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된 평화 - 2. 데미플레인 (2)
Dadami 2019-06-08 2
*스포 주의!*
이 소설은 원작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아직 게임 스토리를 만나지 못한 분(검열이 이걸ㅠㅠ)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클로저스의 스토리 ─ G타워 옥상 이후 ─ 를 아직 만나지 못한 분들은 스포일러가 싫을 경우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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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데미플레인?"
본래 살던 차원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한 어둡고 싸늘한 분위기와 보랏빛 가득한 지형물들이 검은양을 반겼다. 쿠로의 정보로 데미플레인에는 하이브 마인드라는 것이 존재해 그것을 부수면 차원문 너머로 다시 돌려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원전쟁 때 싸울 시절, 'Nameless' 는 누구보다 빨리 차원문 너머를 알아차렸어요. 다만 그것을 숨겼기에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었던 거죠. 지금은 많은 클로저들과 요원이 알고 있지만, 그 시기에는 조직이 조금이라도 더 패를 갖기 위해 숨겼던 거에요. 결국 무용지물이 된 건 똑같지만, 여하튼 여담이니 그냥 지나쳐도 되요.]
그 뒤 하이브 마인드라는 것을 찾기 위해선 일단 데미플레인 자료를 얻어 하이브 마인드가 있는 곳을 찾아야 된다고 했기에, 먼저 검은양이 최대한 직접적인 전투를 배제하고 정보를 찾아 나섰다.
"엄청 어둡네."
"귀신이라도 나오는 건 아니겠죠?"
"차원종 귀신이라니……."
그런 잡담을 나누며 두 팀으로 흩어져 탐사를 시작했다. 한쪽은 제이와 유리,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세하, 슬비, 미스틸테인이다. 데미플레인의 지형물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섬처럼 여기저기 나뉘어져 있었기에 조심하며 돌아다녔지만, 생각보다는 이렇다 할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다.
"생각보다 별 거 없네요?"
"실질적인 준비가 아닌 이상 아무리 데미플레인이라도 차원종이 많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정도로 없는 건 뭔가 이상한걸?"
제이의 말에 유리는 한숨을 쉬었다. 불안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라던가 하는 이유가 아닌, 그저 근심걱정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한 번 찾아가면 되지 않았나?"
"네? 무슨 소리세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 유리를 보며 제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쿠로 말이야. 아까 내가 내려갈 때 같이 내려가면 되지 않았을까?"
"아, 아니에요! 아저씨가 내려가면 굳이 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했으니까요!"
"음, 그런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이는 유리가 그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순진하고 착한 이 아이가 언제쯤 마주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생각이 그의 질문을 막았다.
"그, 그런 거죠! 자, 빨리 탐사를 끝내죠!"
"그러지. 그래도 너무 서두르지 마라. 안전이 먼저니까."
먼저 앞서 가는 유리를 뒤따라 가면서, 제이는 흐뭇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그 시각, 쿠로는 병실에서 나와 옥상의 구조물에 앉아 있었다. 본래라면 조금 더 치료를 받아야되지만, 김기태가 오세린을 모함하기 시작했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증거를 없앴다고 생각했으니 저렇게 하는 거겠지만……."
김기태에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 오세린. 그녀가 두려움을 참고 나서준다면 상황은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 다만 그녀 역시 증거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아, 저 사람 대체 왜 이런담?"
"아, 유정 씨."
"쿠로 씨?"
그를 본 유정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화를 내며 곧장 다가왔다.
"어째서 여기 있는 건가요? 더 치료 받으셔야죠!"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냥 치료 받긴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치료부터 받으세요!"
"직접적인 전투에는 아직 참여하지 않고 받아야 할 치료는 받을게요. 상황을 알고 드릴 수 있는 정보를 말씀 드릴 테니, 그때까지는 부탁 드릴게요."
"으윽……."
그 역시 생각보다 고집이 강한 편이었다. 더군다나 상황이 좋지 않을 수록 심했다. 물론 좋으냐, 좋지 않느냐, 로 따지면 좋은 편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가장 나은 방법을 찾아 정보를 주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지만…….
"너무 열심이라니까요, 쿠로 씨."
"그게 제 장점이죠."
능글맞게 받아치는 그를 말리는 것을 그만두기로 한 그녀는 한숨을 쉬며 다시금 아이들의 탐사 화면을 보기 시작했다.
"여기가 데미플레인이죠?"
"네. 쿠로 씨가 말한 하이브 마인드가 어디있는지 알려면 정보가 있어야 되니까요."
"그렇지만, 생각보다 한산한데요."
생각을 하는 듯한 늘어진 목소리로 말한 그를 보며, 유정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이렇게 보내는 것도 싫었어요. 될 수 있으면 다른 베테랑 클로저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인력 부족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제가 멀쩡했더라도 혼자서 가는 건 무리니까요."
데미플레인은 기본적으로 중심을 지키기 위한 요새와 같다. 비행기로 따지자면 조종실의 기본이자 1번 엔진인 것이다. 만약 터지더라도 끝나지는 않지만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중요한 곳이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그 안에는 수많은 차원종들이 득실대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한산해요. 마치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처럼……."
"역시 그런가요."
유정은 잠시 고민하더니 곧 무전을 통해 아이들에게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미 대부분의 탐사를 끝냈고 아직 탐사하지 않은 영역은 하이브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는 게 확실한 중심 부분뿐이었다.
"하이브 마인드는 저 중심에 있을 거에요. 범위를 보니 꽤 클지도 모르겠네요."
그의 말에 유정은 좋지 않은 잡념을 버리고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큰 무리 없이 해내고 올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 나온 건가 쿠로."
"김기태인가?"
"님을 붙여, 님을. 아무리 그래도 난 A급 요원이야. 너보다 상급자라고."
"미안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난 호불호가 확실해서 말이야."
"쳇, 하여간 요즘 것들은 예의라곤 보이지도 않는다니까."
그렇게 말하며 그의 앞에 다가온 김기태는 조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뭐, 상관 없겠지. 너, 국장님이 데려온 사람이라 했지?"
"그런데?"
"그렇다는 건, 너 역시 공범이라는 얘기구만."
"호오."
"잠깐, 그게 무슨 소리죠?"
항상 여유로웠던 그의 표정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표정이 나타났다. 김기태는 순간 소름을 느꼈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고 시종일관 여유를 내보였다.
"그런 건 알아서 생각해보라고, 그럼 간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쿠로의 어깨를 살짝 밀치며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움츠러들게 한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리라.
"공범이라니, 설마 쿠로 씨도 같이 모함하겠다는 건가요?"
"그렇겠죠. 도리어 정보가 없으니 갖다 붙이는 건 쉬울 거에요."
하지만 그는 생각 외로 의연했다. 아까 전의 표정이 마치 거짓이라는 듯 평소의 나긋한 표정만이 남아 있었다. 유정은 그런 그를 보면서, 조금은 안도감을 느꼈다.
"아까보다 표정이 풀어졌네요."
"네?"
그런 그녀를 눈치챈 그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놀란 그녀가 살짝 볼을 붉히며 마주 보다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거 아니에요. 지금 상황에 긴장을 풀면 안 되니까."
"너무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것도 안 된다구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유정의 어깨를 살짝 두드린 뒤 데이비드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뒷모습을, 그녀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 자네인가. 무슨 일이지? 아직 치료를 받고 있어야 될 텐데?"
김기태가 자신 역시 모함하고 있고, 아마 그 범위에 데이비드 역시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을 전한 쿠로는 한숨을 쉬며 뒷머리를 긁었다.
"저런 사람을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정나미 떨어지네요."
"저렇게까지 할 줄은 나도 몰랐네. 무언가 저 말을 타개할 수 있는 증거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도 아니니……."
데이비드 역시 지금의 상황을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살짝 흘러내린 안경을 올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차원종만으로도 버거운데 유니온 요원까지 저러니 이리저리 많이 치였을 것이다.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죠. 국장님도 일단 김기태가 어떻게 나오든 최대한 악화되지 않게만 해주세요."
"그러기엔 자네 역시 위험한 상태인데, 정말 괜찮은 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에 고민을 하기보다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에 맡긴 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편이라서 말이죠."
그렇게 말한 뒤, 시간이 되었다며 그에게 인사한 쿠로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치료를 끝내기 위함이었다.
"……이거, 조금 더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사라진 쿠로의 뒷모습을 떠올리던 그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양이 안드라스에게 상처를 입히며 생긴 척력장의 틈을 통해 차원종 강습부대가 나타나 그것을 처리하는 동안, 오세린의 활약으로 김기태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 * *
"정말 괜찮은 건가요?"
"응. 얕은 상처였고, 둘의 공격은 체외에 오래 남으니 이것을 없애기 위한 치료였으니까."
옥상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대화하고 있는 건 치료를 끝낸 쿠로와, 이번 임무에서는 함께 싸우기로 한 유리였다.
"다른 사람들은 진입루트 확보 중이고, 우리는 그 진입루트를 통해 더 깊숙한 곳을 탐사하는 건데, 괜찮겠어? 하이브 마인드보다 더 강한 차원종이 있을지도 몰라."
"괜찮아요! 지금까지 잘해왔고, 이번엔 오빠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유리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기분 좋아보여서 다행이다."
"응? 그래보이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상황도 상황인데다, 강한 존재도 만났을 텐데 이렇게 웃고 있어서 보기 좋아. 걱정했는데, 많이 던 것 같네."
"그, 그런가요?"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검지로 자신의 볼을 살짝 긁는 소녀의 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띠어 있었다.
"긍정적인 게 저의 장점인 걸요! 먼저 걱정해봤자 힘들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좋으니까요!"
"그렇구나."
그 말에 그는 기특하다며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소중한 것을 다루듯, 섬세하고 상냥한 손길에 유리는 잠시 굳었다가 더욱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손길을 내치진 않았다.
'대체, 뭘까? 이 기분…….'
평소라면 기분 좋게 웃으며 받으면서 같이 머리를 쓰다듬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소녀는 그에게만큼은 할 수 없었다. 도리어 열기가 오른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 고개를 숙이고 표정을 숨겼다. 이런 걸 소녀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또래이면서 친구들의 반응을 봐왔고, 웃으면서 상담도 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이것이 그와 같은 무언가, 일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오빠랑 며칠 전에 처음 만났을 뿐인데…….'
첫사랑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껏 그런 적 없는 소녀에게는 그저 생소할 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에게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걸까……. 그것만큼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데미플레인 안, 보다 깊숙한 곳에 들어간 둘은 도착하자마자 주변에 나타난 차원종들과 싸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유리야, 거기 지나갈 수 있어?"
"네! 거긴 어때요?"
"여기도 있긴 하지만 좀 많이 위험하네. 그쪽으로 가야겠다."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남은 차원종을 처리하고 나아갔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것을 느낄 수는 없었다.
"차원종들이 많긴 하지만, 뭔가 약하고 특이한 게 있진 않네요?"
"데미플레인이 아직 차원문의 경계에 있어서 그래. 이런 애매한 상태에서는 차원종도 힘이 약한 상태일 수밖에 없어. 만약 떨어지거나 완전히 후퇴한다면 본래의 힘을 찾거나 그 이상이 될 테니, 조심하자."
"네."
역시 차원종을 앞에 둔 그는 평소보다 분위기가 훨씬 무거웠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유리에게만큼은 상냥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 냉정을 잃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소녀는 그런 그를 뒤따르며 검과 총을 꽉 잡았다.
"……."
그런데 그 순간,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왜, 왜 그래요?"
아까와는 다른, 싸늘한 표정이 아닌 당황한 표정으로 변한 그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하며 유리의 어깨를 잡았다.
"마음 제대로 잡아. 여기서부터는, 차원이 다르니까."
그의 말에 유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이 앞에는 대체 어떤 게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한 발짝 앞으로 갔다.
"……!"
그리고 소녀는 주저앉으려는 다리에 힘을 주며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말도 안 되는 힘. 그 존재가 눈앞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강력한 것이, 소녀의 마음을 무너뜨릴 뻔했다. 하지만 지금껏 겪어온 것들을 떠올리며, 애써 마음을 부여잡았다.
"괜찮아?"
"네, 괜찮아요. 지금도 떨리지만……."
그렇게 말하며 유리는 자신의 어깨에 있는 그의 손을 잡았다.
"오빠도 떨리면서, 의연한 척을 하고 있잖아요."
"아, 들켰나."
그 역시 떨고 있었다. 애쉬와 더스트보다도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 그것이 이 근처에 있고 반드시 싸워야할 적이라 생각했을 때, 이미 그는 두려움이 몸을 지배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을 보이면 소녀 역시 불안해할 것이기에 그럴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일단, 돌아가자. 여기서부터는 우리도 각오해야 되니까."
"네, 알았어요."
그렇게 둘은 강대한 힘을 등지고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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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군단장계 방심왕이 곧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