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1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07 2
"후우, 오늘도 해냈네. 집에 오늘 일찍 가겠는 걸?"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어린 동생들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들이다. 클로저 활동하느라 늦을 때면 남동생 두명이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울면서 반기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들은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뭘로 할까?"
왼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저녁반찬을 모색하다가 그냥 대형마트로 가자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휴대폰을 들어 임무 완료를 보고하려고 했지만 화면 액정이 흐릿해지면서 방전이 되는 게 느껴졌다.
"어? 왜 이러지?"
휴대폰 전원 버튼을 눌러서 다시 켜보려고 했지만 이상했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A/S에 맡기면 고쳐질 거라고 확신하고 돌아가려는 데 그녀의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놀랐지만 주변을 돌아보면서 일단 공손하게 대한다.
"피난민이신가요? 안심하세요. 차원종은 전부 처리했으니까요."
검은색 정장 안에 와이셔츠와 검은 넥타이를 단정하게 한 회사원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일반 회사원으로 착각했지만 양 손에는 흰색 장갑을 끼고 있었고, 머리사이즈에 충분히 맞는 검은색 실크햇 모자에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흰색, 왼쪽은 검은색으로 되어있는 가면이었다.
"저기, 아저씨? 저에게 무슨 할 말이 있으신가요?"
남자는 아무 말도 없이 오른손을 들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감시 카메라들이 전부 부서지는 게 보였다. 이미 차원종과 싸울 때 미리 부서진 것도 있지만 두 번 죽이는 꼴이었다. 유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깨진 유리들이 지면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무기를 꺼내들었다.
"아저씨, 누구에요?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남자는 말 없이 왼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유리는 갑자기 뭔가에 얻어맞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커다란 아**트 공격을 정면으로 부딪쳐서 커다란 데미지를 입는 느낌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몸을 일으키면서 두 눈을 반쯤 감은 뒤, 권총을 꺼내 난사했다.
타다다다당-
위상력이 섞인 탄환들이 날아가지만 중간에 한 곳에서 멈추는 걸 보고 사격을 중단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워하는 그녀의 앞에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은 그의 몸 주변에 생성된 투명막이 그녀가 쏜 총알을 막아낸 모습이었다. 총알이 막에 닿자마자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한 채로 떠 있었다. 그리고 투명막을 해제하자 그녀가 발포한 총알들이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
총알이 통하지 않자 이번에는 빠르게 근접해서 검술을 사용하려고 했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상대방을 베려고 했지만 남자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서 있다가 유리가 측면에서 베려고 할 때 오른손을 그대로 뻗어서 투명막을 형성시켰다.
총알과 마찬가지로 검이 투명막을 뚫지는 못했지만 서로 충돌할 때 푸른색 스파크가 발생했다. 눈으로 **도 않고 막아낸 그의 모습을 본 유리는 상대가 보통이 아님을 느끼고,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남자도 고개와 발걸음을 옮겨서 그녀의 정면을 마주했다.
"설마, 아저씨가 클로저들을 습격하고 다니신다는 범인인가요?"
유리의 질문에 남자는 정답이라고 알리듯이 오른쪽 손가락으로 튕겼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녀가 상체로 구부리면서 두 손으로 검을 지팡이로 삼은 채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겨우 막아냈다. 이물질이 저절로 입밖으로 나올 정도로 복부에 강한 통증이 왔다. 유리는 왼손으로 맞은 부위에 손을 대보았다. 피가 나고 있었다. 투명인간에게 칼을 맞은 것 같은 고통이었다.
"아저씨, 대체 정체가 뭐죠? 왜 우리같은 클로저들을 공격하는 거죠?"
상처부위를 감싸쥔 채 질문을 한다. 그러자 남자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가온다. 크고 묵직한 소리에 그녀는 상체를 겨우 일으키면서 권총을 꺼내 그를 조준한다. 남자는 그녀가 총을 겨누어도 계속 다가오면서 다섯 걸음 정도 되는 거리를 유지한 채 멈춰서면서 말을 걸었다.
"너에게 있어서 정의란 무엇이냐?"
"정의? 그거야 당연히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차원종을 무찌르고, 평화를 지키는 게 정의 아닌가요?"
목소리를 변조했는지 기계음성을 내고 있었다. 유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답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차원종을 무찌르고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클로저의 사명, 아카데미에서 배워왔던 지식이었다. 남자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크윽."
유리는 또 다시 나가떨어졌다. 아까보다 상처가 더 벌어져서 더욱 고통스러웠다. 필사적으로 손으로 막아서 피가 흐르는 것을 막았다. 아픈 곳을 주먹으로 맞은 기분이라 고통스러웠다. 남자는 아까처럼 저벅저벅 다가오면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너는 인간이 아니다. 따라서 처단하겠다."
"쿨럭,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인간이 아니라뇨?"
"너의 대답을 통해 알 수 있다. 너는 인간이 아닌, 도구일 뿐, 그것도 망가진 불량도구다. 불량도구는 폐기처분하는 것이 마땅한 일."
그의 오른손 장갑에서 검붉은색 기운이 모여들어서 하얀장갑을 낀 손을 검게 물들게 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유리의 머리를 잡아서 끌어올린다.
"아악!"
머리가 깨질 거 같은 고통이었다. 두 발이 공중에 뜰 정도였고, 그녀의 머리를 잡은 오른손을 감싼 검붉은 기운이 서서히 그녀의 머릿속으로 침투해가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비명소리는 점점 더 커져간다. 양 손으로 그의 오른손을 붙잡아서 떨쳐내려고 했지만 힘으로도 소용없었다. 발차기를 날려도 투명막이 몸을 보호하고 있어서 의미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힘이 빠지고 있었고, 서서히 의식을 잃고 있는 그녀였다. 유리는 머릿속에서 동생들을 떠올렸다. 오늘 저녁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게 될 거 같아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오른손을 잡은 그녀의 두 손이 아래로 떨어질 때였고, 검붉은 기운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카앙!
그의 눈 앞에서 오른손을 겨냥한 채로 내려친 푸른색 불꽃을 내뿜는 무기의 위력에 놀란 나머지 유리를 잡은 손을 놓으면서 뒤로 4걸음 정도 물러났다. 지면에 떨어진 채 누운 자세로 있던 유리는 심한 기침을 하면서 실눈을 뜨며 난입한 상대의 뒷모습을 보았다. 가면의 남자는 한 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침묵을 보이면서 상대방을 쳐다본다.
"하아, 하아. 다행히 늦지 않은 건가?"
난입한 상대는 UNION마크가 있는 요원복을 입고 있었다. 커다란 산탄총만한 크기를 가진 검, 정확히 말하면 유니온에서 클로저들의 무기 종류중 하나인 건 블레이드였다. 검은색 손잡이에 검날이 흰색이고 그 가운데에 살짝 갈라진 틈이 있었다. 세하는 숨을 헐떡이면서 오른손으로 건 블레이드를 발포모드로 바꾼 채 남자의 얼굴을 겨냥해서 말한다.
"당신이 클로저들을 습격한 범인인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세하의 질문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커다란 한숨을 내쉬면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나다가 빠르게 뒤로 점프해서 다른 건물의 옥상 쪽으로 사라진다. 세하는 쫓아가려고 했지만 유리가 피를 흘리고 쓰러진 모습을 보고 달려와서 한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일으켜서 상처를 살펴본다.
"유리야. 괜찮아?"
"세... 세하야?, 여긴, 어떻, 게?"
"안심해. 곧 의료팀이 올 거야. 일단 응급처치를 할게."
피가 많이 흐르고 있어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세하는 곧바로 휴대폰으로 연락한 뒤에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응급처치를 시도하면서 최대한 출혈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유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눈이 감겼다.
To Be Continued......