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2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22 1

"차원종이 왜 나타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위상 억제기가 작동하고 있는데도 차원종이 빈번이 출현하고 있어서요."


 위상 억제기는 차원문이 열리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이러한 장치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데도 차원종이 계속 나타난다는 게 뭔가 이상했다. 국장님은 그 질문에 대답하기가 곤란하신 건지 아무 말씀 없으셨다가 입을 열었다.


"실은 나도 잘 모르지만, 그 남자의 소행일 거라고 보고 있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에 유리를 공격한 남자를 뜻하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뭔가를 꾸미는 모양이었다. 그 남자는 대체 뭐하는 자일까? 도구니 뭐니하는 주장이나 펼치면서 활동하는 걸 보면 단순히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클로저를 극도로 증오하는 자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도 문제지만 기자들이 자네를 계속 따라다니는 게 더 큰 문제네. 내가 부탁한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니까."


 유리의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 만큼은 불가능했다. 매일 같이 사생활 침해당하는 기분을 하는 그녀의 심정을 무시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유리는 책임감이 강한 여자애다. 클로저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는 클로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란 것인지도 모른다.


"보아하니 그런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방금 교문 밖으로 뛰쳐나간 걸 봤었는데, 자신을 크게 책망하는 듯이 의욕이 없는 모습이었네.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게. 원래 서유리 요원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잃고, 동생들만 남겨진 삶을 살았으니까. 자신도 많이 슬퍼했겠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금, 동생들을 돌볼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래서 문제라고 생각하네. 남들 앞에서는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으니까."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로 내 마음을 위로하는 듯이 느껴진다. 유리의 행동은 나도 이해는 했다. 그녀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생각해서 자괴감이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으니까. 사실대로 이야기한 게 남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두 눈을 무릎 위로 향한 채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애에게는 한 번도 대화를 해** 않아서 내가 많이 미숙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세하 요원. 너무 그렇게 실망하지 말아주게. 그만큼 서유리 요원에게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될 정도라고 보면 되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 그대로네. 실은 서유리 요원은 자네가 클로저가 되는 것을 반대했었다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위험한 전장에 끌어들이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었네."


 유리가 그런 말을 했었다고? 처음 들었다. 서유리는 클로저가 얼마나 힘든 직업이고, 차원종을 상대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은 위험에 뛰어들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녀의 얼굴, 마음 속에는 어둠을 간직하고, 겉으로는 빛을 내보이고 있는 겉과 속이 반대되는 인간이다. 흔히 부모님이 보여주는 주요 인간이다.


"솔직하게 말해버렸어요. 저는 유리를 돕고 싶어서 클로저를 하기로 결정했었어요."

"그 말이 오히려 그녀에게 상처가 된 것이네. 자네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약하게 느껴졌을 테니까. 아마 지금쯤이면 훈련에 더 무리하게 들어갔을 거라고 판단되네."


 데이비드 국장님은 사람의 심리를 잘 읽으시는 사람처럼 보였다. 마치 앞날을 다 내다보는 예언가처럼 보인다. 경험이 많으신 거겠지. 국장을 하면서 수 많은 클로저들을 만나봤을 테니까. 그 중에 미성년자 클로저들도 많이 접해보셨으니 이 정도 심리는 잘 파악하는 게 당연했다.


"너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쳐다** 말아주게. 나도 한 때는 자네와 같은 청소년이었을 때 많이 배워와서 이렇게 된 것 뿐이니 말일세."

 두 눈이 감기고 입가에 미소가 살짝 보인 채로 안경을 끌어올린 뒤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국장님도 결국에는 인생에서 배운 거라고 하는 거라는 얘기였다. 나도 이번 기회에 한 가지 배우게 되었지만. 너무 솔직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혹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사람의 마음 속에는 하얀 날개와 검은 날개가 하나씩 있다는 이야기."

"네?"

 이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천사의 날개와 악마의 날개를 둘 다 가지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왜 지금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판타지에서 나오는 그런 돌연변이 종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테고, 뭔가 의미가 있는 말씀을 하실 거 같았다.


"서유리 요원은 안 쪽에는 검은색 날개, 바깥 쪽에는 하얀 날개가 펼쳐져 있네. 이러한 날개가 안과 밖에 따로 펼쳐져 있으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나?"

"혼란스럽겠죠?"

"정답이네. 훈련 중에 멍 때린 것도 이러한 현상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네. 서로 상성이 맞지 않는 자석의 N과 S극이 서로 떨어지는 것처럼 말일세. 이 문제는 안타깝지만 내가 해결할 수 없어. 관리 요원인 유정 씨도 마찬가지고. 오로지 자네 뿐이라고 생각했네."

"왜 제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유정 누나와 국장님도 해결하지 못할 수준의 문제라고 했다. 원래 사람의 불행은 자기 자신이 해결해야 된다. 나도 유리의 마음을 치유해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다고? 대체 뭔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하기 싫어서 나에게 떠넘기는 거라고 생각밖에 안 든다.


"이세하 요원, 자네에게는 영웅이라는 이미지가 있네. 그래서 이렇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네."

"영웅이라고요? 죄송하지만 국장님, 저는 영웅이 아니에요. 그 분의 아들이지."

"알고 있네. 앞으로 살아가다보면 충분히 깨달을 걸세. 벌써 본부에 도착했군. 이만 내릴 준비를 하세."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본부에 도착해 있었다. 차에서 내린 뒤에 국장님에게 인사를 한 뒤에 곧바로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  *  *



 훈련장에는 나만 훈련받는 곳이 아니다. 다른 클로저들도 훈련을 받는 곳이다. 그 중에서 가장 열심히 가상 훈련을 하고 있는 유리의 모습이 보였다. VR을 쓰고 있는 모습이지만 대형 스크린으로 그녀가 훈련받는 모습을 본다. 복식 호흡을 하면서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빠르게 베려고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훈련 성적 랭킹 1위, 최고득점이었다.


"휴우."


 유리는 VR을 벗으면서 시원한 물을 만나서 상쾌한 기분을 가진 사람같은 얼굴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 좀 기분이 풀렸으려나? 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보더니 금방 또 시무룩해진 얼굴을 보이더니 훈련장을 조용히 나간다. 이대로 붙잡을까 생각했지만 위로할 만한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이대로 포기할 수 없지. 일단 그녀에게 다가가서 불러세운다.


"유리야. 잠깐만, 이야기를 좀 해줄 수 있을까?"

"미안해. 동생들을 봐야 되어서."


 억지 미소를 지으며 양 손바닥을 펼친 채로 앞으로 밀듯한 몸짓을 보이면서 답했다. 이마에 땀이 흐른 거 보니 내가 보기가 그렇게 어색했었나 보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유리 스스로 자기 자신을 약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자기 자신을 상대로 자책하는 것만 보인다면 나도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다.


"그거라면 같이 도와줄게."
"아니야. 세하야.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이만 가볼게. 훈련 열심히 해."

 도망치듯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유리였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 보여서 더 쫓아가지는 않았다. 우선 나도 훈련에 돌입해야 되니까. 지금 상황에서는 유리와 대화하는 건 어려울 거 같았다. 당분간인 저대로 내버려 두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원종이 나타난 이유, 그 남자와 관련이 있다면 긴 싸움이 될 거 같았다. 녀석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활동하고 있는 존재니까. 한국에 와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잡아내는 건 불가능할 거 같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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