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1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13 2

 건 블레이드로 휘두르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톤파로 싸우는 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건 너무 다루기가 어려웠으니까. 나중에 톤파 무술을 따로 지도 받아야 될 거 같았다. 가상훈련을 끝내고, VR 헬맷을 벗자 유정 누나가 나에게 다가와서 맞이했다.


"수고했어. 세하야. 내일은 톤파 무술을 가르칠 선생님을 불러올게."

"네. 누나. 설마 이 무기가 톤파로 분리 될 줄은 몰랐어요."


 톤파라는 무기는 게임에서 가끔 등장하는 편이다. 내가 알기로는 공격과 방어능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거라고 알고 있다. 그건 검도 마찬가지지만 신속성을 따지면 톤파가 더 뛰어나다고 알고 있다. 살상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날이 바깥에 있으니 익숙해진다면 반드시 녀석들을 하나 둘씩 벨 수 있을 거 같았다.


 게임에서 모 캐릭터가 쓰는 쌍날검을 휘두르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익숙해질 때까지는 건 블레이드 하나 만으로 싸워야 될 거 같았다. 그나저나 아버지도 참, 창의력이 있으시네. 나는 분리 될 때 이도류 검으로 분리되는 줄 알았는데 두 개의 톤파로 분리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박사님께서는 유니온에 도움이 될만한 장비를 많이 만드신 분이시라고 들었어.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두었구나."

"네.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드신 분이세요. 아버지께서는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셨으니까요."

"그렇구나."


 아버지 이야기를 하니, 조금 그리운 느낌이 든다. 이 건 블레이드도 아버지가 나를 위해서 만들어주신 게 아닌가 싶다. 엄마를 위해서 만드신 것일 수도 있지만 가져가서 확인시켜보면 되는 일이다. 혹시 아버지께서는 내가 클로저가 될 거라는 걸 미리 예견하셨던 것인가? 만약 그런 거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기도 한다.


"관리 요원님. 슬슬 문 닫을 시간입니다."

"아, 네."


 가상 훈련 시스템에는 연구원들이 시스템 관리를 위해 참여한다. 근무 시간이 끝날 때 쯤에 훈련이 종료되었으니 이제 끝내려는 것이다. 학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없다. 그래도 나는 학교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 친구도 제대로 없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평범하고 조용한 생활이 싸우는 것보다 훨씬 나았으니까.



*  *  *



 집으로 돌아온 나는 엄마에게 건 블레이드를 건네주었다. 엄마는 그것을 만져보시면서 두 눈을 감으시고, 위상력을 주입시켰다. 분명히 아버지라면 이 무기를 엄마도 사용가능하게 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접근이 거부되었습니다.


"어?"


 엄마도 놀란 얼굴이었다. 잠시 동안 정적이 유지되다가 양 볼을 두꺼비처럼 부풀리면서 삐진 표정을 지으면서 '세진씨, 미워!' 라고 투정을 부리셨다. 아이고, 이렇게 보면 그 시절 닭살커플의 사례를 보는 거 같았다. 엄마가 저런 모습을 보이니까 이미지가 맞지 않아 보여서 오히려 소름이 끼칠 정도다.


"엄마에게 남긴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흥, 너무해. 세진씨! 나도 이런 멋진 무기를 쓰면서 차원종 썰어버리고 싶었는데."
"엄마, 클로저 그만 두신 거 아니었어요?"

"그래도! 흥! 흥!"


 두 손으로 머리를 잡으면서 속으로 비명을 지른다. 아이고, 이런 건 우리 엄마가 아니야. 너무 소름끼칠 정도로 이미지가 망가졌잖아. 그 위엄있던 클로저 모습은 어디로 가고 귀엽게 삐지는 얼굴로 드러나냐고요. 누가 보면 나잇값도 못하는 귀여운 아줌마라고 알겠네. 


 커다란 숨을 들이 마셨다가 한 번 내뱉는다. 일단 진정해야지. 원래 우리 엄마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좀 무섭고, 위엄있는 행동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우리 아버지에게는 꽁냥꽁냥 거렸다고 유니온 관계자들에게 들었으니까. 쓸데없는 이야기지만 내가 클로저가 된다고 하니까 반가워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중에는 그 분들의 지인들도 있었지.


"엄마, 아버지도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러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음, 그렇겠네. 그이는 세하 너를 무척이나 아꼈으니까. 혹시 네가 클로저가 될 거라는 생각을 미리 예상했던 건 아니었을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어떻게 그걸 예측하죠?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클로저 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었는데요."


 내 질문에 엄마도 검지로 입을 대면서 두 눈을 천장으로 향한 채로 고민을 하셨다. 그것도 잠시동안 이어졌지만 기다린 대답은 '몰라.' 였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고개가 저절로 아래로 떨궈졌다.


"하긴, 우리 아버지가 우리 집안에서 제일 똑똑하셨죠. 아버지 생각을 어떻게 읽겠어요?"


 천재 과학자라고 불린 사람인데 그 분의 복잡한 이론과 철학같은 설명은 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그렇게 머리아픈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 말씀들을 하나하나 이해하기 시작했었다. 뭐, 쓸데없는 지식도 있었지만.


"세하야. 그런데, 정말로 클로저를 계속 할 거니?"

"네. 하겠다고 했으니까요."

"세상이 너를 반겨주지 않는데도?"

"전, 제 자신을 위해 싸워요. 제가 싸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절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싸우지는 않아요."


 엄마는 지금도 클로저를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으신 거 같다. 그 습격자 때문이겠지. 저번에 한 번 보기는 했지만 아직도 의문이었다. 그 자는 왜 나를 놔주었는가? 클로저가 그렇게 밉다면 그냥 나까지 공격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유리의 말에 따르면 무슨 정의, 인간, 도구라는 것을 따졌다고 했다. 클로저에 대한 원한이 있는 건 확실한 거 같은데 의외로 철학을 강요하는 인간인 것처럼 보였다. 아무 클로저나 막 습격하고 다니는 건 아니라는 건가? 그 뒤로는 어째서인지 조용했다. 어디서 커다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하렴."

"엄마,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에요?"

"아니야. 엄마는 그저, 너를 잃을까봐 불안해서 그런 거야."


 엄마가 불안해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어쩌면 나는 너무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 애의 힘이 되어주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그렇기에 지금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버지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지. 진정한 과학자는 자신이 선택한 연구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엄마, 주말에 어디 공원이라도 가는 게 어때요?"

"어머, 아들, 엄마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방금 전까지 불안해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심술궂은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나 참, 이럴 때는 어느 부분이 엄마의 진심인지 헷갈린다니까. 데이트는 뭐, 연인끼리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으윽, 연인이라, 그러고 보니 유리의 동생들이 신경쓰이는 말을 했지. 유리의 남자친구라니, 말 도 안 되지. 물론 유리는 남학생들에게 우상이고, 평균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몸매를 가졌고, 또 다정한 녀석이고, 책임감이 강하니까.


"어머, 우리 아들,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진 거야? 혹시 이 아름다운 아가씨와 데이트하는 게 그렇게 좋은 거니?"

"엄마! 이미지 망가지는 귀여운 짓 좀 자제해 주세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지금의 엄마 모습이 그나마 좋기도 하다. 딱딱하고, 엄한 모습보다는 지금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더 낫다. 한 때는 차원종을 쓰러뜨리는 학살자라고 불리는 퀸의 이명을 가진 사람, 가족 앞에서는 부드러운 인상으로 친해지려고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그러한 엄마의 모습이 나는 좋다. 만약 가족 관계가 아니라 이성의 누나로 만났으면 내 마음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나와 같이 외로우실 거다. 가끔은 가족끼리 소풍이라도 가야겠지. 이번 주말에는 엄마와 데이트 코스를 잡아야 될 거 같았다. 그녀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다름없는 엄마도 소중한 사람이니까.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2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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