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13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08 2
유정 누나에게 연락을 해서 클로저가 되겠다고 말을 했었다. 그 뒤로 본부로 가서 요원복과 무기를 받았다. 요원복은 전에 이슬비라는 중학생이 입은 복장과 비슷했다. 그리고 무기는, 게임에서 많이 보던 구조로 보이는데 이게 말로만 듣던 건 블레이드인가? 검날 가운데 부분이 조금 갈라진 형태로 되어있었다.
게임에서도 건 블레이드가 이렇게 생기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조금 독특하다. 연필 한자루가 들어갈 정도인 크기로 갈라져 있었다. 그리고 검끝에서 손잡이 부분까지 길게 이어지다가 조그마한 동그라미 형태로 파헤진 것으로 끝나 있었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온도계모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붉은 액체 넣어서 안 빠져나오면 완벽한 온도계로 보이겠다.
"세하야. 무기는 맘에 드니?"
"네. 유정누나. 건 블레이드는 게임에서 많이 봤는데 가운데가 조금 길게 파헤져진 형태는 처음보네요."
"응, 사실 그건 이세진 박사님께서 만드신 거야."
"네? 아버지가요?"
그렇구나. 그래서 내게 이런 무기를 줬던 거였구나. 그러고 보니 엄마도 차원전쟁 때 건 블레이드를 사용하셨다고 들었는데 그거와 이거는 차이가 있었다. 누나의 말에 따르면 이건 엄마가 클로저 그만두시고 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드셨다고 했다. 그런데 이 무기를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조금 이해가 안 되었다.
"누나, 이 무기를 사용하는 클로저는 없었어요?"
"응. 그 무기에는 세 가지 보안코드가 입력되어 있어서 어느 클로저가 사용해도 그저 휘두르는 평범한 검으로 사용되었단다. 한 번, 위상력을 주입해** 않겠니?"
"네. 그럴게요."
초보자를 대할 때 상냥한 가이드가 있어야 되듯이 유정 누나는 게임 속 가이드 캐릭터로 등장해도 될 정도로 친절하게 말씀해주신다. 상냥하게 말씀해주시는 걸 보면 학교에서 인기 많은 여선생님이 생각날 정도였다. 학생들이 잘못을 해도 친절하게 타이르듯이 말하시면 누가 안 좋아하겠는가? 물론 그걸 악용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보안코드 1단계 해제.
-보안코드 2단계 해제.
엥? 이게 뭐야? 보안코드가 한꺼번에 2단계까지 해제된다고? 뭐 이런 경우가 다있어? 아차,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여긴 현실이다. 게임이 아니다. 한 단계씩 천천히 보안코드가 해제되는 경우를 겪었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 보안코드를 해결한 것만으로도 잘 된일이라고 판단했다.
3단계는 해제되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다 보면 저절로 해제가 되겠지.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유정 누나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3번 정도 끄덕이시더니,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신다.
"그 무기는 역시 너만 사용할 수 있었구나. 보안코드 1은 무기의 사용자의 DNA를 감지하는 시스템이야. 적합자가 아니면 무기 안에 위상력이 주입되지 않아서 클로저들이 전투할 때 불이익이 발생하는 편이야."
클로저들은 각자 무기에 위상력을 주입시켜서 강화시킨 힘으로 차원종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만드신 건 블레이드는 위상력 주입자체를 거부하는 코드가 부여되어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도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내 손에 있는 DNA를 감지하여 해제가 된 상황이었다.
"그럼, 이제 아무나 사용할 수 있나요?"
"아니,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야. 잠시 건 블레이드를 넘겨주겠니?"
두 손으로 건 블레이드를 잡고 공손하게 누나에게 건네주었다. 누나가 받자마자 곧바로 건 블레이드에서 시스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안코드 재가동, 사용자 불일치, 접근이 거부되었습니다.
이야, 무섭네. 보안코드가 재가동이 되다니. 누나가 다시 나에게 건 블레이드를 건네주자 나는 그것을 받은 뒤에 아까처럼 들려오는 시스템 목소리를 듣고 놀라워했다.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다? 아버지가 혹시, 내가 클로저가 될 것을 희망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만들어놓으신 무기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가만, 나만 사용가능할 리가 없다. 분명히 엄마가 복귀할 때를 대비해서 만드신 것일 수도 있다. 이걸 엄마에게 가져가서 확인해보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세하야. 질문을 해도 되겠니? 왜 갑자기 클로저가 되고 싶다고 말한 거니?"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래요. 한국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이 좀 들잖아요."
본인은 자각을 못하겠지만 지나가다가 누군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도와주려고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다른 사람이 횡단보도에서 넘어져서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렸다면 지나가는 누군가가 와서 줍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렇구나. 그 사람이 누군지는 물어** 않을게. 하지만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클로저들을 습격하는 자가 아직 활동하고 있으니까. 가능하면 그런 일은 시켜주고 싶지 않아."
UNION에 이런 사람만 가득 있었다면 클로저들이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처음에 요원들이 하나 둘씩 습격당했다는 사실에 혹시 유리도 그 표적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안심해도 될 거 같았다. 상부에도 미성년자 클로저 활동 중지 요청을 올렸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누나. 유리는 임무 수행중인가요?"
"응. 방금 전에 차원종이 출현해서 소탕하러 갔어. 곧 끝날 때가 된 거 같은데 이상하게 연락이 없네."
누나가 휴대폰을 꺼내 유리에게 통화를 한다. 아무리 기다려도 받지를 않자 초조해지셨는지 눈썹이 내려가면서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는 게 보였다. 보통 이렇게 연락을 안 받을 일이 없는 애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세하야. 아무래도 불안해서 그러는데 유리가 있는 곳으로 가주면 안 되겠니? 유리 휴대폰 위치추적해서 너에게 곧바로 알려줄게."
"네. 그렇게 할게요."
누나에게 이어폰용 무전기를 받은 뒤에 곧바로 출동했다. 누나가 불안해하니까 나까지 그렇게 되었다. 그들처럼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죽게 되면 나 자신이 매우 후회될 거 같았다. 진작 도와주었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버렸다고 스스로 자책할 거라고 확신했다.
* * *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서 겨우 유리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검은색 실크햇 모자를 쓰고 있는 어른이 그녀의 머리를 잡고 검붉은 기운을 불어넣는 게 보였다. 상대가 누구든 일단은 덤벼들어서 녀석의 손목을 벤다.
쾅!
남자는 유리를 놔주고 뒤로 물러났다. 정황을 보니 차원종을 토벌한 뒤에 복귀하려다가 저 남자에게 습격당한 모양이었다. 검은색과 하얀색이 절반씩 나뉘어져 있는 웃는 얼굴의 가면, 그리고 하얀장갑에 검은색 회사원복장까지, 대체 누구지? 차원종은 아닌 거 같았다.
"하아, 하아. 다행히 늦지 않는 건가?"
남자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른다. 얼굴을 숨기고, 양 손에 장갑을 끼고 있다. 거기다가 주변에 있는 감시 카메라는 전부 부서져 있었다. 사람들은 차원종 경보 때문에 다 피난간 상태여서 목격자도 없는 상황. 왜 범인이 안 잡히는 지 이해가 되었다.
"당신이 클로저를 습격한 범인인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내 질문에 그 사람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뒤로 물러나서는 건물 옥상으로 점프했다. 뭐야? 그냥 가는 거야? 대체 왜 그러는 거지? 목격자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나를 공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 혹시 내 건 블레이드를 보고 저런 건가? 쫓아가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유리의 상태가 심각해보여서 곧바로 본부에 연락을 해 의료팀을 요청했다.
"유리야. 괜찮아?"
그녀의 뒷머리를 한 손으로 들어올려서 일으킨다. 어떻게 왔냐고 어렵게 물어본 그녀의 질문에 의료팀이 오고 있으니 응급처치를 하겠다고 답하고, 본부에서 지급한 비상용 지혈제를 꺼내 그녀의 상처부위에 바르면서 응급처치를 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한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그런지 숨이 차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
"유리야! 정신차려!"
의식을 잃어버렸다. 의료팀이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무한 반복을 했고,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야 내 팔의 힘도 저절로 풀리고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