저 아저씨만은 왠지 별나게 보였다. 노란색으로 배경이 보이게 하는 선글라스에 온 몸에 하얀 붕대를 두르고 다니는 듯한 환자 같은 모습, 양 손에는 손등을 덮고 있는 듯한 건틀렛 같은 게 장착되어 있었다.


"곧 있으면 A급 차원종이 나타날 거야. 너희들은 여기에 있어봤자, 걸리적거릴 뿐이야. 어서 철수해."


 미성년자 클로저인 우리들을 보며 철수하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복귀 클로저들의 몫이라는 건가? A급 차원종이 얼마나 강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할 시간을 주지 않았는지 하늘 위에서 커다란 차원문이 생성되에 거대한 뭔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쿵!


 지면에 착지하고 나서야 우리는 그것의 정체를 보았다. 붉은 피부로 이루어진 트룹 계열의 차원종, 엄청 커다란 녀석이었고, 건물 5층만한 높이를 가진 키에 사람이 10명 정도 서야 되는 듯한 덩치였다. 그리고 그 덩치에 맞게 바위검을 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마치 바위로 이루어진 생일 케이크용 나이프가 커다랗게 확장된 모양처럼 보이는 무기였다.


"크아아아아아아!"

 녀석이 한 번 포효했다. 차원종을 중심으로 충격파를 동반한 강한 바람이 우리 클로저들을 덮쳤고, 전투력이 모자란 미성년자 클로저들은 뒤로 나가 떨어졌다. 나는 두 다리에 힘을 주어서 겨우 버텨내면서 복귀 클로저들을 보았다. 역시 그들도 경험이 있으니까 저러는 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복귀 클로저라도 A급 차원종을 상대하는 건 어려울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공백 기간이 있게 되면 실력이 많이 줄어들게 되니까.


"애들은 어서 피해! A급 차원종은 지금부터 우리가 맞는다!"


 저 하얀머리 아저씨가 격투 자세를 취하면서 기합을 지르며 앞장서자 복귀 클로저들이 대부분 따랐다. 다른 애들은 그의 말대로 후퇴하고 있지만 나는 아니었다. 복귀 클로저들을 본다. 하나 둘씩 지쳐가는 모습이었다.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 차원종이 여기에 다수로 나타났다. 그들을 일일이 쓰러뜨리느라 힘을 뺐다. 그래도 복귀 클로저들이 10명 이상은 되어보였으니 내가 없어도 쓰러뜨릴 수 있을 거 같았다.


"차원문이 또 열린다!"


 붉은 트룹을 중심으로 하늘 위에서 차원문이 계속 열리더니 그들이 마치 붉은 트룹의 부름을 받듯이 하나 둘씩 착지하고 있었다. 또 많은 수의 차원종이 나타났다. 안 그래도 많은 수를 상대하느라 힘든데 또 나타났으니 힘겨워하는 모양이었다.


"어이, 동생. 후퇴 안하고 뭐하는 거야?"


 하얀머리 아저씨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동생? 나이가 어리니까 그런 말을 들어도 상관없긴 한데, 저 아저씨 옷 안에 붕대가 살짝 보였다. 복귀하자마자 상처를 입었으니 상당히 고통스러울 거 같았다.


"음? 그 건 블레이드는? 그렇군. 네가 그 누님의 아들이었냐?"
"누님이라고요?"
"지수 누님 말이야. 그 건 블레이드는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틀림없군."
"저기, 아저씨는 누구세요?"
"설명은 나중에 해. 그보다 나는 아저씨가 아니야. 어서 피하기나 해."


 그렇게 말하고 아저씨가 달려갔다. 이대로 정말 피해야 되는 걸까? 복귀 클로저들이 차원종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긴 하지만 저 붉은 차원종은 어째서인지 가만히 있었다. 일단 저분들에게 맡기고 유리를 찾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건 블레이드를 원상 복귀 시켰다. 어디에 있을까? 혹시 아저씨의 말대로 후퇴했나? 이어폰용 무전기를 사용할까 생각했지만 지금 복귀 클로저들과 공유되고 있기에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아차."


 나 유리 번호 모르지. 무전연락하면 공유되어서 싸우는 데 방해될 테고, 휴대폰 번호도 모르면, 역시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우선 건물 옥상으로 뛰어올라서 혹시 근처에 있는지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아저씨들이 싸우는 동안 주변을 샅샅이 살핀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