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17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12 2

스캐빈저, 게임에서 보면 그저 고블린 수준의 약한 몬스터라고 보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과 게임은 다른 점이 있다. 싸움을 하면서 전해지는 정보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정보라는 것은 바로 체력이다. 싸우기 전에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뇌가 당황해서 온 몸의 신경이 부자연스럽게 작용하는 것,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실전에 처음 나간 현직 군인들이 많이 겪는 두려움과 같은 수준이다.


 이럴 때는 배에 딱 힘을 주고, 두 손으로 건 블레이드를 꽉 쥔다. 이러면 공포로 인한 몸의 떨림이 조금은 멎게 된다. 차원종을 무서워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겉보기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몸이 본능적으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니까. 사람이 뱀을 처음 봤을 때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고 하는 것처럼.


"하아앗!"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외치듯이 나도 기합을 외친다. 그들이 왜 기합을 지르는지 이제야 알 거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몸의 공포를 날려버리기 때문이었다. 녀석들은 시뮬레이션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선 한 녀석에게 달려가서 검을 수직으로 내리친다.


"캬오!"


 건 블레이드에 베인 녀석은 레고 블록 모양의 디지털 조각으로 나뉘면서 소멸된다.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전에 유리를 도와서 기습으로 차원종을 공격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행위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뇌가 그대로 적응이 되어서 위화감을 안 일으키니까. 엄마도 차워 전쟁 떄 차원종을 상대로 나처럼 힘들어하지 않고, 태연하게 물리쳤었다. 그것도 여러 번 반복을 해서 생긴 결과겠지.


 엄마가 했다면 나도 가능한 일이었다. 게임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녀석들을 베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건 블레이드를 휘둘러서 나머지 두 마리도 베어버렸다. 워낙에 난이도가 쉽게 되어있어서 그런지 별로 어렵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세하야, 추가 차원종 소환할게.]


 유정 누나의 목소리에 스캐빈저들이 추가로 도착했다. 이번에는 6마리인가? 움직임은 아까와 동일했다. 지금 이 훈련은 공포심을 이기기 위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실전에 적응하는 몸을 만들기 위한 기초 훈련이라고 보면 된다. 검을 휘두르는 것은 딱히 배우지 않더라도 게임이나 TV를 보면 누구나 흉내낼 수는 있다. 자세는 조금 흐트려지겠지만.


"크렉!"


 3마리를 베었는데 숨이 답답해짐을 느낀 나머지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건 블레이드를 지팡이로 삼아서 버텼다. 한계가 온 건가? 커다란 공기가 폐로 몰려와서 그 숨이 전부 넘어가게 생겼다. 마치 내 기관지가 막혀서 공기가 더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이럴 때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방법이 있다. 커다란 숨을 마신 채로 잠시 숨을 참다가, 그 다음에 천천히 내뱉는 것이다. 사람마다 방법이 다양하게 있지만 나는 이런 방식으로 하니까 조금 숨이 돌아옴을 느꼈다.


 다행히 난이도가 낮아서 스캐빈저는 내가 서있는 채로 빈틈을 보였는데 아무런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 훈련이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게임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간단한 트레이닝이다. 위상력 능력자는 몸의 신체 변화에 따라서 발휘된다. 저번에는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의 내 모습은 그 때같은 힘을 낼 수가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노력하는 게 더 낫다.


"하아아아앗!"


 이럴 때 고함한 번 치면 되는 거다. 심장이 아직도 빠르게 뛰는 게 느껴지지만 아까처럼 호흡이 곤란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아마 충분하겠지. 다시 건 블레이드를 든다. 나머지 4마리, 그들을 쓰러뜨리면 된다.


[세하야, 건 블레이드에 위상력을 주입해보겠니?]

"네."


 누나 말대로 했다. 여기는 가상훈련장이다. 원래대로라면 차원종이 위상력을 주입하지 않는 건 블레이드에 베이지 않는다. 여기가 실전이었으면 아마 진작에 나는 죽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강한 위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실전 경험이 모자라면 그 힘도 다 쓸모없는 법이다. 내가 실전에 완전히 적응 된다면 엄마와 같은 힘을 낼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건 가보면 알게 되는 일이다.


 푸른색 불꽃이 건 블레이드를 감싼다. 좋아. 이걸로 두 발로 촐싹 대면서 뛰고 있는 스캐빈저 한 마리를 베었다. 반으로 베었을 뿐인데 베였던 부분에서 푸른 불꽃이 타올라 녀석의 잔해를 태우고 있었다. 이게 내가 가진 위상력의 힘이다. 푸른 불꽃의 힘, 이게 강한 위상력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녀석들의 세포를 다 태워버리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3마리도 번갈아가면서 베어낸다. 갈라진 부위에서 푸른 불꽃으로 타는 게 보인다. 누가 보면 내가 불지르는 것처럼 보이겠네. 여기는 가상 현실이니까 화재문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실전이라면 피해는 감수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차원종 출현 때문에 피해가 오고 있는 상황인데 어쩌겠는가?


 이 다음에는 건 블레이드의 기능인 사격도 사용해보았다. 검 손잡이 속에 감춰진 발포구를 노출시켜서 그대로 쏘는 형태다. 이럴 때는 발포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검날이 검 손잡이에서 뽑혀 나올 정도로 앞으로 나아가면서 속에 감춰진 검은색 금속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발포구가 하나 검 밖으로 노출되어 그대로 조준해서 위상력을 주입하면 푸른색 불꽃탄이 발사된다.


퍼퍼펑-


 나머지 한 마리에게 푸른색 불꽃탄을 발사했다. 이것에 맞은 녀석은 푸른색 불꽃으로 불타면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사정거리는 짧았지만 이 정도 파괴력이라면 그나마 할 만한 건지도 모르겠다.


[세하야. 분리 버튼을 눌러보는 게 어떠니?]


 어느 정도 차원종을 쓰러뜨리면서 몸이 조금씩 견뎌내는 거 같아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는 모양이었다. 분리버튼, 아버지가 만드신 이 건 블레이드의 새로운 기능이었다. 검 손잡이 아래부분에 흰색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내 눈을 놀라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깡!


"뭐야?"


 건 블레이드가 좌우로 쪼개지는 건줄 알았는데 검날이 각각 손잡이에서 직선 방향으로 뻗어 나오면서 검날 안에 숨겨진 검은색 금속 기둥 부분이 밖으로 노출될 정도로 뽑혀져 나왔다. 그 다음에 검날이 회전하면서 서로 마주하는 방향으로 접히려고 하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쳤다. 


 둘로 쪼개진 검날이 마치 서로 크레인 모양을 만드려고 이러는 건지, 아니면 서로 싸우려고 붙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양 팔을 벌려서 두 검이 충돌하지 않게 하면서 손잡이를 잡은 각각 손에 힘을 쥐었다. 그러자 검날이 수평으로 완전히 눕혀짐과 동시에 길이가 줄어들고 있었다. 마치 경찰이 쓰는 삼단봉이나 우산의 늘어난 길이를 짧게 접듯이 말이다.


 다른 한 쪽의 검날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에 늘어난 검 길이의 절반 정도 보이는 길이, 그리고 검 손잡이와 검날 사이를 고정시키는 검은색 금속, 가만, 이 무기는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거 같은데? 게임에서 자주 보였던 톤파였다. 그것도 2개.


"콜록, 콜록. 아니, 뭐 이런 걸......"


 기침을 세 번 정도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바로 우리 아버지가 감추고 계신 무기의 비밀이라는 건가? 정말로 놀라웠다. 그리고 이 무기는 나와 엄마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건가? 적에게 빼앗기더라도 이용될 일은 없을 거 같았다.


[괴, 굉장해. 그 무기에 그런 기능이 있었구나.]


 누나도 처음 봤다는 듯이 놀란 듯 했다. 나는 게임에서처럼 이도류로 그냥 쪼개지는 걸로 생각했는데 톤파형태로 분리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자세히 살펴본다. 검날과 검 손잡이 사이 부분에 이어진 부위가 있었다. 다른 일반적인 톤파처럼 한쪽 방향으로 치우쳐진 검은색 막대 부분, 이것이 부러진다면 검날이 그대로 땅 아래로 떨어질 거 같았다. 공방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겠지. 가만, 나는 톤파로 싸우는 방법은 잘 모르는데, 이건 따로 누가 교관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차원종 더 생성할게.]

"누나! 잠깐만요. 이 무기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요."

[일단 한 번 해보렴.]


 뭐, 난이도가 아직 쉬운 편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우선 톤파를 움직이기로 했다.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뒤에 팔과 함께 움직이면서 녀석을 때리면 되는 거였지.


퍽!


 한마리를 향해 때렸지만 손이 매우 아팠다. 역시 톤파 기술을 배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2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